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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탕 ㅣ 웅진 모두의 그림책 71
권정민 지음 / 웅진주니어 / 2025년 3월
평점 :
-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요즘 아이들은 해야 할 일이 참 많습니다. 배워야 할 것은 많은데 시간은 부족합니다. 먼저 해야 할 것과 조금 뒤에 해도 되는 것으로 나누고 아이가 하고 싶어하는 것을 추가하면서 아이들 스케줄을 짜다 보면 머리가 지끈지끈 합니다. 두 아이의 스케쥴을 픽드랍 동선에 맞춰 짜야하는데, 학원 시간은 정해져 있으니 시간표 짜는 것도 일이더라고요. 그래도 아이들 미래를 생각하면 안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제 시간은 아이들 스케쥴에 맞춰집니다. 바쁘게 팍드랍을 하다보면 정작 온전히 제 시간을 갖는게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매번 고민을 합니다. 이게 맞나, 저게 맞나. 이렇게 해도 되는걸까, 어디까지 하는게 맞을까. 중단할까 해도되나.. 정답을 찾기가 참 쉽지 않습니다. 이렇다보니 매일 시간에 쫓겨 다니곤 합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이 책에 소개글을 본 순간, 저와 아이들의 모습이 생각나 궁금했어요.

매 시간마다 엄마는 재촉을 합니다. 나는 시간을 쪼개고 싶지 않습니다. 왜 그래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지요. 그래서 간절히 원했습니다. 엄마의 시간 재촉 소리가 사라졌으면 하고요. 그랬더니 다음날, 소원이 이뤄졌어요. 엄마가 시계가 되어버렸거든요. 덕분에 잔소리가 사라졌어요. 늦어도 천천히해도 엄마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엄마가 완전히 멈춰 버렸습니다. 놀란 나는 119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거절 당했고, 시계 병원을 찾았지만 휴가라며 봐주지 않았어요. 정 급하면 시계탕으로 찾아오라던 시계 병원 할머니의 말을 생각하며 나는 엄마를 카트에 싣고 시계탕이 있을만한 곳을 찾아 떠납니다.
엄마도 아이에게 재촉하고 싶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재촉하지 않으면 아이가 제 시간에 일을 끝내지 못하니 어쩔 수가 없습니다. 호기심이 넘치는 아이들이니 하나에만 집중하지 못하는게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시간을 무한정 줄 수는 없으니까요. 아이 입장에서는 잔소리로만 들릴테고, 하고 싶은 것들 먼저 하고 싶을 거예요. 그러나 놀기만 하고 하고 싶은 것만 하면 제대로 성장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정해진 규칙이 필요하고, 해야하는 공부가 있는거지요. 아이들 입장은 충분히 공감이 갑니다. 당장 아이들은 엄마의 마음을 이해해 줄 수 없겠지요. 그런데 엄마도 이렇게 내 아이를 다그치고 재촉해야 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매 순간이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고, 그 선택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으니까요.
그렇기에 때때로 엄마들도 방전이 됩니다. 아무것도 하기 싫어질 때가 있어요. 이런 때가 되었을 때, 아이들은 그저 좋기만 할까요? 처음엔 좋을지 몰라도 어느 순간부터는 엄마가 놀아주지도, 공부를 봐주지도,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지도 않는게 이상해서 더 눈치를 보게 되지 않을까요?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쉼표는 필요한 것 같아요.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하루종일 하고 싶은 것만 해보거나. 늘어지게 잠만 자보거나 신나게 체력이 완전 바닥날 때까지 놀아보거나. 무엇이 되었든 잠시의 멈춤은 꼭 필요합니다. 그 멈춤에서 에너지를 충전해서 다시 달릴 수 있는 거니까요. 매일 시간과의 전쟁을 벌이는 저에게 참 인상깊은 동화책이었어요. 이번 여름방학은 아이들과의 쉼을 제대로 준비해볼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