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 우리 시에 비친 현대 철학의 풍경
강신주 지음 / 동녘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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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도 아니고 시도 아니고 철학적 시 읽기라니. 그리고 즐겁다고? 처음 책을 읽을 때는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목차를 보는 순간 호기심이 발동했다. '정말 재미있겠는데?'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이 책은 정말 재미있게 잘 읽힌다. 철학자와 시인이 다른 글로 같은 주제를 이야기 한다. 시인은 시로써 철학자는 자신의 철학적 이론을 펼치면 우리를 생각지고 못한 낯선 지식의 세계로 이끈다. 이 낯설게 하기의 즐거움을 아는 순간 인생의 재미가 하나 더해진다. 현대인이 돈이 생기면 가장 하고 싶어하는 것이 여행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낯설지만 흥미로운 도시로 시인 한명, 그리고 철학자 한명과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 든다. 더군다나 철학자는 대부분 외국인이다. 더욱더 낯설어 진다. 하지만 즐거움을 더 커진다. 한편으로 슬픈 일이기도 하다. 외국의 철학자들에게 여행 안내를 받는다는 사실이 말이다.

얼마전 읽은 김연수의 산문집 <여행할 권리>에서 작가는 왜 이상이 도쿄에 가서 죽었는지 의문을 풀고 싶어 이상이 머물던 곳을 찾아간다. 하지만 글을 다 읽어도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작가가 해답을 찾았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런데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18장에 나오는 '리오타르와 이상'은 확실하게 말한다. 속이 다 시원할 정도로.
"이상이 동경으로 가고 싶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곳은 식민지 본국의 중심, 즉 산업 자본주의의 메카라고 상상되었던 곳이니까요."
식민시대였지만 대표적인 모던보이였던 이상은 새로움에 대한 강박증을 가지고 있었다. 도쿄에 간 이상은 이내 실망을 하고 다시 파리 혹은 뉴욕을 꿈꾼다. 비록 이루어지지는 못했지만.
예전에는 시를 자주 접하지도 좋아하지도 않았는데 이 책을 읽고 시에 한 발 더 다가선 기분이다. 시가 이토록 철학과 밀월관계였다니. 멕시코의 시인 "옥타비오 빠스"로부터 "옥탑 위의 빤스"로 이행하는 시인의 연상이 신선하다. 조정래 선생의 말대로 시인은 특별하다. 10년도 더 지난 최영미 시인의 <서른, 잔치가 끝났다>가 아직도 베스트셀러라는 점은 시인의 성찰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준다. 도대체 시인들의 이런 통찰과 성찰은 어떻게 길러진 것일까? 타고나는 것일까? 새삼 감탄하며 부러움을 느낀다.
부러워만 할 때가 아니다. 특별한 이 책 덕분에 철학과 시에 대해 더 알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이 한가지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오랫만에 내 인생에 훈풍을 날려줄 책을 만났다. 봄이 오는가 했더니 손님이 갑자기 온 듯하다. 철학과 시를 더 친숙하게 해준 귀한 손님이다.
▷ 마음에 드는 구절
P.14 예술이란 "일상적인 삶과는 반대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하는 것
P.14 철학은 "삶을 낯설게 만드는 기술"
P.15 우리가 시집과 철학책을 멀리 하는 진정한 이유는 시나 철학에서 자신의 일상적 삶을 동요시키는 듯한 불쾌감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결국 시나 철학이 난해하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비트겐슈타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해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P.40 동양에서는 이미 오래 저부터 초월적인 절대자를 따로 설정하지 않았고, 오히려 내 자신이 스스로 절대자일 수 있다는 내재적 종교 형태를 발전시켜 왔기 때문입니다.
P.47 사실 기형도가 대단했던 이유는 이런 절망 속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절망 상태를 철저희 응시했으며, 그것을 시로 표현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P.54 동일한 언어라도 사용되는 맥락이 천차만별이라는 것, 그래서 한 가지 의미만을 고집한다면 우리 삶에는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P.60 비트겐슈타인은 우리의 삶에서 안개와 구름의 역할을 하는 것이 언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다. "말할 수 없는 것은 침묵해야만 한다"는 유명한 그의 명제도 바로 이런 발상에서 나왔다.
P.78 아렌트가 생각하기에 사유란 '타자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무사유란 타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려는 시도 자체를 하지 않은다'는 것을 말하지요.
P.104 멕시코의 시인 "옥타비오 빠스"로부터 "옥탑 위의 빤스"로 이행하는 시인의 연상
P.110 바타이유의 생각은 '금지된 것은 인간에게 강력한 욕망을 부여한다'는 통찰을 전제로 전개됩니다.
P.118 가장 동물적인 것이어서 심지어 비천한 주제라고 폄하되었던 주제, 즉 에로티즘을 인간성의 핵심으로까지 격상시킨 것만으로 바타이유는 위대한 철학자라고 할 수 있다.
P.128 벤야민은 문화와 같은 상부구조가 나름대로의 고유한 독자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비록 경제가 문화를 결정할 수도 있지만, 경제가 표현되는 문법과 문화가 표현되는 문법 사이에는 일정한 차이가 있다고 본 것이지요.
P.131 벤야민의 아케이드에 주목했던 이유는 아케이드가 뒷날 유하가 보았던 압구정동 현대백화점과 같은 모든 백화점들의 원형이 될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P.135 자본주의 논리에 철저히 복종해야겠다는 의지를 훈육하는 공간이 바로 백화점이란 것을 벤야민은 누구보다도 빠르고 예민하게 포학해 낸 것이지요
P.142 내가 보기에 어떤 사람이 다르거나 낯설어 보일 때 우리는 그 사람을 타자라고 부른다.
P.143 아마도 매력적인 사람을 만나 사랑의 감정을 느낄 대 우리는 타자를 가장 강하게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사랑의 신비는 우리가 처음 만난 사람을, 그 사람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는데도 사랑하게 된다는 사실에서 드러납니다.
P.153 타자 혹은 타자적인 사건과 마주치는 경험은 우리에게 다람쥐 쳇바퀴처럼 흘러가던 시간을 와해시키면서 전혀 다른 성격의 시간을 열어 놓기 때문이지요.
P.176 오직 예술가만이 새로운 창조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모든 문학작품이 그런 것처럼, 누구나 쉽게 이 책을 읽을 수 있지만, 모든 사람이 이 책(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을 통해 니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맛볼 수는 없다
P.209 인간이 고독한 독백의 세계를 벗어나서 불안하지만 풍요로운 대화의 세계로 뛰어드는 존재라는 사실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 바로 사랑이란 감정입니다
P.220 <꽃>은 고독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인간의 원초적 열망을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 시
P.233 1948년부터 시작되어 거의 50년간 집여하게 의미와 무의미 사이에서 돌파구를 찾으려고 했던 김춘수의 고뇌는 경이에 가깝다.
P.255 당시 최영미의 등장이 중요했던 이유는 그녀가 1980년대 운동의 시대를 뒤로 하고 자신이 느꼈던 사랑과 욕망의 느낌을 진솔하게 드러냈기 때문
