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1 - 규슈 빛은 한반도로부터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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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속의 한국문화'라는 테마는 무척 매력적이다. 항상 이부분에 대한 궁금증과 갈증이 있었지만 관련된 책은 너무 쉽거나 어려웠다. 이런 대중의 욕구를 이 책이 풀어 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읽기전부터 있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20주년 기념 강연회에서 일본편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떤 책이 나오기를 이렇게 기다려 본 것은 태어나서 처음일 것이다. 책을 펼쳐서 다케오, 다자이후 부분부터 읽고 나중에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 아무래도 가 본 곳에 관심이 먼저 갔다. 내용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여행은 풍광을 보는 것이 기본이고 목적지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가는 과정인데 차 안에서 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서로가 서로의 문화에 대한 관심이 있을 때 진정한 교류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페이지마다 공감이 가는 말들이 가득하다. 최근에 5월에 규슈 지역 여행을 했다. 나가사키에서 다케오, 아리타를 거쳐 후쿠오카를 가는 길에 열심히 풍광을 구경하고 사진을 찍었는데 특이한 산이 있어서 사진에 담아두었다. 알고보니 다케오의 유명한 산인 미후네산이었다. 처음에 몰랐다가 책을 보고 알아서 무척 즐거운 경험을 했다.

 

 "이 덴만궁의 야키모치를 먹다보면, 명소엔 전설이 담긴 맛있는 과자나 음식이 있음으로 해서 더욱 정감이 생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우리나라 관광지도 이것저것 다 차려놓지 말고 비록 전설이 없더라도 그곳 특산에 맞는 진미의 간식거리로 사람을 불러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일어난다."

 

분명 우리는 좋은 자원과 천혜의 관광지를 가지고 있지만 관광지란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유홍준 교수의 말대로 "관광객의 주머니를 터는 것도 문화 능력" 이다. 우리는 이 부분이 아직은 조금 부족하다. 일본에도 그대로 번역되어 출판될 예정이라고 하니 더욱 기대가 크다. 일본인들은 이 책을 읽고 어떤 후기를 남길 것인지 사뭇 궁금하다. 일본에서 이어령 선생의 <축소 지향의 일본인> 이후 가장 화제가 되는 책이 되지 않을까 한다.

 

규슈를 여행한다면 꼭 이 책을 보고 여행을 가자. 전에는 보이지 않던 새로운 인식의 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 인상깊은 대목 >   

P.009 일본의 고대문명이 한반도로부터 강력한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P.009 다행히도 일본에는 양심적인 핮가가 많다. 한일 문명 교류사를 객관적 시각에서 보면서 도래인의 역할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저서도 많다. 그렇게 사실을 사실로 말할 줄 아는 학자가 있다는 것이 일본문화의 힘이기도 하다.

 

P.027 요시노가리 유적지에 가면 우리 청동기시대가 다시 보일 것이고, 다자이후의 수성에 가면 백제 부흥의 몸부림이 얼마나 치열했던가를 새삼 알게 될 것이며, 가라쓰 아리타 가고시마로 가면 조선 도자기가 얼마나 위대했던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P.027 거기에다 일본 여행은 여느 외국 여행과 달리 매사를 우리와 비교하게 만든다. 차창 밖을 보다가도, 길을 가다가도, 우적지 가겟방에 들어가서도, 차려놓은 음식상을 보아도, 건물을 보아도, 불상을 보아도, 유적지 정비해놓은 것을 보아도 '우리 같으면'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P.064 방향감각을 갖고 가는 것과 그러지 않는 것, 지금 지나가는 도시와 마을 이름을 손가락으로 짚으면서 사는 것과 그러지 않는 것은 여행의 밀도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

 

P.072 혼마루에는 천수각이라는 높은 건물이 세워진다. 천수각을 성 중의 성이라 할 수 있다. 외성이 순차적으로 무너지면 마지막으로 항거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P.091 무령왕과 왕비 관의 목재가 우리나라에는 없고 일본에는 많이 나는 금송이라는 것은 식물학자인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가 밝혀낸 것이다.

