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기묘한 미술관 - 하나의 그림이 열어주는 미스터리의 문 기묘한 미술관
진병관 지음 / 빅피시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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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병관 저자가 쓴 ‘더 기묘한 미술관‘은 기존 미술 서적에서 보기 힘들었던 화가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숨은 화가들의 인생 스토리를 통해 그들의 작품이 담고 있는 사회적, 정치적, 철학적 배경을 설명 하고 있다. 이는 그들의 작품이 시대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그것이 당시 사회의 논쟁거리나 문화적 이슈와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이해하게 만든다.

 

‘더 기묘한 미술관’은 다른 미술 서적과 달리 작품이 가진 '불편함'의 본질에 집중한다. 대다수의 미술 서적은 작품의 아름다움과 기술적 완성도를 강조하는 반면 이 책은 작품 이면에 숨겨진 '기묘함'과 '불편함'을 내세우고 있다. 이런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힘들거나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화가의 인생이나 그가 활동한 시대적 배경을 알게 되면 작품을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되고, 기존의 편견을 깨뜨리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작품의 ‘불편함’을 담고 있는 대표적인 예로, 제임스 앙소르의 <예수의 브뤼셀 입성, 1888년, 폴 게티 미술관>이 있다. 앙소르가 당대 사회와 인간 본성의 위선을 신랄하게 풍자한 대표작이다. 예수가 19세기 말 브뤼셀에 입성하는 모습을 그린 이 작품은, 실제로는 예수의 입성을 환영하는 축제 분위기를 담고 있지만, 작품 속 인물들은 가면을 쓰고 각자의 욕망과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듯하다. 이 가면들은 당시 벨기에 사회가 가식과 위선으로 가득 차 있음을 상징하며 앙소르는 이를 매우 기괴하고 불편한 방식으로 표현했다. 관람자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 본연의 위선과 사회적 부조리에 대한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또한, 예수라는 종교적 인물을 그려낸 방식도 기존의 경건함과 거리가 멀어 많은 사람들에게 도발적으로 느껴지게 하고 이는 당시 미술계에서 앙소르를 더욱 고립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또 다른 작품으로, 에곤 쉴레의 <이중 자화상, 1915년, 개인 소장>을 들 수 있다. 쉴레는 자신의 몸을 왜곡된 형태로 그려내며 인간 존재의 불안과 고통, 그리고 죽음을 향한 두려움을 표현했다. 그의 작품은 지나치게 솔직하고 노골적이어서 당시 대중에게는 불편함을 넘어 혐오감까지 자아냈다. 쉴레의 자화상은 단순한 신체적 왜곡이 아니라, 그가 느낀 사회적 억압과 내면의 갈등을 그대로 투영했다. 그의 작품을 마주하는 관람자는 그 어두운 감정과 불안 속에 빠져들며 자신의 내면에 잠재된 고통이나 두려움과 마주하게 된다. 이는 미학적 쾌락을 추구하는 예술이 아니라 보는 이로 하여금 심리적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작품의 대표적 예로 볼 수 있다.

이처럼 기묘하고 불편한 작품들이 어떻게 예술의 경계를 넓혀왔는지 그리고 그러한 작품들이 어떤 방식으로 사회를 비추고 반영했는지를 차근차근 설명한다. 특히 미술이 가진 '도전'의 역할, 즉 예술가들이 당대의 규범에 맞서고 그 경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본능을 통해 작품의 진정한 가치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이 책의 또 다른 큰 매력은 미술 작품 뒤에 숨겨진 인간의 이야기를 조명하는 데 있다. 그림은 그린 사람의 의도와 감정, 시대적 맥락 속에서 새롭게 해석된다. 저자는 이러한 해석을 통해 작가의 내면과 작품이 탄생한 배경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게 한다. 결국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 과정에서 독자는 미술을 통해 자신만의 답을 찾고 더 나아가 그 질문들이 결국 자신에게 던져지는 것임을 자각하게 만든다. 우리는 예술을 통해 우리가 얻는 불편한 감정들, 혼란, 심지어 거부감마저도 중요한 감상 요소로 다룬다. 이는 미술 작품을 더 깊이 있게 감상하게 만들며 어렵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에서 벗어나도록 이끈다.


진병관 저자의 ‘더 기묘한 미술관’은 미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작품이 지닌 깊이와 의미를 재고하게 만든다. 이 책은 예술은 단지 아름다움을 위한 것이 아니며 때로는 우리를 불편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다. 평소 미술에 관심이 있거나, 숨은 화가들의 작품을 감상 하고픈 사람들에게 읽혀지면 좋은 책인 것 같다. 미술의 화려함이 아닌 그 이면의 불편한 감정과 시대적 배경까지 담아낸 작품을 감상하면서 다양성을 느껴보자.


'빅피시'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앙소르는 사람은 누구나 일종의 가면을 쓰고 있다고 생각했다. 가면은 익명성을 갖게 한다. 가면 뒤에 숨어버린 누군가는 내면에 감춰두었던 잔혹함을 쉽게 드러낸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가면 행진은 인간의 내면에 담긴 속마음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는 진실한 순간일지 모른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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