P.256 사르트르의 '무'는 인간에게는 미리 주어진 본질이 없다는 것과, 그래서 인간은 스스로의 본질을 만드는 존재라는 점을 의미합니다.
P.264 자신의 육체적 느낌이 몸으로 고스란히 표현되는 순간, 타자의 육체는 이제 살로 변한다는 것이 사르트르의 생각이지요. 최소한 이 순간만큼 타자는 나, 혹은 나의 손길에만 집중할 것이고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는 수동적인 상황에 빠지겠지요.
P.267 흥미로운 것은 아직도 최영미 시인의 이 시집이 베스트셀러라는 점이다. 바로 이 점이 중요하다. 그녀의 시는 우리 여성의 삶을 보편적으로 성찰하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 주고 있으니까 말이다.
P.274 아도르노의 결론에 따르면 '아우슈비츠'는 광기나 비정상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인간이 그렇게도 자랑스럽게 여겼던 '이성' 혹은 '합리성' 때문에 발생했ㄷ는 것입니다.
P.293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다면 육신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 타인들의 것이 되고 맙니다.
P.302 '현재'라는 것은 그 자체로 순수하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나 '미래'와 구분되면서 비로소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이지요.
P.327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간결한 압축미를 자랑하는 것이 시라지만, 짧아도 너무 짧은 시입니다.
P.339 스피노자의 위대함은 그가 우리에게 몸의 중요성을 가르쳐주었다는 데 있다.
P.346 당시는 암울했던 일제 시대이니까 이상도 주권을 빼앗긴 조선인으로서 울분과 회한을 가진 삶을 영위했다고 추측할 수 있겠지만, 그의 실제 삶은 그런 모습과는 한참 거리가 멀었습니다. 이상은 백화점을 중심으로 해서 펼쳐진 경성의 화려한 소비 문화에 흠뻑 빠져 있던 모던보이였으니까요. 다시 말해 그의 삶이 지행했던 것은 민족도, 독립도 아니었고, 단지 모던한 삶이었을 뿐이라는 말입니다.
P.350 '모던'이란 말은 특정 시대만을 가리키는 특수한 용어가 아니라, 자심의 삶이 과거보다 새로울 때 언제든지 다시 사용할 수 있는 개념이라고 보아야겠지요.
P.351 19세기 서양 근대 사회를 상징하는 것은 파리라는 도시와 보들레르라는 시인이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경우 근대 사회를 상징하는 것은 경성이란 도시와 이상이란 시인이었지요.
P.352 쉽게 말해서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소비자가 가진 기존의 상품을 낡은 것으로 만들면서, 산업 자본은 소비자들이 새로운 상품을 구매하도록 유혹하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P.353 '포스트모던'이란 말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단어는 '모던'이 아니라 '포스트'라고 할 수 있지요. 자신마저 낡은 것으로 뒤로 보낼 수 있어야만 '새로움'은 진정으로 새로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P.355 이상이 자신의 권태를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는 결국 미쓰코시 백화점밖에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P.356 이상이 동경으로 가고 싶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곳은 식민지 본국의 중심, 즉 산업 자본주의의 메카라고 상상되었던 곳이니까요
P.377 '당신이 곁에 있어도 당신이 항상 그리운 것'이 사랑의 핵심
P.383 "승용차가 강물에 추락하면 상수원이 오염됩니다. 그러니 서행하시기 바랍니다."
P.384 <팔당대교 이야기>는 개인의 소중한 생명도 효율이란 논리로 무화시키는 현대 사회의 단면, 다시 말해 개인을 그 질적인 고유성이 아니라 양적인 존재로 사유하는 세태에 대한 풍자
P.404 우리가 몸담고 있는 한반도의 도시는 100여 년 전까지는 중국 사유가, 그리고 100년 전부터는 서양 사유가 전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공간입니다.
P.413 "하루 종일 두드렸는데도 클릭 한 번 잘못 하면 도로아미타불! 하루 종일도 아니고 30분쯤 씨앗을 뿌리면 어김없이 싹이 튼다." - 김준태
P.415 들뢰즈의 표현을 빌리자면 대도시, 자본주의, 대의제는 우리 삶 깊이 하나의 주름으로 각인되어 버린 것입니다.
P.416 낯섦이란 이렇게 타자에 대한 것에서 시작되지만, 그것은 사실 자기 자신에 대한 낯섦으로 전환되는 것
P.419 기쁨과 자유, 이것이랴말로 철학과 시를 포함한 모든 인문학의 궁극적인 꿈이자 인문학이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P.420 젊은 시절 그렇게 난해해 보이기만 하던 시집들이 너무도 잘 읽히는 것이 마냥 신기하기만 합니다. 철학이란 학문이 인문학의 자식이라는 말이 맞기는 맞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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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효의 글쓰기 만보 - 일기 쓰기부터 소설 쓰기까지 단어에서 문체까지
안정효 지음 / 모멘토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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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화제가 된 소설가가 두명 있다. 소설 한 편으로 한 해에 문학상 셋을 휩쓴 정영문과 글쓰기 위해 결혼과 취업을 포기하고 40년 간 아르바이트로 살다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구로다 나쓰코다. 정영문은 '어떤 작위의 세계'로 한무숙문학상, 동인문학상, 대산문학상을 받으며 주목을 받았다. 아쿠타가와상은 일본의 최고 권위 신인문학상이다. 구로다 나쓰코는 75세란 나이가 화제가 되었다. 역대 최고령 수상자로 보통 10대 후반에서 20대 신예 작가가 타는 신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두 작가, 공통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소설은 재미있어야 하고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생각한다. 그런데 정영문은 '소설은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통념을 거부한다. 무려 '어떤 작위의 세계'를 재미만 좇는 소설관에 복수하는 심정으로 썼다고 한다. 구로다도 인터뷰에서 자신의 소설에 대해 '메지지는 전혀 없다. 작품은 무언가를 전달하기 위한 게 아니라 만드는 사람으로부터 독립된 하나의 존재물을 장인처럼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 일갈한다. 이 두 작가는 평범하지 않다. 그래서 이런 자기만의 뚜렷한 작가관이 인정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소설을 처음 쓰려는 작가가 이들을 따라하면 안된다. 아무도 읽어 주지 않을 것이 뻔하다. 황새를 쫓아가려 하지 말고 기초부터 다지자. 그러기 위해서는 적어도 <글쓰기 만보>에 나오는 정도는 숙지해야 한다.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는 소설 쓰기에 관한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소설 한 편, 장편보다는 짧은 단편 한 편 써보고 싶다는 강렬한 유혹을 느끼게 된다. 작가의 말대로 단편이 장편보다 더 쓰기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처음 습작부터 장편은 무리다. 작가는 40년 이상 쌓은 소설쓰기, 글쓰리 노하우를 거침없이 쏟아낸다. 다양한 작가와 그들의 작품을 인용한 내용 전개는 지루할 틈을 주지 않으며, 적시에 사용된 적절한 예로 독자의 이해를 도와준다. 영어번역 전문가인 작가의 독특한 이력은 작가의 특별한 작가세계에 큰 영향를 끼쳤을 것이다. 영어 원서를 보고 그 내용을 인용한 것이기에 내용이 더 풍부하고 신뢰가 간다. 이 책에 나온 내용만 충분히 숙지하고 글쓰기에 잘 실천한다면 좋은 성과가 기대될 정도다.

