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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 너를 만난 건 ㅣ 소중한 너에게 1
물기남은흙 지음 / 세용출판 / 2025년 3월
평점 :
-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참 예쁜 동화책을 만났어요. 동화책을 보면서 우리 집 반려견들을 만났던 때가 생각났어요. 한 녀석은 무서워서 구석에서 벌벌 떨고 있었고, 한 녀석은 보자마자 너무 좋다고 방방 뛰었고. 그렇게 두 녀석이 차례로 집에 왔었어요. 작년에 무지개다리를 건너간 녀석은 집에 오자마자 죽을 고비도 한번 넘겼었지요. 그래서 오랫동안 함께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일찍 제 곁을 떠나가 버렸어요. 셋이서 10여년을 매일 아침 저녁 함께 산책하고 함께 걷던 길을 둘이 다니려니 아직도 눈물이 나고 그립기만 합니다. 남아있는 한 녀석도 제 눈엔 여전히 아기 같은데, 몸은 노견에 접어든게 확실한 모습을 볼 때마다 속상해요. 이 두 녀석을 만난 건 제 인생의 복이에요. 두 녀석에게 정말 많은 것을 받았고 배웠거든요. 녀석들에게은 저를 만난게 어떤 의미일까요. 녀석들에게서 대답을 들을 수 있다면 어떤 대답을 해줄지.. 참 궁금합니다.

길에서 우연히 만난 너와 나. 나는 스쳐 지나가는 인연인 줄 알았는데, 니가 따라와준 덕분에 너와 내가 인연이었음을 알았어. 그렇게 가족이 되고 내 생활은 참 많이 바뀌었지.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적응하면서도, 넘치는 호기심으로 이것저것 건드리면서 방을 엉망으로 만든 너를 볼 때마다 화가 나기도 하고 한숨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건 네가 싫어서 그런 게 아니야. 나도 너와의 생활에 적응하는 중이거든. 이건 단지 너와 내가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일 뿐이야. 화를 내서 미안해. 평생의 단짝이 될 너를 내가 싫어할 리가 없잖아. 그러니까 내가 잠깐 화를 냈다고 오해하거나 속상해하지 말아줘. 내 마음은 너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하거든. 표현이 격하고 서툴러서 미안해. 그러지 않도록 노력해 볼게. 내게 와줘서 고마워. 사랑해.
아마 동화책 속 아이가 길냥이한테 하고 싶었던 말은 이런 게 아닐까요? 내 반려견들이 처음 집에 와서 나와의 생활에 적응해 나가던 과정을 떠올려 보면, 아이의 마음과 내 마음이 같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연을 필연으로 만든 만큼 오래도록 함께 할 수 있기를.. 내 반려견과 나의 인연도 지금까지 했던 것만큼 오래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음을 울리고 따뜻하게 하던 그림 동화책, 아이들과 읽기 참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