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 양심을 밝히는 길 살림지식총서 453
윤홍식 지음 / 살림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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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논어. 들어본 적은 많으나 사실 제대로 접해본 적은 거의 없는 '논어'를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는 책이다. 맹자, 묵자에 이어 공자의 논어를 이렇게 접하고 보니 다르면 다르다 할 수 있지만, 세 성인들의 말씀엔 공통적인 부분이 꽤 많다 느껴진다. 특히 인간, 사람에 대한 사랑, 군자의 도리와 역할에 대한 부분은 거의 동일했다. 깊이 파고들면 또 어떨지 모르겠으나 얇은 이 책들 속에서 만난 성인들의 말씀은 그러했다. 옛 성인들의 말씀은 이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빛이 바래지지 않는다. 되려 더 빛을 발한다. 오랜 세월의 흐름에도 여전히 배울점이 많고, 익혀야 하는 부분이 많다. 옳은 말씀이라 여기지만, 실천이 힘든 성인들의 말씀. 하지만 모두가 함께 실천한다면 현대사회가 지닌 문제점의 많은 부분들이 해소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건 나 뿐일까?

 

공자는 자신이 고생해서 얻은 진리를 남과 공유할수록 더욱 그 가치가 커지며 학문의 즐거움 또한 남과 나눌수록 더욱 커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모두 함께 진리를 배우고 익히기를 즐기며, 또 서로 얻어낸 정보를 나누는 사회야말로 공자가 꿈꾸던 이상사회였을 것이다. 흔히 현대를 '정보화 사회'라고 부르는데 정보를 창출하고 이를 공유해 더 큰 사회적 가치를 창조해낸 공자야말로 정보화 사회의 가장 모범적인 모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 P. 19-20

​지금은 정보가 너무 넘치고 흘러 진짜 정보를 가려내야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정보의 가치가 예전보다는 떨어졌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정보들을 손쉽고 빠르게 얻을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공자가 지금의 '정보화 사회'를 본다면 뭐라 말할까? 그가 그토록 추구하던 정보의 공유가 이뤄짐에 감탄하고 놀라워할까, 아니면 너무 많은 정보 속에 허우적대며 그 속에서 진짜 정보를 찾아야 하는 것에 실망을 할까. 현실에 덜컥 소환되어 멍하니 서 있는 공자의 모습이 불현듯 상상되어 피식 웃음이 나왔다.

욕심(인간적인 마음인 인성)은 자신에게 이익인지 손해인지를 귀신같이 따지는 마음이다. 반면 양심(진리의 마음인 도심)은 모두에게 이익인지 손해인지를 귀신같이 따지는 마음이다. 전체의 이익은 그대로 선이 되며 전체의 손해는 그대로 악이 된다. 그래서 양심을 추구하는 군자는 선을 좋아하고 악을 미워하며, 욕심을 추구하는 소인은 이익을 좋아하고 손해를 싫어하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다 보면 반드시 나와 남 모두에게 큰 피해를 주기 마련이다. 내가 살자고 남의 것을 취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남이 나를 원망하게 되어 결국 모두에게 손해가 된다. 모두에게 손해가 되는 것을 악이라고 하니, 결국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다 악을 짓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인간이 지닌 큰 문제점이다.  - P. 25

 

군자는 '자신이 당하기 싫은 것을 남에게 가하지 말라'는 양심의 요구를 충족시키고자 노력하기에 늘 정의에 밝다. 그러나 소인은 자신의 욕심만을 추구하기에 매사에 무엇이 자신에게 이익인가에 밝다. 군자는 누군가에게 피해가 가는 것을 귀신같이 알아차리며, 소인은 자신에게 피해가 가는 것을 귀신같이 알아차린다.  - P. 51

