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 다듬기
이상교 지음, 밤코 그림 / 문학동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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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 제목을 보자마자 지금까지 아이들에게 멸치 다듬는 법을 제대로 보여준적도 알려줄 생각을 해본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체로 아이들이 없는 시간에 멸치를 다듬었고,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했었다. 아무래도 아이들이 없을 때 일을 해둬야 수월한건 맞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갑자기 아이들이 멸치 다듬는 것을 보고 같이 해봤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멸치를 다듬을 때는 꼭 아이들과 같이 해봐야겠다.



아이에게 보여주니 첫 페이지를 읽어보고 왜 똥을 있냐고 한다. 어째서 똥을 빼냐고. 갑작스럽게 첫 페이지부터 터져나온 질문에 당황해서 말문이 막혔다. 그래서 사람처럼 원래 살아있는 생물이었기 때문에 있는거라는 단순한 답변을 해주고 말았다. 아니 근데, 지금 생각해도 명쾌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어떻게 알려줬어야 아이가 좀더 제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였을까?



신문지 위에 널부러진 채 순서를 기다리는 멸치들. 신문기사와 기막히게 어울리는 모양새다. 내가 볼 때는 재미있는 상상이었는데, 아이에겐 아니었나보다. 그냥 멸치가 많이 있네.. 하는 표정으로 보고 있어서 설명을 해줘야 했다. 그래도 완전히 이해한건 아닌 것 같다. 조만간 실제로 신문지 위에 멸치를 올려놓고 재미있는 놀이를 하듯 비슷한 상황을 연출해서 확실히 이해를 시켜줘야겠다.



멸치를 다듬는 일은 단순하지만 반복적인 의외의 필수 노동이다. 아빠와 아이가 나란히 앉아 멸치를 다듬는 모습을 보면서 멀지 않은 미래에 신랑과 아이 둘과 함께 식탁에 깔아놓은 신문지 주변에 둘러앉아 사이좋게 멸치를 다듬는 장면을 상상하며 기분 좋게 웃었다. 상상 속의 모습이 실제로 실현되는 날이 오기는 할까?



이렇게 열심히 다듬은 멸치가 국물로 만들어져 아이들이 좋아하는 국수를 먹을 수 있는거라고 말해주며 다음에는 같이 해보자고 했다. 아이들이 알았다며 신기한듯 고개를 갸웃한다. 멸치가 어떻게 국물이 된다는건지 모르겠는 모양이다. 아이들이 국수를 먹을 땐 국물에서 멸치를 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문득 이제부터는 가사일을 할 때 하나하나 아이들을 동참시키고 경험해볼 수 있게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간은 위험하다는 이유로 음식을 할 때 주방 근처에 오지 못하게 하곤 했는데, 이 동화책을 읽고나니 내가 잘못 생각했던 것 같다. 조심하는 방법도,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준비하는 작업도 다 아이들에게 공부가 된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아이들과 어떤 것부터 해볼지 고민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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