 

 

가장 인상적인 내용은 소설의 첫 문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존 오하라의 장편 소설의 첫문장 '그가 웃었다'로 함축되는 이 교훈은 지나치게 자세한 설명은 도리어 독자가 상상할 여지를 없게 만들고 호기심 유발에 실패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책 제목에 대한 내용도 흥미롭다. 안정효 작가의 대표작 <하얀 전쟁>도 원래 제목이 아니라 미국에 출판되면서 지어진 제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내용도 미국측 편집자에 의해 상당부분 바뀌었다는 에피소드는 '편집자의 파워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작가의 글쓰기 자료 수집에 대한 팁도 아주 유용하다. 소설이나 실용문이나 영감을 받아 한달음에 쓰는 일은 정말 소설에나 있을 법한 일이라는 것을 새삼 확인했다. 어떤 주제나 컨셉이 잡히면 몇 년이고 자료를 모으고 숙성해야만 제대로된 글을 쓸 수 있다. 기성작가들의 창작론, 글쓰기 책은 많은 작가 지망생들에게 좋은 정보를 제공해 준다. 앞으로도 이런 책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 마음에 드는 구절
P.48 하나의 작품에서는 첫 장면, 특히 첫 문장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며, 그것은 단편소설의 기본적인 공식이기도 하다.
P.71 글쓰기는 모든 과정에서 일단 '영감'에 따라 초고를 만든 다음에는 냉정하게 구석구석 뜯어보고 검토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며, 제목 달기도 마찬가지이다.
P.109 수많은 단어를 계속해서 머리에 담아 넣고, 샘물을 퍼내서 마시듯 계속 퍼내야 한다. 샘물은 아무리 퍼내도 마르지 않고, 오히려 자꾸 퍼내야 물이 썩지 않고 맑아진다.
P.147 작품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의 성격과 심리를 그려내려면 이렇게 나쁜 쪽으로 잔머리를 굴리는 훈련도 게을리 하면 안 된다.
P.156 1인칭 화법이나 의식의 흐름처럼 주인공의 관점이 지배하는 소설이 아니라면 그래서 작가는 등장인물 가운데 어느 누구도 역성하거나 편을 들어서는 안 된다.
P.170 자전적 소설을 쓰려는 사람은 자신의 얘기를 타인의 눈으로 보고 3인칭으로 말하는 훈련을 쌓아야 한다.
P.198 도시형 방송극에서는 부르주아 계층의 신변잡기식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지만, 그들보다는 변두리 사람들이 보다 기름진 문학의 밑거름을 제공하고, 지식인보다는 푼수가, 중심자보다는 변방인의 훨씬 극적인 면모를 지닌다.
P.238 이런 실감을 작가가 확보하기 위한 가장 안전한 길을 자신이 쓴 글을 집필이나 퇴고 과정에서 소리 내어 읽는 방법이다. 특히 최고 과정에서는 까다로운 대화가 개성의 본질에 어울리도록 가다듬어야 한다.
P.244 따옴표는 타인이 사용한 어휘나 표현 또는 문장의 베끼기를 하면서 '인용한다'는 사실을 나타내기 위한 장치이지만, 때로는 시작적인 효과를 얻기 위해서도 자주 사람들이 사용한다.
P.252 세월이 흐르는 사이에 보다 광범위하게 모든 문학 작품의 '종결'이라는 뜻을 각제 된 '풀어내기'의 대가는 애거타 크리스티이겠다.
P.271 명동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나는 버스를 타고 기차를 쫓아가는 노박의 흥분감을 상상했고, 그녀가 쫓아오는 줄도 모르고 털사까지 가서 나중에 노박을 만나면 홀들이 얼마나 감격할지를 생각하니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P.278 작가이면서 창작법의 이론에도 일가견이 뛰어났던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표도르 도스또예프스끼에 대해서, "원칙을 너무나 몰라서 글쓰기를 그렇게 할 줄 모르면서도 인간을 엄청나게 감동시키는 작가"라고 말했는데. 무엇인가 한 면이 두드러지게 뛰어나면 사실상 다른 약점들은 잘 안 보이기 쉽다.
P.284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인생이 참으로 초라하다는 생각을 한다. 어쩌면 모두들 그렇게 비슷비슷하고 하찮은 삶을 살아왔는지, 왜 대부분의 인간은 "이것은 내 인생이오."라고 떳떳하게 내놓을 만큼 탐탐한 삶을 살지 못할까 마음이 아파진다.
P.288 "나는 무슨 일이 이루어지기를 진심으로 원했던 때가 전혀 기억에 없어. 난 무슨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미리 막아내느라고 애를 쓰면서 평생을 보냈으니까 말야."
P.296 영감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은 게으른 자의 핑계라고 나는 늘 생각해왔다. 준비를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면, 혹시 어떤 영감이 떠오른다고 해서 냉큼 그 순간 당장 글을 쓰기 시작하는 대신, 그 착상을 키우고 가꾸며 상당한 기간에 걸쳐 작품으로 만들려는 준비를 착실하게 계속해야 한다.
P.304 이렇듯 실존 인물이나 역사적인 사실을 작품의 필요성에 따라 가공하는 의도적인 왜곡 작업을 문학용어로 창작적 일탈이라고 한다.
P.307 어느 정도 작가로 이름이 알려지게 되면, 콩트나 수필 같은 조작글을 써달라는 청탁서가 여기저기서 많이 들어오는데. 바로 이런 때가 성공한 다음의 몸가짐과 작품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할 시기다. 성공의 단맛에 도취되고 흥분하여 아까운 정보를 부스러기로 낭비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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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라이터처럼 소통하라 - SNS 시대 공감과 설득의 글쓰기 가이드
소영미 지음 / 아이엠북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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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라이터! 듣기만 해도 멋진 직업을 가진 저자는 'SNS 글쓰기를 잘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한다는 컨셉을 내세웠다. 하지만 읽어보면 꼭 짧은 웹용 글쓰기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글쓰기 전반에 대해 저자의 노하우가 녹아 있어 긴 글이든 짧은 글이든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다. 특히 단락 중간에 있는 베껴쓰기는 이 책을 읽지만 말고 직접 글을 써보라고 조용히 일러준다. 베껴쓰기든 창작을 하든 결국 글이란 손으로 끄적이며 뭔가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다. 읽기만 해서는 좋은 글을 쓸 수 없다는 가르침이기도 하다.
