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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귀라도 빌려드릴까요? - 악마의 심리 상담소에서 당신의 천국행을 도와드립니다
야초툰 지음 / 문학수첩 / 2024년 10월
평점 :
정말이지 요즘은 지옥이 참 열일하고 있겠다 싶기는 하다. 뉴스로 등장하는 사건,사고 외에 (최근 보기 시작한 '용감한 형사들'을 보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범죄가 너무 많다보니 지옥이 문정성시를 이루고 있겠다 싶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범죄 유형을 보면 사이코패스에 의한 강력범죄가 꽤 많으니 악마가 되기 위한 요건에 충족되는 이들이 많다는 의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렇다면 일할 악마가 부족하진 않을텐데, 악인들을 분류하고 벌을 주느라 야근과 철야에 고통스러워 한다는 (소설 속) 악마들을 보면(아니 근데, 지옥도 그것도 악마가 야근과 철야라니. 인간세상이나 지옥이나 일에 치이는건 별반 다를게 없는 모양이다.), 요건이 매우 까다로운건지 악마가 되기에는 애매한 이들이 많은건지 만들어지는 악마보다 지옥으로 입국하는 악인들이 더 많은 모양이었다. 그만큼 우리 주변에 범죄자가 있을 확률이 높다는 얘기가 된다. 세상이 대체 어떻게 된거람!!
어찌나 일이 많은지, 오죽하면 악마가 현실로 올라와 지옥행 예정인 악인들을 갱생시키는 프로젝트를 하기에 이른다. 현실로 올라온 악마는 바로 베스탄. 야망도 있는 희대의 악마이자 최고의 악마인 그에게 이번 일은 식은 죽 먹기와 다름없는 일이라 여겨 기꺼이 나섰다. 하지만..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힌다. 하필 그가 깨어난 인간의 몸은 사랑이 넘치는 유복한 가정의 외아들이었으니 부모의 절절한 사랑에 몸서리가 처졌던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지옥의 신과 사진 K 의 계략에 의해 구하게 된 상담소 직원 선애 역시 그의 신경을 건드리는 인물이었으니 베스탄이 이를 갈고 있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거다. 하지만, 그도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단 한명도 지옥에 떨어질 예정자들을 갱생 시키지 못했던 탓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는 악마가 아닌가. 악마라면 악행을 더 부추겼으면 부추겼지, 악행을 중지 시킨다는게 쉬운 일인가.
참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베스탄의 상담소에서 벌어지고 있었으니 보는 나도 참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지옥을 박차고 나온건 베스탄 본인이었으니 누굴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베스탄은 단 한건이라도 성공 시킬 수는 있는 걸까?! 몇명을 갱생 시켜야 지옥으로 돌아갈 수 있는걸까? 지옥으로 돌아갈 수 있기는 한걸까? 악마지만 의외의 어리버리한 모습이 어쩐지 인간미가 느껴지는 것 같아서 자꾸 웃음이 난다. 그런데 문득 생각해보니 지옥에서 악마가 세상에 나올게 아니라 너무 손님이 없어서 조용한 천국에서 천사들이 세상에 나와 악인 갱생 프로젝트를 실행하는게 맞는거 아닌가?! 이 반대의 경우라면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 반대의 이야기도 후속작으로 등장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갑자기 스쳐지나간다. 암튼, 꽤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