-
-
나가 볼까? ㅣ 책가방 속 그림책
김진경 지음 / 계수나무 / 2024년 9월
평점 :
동화책 주인공인 곰치, 들어는 봤는데 생김새도 특징도 기억나는건 없어서 먼저 찾아봤어요. 그런데.. 그림과는 달리 실제 곰치는 참으로... 희안하게 생겼습니다. 그 누가 봐도 선호도가 매우 낮을 독특한 외모를 가졌는데, 성질도 포악하다고 합니다. 먹이의 경우 한번 물리면 빠져나갈 수 없다나 뭐라나. 하여간 이런 곰치가 주인공이라니, 참신하다 싶기도 했어요. 동화책 속의 곰치는 현실의 곰치와 달리 외모는 곰치일지언정 성격은 포악하다기보다 소심하고 겁이 많은 겁쟁이로 등장합니다. 무서워서 굴 밖을 나가려 하지 않는 곰치였지요. 하지만, 이런 곰치를 밖으로 끌어낸 물고기가 있습니다. 바로 친구이자 곰치의 입 안을 청소해주는 청소놀래기였지요.
곰치의 이름은 이고르, 청소놀래기는 에밀입니다. 에밀은 이고르의 입 안을 청소해 줄 때마다 굴 밖으로 나가보자고 제안을 하지만, 이고르는 매번 거절을 했었지요. 그랬던 에밀이 한참을 찾아오지 않으니 이고르는 걱정이 됩니다. 친구에게 무슨 일이 생긴건 아닐지 안절부절 하다가 결국 직접 찾아보기로 합니다. 그렇게 이고르는 이고르의 전부였던 굴에서 나와 세상을 마주하게 됩니다. 처음엔 너무 무서워서 에밀의 말처럼 어디가 아름답고 무엇이 즐거운지 전혀 보이지도 느끼지도 못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달라집니다. 드디어 이고르에게도 세상이 느껴지고 보이기 시작한거죠. 에밀을 만나면 해줄 이야기가 많다고 생각하며 이고르는 에밀을 열심히 찾아다닙니다. 과연 둘은 이 넓은 바다에서 만날 수 있을까요?!
친구를 위해 용기를 낸 이고르. 낯선 세상과 마주했지만, 부딪히고 받아들이며 앞으로 나아간 이고르. 생명의 위협을 넘겨가며 세상을 공부하게 되는 이고르. 이런 이고르를 보면서 우리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지금 열심히 세상의 규칙을 배우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아이들이 곰치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고 느꼈거든요. 호기심이 넘치고 하고 싶고 보고 싶고 만져보고 싶은, 정말 세상 모든 것이 궁금한 아이들이지만, 그만큼 두려움과 공포도 큽니다. 처음 접하는 것들에 대한 낯설음은 아이들을 주춤하게 만들지요. 그런 아이들이 스스로 해낼 수 있도록 가만히 등을 떠밀며 옆을 지켜주는게 생각보다 어렵고 힘들기도 합니다. 그래도 아이들이 또 한뼘 자라면, 뿌뜻하고 대견하기도 해요.
아직 많은 것들을 배우고 익혀야 하는 아이들이 곰치처럼 용기있게 앞으로 나아가면 좋겠어요. 무엇이 계기가 되었든, 어떤 경험이든 내 것으로 만들 줄 알면 좋겠어요. 누군가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도울 수 있는 용기도 곰치를 통해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곰치의 용기있는 세상을 향한 발걸음이 아이들에게 그대로 이어지길 바라며 열심히 잠자리 동화로 읽어주려 합니다. 아이들이 동화책을 통한 간접경험으로 또 한 뼘 자랄 수 있길 희망해 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