 

P.099 가라쓰는 참으로 아름답고 조용하고 깨끗하고 매력적이고 볼거라도 많은 소도시이다.

 

P.102 유물을 직접 확인한 지방의 역사자료관에서든 '한반도에서 온 도래인 마을'이라는 표현까지 쓰고 있으나 중앙에선 좀처럼 그런 표현을 하지 않는다. 이건 언필칭 중앙에 있다는 일본 학자들이 정말로 잘못하는 것으로, 사실이 아니라 관념으로 세상을 보는 태도에 다름아니다.

 

P.104 일본의 성은 천수각으로 위세를 보여주는 외관에만 치중해서 그 안은 크게 볼 것이 없다. 너절한 유물이나 사진 패널을 늘어놓았을 뿐 성안은 전망대 이상의 의미가 없다. 그래서 나는 오사카성 외에는 시간이 아까워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풍광과 경관만 즐기곤 한다.

 

P.106 본래 명작이라고 불리는 것에는 세 가지 필요조건이 있다. 하나는 최고의 기술, 둘째는 최고의 정성, 셋째는 최고의 재력이다. 그런점에서 이 다카토리 저택은 명작이고 국가의 중요문화재로 남겨졌다.

 

P.114 우리 도자사 연구도 조선 도공과 관련해서는 아리타의 이삼평이 만든 백자에 집중되어 있어 가라쓰야키를 언급하는 일이 별로 없다.

 

P.122 일본은 우리 도자기 기술을 가져다 세계시장을 제패하고 도자기 왕국으로 발전했는데 우리는 그 원조 격이면서 왜 그러지 못했는가에 대한 한탄이다.

 

P.132 나는 여행 중 버스에서 잠자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 여행은 풍광을 보는 것이 기본이고 목적지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가는 과정인데 차 안에서 잘 수는 없는 노릇이다.

 

P.137 바쇼라고 아느냐고 했더니 모른다고 한다. 아이쿠라는 것을 아느냐고 물으니 들어보긴 했지만 정확히는 모른다고 했다. 조금은 안타까웠다. 그러나 가마닣 생각해보니 교토대 미술사학과 학생에게 김삿갓을 아느냐, 시조를 아느냐고 물으면 아마도 똑같이 모른다고 대답했을 성싶다. 서로가 서로의 문화에 대한 관심이 있을 때 진정한 교류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P.163 안목을 기르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상대평가이다. 그 상대평가는 예술적 안목으로 할 수도 있으나 값으로 할 수도 있다. 본래 미술품을 보는 눈에는 세 가지가 있다. 학(學)으로 보는 눈, 멋으로 보는 눈, 그리고 값으로 보는 눈이다.

 

P.173 우리처럼 개념없이 플라스틱 그릇에 아무렇게나 내놓은 문화, 자신의 집에서 사용하는 그릇이 어떤 그릇인지도 모르면서 밥을 먹는 문화에서는 생활도자가 발전할 수 없다.

 

P.175 조선에 살 때 이들은 지방가마의 도공으로 천민이었다. 이들은 도자기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농사도 지어야 했고, 각종 역에 나가 일도 해야 했다. 하지만 일본에 와서 이들은 도자기 기술자, 즉 장인으로서 대접을 받았다. 그들이 상대한 것은 번주라는 지방 최고통치자들이었다.

 

P.181 우리 같은 사람이 이 한적하고 외진 곳까지 답사와 여행을 가게 하는 것은 역시 일본의 저력이고 문화 능력이다.

 

P.191 규슈 북부를 답사할 때 내가 거점 도시로 삼는 곳은 다케오시이다. 다케오에서는 내가 가고자 하는 모든 도시들을 한 시간 안에 갈 수 있다. 동쪽으로는 후쿠오카, 서쪽으로는 아리타와 이마리, 북쪽으로는 가라쓰, 남쪽으로는 나가사키와 연결된다.