글 잘 쓰는 여러 팁 중에 속담을 많이 알면 구체적인 표현이 가능하다는 대목이 있다. 다른 책에서도 글을 잘 쓰려면 속담 공부 해야 한다는 내용을 읽은 기억이 난다. 얼마전 TV 전파를 탔던 잡코리아 CF 카피를 보고 배를 잡고 웃었다. "밥만 먹으면 방전되는 그대는 대리인가 밧데리인가" 등 그 시리즈를 일부러 보려고 홈페이지까지 찾아갔다. 이 CF는 아이디어와 역설, 유머, 공감 면에서 단연 최고의 광고라 생각된다. 대중의 공감을 얻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카피라이터의 광고 카피나 SNS의 단문은 짧아도 얼마든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신문을 읽으면 논설위원들의 글이 있는데 짧지만 임팩트 있고 정갈하다. 수십년 쌓인 내공이 드러난다. 글은 길게 주절주절 쓰면 안된다. 요즘 사람들은 바쁘고 특히 한국 사람들은 성격이 급해서 긴 글을 금방 싫증을 내고 읽다고 포기한다. 한국에서 SNS가 인기를 끄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우리에게 무척 잘 맞는 소통 방식이다.
카피라이터와 SNS 사용자의 공통점은 무얼까. 짧지만 의미 있고 인상 깊은 글을 쓰고자 하는 바람아닐까. 잘 나가는 카피라이터의 카피 만큼만 소통에 사용한다면 100만 팔로어는 문제없을 것이다.
▷ 마음에 드는 구절
P.14 카피라이터는 단 한 줄의 카피를 쓰기에 앞서 항상 두 가지를 고민한다. 바로 '무엇을 말할 것인가'와 '어떻게 말할 것인가'다.
P.18 생활 속에서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말들이 나의 인격과 품위를 대신하는 것임을 명심하다. 이를 염두에 두면 단어 하나, 토씨 하나도 결코 가볍게 쓸 수 없다.
P.20 영국의 위대한 비평가이자 문학자인 페이터는 '스타일(문체)은 그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문체만 봐도 그 사람의 성향을 알 수 있다는 얘기다.
P.35 스토리텔링의 대가 스티븐 데닝은 <스토리텔링으로 성공하라>는 책을 통해 상대방이 나의 중요한 경험을 공감할 수 있으면 나의 정체성은 물론 행동방식까지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체성이란 어떤 존재가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성을 의미한다.
P.58 상대방이 내 글을 읽고 무엇인가를 하도록 만들고 싶다면 동사를 적극 활용해보자.
P.103 '쓰기의 소통'에서 눈높이는 그 어느 영역보다 중요하다. 몸짓, 손짓, 표정, 언어 등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수단 중 언어만으로 모든 것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P.114 상황이나 문맥에 따라 뜻이 분명하다고 판단될 때는 주어, 목적어, 보어, 서술어 등을 미련 없이 생략해도 좋다.
P.130 속담이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이 구체성 때문이다. 인류는 수천 년 동안 '속담'이라 불리는 문장을 전해왔는데,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진리를 구체적인 언어로 표현했다.
P.137 라임이란 문학에서 운이라고 하는데 비슷한 소리를 구칙적으로 반복하는 것이다.
P.157 익숙한 말을 간단하게 바꿔치기하는 것만으로도 재치와 감각이 살아난다. 말의 일부를 바꾸는 것인 만큼 언어의 순발력이 필요하다.
P.173 <모나리자 신드롬>이라는 책ㅇ서 모나리자의 미소는 불쾌감을 자아낸다고 말했다. 여성들이 자포자기했을 때 입가에 짓는 미소라는 것이다. 모나리자의 신비한 미소가 우울증환자의 미소라는 주장은 정말 충격적이다.
P.181 틀을 깨고 상식을 뒤엎는 강력한 한마디를 던지려면 남이 만들어 놓은 기준을 따라가지 말고 기준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P.184 언어유희는 단순한 말장난에 그치는 게 아니라 풍부한 재치와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사회를 풍자하기도 하고, 딱딱한 메시지를 유쾌하게 전하는 소통의 도구로 오래전부터 적극 활용되어 왔다.
P.192 좋은 네이밍을 만들려면 크게 '의미, 음성, 시각'의 3요소를 잘 결합해야 한다.
P.193 좋은 네이밍은 의미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고, 발음하거나 듣기에 편해야 하면, 시각적으로도 보기 좋아야 한다.
P.208 아리스트텔레스는 <시학>에서 좋은 문체를 구사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으로 은유를 꼽았다. 심지어 은유를 '천재의 표징'이라고 말했다.
P.231 쓰기의 설득은 글 하나로 모든 것을 표현해야 하면 내 생각의 기록이 고스란히 남는다. 스치듯 사라지는 말보다 더 끈질기게 달라붙어서 두고두고 영향력을 끼친다
P.258 영국의 언어학자의 조나단 챠테리스 블랙은 <세상을 움직인 레토릭>에서 처칠, 마틴 루터 킹, 마가렛 대처, 빌 클린턴 등은 세상을 움직이기 위해 준비된 언어를 구사하며 수사학을 적극 활용했다고 말했다.
P.281 머릿속에 생생히 그려지도록 말하는 스토리텔링은 감성을 자극하고 행동을 이끌어낸다. 사람들은 단순한 정보나 서비스 자체보다 그 안에 담긴 의미에서 가치를 찾고, 이야기 속에서 정세를 공유하며 일체감을 느낀다.
P.283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이야기에 반응하고 퍼 나른다. 하지만 거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자체적인 해석을 덧붙여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입에서 입을 거쳐 이야기를 전하며 자연스레 스토리텔링을 하는 셈이다.
P.290 스토리텔링은 메시지를 통해 변화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스토리에 강력한 메시지를 담는 것이 중요하다.
P.311 스토리텔링을 통해 인류 역사에 끈질기게 살아남으 메시지가 있다. 바로 속담이다. 속담은 간결하지만 구체적인 단어를 사용해 스토리텔링을 하기 때문에 선명하게 기억된다. 짧은 문장으로 스토리텔링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한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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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수술받지 않는다 - 현직 정형외과 의사가 들려주는 유쾌 상쾌 통쾌한 촌철살인 의료사용가이드 닥터트릴로지 시리즈
