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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수리 공장
이시이 도모히코 지음, 양지연 옮김 / 김영사 / 2020년 9월
평점 :

제목만 보고도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책소개를 보니 더더욱 읽어보고 싶어진 책이다.
어린이가 주인공이라 청소년들을 위한
소설책인가 했지만, 읽어보니 그렇지도 않았다.
남녀노소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읽어도
감동받을 수 있을, 따뜻한 이야기였다.

열 살 소녀 피피에게 유일한 친구였던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카이저 슈미트 공방의 장인으로
카를레온시에서 존경받는 인물이었다.
(그는 주로 고장 난 장난감이나 물건을 수리하는 장인이다.)
카를레온은 오래전부터 이어내려온 공업도시로,
장인들의 솜씨가 뛰어나 카를레온 수제품은
전 세계 누구나 인정할 만큼 명성이 자자했습니다. - P. 19
카를레온은 물건을 만드는 일 못지않게
고치는 일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 P. 20
할아버지는 오전 일을 마치면 마을 한가운데 있는
시계탑 광장으로 산책을 나가고는 했는데,
종종 피피도 함께 걷고는 했다.
광장에는 카를레온의 상징인 시계탑이 있는데,
정오가 되면 종소리가 온 마을에 울리고
문이 열리면서 자동인형이 나타나 행진을 한다.
그 모습을 오가던 모든 사람들이 바라보고는 했다.
그런 시계탑이 고장이 났고, 할아버지는
시계탑을 고치려고 했다.
하지만 물라노 카를레온 시장은 카를레온을 개혁해
새로운 도시로 탈바꿈 시키려고 하고 있었고,
그 첫걸음으로 시계탑을 철거하고자 한다.
이런 시기즈음 할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시고 말았다.
큰 충격에 빠진 피피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던 날의
기억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도 할아버지 공방을
찾아갔던 피피는 우연히 그곳에서 '즈키'라는 인물을 만나
추억 수리 공장이라 불리는 '아시토카 공작소'에 가게 된다.
알고보니 할아버지가 이곳의 일을 했다고 했다.
할아버지와의 추억이 담긴 양철로봇 프리츠가
친구들의 장난으로 심하게 고장나 고치고 싶었던
피피는 아시토카 공작소에서 일을 하면서
고치는 방법을 배우기로 한다.
어차피 할아버지와 같은 장인이 되고자 했던 피피였기에
흔쾌히 이곳에서의 일을 받아들였다.

"저쪽 세계의 추억은 이쪽 세계로 운반되어 오지.
추억이라는 것은 꼭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란다.
오히려 상처 입은 추억이 훨씬 많은 법이지.
이쪽 세계에선 상처받은 추억을 수리한단다.
며칠 만에 끝나기도 하지만 때론 몇 달, 몇 년이
걸리기도 하지. 지사마와 장인들이 고쳐 놓은
추억은 다시 저쪽 세계로 보내진단다." - P. 158
"그렇구나. 피피처럼 추억의 주인이 직접 찾아오는
일은 요즘엔 거의 없단다. 옛날에는 저쪽 세계와
이쪽 세계 사람들이 자유롭게 오갔는데 말이다."
"저쪽 세계 사람들이 왜 이쪽 세계에 오지 않게 됐나요?"
"네 할아버지 같은 사람이 점점 줄어들었기 때문이지.
이를테면 저쪽 세계에선 물건이 부서지면 지금은 어떻게 하니?"
피피의 머릿속에 최신 게임기를 들고 웃는 리나와
친구들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새것을 사요."
"그렇지. 새로운 물건을 손에 넣으면 지금껏 소중히 여겼던
물건을 금세 잊고 말지. 계속 새로운 게 갖고 싶어지고."
"추억도 마찬가지라는 말인가요?"
"사람들이 과거를 돌아보는 일을 잊고 점점 더 새로운 것만
찾아 달려가고 있어. 그러는 사이 저쪽 세계 사람들은
이쪽 세계의 존재를 잊게 된단다." - P. 159
"추억이 꼭 뚜렷한 모습을 띠고 있는 건 아니란다.
이쪽 세계 장인들이 열심히 일하는 만큼
저쪽 세계 사람들의 마음도 풍요로워지지.
저쪽 세계 사람들이 추억을 소중이 여기면
이쪽 세계도 활기를 띠고 말이야.
그런데 요즘 그런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는구나." - P. 161
피피가 열심히 적응하며 일을 배우고 있는 동안,
현실에서는 메모리체인이라는 회사의 요원들이
검은 양복을 입고 나타나 시장에게 도시 개혁 방안을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조건을 던지며 제시한다.
안그래도 생각대로 되지 않는 개혁에
골치가 아팠던 시장은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만다.

메모리체인의 의문의 남자들이 양쪽 세계의 균형을
깨뜨리기 위한 계략을 실행하기 시작하자
추억 수리 공장이 있는 저쪽 세계의 존재 자체가
위험해 지고 만다. 이를 막을 방법은 단 하나!
피피가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날의 기억을 찾는 것!!
그래서 할아버지가 마지막으로 고치려고 했던
물건이 무엇인지를 기억해 내는 것이다.
하지만 피피의 기억은 시간이 흘러도 돌아오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기억이 돌아오는 걸까..!
한편, 카를레온시는 개혁에 대한 준비를 하면서부터
사람들은 웃음을 잃고 전보다 더 여유를 잃어버렸다.
아이들 역시 끊임없는 공부와 경쟁에 시달려야 했다.

읽는 내내 찡한 감동과 따뜻함에 젖어들었다.
너무 예쁜 이야기라 가독성은 더할나위 없이 좋았다.
마지막 즈음엔 눈물도 찔끔 나올만큼 감동이었다.
요즘은 정말로 물건을 쉽게 가지고 쉽게 바꾼다.
애착보다 자기만족에 집중한다.
그렇다보니 많은 물건들이 버려지고
그만큼 쓰레기가 만들어진다.
결국 환경문제까지 일으키는 셈이다.
나 역시 손쉬운 방법을 선택하고는 했었다.
참 반성하게 만드는 이야기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