'내가 남에게 바라는 것'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남이 나에게 바라는 것'을 정확히 헤아려 남에게 베푸는 것, 이것이아말로 사랑을 실천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남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싶다면 남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베풀 수 있어야 한다. 사랑을 실천함에 있어 이 이상의 방법은 없다. 이것이 성인들의 공통된 가르침이다.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가르침이다.  - P. 58

소인과 군자, 사랑에 대한 부분에서만큼은 세 사람 모두 동일한 생각을 지녔다. 모두 소인이 되는 것을 경계하고 지양하라 말했고, 군자와 대인의 마음가짐을 명확히 말했다. 함께 더불어 살아감에 있어서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한다. 모두 맞는 말이다.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가 간다. 하지만.. 실천하기란 왜이리 어려운 걸까. 실천의 어려움을 먼저 떠올리는 나는 아무래도 군자도 대인도 되기 힘든 사람인가보다.

우리는 인간관계를 잘 경영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 흔히 윗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하소연을 한다. 그러나 사실 우리는 그 답을 이미 알고 있다.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라. '내가 아랫사람에게 당해 싫은 것'을 윗사람에게 하지 말라. 이것이면 충분하다.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아랫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내가 윗사람에게 당해 싫은 것'을 아랫사람에게 하지 말라. 이것이면 충분하다. 늘 이렇게 살아가자. 그러면 인간관계의 달인이 될 것이다. 점차 더 익숙해지면 장차 군자와 성인에 이르게 될지도 모른다.  - P. 77

​누구나 겪는 윗사람과 아랫사람과의 관계. 맞다. 우리 모두는 답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왜 이리 우리는 인간관계에 힘들어할까? '공자의 말씀대로 상대방은 다른 생각을 지닌 다른 사람이니 내마음과 같지 않은게 당연하므로 그 사람의 생각과 마음을 존중하고, 내가 싫은 것을 남에게 강요하지 않는다면 힘들어하지 않아도 될텐데..'라고 생각하지만, 이게 사실 말이 쉽지, 현실에선 그게 어디 쉬운 일이던가!!! 그러니까.. 이 문장에 대한 결론은.. 모두 마음 속엔 답을 지니고 있지만, 실천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힘든거라는 얘기가 된다. 군자와 성인이 되는 길은 참 멀고도 험하다.

'자신이 남에게 바라는 것을 먼저 남에게 베풀라(사랑)', '자신이 남에게 당하기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가하지 말라(정의)'는 '양심의 명령'을 충실히 따르는 것이야말로 인류가 당면한 모든 부정부패와 부조리를 타파하는 최고의 처방이 될 것이다. 또 물질문명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문명을 여는 열쇠가 될 것이다.  - P. 106

 

사랑과 정의가 최우선이 되는 사회. 그래서 모두가 행복하고 부정부패가 없어 평화로운 사회. 누구나 꿈꾸는 그런 사회가 오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내 살아생전(?)에선 참 희박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래사회에선 이루어지게 될까? 글쎄.. 미래에 관한 소설들을 봤을때 부정적인 미래사회를 그려놓는 이야기가 대부분인걸 보면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이상적인 사회는 그저 현실 불가능한 일이라 여기는게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언젠가 이런 사회가 오기를 희망하고 꿈꾼다. 모두가 행복하고 평화로운 그런 시대가 오기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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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자, 사랑과 평화의 철학 살림지식총서 469
박문현 지음 / 살림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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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자'는 '공자', '맹자'처럼 친숙하지 않다. 그와 관련해서는 전혀 듣지도 알지도 못했다. 이런 인물이 있었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러다 살림지식총서를 통해 그에 대해 조금 알게 되었다. 그 어떤 사상가보다 사랑을 강조하고 직접 실천해온 묵자. 그의 행보는 놀라웠지만, "겸애가 좋은 이론이기는 하나 도무지 실천할 수는 없는 것'이라 비판했다는 당시의 지식인들처럼 나도 그의 이론이 실천가능한 것이라 보이지 않는다. 남을 배려하고, 나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남을 사랑한다는 것이 어찌 쉽겠는가. 묵자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강조를 한다. 물론 마음먹으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그 마음먹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현대사회처럼 특히나 이기주의가 팽배해 있는 때엔 더 힘들지 않겠는가! 나 자신도 실천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으니 말이다. 