김현정 글 그림 / 느리게읽기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나와 동갑인 회사동료가 갑상선암에 걸렸다. 정기검진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역시 건강 검진은 중요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얼마전 TV프로에서 본 내용이 떠오른다. 우리나라에 유난히 갑상선암이 많은 이유가 조기검진 때문이며 대부분의 경우 수술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회사동료는 수술을 받았다.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진다. 과연 무엇이 우리의 건강을 위해 중요하고 반드시 해야 할 일이며 판단기준인 것일까.
병원 한 번 안가본 사람은 없으니 의사들과의 다양한 에피소드가 있을 것이다. 나도 그런 에피소드를 모으면 책 한 권은 쓸 수 있을 정도다. 내가 본 가장 인상적인 의사는 부천의 소아과 의사다. 원래 다니던 소아과에서 항생제를 많이 주는 듯 해서 옮겼다. 항상 사람이 많았다. 사람이 많은데다 한 사람당 진료 시간이 무척 길었다. 하지만 아무도 불평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도 의사랑 15분 대화를 나눌 수 있으니까. 엄마들은 아이의 병에 대해 알고 싶은 것이 많다. 환자가 많은 소아과의 경우 이런 장시간 대화라는 호사는 꿈도 못꾼다. 빨리 빨리다. 이 의사는 내가 물어보는 약에 대해서도 여유있게 인터넷 검색을 하고 프린트 해주는 정성을 보인다. 온 동네 엄마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 이유다. 저자도 의료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환자-의사 관계를 말한다. 자세한 설명도 중요하고 정직한 의료는 당연한 것이다. 몇 일 전에 보도된 김해 모 병원의 행태는 경악할 수준이다. 의료기 관련 판매업체 대표에게 무릎을 절개해 인공 십자인대를 삽입하는 수술을 230여 차례나 하도록 한 종합병원 원장에게는 두손두발 다 들 지경이다. 이건 극단적인 예라고 정말 믿고싶다. 아이가 아파 동네 대학병원 응급실에 가면 인턴이 진료를 한다. 열이 났는데 대뜸 하는 말이 "입원하세요" 아이를 둘이나 키웠다. 절대 입원할 정도는 아니다. "그냥 약이나 지어주세요." 아이는 약만 먹고 금방 나았다. 우리 동네 소아과 의사가 말한다. "아이가 정말 위급한 경우 아니면 응급실 가서 돈쓰지 말고 다음날 소아과로 오세요. 거긴 인턴이고 저희는 전문의잖아요." 백번 맞는 말씀이다.
의사가 의료계의 치부와 관행에 대해 글을 썼다는 점에서 이 책은 많은 호응을 받았다. 의사는 아직도 힘있는 위치에 있는 존재다. 더군다나 사람의 생명을 다루지 않는가. 하지만 이런 권위의식이나 서비스 정신 부재가 의사들에 대한 불신을 자초하고 있는지 모른다. 진심은 느껴진다. 내가 본 많은 의사들에게서 좋은 면을 많이 봤다. 아픈 아이를 데리고 응급실에 간 엄마는 불안하다. 그런 마음을 헤아려 주는 좋은 의사들을 만난 것은 두고두고 큰 기쁨이며 의사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주었다.
이 책은 일단 재미있다. 지루할 틈이 없이 적절한 예시와 삽화까지 심지어 만화까지 인용하고 있다. 인생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 흔적도 보인다. 좋은 책이나 영화를 인용한 것도 무척 마음에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블레이드 러너>, <소호강호>를 인용한 것을 보고 반가움에 미소지었다. 우리는 너무 빨리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첨단, 빠름, 신기술 다 좋지만 진정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 책에서도 느림을 강조한다. 병이 걸리면 고쳐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빠르게 모든 것을 해결하려다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다. 잘라내고 도려내는 수술만이 능사가 아니며 갈아끼운다 한들 원래 내 몸만 못하다. 우리가 알고 있던 의료에의 맹신에 찬물을 부으며 정신차리라고 말해준다. 의사가 이런 말을 해주는 10배는 더 고맙다.
"시장에서 불필요한 물건과 서비스를 살 수 있는 자유를 획득하기 위해, 삶의 자유를 볼모 삼아 일터에서 죽도록 일한다. 이것은 자신의 생명 초를 미친 듯이 연소시키는 행동이다. 덜 벌더라도 덜 소비하는 구조로, 작게 생산하고 적게 쓰는 생활방식으로 가면 해결된다."
의료에 대한 이야기 외에도 철학적인 내용이 많아서 책 전체의 윤활유 역할을 한다. 우리는 도대체 살기위해 일하는 것일까 일하기 위해 사는 것일까. 삶의 균형이 중요하다. 의료와 우리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지나친 건강염려증과 병원이나 약에 대한 맹신을 버리자. 의료와도 균형을 유지해야 우리가 산다.
▷ 마음에 드는 구절
P.13 의료란 양날의 칼과 같은 것이다. 나를 치유하게도 하지만 나를 다치게 하기도 한다문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P.27 다수의 한국 의사들이 서양 의사들에 비해 감기 치료에 약을 과도하게 많이, 그것도 항생제를 포함해서 자주 처방한다는 것이었다.
P.33 예전 같으면 몸에 지니고 있으면서도 평생 모르고 지나가 천수를 누리다 죽었을 것을, 첨단 검사법이 온갖 시시한 병들까지 샅샅이 밝혀내는 바람에 졸지에 수술 받는 중환자가 되어 버린다. 굳이 아는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P.36 우리 자신의 좋은 건강을 위해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발로 걷고, 다른 사람의 눈으로 사물을 인식하고, 다른 사람의 노력으로 살아간다. 자연의 소중한 선물과 생명의 기초를 잃어버렸다. 남은것이라곤 사치품뿐이다.
P.43 자질구레한 질병에서 벗어나 건강하게 살아가려며 '체력'은 물론 '심력'이 중요
P.48 사람은 동물처럼 움직여야 하는 생물이다. 식물처럼 하루 종일 꼼짝 않고 컴퓨터만 한다든지, 가만히 TV만 본다든지, 도어투도어 자동차만 타고 다닌다든지 이래서는 건강이 점점 나빠질 수밖에 없다.
P.49 평소 영양상태가 좋고 체력을 잘 관리해온 사람은 병에 걸리거나 수술을 받은 후에도 회복이 잘 된다. 결국 낫는 일은 나 하기에 달렸다.
