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신화 - 바이킹의 신들 현대지성 클래식 5
케빈 크로슬리-홀런드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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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궁금했던 북유럽 신화. 그리스 신화는 참 자주 접하면서 신기하게 북유럽 신화는 잘 접해지지 않았었다. (북유럽보다 그리스 신화를 더 자주 접하는건 사실이나.. 띄엄띄엄 내용을 알 뿐.. 머릿속에 정리가 되어 있지는 않다는게 진실;;) 그런데 최근 어벤져스 등 히어로물 영화들 덕분인지 북유럽 신화와 관련된 책들이 출간되었다. 반갑고 또 궁금한 마음에 책을 읽게 되었다. 그런데.. 정말 신기. 내가 알고 있는 히어로들이 등장해서 읽는 재미가 솔솔하다. 히어로들 말고는 이름들이 낯설고 어려웠지만, 그들의 탄생과 관계, 배경등을 좀더 자세히 알 수 있어서 덕분에 영화를 보면서 기본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던 부분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영화와 신화의 내용이 같은건 아니지만. 어쨌든 그들의 탄생이 어땠고, 관계가 어땠는지를 알게되니 그것 자체로 흥미진진했다.

그런데.. 이야기를 읽는 동안 한번씩 '이게 뭐야?!'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다. 이야기가 매끄럽지 않다고 해야하나? 예를들어.. 해임달의 이야기에서 그는 아스가르드(에시르 신들 혹은 전사 신들의 영역)에서 미드가르드(인간들이 살고 있는 중간세상)로 여행을 떠난다. 여행 도중 아이와 에다, 아피와 암마, 파티르와 모티르 부부가 살고 있는 집에 사흘씩 머물게 된다. 해임달이 떠나고 9달이 흐르면 각 집에는 아들이 한명씩 태어난다. 아이와 에다의 아들은 트랄, 아피와 암마의 아들은 카를, 파티르와 모티르의 아들은 얄. 세 아이는 정성해 결혼을 하는데.... 자식들을 어마어마하게 많이 낳는다. 20명 가까이..;; 이후 아이와 에다의 후손들로부터 농노 종족이, 아피와 암마의 후손들로부터 자유 농민 종족이 생겨났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끄덕끄덕. (책에서는 '위대한 할아버지' 아이, '위대한 할머니' 에다라고 해서 처음엔 두 사람이 노부부인줄 알았다. =-=;; 아이를 낳고 키운걸 보면 노부부가 아닌게지; 헛갈리게시리!!) 마지막 얄에서 급 황당해진다. 얄이 성장하자 해임달이 뜬금없이 나타나 그에게 자신의 아들이라고 말한다. 아들은 어쩐지 자신이 특별하다 생각했었고, 이후 나고 자란 부모집을 떠나 자신만의 부와 신하를 거느리게 된다. 마찬가지로 얄도 결혼을 해서 많은 자식을 낳는데 그 중 막내 아들 콘이 얄의 대를 잇는 인물이 된다. 그런데... 여기서 이야기가 끊겨버린다. 본래 이야기 사본도 여기서 끝나버린단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불완전한 이야기라 했다.

암튼 내가 말하고 싶은건 중간중간 뜬금없이, 어떤 계기나 사건이 없이 갑작스레 사랑에 빠지고, 알고보니 누군가의 아들이고, 싸우는 등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옛날부터 전해오는 이야기니만큼 매끄럽지 않을 수 있고, 그러니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며 읽어야 했지만, 그럼에도 종종 당황스러운 느낌이 드는건 어쩔 수 없었다. 신들에 대해 새롭게 알게된 사실들은 매우 신선했다. 알고보니 신들은 이둔(여신)이 주는 황금사과를 먹으며 젊음을 유지했고, 오딘은 지혜를 얻기 위해 자신의 한쪽 눈을 희생한 거였다. 로키는 영화 속에서 느꼈던 사악한 느낌의 악당이라기보다 좀더 장난기가 심하고 철없이 혼날짓을 저지르지만 잔꾀가 남다른 좀 짜증스러운 신이었다. 그러니까 완전 사악한 악당이라기보다 쫌스럽고 잔챙이 같은 악당 느낌이랄까? 이런 로키지만 종종 꽤 쓸모는 있었다. 결국은 로키 본인이 저지른 장난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긴 하지만, 어쨌든 거기에 그의 꾀가 더해져 프레이르 신의 배 스키드블라드니르(완전 중무장한 모든 신을 다 태울 수 있을만큼의 큰 배로 돛을 세우기만 하면 순풍이 저절로 생겨 배가 앞으로 나아간다. 배를 쓰지 않을 때는 분리해 접으면 지갑에 너어서 가지고 다닐 수 있다.)와 황금 수퇘지 굴린부르스티(땅, 바다, 하늘 어디든 갈 수 있으며 그 어떤 말보다 빠르다. 또 어디든 한밤중이나 어두운 곳에서 황금 털이 자체적으로 빛나 빛난다.), 오딘의 창 궁니르(절대 과녁에서 빗나가는 법이 없는 창)와 황금 팔찌 드라우프니르(9일이 지날 때마다 똑같은 무게의 팔찌가 8개씩 생겨나는 신비한 물건), 토르의 묠니르(그 무엇으로도 부러뜨릴 수 없는 망치. 어디에든 쓸 수 있고 토르가 온 힘을 쏟아부어 쓸 수 있다.)가 탄생했기 때문이다.

내가 북유럽 신화를 더 흥미롭게 읽은 것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섬기는 신들이 자신들을 위험이나 재앙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그런 것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신화에는 인생의 무정함이나 불공정함에 대해 신랄한 감정이 전혀 드러나 있지 않으며 오히려 인생의 굴레에 그대로 따르는 영웅적인 정신을 엿볼 수 있다. 인류는 어차피 고단하게 살 운명을 지니고 태어나는 것이지만 용기와 모험심과 인생의 여러 가지 이적들은 감사해야 할 일들이며 삶이 우리에게 허용된 동안은 즐겨야 할 것들이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의연하게 맞설 수 있도록 해주는 것, 어려운 상황에서도 인간들을 지탱해 주는 행운, 죽음 이후에도 유일하게 살아남는 영예를 획득하는 기회 등이 바로 신들이 내려준 위대한 선물인 것이다. - 엘리스 데이비드슨(H.R.Ellis Davidson). P. 19>의 말 때문이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구원 혹은 위로를 받으려 하기 보다 인생 그대로를 받아들인다는 문장이 특히나 인상깊었다. 북유럽 신화는 바이킹으로부터 시작되었고, 그래서 신화에는 그들의 가치관이나 생활, 배경 등이 이야기 속에 녹아있었다. 북유럽 신화를 알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바이킹을 이해하는 것도 필요했던 거였다. 서론에서는 이러한 부분을 간략하게 설명해주고 있었다. 이 책은 서론부터 예사롭지 않았던 책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북유럽 신화였다.

 

[기브럭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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