자는 전쟁과 찬탈, 도둑질로 서로 뺏고 해치는 것뿐만 아니라 권력이나 부, 지식을 가진 계층이 그렇지 못한 계층을 억누르고 기만하며 귀족 계층이 비천한 자들에게 오만하게 거드름을 피우는 것까지 모두 세상을 크게 해치는 일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비인간적인 현상이 일어나게 되는 원인을 개인이나 사회, 국가의 각 계층이 각기 자기 자신이나 그들이 소속된 집단 및 계층만 아끼고 사랑하고 이롭게 하려할뿐 다른 사람이나 다른 집단, 다른 계층은 차별해 멸시하거나 해치려는 이기심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세상의 혼란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남을 배려하고 남을 위해 나를 희생하는 '겸애'의 사상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 P. 24

겸애의 대상은 그 누구도 배제하지 않은 '모든 사람'이다.

묵자의 겸애가 가진 이상은 인류 전체를 대상으로 하여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받음이 없고, 인간 모두를 두루 보편적으로 사랑하는 것이다. - P. 26

묵자가 강조하는 사랑은 맹자가 강조한 '인의'와 닮아있었다. 둘다 사람을 먼저 생각한다는 것. 실제로 정치가들이 먼저 이렇게 실천해준다면 더할나위 없을터였다. 정말 국민을 위한, 사람을 위한 정치를 펼치고, 나라를 위한다면.. 그렇다면 사람들도 서로를 배려하고 사랑을 베풀 것이고 결국엔 지금처럼 경제가 아무리 힘든때가 있더라도 불행보다 행복한 감정을 더 많이 느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 참.. 씁쓸하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란.. 이렇게나 거리감이 크다.

유자들은 예악을 번거롭게 꾸며 사람들을 음탕하고 어지럽게 하고, 오랜 상기 동안 거짓 슬퍼함으로써 부모를 속인다. 운명을 믿어 가난에 빠져 있으면서도 고상한 척하고, 잘난 체하고, 근본을 어기고 할 일은 버리고서 태만하게 편안히 지내며, 먹고 마시기를 탐하면서 일을 하는 것은 게으르다. 그래서 굶주림과 헐벗음에 빠지고 얼어 죽거나 굶어 죽을 위험에 놓여 있으면서도 이를 벗어날 수가 없다.  - P. 18

유가는 예악을 중시해 당연히 복장이나 형식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묵자는 하는 일을 중시해 형식주의를 배척한다. 따라서 군자가 되고 안 됨에 있어 복장이나 언어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뚜렷한 근거도 없는 유가의 형식주의를 비판한 것이다.  - P. 19

이상에서 묵자는 유가의 공리적인 면이 부족함을 지적한다. 그리고 유가가 도덕적인 예와 악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반면, 경험적인 지식은 경시하는 태도, 즉 이지적 태도의 결핍을 지적하고 비판한다. 또 유가는 이상을 설정해놓기는 했지만 그 이상에 접근하는 방법에는 비교적 소홀하다는 것이다. 정리하면, 묵자는 이지적이고 진보적인 실용주의 원칙에 입각해 유가를 비판한 것이라 볼 수 있다.  - P. 21