 

P.193 역사로 보나 평판으로 보자 다케오와 우레시노 온천의 명성은 허명이 아닌 듯싶고 무엇보다도 벳부나 이부스키 온천처럼 관광객으로 바글거리는 대형옥장이 아니라서 더 좋은 인상을 각고 있다.

 

P.200 일본인들이 과거사에 대해 섬세하게 반성하지 않고 있음을 말해주는 한 단면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들의 희생을 말하려면 자신들이 피해를 준 것에 대한 반성을 같이해야 더 호소력이 있을을 아직 잘 모르는 것 같다.

 

P.212 우메마에모치는 이처럼 따뜻한 전설을 갖고 있어 덴만궁에 가서 이 찹쌀떡을 하나 먹지 않으면 갔다 오지 않은 것처럼 되어서 중요한 관광자원으로 자리잡았다.

 

P.213 이 덴만궁의 야키모치를 먹다보면, 명소엔 전설이 담긴 맛있는 과자나 음식이 있음으로 해서 더욱 정감이 생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우리나라 관광지도 이것저것 다 차려놓지 말고 비록 전설이 없더라도 그곳 특산에 맞는 진미의 간식거리로 사람을 불러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일어난다.

 

P.221 백제는 왜에 문명을 전해주었고, 그 대신 수시로 군사적 지원을 받은 맹방이었다. 우방도 그런 우방이 없을 정도로 친했다.

 

P.232 사쿠라지마는 언제 또 크게 터질지 모르는 자연재앙의 위험을 안고 있지만 이런 독특한 지질로 인해 세상에서 가장 작은 귤과 세상에서 가장 큰 무가 재배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아랑곳하지 않고 살고 있으면 관광객들도 쉼없이 드나들고 있다.

 

P.248 선암원의 정원적 가치는 건물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전 안에서 바라보는 사쿠라지마의 환상적인 풍광에 있다. 이 정원의 기본 개념은 인공적인 조원이 아니라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을 정원 안으로 끌어들인 차경 정원이다.

 

P.251 문화유산을 폐쇄적이로 냉랭한 볼거리로 두지 않고 현재적으로 활용함으로써 그 옛날에는 시마즈 가문의 본가였지만 지금은 대중이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전환된 것이다.

 

P.251 선물 가게에 압도적으로 많은 사쓰마야키와 사쓰마 기리코는 관광상품이지만 조잡하기는커녕 하도 예뻐서 만지작거리다가 결국 값이 만만한 작은 사쓰마야키 병을 두 개 사고 말았다. 그렇게 관광객 주머니를 터는 것도 문화 능력이다.

 

P.263 가고시마에선 이렇게 정치 군사 산업 학문 예술 등 모든 분야에서 근대 일본을 일으킨 인물들이 배출되었기 때문에 일본인들은 지금도 존경하는 마음으로 가고시마를 찾는다.

 

P.266 심당길의 후손 심수관은 지금도 당당하게 조선 도공의 후예임을 자랑하면 사쓰마야키 가마를 대대로 이어가고 있고, 박평의의 후손들은 일본인으로 완전히 귀화하여 일본 외교가의 명문으로 변신했다.

 

P.277 조선백자에 기반을 두면서 일본 각자의 유행과 기법을 모두 수용하는 다채로운 사쓰마야키로 나아간 것이다. 일본에 끌려간 조선 도공들의 성공에는 번주의 이런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

 

P.279 사쓰마의 도자기산업은 번의 재정 위기를 타개하고 뒷날 막부를 무너뜨리는 중요한 재원이 되었다.

 

P.286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미산마을 입구엔 "미야마의 아이들아 지지 말아라. 힘없는 자들을 불쌍히 여겨라. 도고 선배를 본받아라"라는 표지판이 붙어 있었고 학생들이 행진할 때는 운에 맞추어 이 구호를 외쳤다고 한다. 도고 시게노리는 조선 도공 후예의 또다른 변신이었다. 누구도 그에게 박무덕으로 살았어야 한다고 말할 자격은 없다.

