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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굴 죽였을까
정해연 지음 / 북다 / 2024년 2월
평점 :
'정해연' 작가의 소설을 발견했다. 그녀의 작품 중 만났던 책들을 모두 재미있게 읽었기에 이번 작품 역시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 소년과 의도치 않았던 한 죽음. 그리고 9년만에 밝혀지는 진실. 소개글로만 봐서는 지금까지 읽었던 다른 추리소설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설정을 가진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나니 오히려 가슴이 답답하고 생각이 많아졌다. 이 이야기는 한 사람의 죽음에 얽힌 비밀과 범인이 밝혀지는 것으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한 사람의 죽음이 가져온 한 가정의 풍비박산, 그리고 복수의 끝에 남겨진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느껴졌다. 사건을 은폐해버린 세 소년의 거대한 비밀이 불러온 나비효과의 끝은 그 누구에게도 해피엔딩일 수 없었다.
원택, 필진, 선혁. 일명 삼인방이라 불렸던 세 친구. 그냥 평범한 학생이었으면 좋았을 것을. 이 세 소년은 학교내에서 골칫덩이, 문제아 삼인방으로 낙인찍힌 꽤 유명한 아이들이었다. 원택이 임신한 선생님에게 주먹질을 하는 제스처를 취한 일로 정학 15일을 받은 날도 셋은 늦은 밤, 아지트에 모여있었다. 아지트 옆 수련원에 온 은파고 학생 중 하나가 몰래 혼자 수련원을 빠져 나왔다가 삼인방의 눈에 띄었고, 지갑을 빼앗기지 않으려던 소년의 악착같은 모습에 화가난 원택에 의해 사망하고 만다. 이때 다른 두 사람 중 한명이라도 신고를 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조력자 노릇을 했던 필진과 선혁은 원택과 함께 시신을 묻고 입을 다물어 버린다. 그리고 9년만에 이 일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서먹해진 삼인방은 각자의 삶을 살았고, 뜨문뜨문 연락을 했을 뿐 서로 만나는 일조차 거의 없었다. 그랬는데 필진과 선혁에게 느닷없이 원택의 부고 문자가 날아든다. 몇일 전만해도 일자리를 주선해달라, 돈을 빌려달라 연락을 해왔던 원택이 어떻게 왜 죽었다는 걸까?! 장례식장을 찾은 두 사람은 그들에게 다가온 형사에게서 원택의 입안에 있었다는 종이쪽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경악하게 된다. 분명 그날, 목격자는 아무도 없었다. 대체 누구일까?! 이 일을 아는데다 원택이 살해 당했다는 것은 두 사람이 다음 타겟이 될 수 있다는 의미였기에 필진과 선혁은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얼마 후, 필진마저 살해당하고 만다.
한순간에 찬란했을 인생을 잃어버린 것은 억울하게 죽은 소년 혼자가 아니었다. 소년의 가족 모두 소년이 실종된 그날로부터 한발자국도 미래로 나아가지 못했다. 덕분에 가족 모두의 삶이 무너졌다. 한 가정을 무너뜨려놓은 범죄자들이 범죄를 감추고 평범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에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또, 누구에 의해 학폭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아이의 권력과 배경에 쉬쉬 하며 입을 다물어버린 선생들과 학교 학생들도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폭 가해자 역시도 잘먹고 잘살고 있던 모습은 우리나라의 학폭에 대한 처벌이 가볍다는 것을 말하는 것 같아 답답했다. 성인이 되어서도 트라우마로 남는 학폭, 이제는 처벌의 수위를 높여야 하지 않을까?
역시 그녀의 소설답게 흥미진진했고, 가독성이 좋아 술술 읽을 수 있었다. 순식간에 결말까지 읽은 느낌. 다음은 또 어떤 작품을 들고 올지 벌써 기대가 된다. 그녀의 다음 작품도 빨리 만나게 되었으면 좋겠다.
-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