순자가 묵자의 사상을 '실용이 으뜸'이라 불렀고, 후스는 '실리주의'라 말했고, 중국의 현대철학자 '펑유란'은 '공리주의 : 실제 감각할 수 있고 얻을 수 있는 사물을 도덕 가치로 인정하며, 아울러 그것을 생활목적으로 하는 학설'라 말했다고 한다. 그만큼 묵자의 사상은 실용적인 면을 강조하고 있다. 한 예로, 당시 통치자들과 귀족들 사이에서 행해지던 장례절차를 비판하며 검약을 주장했고, 끊임없는 전쟁으로 경제사정이 어려움에도 사치와 낭비를 일삼는 통치자들을 비판하며 절약을 강조했다. 모두 쓸데없는 비용을 모두 다른 이들을 위해 사용케 하려는 의미가 있었지만, 이 주장 역시 쉬이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묵자는 꿋꿋하게 자신의 사상을 전파하려 노력했고, 그 자신도 발벗고 나서 죽을 때까지 다른 이를 위한 삶을 살았다. 그의 '사람에 대한 사랑'은 놀랍고 존경스러웠다. 오랜 빛을 받지 못했다가 최근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그의 사상 '겸애'가 사람들에게 많은 깨달음을 전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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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신화 - 바이킹의 신들 현대지성 클래식 5
케빈 크로슬리-홀런드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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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궁금했던 북유럽 신화. 그리스 신화는 참 자주 접하면서 신기하게 북유럽 신화는 잘 접해지지 않았었다. (북유럽보다 그리스 신화를 더 자주 접하는건 사실이나.. 띄엄띄엄 내용을 알 뿐.. 머릿속에 정리가 되어 있지는 않다는게 진실;;) 그런데 최근 어벤져스 등 히어로물 영화들 덕분인지 북유럽 신화와 관련된 책들이 출간되었다. 반갑고 또 궁금한 마음에 책을 읽게 되었다. 그런데.. 정말 신기. 내가 알고 있는 히어로들이 등장해서 읽는 재미가 솔솔하다. 히어로들 말고는 이름들이 낯설고 어려웠지만, 그들의 탄생과 관계, 배경등을 좀더 자세히 알 수 있어서 덕분에 영화를 보면서 기본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던 부분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영화와 신화의 내용이 같은건 아니지만. 어쨌든 그들의 탄생이 어땠고, 관계가 어땠는지를 알게되니 그것 자체로 흥미진진했다.

그런데.. 이야기를 읽는 동안 한번씩 '이게 뭐야?!'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다. 이야기가 매끄럽지 않다고 해야하나? 예를들어.. 해임달의 이야기에서 그는 아스가르드(에시르 신들 혹은 전사 신들의 영역)에서 미드가르드(인간들이 살고 있는 중간세상)로 여행을 떠난다. 여행 도중 아이와 에다, 아피와 암마, 파티르와 모티르 부부가 살고 있는 집에 사흘씩 머물게 된다. 해임달이 떠나고 9달이 흐르면 각 집에는 아들이 한명씩 태어난다. 아이와 에다의 아들은 트랄, 아피와 암마의 아들은 카를, 파티르와 모티르의 아들은 얄. 세 아이는 정성해 결혼을 하는데.... 자식들을 어마어마하게 많이 낳는다. 20명 가까이..;; 이후 아이와 에다의 후손들로부터 농노 종족이, 아피와 암마의 후손들로부터 자유 농민 종족이 생겨났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끄덕끄덕. (책에서는 '위대한 할아버지' 아이, '위대한 할머니' 에다라고 해서 처음엔 두 사람이 노부부인줄 알았다. =-=;; 아이를 낳고 키운걸 보면 노부부가 아닌게지; 헛갈리게시리!!) 마지막 얄에서 급 황당해진다. 얄이 성장하자 해임달이 뜬금없이 나타나 그에게 자신의 아들이라고 말한다. 아들은 어쩐지 자신이 특별하다 생각했었고, 이후 나고 자란 부모집을 떠나 자신만의 부와 신하를 거느리게 된다. 마찬가지로 얄도 결혼을 해서 많은 자식을 낳는데 그 중 막내 아들 콘이 얄의 대를 잇는 인물이 된다. 그런데... 여기서 이야기가 끊겨버린다. 본래 이야기 사본도 여기서 끝나버린단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불완전한 이야기라 했다.

