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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한국사 - 진실을 쫓는 역사 독립군 배기성의
배기성 지음 / 블랙피쉬 / 2024년 8월
평점 :
역사는 팩트라는 말은 기득권의 거짓말이다. 역사는 하나의 거대한 소설이자, 거짓말이다.
역사는 가감 없이 쓰여야 한다는 말 또한 거짓말이다. 역사의 기록은 승자의 기록이다. 승자들은 그들의 영광된 승리의 기록은 최대한 많이 그리고 최대한 영광스럽게 묘사한다. 반면 패자들은 기록은 최소화하거나 아예 없애 버린다. 그리고 권력 계층들은 기록 속에 자신들의 행동은 뭐든지 정당화하고 고도로 합리화한다. 따라서 진정한 역사학자란 기록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기록을 토대로 하되 끊임없이 그 기록의 진실성을 의심해서, 기록 뒤편에 있는 진정한 진실을 찾아 움직여야 한다.
배기성 저자는 서울대학교 국사학을 전공했고, 동 대학교 대학원에서 근현대사를 전공했다.
그는 한국의 역사적 사건들과 인물들을 보다 비판적이고 다층적인 시각에서 해석하는 데 중점을 두고 글을 써왔다. 전통적인 역사 서술의 틀에서 벗어나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 속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들을 파헤치며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그가 이번에 쓴 '불편한 한국사'는 한국사의 중요한 사건과 인물들을 비판적으로 재조명하며, 민족주의적 서술에 갇히지 않고 보다 객관적인 관점에서 역사적 사실을 풀어냈다. <대장금>과 같은 역사 스토리 42꼭지를 들려 주고 있는데, 우리가 흔히 배워 왔던 한국사 속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역사적 사건과 인물들이 얼마나 다각도로 해석될 수 있는지를 제시한다.
그리고 이 책은 특히 한국사의 민족주의적 서술에 대해 비판적이다.
대체로 우리는 우리 민족을 영웅화하고 외세의 침략을 극복한 이야기에 집중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서술이 역사적 사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때로는 중요한 진실을 숨기거나 왜곡한다고 지적한다. 역사 속 인물들의 복잡한 정치적, 사회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으면 역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독립운동가들을 모두 영웅으로 그리지만, 그들의 활동에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기도 했고, 때로는 서로의 이익을 위해 협력하기도 했던 이면이 있다. 이게 어쩌면 배기성이 말하는 ‘불편한 진실’의 핵심이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책에서 다루는 여러 사건들이 현대 한국 사회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역사는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저자는 한국사의 주요 사건들이 현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그 영향이 어떻게 남아 있는지를 분석하면서 우리가 과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던져준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한국사의 '영웅'들이 실은 얼마나 인간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었는지에 대한 서술 부분이다. 흔히 교과서에서는 역사적 인물들을 미화하거나 신격화하는 경향이 있지만, 저자는 그들이 저지른 실수나 정치적 선택이 반드시 옳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세종대왕 같은 인물이 과연 무결점의 군주였는가? 혹은 그가 당대의 정치적 상황에서 선택한 정책들이 모두 오늘날 기준에서 볼 때도 옳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런 질문들은 우리가 역사 속 인물들을 보다 인간적으로 바라보게 만들고 역사가 단순한 찬양의 대상이 아님을 깨닫게 해준다.
책을 읽다 보니 학창시절, 교과서에 실린 역사적 기록들이 모두 진실이라고만 믿고 있었던 것이, 사실은 굉장히 좁은 시각으로 역사를 접했다는 걸 느끼게 해줬다. ‘불편한 한국사’는 이런 편견과 선입견에서 벗어나 보다 넓은 시각으로 역사를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역사를 새롭게 해석하고 그 안에서 우리가 놓쳤던 진실을 찾는 과정이 한켠으로 불편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굉장히 가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한국사가 단순히 승리의 역사나 패배의 역사로만 나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 국가의 역사는 승리와 패배, 영광과 치욕, 그리고 그 중간 어딘가에 존재하는 복잡한 감정과 현실이 얽혀 있다. 이 복잡함을 인정하고 이를 직시하는 게 진정한 역사 이해의 출발점이다.
이 책은 단순히 지식 전달에 그치지 않고,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가 정말 전부일까?"라는 물음은 우리를 보다 깊이 있는 역사 탐구로 이끈다.
그리고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역사 속 진실을 마주할 용기가 필요하다.
한마디로 '불편한 한국사'는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였던 역사적 서술에 대한 도전을 던지는 책이다. 기존의 역사책들과는 달리 저자는 보다 비판적이고 다층적인 시각에서 역사를 바라볼 것을 요구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읽기 조금 힘들 수 있지만, 한 번 빠져들면 한국사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 책은 역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나 역사의 이면을 들여다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이 책을 통해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을 넓혀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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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피쉬'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선조 15년(1582년) 9월 1일의 위 문헌에 기록된 소위 ‘정병 10만의 양병설’은 과연 진실일까? 서인 사계 김장생에 의해 인조반정 이후에 편찬이 시작되어, 효종 대에 끝을 본 <선조수정실록>에 나오는 이 이야기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사실이다. 율곡 이이는 진짜로 정병 10만을 양성하고자 했다. 다만 서인의 동인 때리기, 즉 서인 김장생이 동인 유성룡을 정치적으로 비판하기 위하여 유성룡이 율곡 이이의 10만 양병설에 부정적이었다고 썼을 뿐이다.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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