P.52 구두장이는 구두로 사람을 판단하고 양복장이는 양복을 보고 사람을 판단한다. 의사는 엑스레이로 사람을 본다
P.56 인공관절이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본래 자연산 관절에는 결코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전문가라면 누구나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P.62 일전에 군병원의 쇄신을 이야기 하며 나왔던 육군참모총장의 인터뷰 기사가 시사적이다. "꾀병도 병이라는 생각으로 성의 있고 친절한 진료로 환자의 질병뿐 아니라 마음까지 치료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P.64 의사는 치유자가 아니라 치료자다. 치유란 환자 몸 안에서 스스로 일어나는 자연의 섭리이고, 치료는 그걸 도와주는 의료 행위이다.
P.66 근대인으로 살기는 어렵지 않다. 르네상스인으로 살기도 어렵지 않다. 어려운 것은 동시대인으로 사는 일이다.
P.70 "내가 먹고 싶어서 먹나? 병원에서 의사들이 주니까 먹지."
P.73 근거주의 또는 근거중심의학이란 간단히 애기하면, 의학적 판단을 할 때 의사의 경험에 의한 직관을 배제하고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검토하고 결정하자는 주장이다.
P.79 원래 우리 몸 속에서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크기가 작은 암들이 생기고 또 저절로 없어지기를 반복하는데, 우리 몸에서 면역력이 건강하게 작동하고 있는 덕분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P.81 사람들은 '보이는 것'에 쉽게 매혹된다. 영상으로 생생하게 보이는 것. 이것 앞에서 신념이 무너진다.
P.89 어느 보험회사에서 요실금을 실손 해주는 보험을 만들어 많이 판 것이다. 그래서 너나 할 것 없이 요실금 수술을 받았다. 그 수술기구를 만들어 팔던 회사는 신이 났다.
P.92 인생은 빨리 가서 어디에 도착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가는 여정 자체가 목적임을 잊곤 한다.
P.93 사회가 내버려 두질 않는다고 투덜대지만, 찬찬히 생각해 보면 각자 자신들이 선호하여 선택한 삶이고 생활방식이다.
P.102 의사들의 활달한 태도는 환자들에게도 전염이 된다. 그리고 거꾸로 환자들이 즐겁게 말하면, 의사들도 힘이 난다. '쾌활함'이란 치유력이 엄청난, 보이지 않는 처방이고 약이다.
P.109 "그 사진을 보니, 암이 더 이상 자라지 않고 정상 조직과 한 몸이 되어 함께 살고 있는 것 같았어요. 마치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이랄까요?"
P.112 "저거 봐라. 사람은 걸어야 한다. 눕혀만 놓으면 멀쩡한 사람도 죽어간다. 사람은 식물이 아니라 동물이거든."
P.115 큰 차이점은 수술 전후에, 혹은 수술을 하지 않은 경우에도, 환자들의 재활치료에 엄청난 투자와 체계적인 노력을 쏟아 붓는다는 것이었다.
P.118 가장 주축이 되는 두 가지를 들자면, '심폐지구력'과 '근력'이다. 한가지를 더 든다면 '유연성'이다.
P.118 운동 계획을 짤 때에는 개개인의 체력 상황에 맞춰 섬세한 고려가 필요하다. 또한, 더욱 중요한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P.123 인공 삽입물에 대해서는 최대한 보수적인 태도를 지니는 것이 바람직하다.
P.125 더 좋은 소식은 노력에 따라 시간을 거슬러 되짚어 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몸은 살아있는 세포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P.135 매양 절약하고 검소하게 사는 것 역시 복을 아끼는 것이며 생명을 연장하는 길이다. 내가 서울에 가면 마땅히 이 계책을 쓰리라. - 소동파
P.145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편안하고 저렴하고 신속하게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나라도 흔치 않다.
P.153 서울이 아프리카의 시골처럼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시계를 되돌려 원시 수렵사회나 삼국시대 농경사회로 되돌아 갈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느리게 살 수는 있다.
P.154 역설적이게도, 두 배 느리게 하는 방식을 택한다면, 실은 두 배 더 부지런해져야 한다. 느리게 산다는 것은 부지런히 몸을 움직인다는 것이다. 건강해지는 삶이다.
P.156 시장에서 불필요한 물건과 서비스를 살 수 있는 자유를 획득하기 위해, 삶의 자유를 볼모 삼아 일터에서 죽도록 일한다. 이것은 자신의 생명 초를 미친 듯이 연소시키는 행동이다. 덜 벌더라도 덜 소비하는 구조로, 작게 생산하고 적게 쓰는 생활방식으로 가면 해결된다.
P.170 환자-의사 관계는 의료의 진정성을 수호할 우리의 마지막 보루다. 의사들은 스스로 자정하고, 잃어가는 신뢰와 공감을 회복해야 한다. 환자들에게 건전하고 올바른 지침을 알려주고 독려하고 함께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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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시대, 저자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이동준 지음 / 에밀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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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관련 공부를 하라고 후배 두명에게 pdf 파일을 줬다. (불법 저작물이 아니고 원래 pdf 형식으로 공식 사이트에서 제공되는 저작물임)에 한 사람은 다음날 제본을 해왔다. 그래도 선배가 줬다고 책으로 만들어와서 공부를. 기특했다. 한 사람은 아이패드에 담아서 공부하고 있었다. 감탄했다. 내가 신입사원이었을 때와 비교하면 (무려 17년 전이다!) 세상은 스마트하게 첨단으로 변신했다. 나는 아직 스마트폰이 없다. 왜 다들 내 핸드폰을 보고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얼마 전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 친구와 그 여동생이 우리집에 놀러왔다. 둘 다 가방을 하나씩 들고 왔다. 그 안에는 아이패드가 들어있었다. 노트북은 커녕 PC 구경도 하기 힘들었던 우리 세대와 어릴 때 부터 스마트폰에 아이패드로 무장한 다음 세대는 생각에 유전자가 존재한다면 이미 진화를 겪고 있다.