암튼 내가 말하고 싶은건 중간중간 뜬금없이, 어떤 계기나 사건이 없이 갑작스레 사랑에 빠지고, 알고보니 누군가의 아들이고, 싸우는 등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옛날부터 전해오는 이야기니만큼 매끄럽지 않을 수 있고, 그러니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며 읽어야 했지만, 그럼에도 종종 당황스러운 느낌이 드는건 어쩔 수 없었다. 신들에 대해 새롭게 알게된 사실들은 매우 신선했다. 알고보니 신들은 이둔(여신)이 주는 황금사과를 먹으며 젊음을 유지했고, 오딘은 지혜를 얻기 위해 자신의 한쪽 눈을 희생한 거였다. 로키는 영화 속에서 느꼈던 사악한 느낌의 악당이라기보다 좀더 장난기가 심하고 철없이 혼날짓을 저지르지만 잔꾀가 남다른 좀 짜증스러운 신이었다. 그러니까 완전 사악한 악당이라기보다 쫌스럽고 잔챙이 같은 악당 느낌이랄까? 이런 로키지만 종종 꽤 쓸모는 있었다. 결국은 로키 본인이 저지른 장난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긴 하지만, 어쨌든 거기에 그의 꾀가 더해져 프레이르 신의 배 스키드블라드니르(완전 중무장한 모든 신을 다 태울 수 있을만큼의 큰 배로 돛을 세우기만 하면 순풍이 저절로 생겨 배가 앞으로 나아간다. 배를 쓰지 않을 때는 분리해 접으면 지갑에 너어서 가지고 다닐 수 있다.)와 황금 수퇘지 굴린부르스티(땅, 바다, 하늘 어디든 갈 수 있으며 그 어떤 말보다 빠르다. 또 어디든 한밤중이나 어두운 곳에서 황금 털이 자체적으로 빛나 빛난다.), 오딘의 창 궁니르(절대 과녁에서 빗나가는 법이 없는 창)와 황금 팔찌 드라우프니르(9일이 지날 때마다 똑같은 무게의 팔찌가 8개씩 생겨나는 신비한 물건), 토르의 묠니르(그 무엇으로도 부러뜨릴 수 없는 망치. 어디에든 쓸 수 있고 토르가 온 힘을 쏟아부어 쓸 수 있다.)가 탄생했기 때문이다.

내가 북유럽 신화를 더 흥미롭게 읽은 것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섬기는 신들이 자신들을 위험이나 재앙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그런 것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신화에는 인생의 무정함이나 불공정함에 대해 신랄한 감정이 전혀 드러나 있지 않으며 오히려 인생의 굴레에 그대로 따르는 영웅적인 정신을 엿볼 수 있다. 인류는 어차피 고단하게 살 운명을 지니고 태어나는 것이지만 용기와 모험심과 인생의 여러 가지 이적들은 감사해야 할 일들이며 삶이 우리에게 허용된 동안은 즐겨야 할 것들이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의연하게 맞설 수 있도록 해주는 것, 어려운 상황에서도 인간들을 지탱해 주는 행운, 죽음 이후에도 유일하게 살아남는 영예를 획득하는 기회 등이 바로 신들이 내려준 위대한 선물인 것이다. - 엘리스 데이비드슨(H.R.Ellis Davidson). P. 19>의 말 때문이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구원 혹은 위로를 받으려 하기 보다 인생 그대로를 받아들인다는 문장이 특히나 인상깊었다. 북유럽 신화는 바이킹으로부터 시작되었고, 그래서 신화에는 그들의 가치관이나 생활, 배경 등이 이야기 속에 녹아있었다. 북유럽 신화를 알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바이킹을 이해하는 것도 필요했던 거였다. 서론에서는 이러한 부분을 간략하게 설명해주고 있었다. 이 책은 서론부터 예사롭지 않았던 책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북유럽 신화였다.

