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에 드는 구절
P.48 하나의 작품에서는 첫 장면, 특히 첫 문장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며, 그것은 단편소설의 기본적인 공식이기도 하다.
P.71 글쓰기는 모든 과정에서 일단 '영감'에 따라 초고를 만든 다음에는 냉정하게 구석구석 뜯어보고 검토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며, 제목 달기도 마찬가지이다.
P.109 수많은 단어를 계속해서 머리에 담아 넣고, 샘물을 퍼내서 마시듯 계속 퍼내야 한다. 샘물은 아무리 퍼내도 마르지 않고, 오히려 자꾸 퍼내야 물이 썩지 않고 맑아진다.
P.147 작품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의 성격과 심리를 그려내려면 이렇게 나쁜 쪽으로 잔머리를 굴리는 훈련도 게을리 하면 안 된다.
P.156 1인칭 화법이나 의식의 흐름처럼 주인공의 관점이 지배하는 소설이 아니라면 그래서 작가는 등장인물 가운데 어느 누구도 역성하거나 편을 들어서는 안 된다.
P.170 자전적 소설을 쓰려는 사람은 자신의 얘기를 타인의 눈으로 보고 3인칭으로 말하는 훈련을 쌓아야 한다.
P.198 도시형 방송극에서는 부르주아 계층의 신변잡기식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지만, 그들보다는 변두리 사람들이 보다 기름진 문학의 밑거름을 제공하고, 지식인보다는 푼수가, 중심자보다는 변방인의 훨씬 극적인 면모를 지닌다.
P.238 이런 실감을 작가가 확보하기 위한 가장 안전한 길을 자신이 쓴 글을 집필이나 퇴고 과정에서 소리 내어 읽는 방법이다. 특히 최고 과정에서는 까다로운 대화가 개성의 본질에 어울리도록 가다듬어야 한다.
P.244 따옴표는 타인이 사용한 어휘나 표현 또는 문장의 베끼기를 하면서 '인용한다'는 사실을 나타내기 위한 장치이지만, 때로는 시작적인 효과를 얻기 위해서도 자주 사람들이 사용한다.
P.252 세월이 흐르는 사이에 보다 광범위하게 모든 문학 작품의 '종결'이라는 뜻을 각제 된 '풀어내기'의 대가는 애거타 크리스티이겠다.
P.271 명동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나는 버스를 타고 기차를 쫓아가는 노박의 흥분감을 상상했고, 그녀가 쫓아오는 줄도 모르고 털사까지 가서 나중에 노박을 만나면 홀들이 얼마나 감격할지를 생각하니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P.278 작가이면서 창작법의 이론에도 일가견이 뛰어났던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표도르 도스또예프스끼에 대해서, "원칙을 너무나 몰라서 글쓰기를 그렇게 할 줄 모르면서도 인간을 엄청나게 감동시키는 작가"라고 말했는데. 무엇인가 한 면이 두드러지게 뛰어나면 사실상 다른 약점들은 잘 안 보이기 쉽다.
P.284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인생이 참으로 초라하다는 생각을 한다. 어쩌면 모두들 그렇게 비슷비슷하고 하찮은 삶을 살아왔는지, 왜 대부분의 인간은 "이것은 내 인생이오."라고 떳떳하게 내놓을 만큼 탐탐한 삶을 살지 못할까 마음이 아파진다.
P.288 "나는 무슨 일이 이루어지기를 진심으로 원했던 때가 전혀 기억에 없어. 난 무슨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미리 막아내느라고 애를 쓰면서 평생을 보냈으니까 말야."
P.296 영감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은 게으른 자의 핑계라고 나는 늘 생각해왔다. 준비를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면, 혹시 어떤 영감이 떠오른다고 해서 냉큼 그 순간 당장 글을 쓰기 시작하는 대신, 그 착상을 키우고 가꾸며 상당한 기간에 걸쳐 작품으로 만들려는 준비를 착실하게 계속해야 한다.
P.304 이렇듯 실존 인물이나 역사적인 사실을 작품의 필요성에 따라 가공하는 의도적인 왜곡 작업을 문학용어로 창작적 일탈이라고 한다.
P.307 어느 정도 작가로 이름이 알려지게 되면, 콩트나 수필 같은 조작글을 써달라는 청탁서가 여기저기서 많이 들어오는데. 바로 이런 때가 성공한 다음의 몸가짐과 작품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할 시기다. 성공의 단맛에 도취되고 흥분하여 아까운 정보를 부스러기로 낭비하기가 쉽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