후배가 아이패드로 보던 pdf는 이미 셀프제작 전자책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셀프제작이 아니라 그냥 기기에 넣기만 하면 제본이라는 번거로운 과정도 없이 휴대가 간편한 책이 된다. 컨텐츠 자체를 내가 만들어서 판다면? 책의 저자가 된다. 아직은 전자책이 종이책보다 내용면에서 수준이 떨어진다는 인식은 분명히 있다. 아무래도 출판사라는 커다른 거름망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구매하는 입장에서 품질보증을 못 받는다. 분명 전자책은 진입장벽은 낮다. 자비출간을 제외한다면 종이책보다 출간하기가 쉬운것은 사실이다. 아니 출간이 언제든 가능하다. 하지만 아직 전자책은 과도기다. 가장 문제가 되는 질 낮은 컨텐츠 문제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해결 될 것이다. 질낮은 컨텐츠는 자연도태될 것이고 새로운 전자책 출판 흐름이 나타날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전자책 출간은 실력있고 컨텐츠를 가진 사람들에게 훌륭한 기회다. 책을 보는 방식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작가로서의 역량과 책의 내용이 문제인것이다. 전자책도 독자의 사랑을 받기 위한 조건은 종이책과 다를 것이 없다.

한국 출판 시장의 베스트셀러 쏠림 현상은 안그래도 열악한 출판계를 더 힘들게 하고 있다. 요즘 한국 사람들은 원래 책을 안 읽기도 하고 취향이 다양하지도 않다. 책 구매자의 대부분이 여성이고 소설을 선호한다. 주변을 봐도 안 읽는 사람은 한달에 한 권도 안 읽고 많이 읽는 사람들은 한달에 열권도 쉽게 읽는다. 독서의 즐거움을 어린 시절부터 알아야 성인이 되어서도 그 좋은 습관이 이어질텐데 우리 어린 학생들은 책 읽을 시간이 없어보인다. 참고서책은 많이 보지만.