 

[기브럭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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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 - 이익을 반대한 경세가 살림지식총서 455
장현근 지음 / 살림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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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만에 다시 집어든 살림지식총서. 이번에 읽은 책은 '맹자'다. 그간 '맹자왈 공자왈' 이러면서 '맹자'는 수없이 들어왔지만, 정작 그의 사상이나 이념등은 자세히 알지 못했다. 그냥 그런가보다 했을 뿐이랄까? 그랬던 내게 조금이나마 '맹자'를 알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살림지식총서 덕분에. 이 책에서는 현실경제와 사회문제를 고민하고 그 대안을 내놓은 경세가로서 맹자를 이야기 하고 있다. 그리고 맹자가 그토록 꿈꾸었던 세상은 내가, 수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세상일거라는 걸 알았다. 정치가들이 이익보다 사람을 우선으로 하는 정치를 펼치는 세상. 모두가 함께 행복을 누리며 살 수 있는 세상. 물론 지금과 같은 때엔 현실적으로 무척 실현 불가능한 정치임엔 틀림없다. 예전에도 그랬을테고. 하지만, 그의 사람들을 위하고 생각하고 걱정하는 마음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천하의 백성을 불쌍히 여기고 구제하려는 마음, 천하 한가운데 우뚝 서서 온 세상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마음이야말로 대인군자가 지키는 큰 부분이다. 인의예지가 그 마음에 뿌리를 내리고, 맑고 밝게 얼굴과 사지에 드러나 깨달음을 얻은 지도자가 대인군자다.  - P. 25

맹자가 생각하는 소인의 정치는 이익을 따지는 정책을 펼치는 경우다. 맹자는 벌금을 통해 질서를 잡으려는 정책, 세금을 많이 거두어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책, 돈벌이를 기본노선으로 삼는 행정, 이익으로 민심을 얻으려는 정책 등을 신랄하게 비난한다. 맹자는 이를 방심, 즉 인간만의 위대한 특성인 '마음'을 놓아버린 소인정치의 꼼수라고 부른다. ​ - P. 25

이익은 누구나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최고정치지도자가 되어 공공연하게 이익을 내세워서는 안 된다. 맹자가 내세운 사회가치의 중심은 '인의'다. 이익이 사회가치의 중심이 되면 상하 모두 이해타산의 대결장이 되지만, 인의가 사회가치의 중심이 되면 누구나 인의를 위해 노력하기 때문에 부모자식 간에 자애와 봉양이 중시되고, 군주신하 간에 예의와 충성이 중시되고, 어른아이 간에 우애와 공경이 중시되고, 부부 간에 각기 다른 역할이 중시되고, 친구 간에 신뢰와 믿음이 중시되는 건강한 세상이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맹자는 사회의 기본 조직이 원만하고 평화롭게 유지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 P. 34

맹자의 주장에 따르면 이해관계는 신하가 임금을 죽이고 자식이 부모를 죽이는 사건을 불러온다. 눈앞의 작은 이익 때문에 세상 전체의 질서가 허물어지는 것이다. 먼 미래를 보고 나라를 이끌어야 할 정치가들이 인의가 아닌 이익을 강조한다면 백성들 사이의 긴 싸움을 부추기는 꼴이다. 정치가인 군자는 인의의 큰마음, 즉 대체를 지키는 착한 본성을 발휘해 이익만 따지는 소인을 통제해야 할 것이다.  - P. 52

​이 책에서 강조되듯 여러번 반복되어 나온 이야기는 바로 맹자가 이익보다 인의를 더 중시했다는 말과 정치가들은 소인정치보다 대인정치를 해야한다는 이다. 바른 말이다. 하지만 왜 실현이 불가능한 걸까? 나는 정치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정치가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당선되기 전과 후의 태도가 너무 다른 그들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국민들을 대표해 국민들의 이익과 행복, 복지를 위해 애를 써야 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익만 쫓기 바쁘다. 맹자가 그토록 비난했다던 소인정치가 바로 우리의 정치다. 그래서 더 맹자의 대인정치에 대한 이야기가 눈에 들어왔다.

맹자의 주장대로 '인의'가 먼저인 세상이 된다면..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먼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고독사, 타인에 대한 무관심이 줄어들지 않을까?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와 지원이 더 강화되고, 현대인들이 갖고있는 피곤과 스트레스가 좀 줄어들어 인간관계가 좀더 활발해지지 않을까? 잔혹한 범죄들도 좀 줄어들지 않을까? 그저 막연하게 상상해볼 수 있을 뿐이지만, 이런 세상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맹자가 주장하는 정치는 그의 시대부터 지금까지 실현되지 못한, 실현될 수 없는 정치였다. 그럼에도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은, 그만큼 느끼는 것이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나는 그 무엇보다 정치가들이 맹자의 정치와 관련된 사상을 읽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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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질간질 여름이 좋아! - 별별마을 별난토끼 : 여름 단비어린이 무지개동화 2
미토 글.그림 / 단비어린이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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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어 만난 별별마을의 별난토끼 8마리의 이야기예요!!

1,2권이 동시에 출간되어서 연달아 토끼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이번책에도 첫번째 책처럼 두가지 이야기가 실려있어요.

워낙 예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라 두번째 책도 단숨에 읽어버렸답니다.

 

첫번째 이야기는 다 같이 모여서 놀다가 소나기를 만나면서 시작되요.

비를 피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 하다가 원칙이 덕분에 우산의 존재를 알게되요.

 

 

그래서 다같이 우산을 만들기로 합니다.

하지만 각자 떠올리는 상상 속 우산이 달랐어요.

그 때문에 각자 우산을 만들기 위해 떠올린 물건들이..

너무 제각각이었죠. 그럼에도 우산은 멋지게 완성이 됩니다.

그래서.. 이번엔 별로 반갑지 않던 비를 기다리게 되요.

모두 꼬박 비를 기다려보지만 도통 비가 올 기미가 안보이네요.

기껏 멋진 우산을 만들었는데 사용해볼 기회가 안생기니

재미가 없어요. 이 우산은 언제 사용하게 될까요?

8마리의 토끼친구들은 즐거움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두번째 이야기는 모기와 관련된 이야기였어요.

모기에게 물리는 건 누구나 싫은 일이것만,

8마리의 토끼들 중 걱정이라는 친구는 어떻게든

모기에게 물리고 싶어 합니다.

왜냐하면.. 친구들은 모두 물렸는데 자기만 물리지 않았거든요.

친구들과 똑같아지고 싶었던 걱정이는 이 때문에 우울합니다.

 

 

그런 걱정이를 친구들은 열심히 위로를 해주며

자신들이 어떻게 하다가 물렸는지 알려줍니다.

걱정이는 여러가지 방법으로 시도를 해보지만,

모기는 도통 걱정이를 물어주지 않네요.

친구들과 똑같은 간지러운 붉은점이 꼭 가지고 싶었던 걱정이!!

과연.. 걱정이는 소원대로 모기에게 물릴 수 있을까요?

두번째 책 역시도 이야기가 너무 사랑스러웠어요.

개성이 넘치는 토끼들을 연달아 만나니 어쩐지 이야기를 만든 작가 8명이

각자 닮은 토끼 캐릭터가 있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네요.

(이 책 시리즈는 동갑내기 작가들 모임인 미토에서 만들어진 거거든요.)

그래서 작가들이 만나면 어쩐지 딱 이 동화책 속 상황들과

비슷한 일들이 벌어져 재미날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어요.

미소가 절로 나오게 만드는 8마리의 토끼들과 동심으로 떠나본 시간은

마음 한켠이 따듯하면서도 미소가 절로 나와서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다음 시리즈들도 얼른얼른 출간되어서 만나보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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