전자책에 출간에 대한 이야기도 자세하지만 책을 쓴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책의 절반 이상을 할애했다. 사실 전자책 출간에 대한 부분은 직접 해보지 않고는 잘 와닿지 않는다. 그리고 조금씩 진화하고 있는 단계라 책도 좋은 참고는 되지만 결국 한번 직접 실습을 해 봐야 한다. 저자는 출판계에 오래 종사한 전문가다. '1장 저자는 어떻게 탄생하는가'에는 책을 쓰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읽어 볼 내용이 많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전자책은 앞으로도 계속 진화할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컨텐츠다. 질이 낮으면 아무리 싸고 보기 편하다해도 결국은 아무도 선택해주지 않는다.

▷ 마음에 드는 구절

P.18 작가 김훈은 책을 쓰는 이유를 '먹고 살기 위해서'라고 강연에서 밝힌 바 있다. 1,800만 부 베스트셀러 작가 공지영 역시 육아비와 생활비 때문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P.23 글을 쓰기로 했다면, 우선 생계에 대한 우려를 줄일 수 있는 직장과 자금 계획이 당장 필요하다.

P.25 집중력을 잃지 않고 한달음에 원고를 쓰는 것은 경험이 풍부한 저자라도 힘겨워하는 집필 방식이다.

P.38 우연을 잡는 것이 글쓰기의 시작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우발적인 계기로 시작된다.

P.48 기획출판이라는 말이 생기면서 출판사의 역할이 확대됐고 작가로의 진입 장벽엔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P.51 실제로 10년 전말 해도 연간 2만 종의 신간이 나오던 시장이 10년이 지나지 않아 7만 종 가까이 늘었다. 출판사가 늘어난 이유도 있겠지만 신간 중심으로 움직이는 출판 환경의 변화 탓이다.

P.67 작가가 되기 위해 블로그에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단숨히 자신의 글을 저장하는 공간으로서의 블로그라기보다 독자와 소통하는 미디어로서의 블로그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

P.70 저자가 여러 방법으로 사회적 인지도를 쌓으면 그의 책은 베스트셀러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P.75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는 이유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거리낌 없이 책으로 만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전자책이기에, 전자책 시대이기에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누구나 저자가 될 수 있다.

P.83 한국의 1인당 하루 평균 TV, 영화, 라디어, 신문, 인터넷 사용 시간은 6시간 44분이다. 1일 평균 독서량은 12분이다. 책을 제외한 매체의 점유율이 97퍼센트라는 것이다.

P.86 책은 인간 정신 활동의 결과인 문명사의 총합의 기록이다. 이 힘은 어떤 매체도 접근할 수 없는 오로지 책에만 있는 도도한 역사성이다. 그리고 책은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루는 힘이있다. 책을 쓰는 사람인 저자는 그 분야의 전문가다.

P.87 무라카미 류의 앱처럼 음악가에게 받은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넣고 유명 사진가로부터 받으 사진을 넣어서 앱북을 만들 수도 있다.

P.91 젅책은 저자 스스로 글과 그림, 음성, 동영상 등을 자유롭게 편집해 출판할 수 있는 셀프 퍼블리싱으로 가는 과정에 있다.

P.91 저자와 독자의 머릿속에 '전자책은 종이책에 비해 수준이 떨어진다'라는 인식이 숨어있다. 실제로 지금의 전자책 수준은 종이책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P.114 출판사의 깊은 개입고 제작비의 두려움을 떨쳐버린 저자는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분명하고 다양한 형식의 원고에 담아낼 수 있다. 특히 '적은 분량' '콤팩트한 기획'이라는 형식이 효과적이다.

P.133 우리가 살아오면서 겪었던 모든 경험이 가장 중요한 재료가 된다. 그동안 읽어온 책뿐만 아니라 영화, TV드라마, 공연은 물론 일상의 시시콜콜한 경험도 다재료다.

P.139 콘셉트는 저자가 책에 담고 싶어하는 사상, 감정, 지식 따위의 요소를 독자가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쉽도록 창이적으로 잡아낸 집필 방식이다. 요약하자면 집필 방향과 방식을 창의적으로 개념화시킨 것이 콘셉트다.

P.140 소설은 지식보다 감정을 담아내는 책이라고 있다. 하지만 지식이 담기지 않고서는 감정을 드러내는 설득력과 개연성이 ㄸㄹ어질 있다. 소설가의 자료 수집 과정이 치열한 이유다.

P.161 누구든지 붙잡고 당신이 쓰려고 하는 원고와 이미 써놓은 원고에 대해 말로 하는 버릇을 들여야 하다.

P.188 콘셉트는 독자를 설득하는, 구매하고 책을 읽게 만드는 설득력에 ㄷ한 것이다. 분류에 대한 판단이 좋더라도 설득할 만한 콘셉트가 없다면 아무리 좋은 기획과 글도 독자에게 다가가지 못한다.

P.209 완벽한 교정교열은 훈련만이 해결책이다. 많은 경험을 통해 실력을 쌓아야 한다. 교정교열에 대한 기본 개념을 확실히 익히고 책을 읽을 때마다 정독하면서 훈련하자.

P.234 이태준의 <문장강화>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 이오덕의 <우리 문장 쓰기> 등을 예비 저자들의 필독서로 소개

P.246 자료 조사는 인터넷 검색부터 시작한다. 검색 결과는 블로그, 웹문서, 뉴스, 도서본문, , 영화, 음악 그리고 트위터 다양한 분야에서 확인할 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효과적인 검색어를 적용하는냐일 것이다.

P.272 종이책으로 300페이지 정도 되는 책을 전자책으로 바꾼다면 5~6 정도로 분권해서 내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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