 

P.295 기리시마 국립공원 내 숙박단지에는 14개의 호텔과 여관이 있다. .. 기리시마 이와사키 오텔에는 '녹계탕원'이라는 천연 온천탕이 있었다. 산속 깊은 계곡에 온천물이 콸콸 솟아오르는 둠벙이 여럿 있어 관광객들이 삼삼오오 유카타를 입고 달빛 별빛 아래 온천을 즐기기도 한다.

규슈에 오면 이 특색있는 온천이 별미인지라 답사를 와서 온천을 즐기는 것인지, 온천을 즐기자고 답사를 온 것인지 모를 정도다.

 

P.304 버스 속 강의는 참으로 재미있고 유익하다. 졸 수는 있어도 도망가지는 못하기 때문에 수강자의 집중력도 높다.

 

P.306 일본의 식당들은 크든 작든 자기들만의 특생있는 그릇을 내놓는다. 일류 식당조차 플라스틱 반찬 그릇에 스테인리스 밥 그릇을 사용하는 우리네와는 다르다. 그런 도자기문화가 있기 때문에 일본이 지금도 세계 도자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것이다.

 

P.321 백제와 왜가 얼마나 가까웠길래 백제 부흥 전쟁에 무려 2만 7천 병력이나 지원했던 것인가.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아스카, 나라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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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산책자 - 강상중의 도시 인문 에세이
강상중 지음, 송태욱 옮김 / 사계절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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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는 산책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공간은 아니다. 산책의 사전적 의미는 "휴식을 취하거나 건강을 위해서 천천히 걷는 일"이 아닌가. 도쿄가 주는 이미지는 산책보다는 거대함과 자본주의, 많은 사람들과 최첨단 같은 것들이다. 번역본인 이 책의 일본어 판 제목은 "도쿄 스트레인저(トーキョー・ストレンジャー )"다. 책에서 저자는 "도쿄를 좋아하기도 하고 싫어하기도 합니다. 상경한 지 40년이 넘었지만 이 거리에서는 언제까지고 스트레인저, 그런 기분입니다."라고 말한다. 도쿄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은 모든 긴장과 경계없이 주변을 있는 그대로 즐기는 산책자는 아니다. 날카롭고 새로운 시각을 가진 낯선자, 하지만 그 시선이 결코 부정적이지 않고 어딘지 모르게 연민이 깃들여 있다. 우리는 살고 있는 장소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며 하루를 보내는가. 대부분은 너무 익숙한 풍경에 '이 곳은 별 다른 것이 없어' 라며 새로운 세계로의 일탈만을 꿈꾼다.

 

유명 관광지만 돌아봤겠지 하는 애초의 추측과는 다르게 도쿄를 상징하는 다양한 장소가 등장한다. '샤넬 긴자점' 같은 쇼핑 공간, '진구구장'과 같은 야구장, '고양이 카페' 같은 특이한 공간과 '국회의사당'도 등장한다. 사실 누구도 이 책이 여행서라고 말한 적은 없는데 제목만 보고는 여행지만 나올 것이라고 미리 짐작해버렸다. 선입견이다. 외국 도시 관광에서 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시간적인 문제도 있지만 그 나라의 문화를 제대로 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장소 선택이 대부분이다. 박물관이나 미술관만 들렀다와도 그 도시를 잘 본 축에 속할 것이다. 여건만 되면 이 책에 등장하는 장소에 다 가보면 좋을 것이다. 가슴에 책을 품고.

 

소개된 장소 중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진보초 고서점가와 하라주쿠, 쓰키지 시장이다. 사실 한번 이상 다 가본 곳이지만 10년전의 시선은 지금은 전혀 달랐다. 앞으로 가게 된다면 (꼭 다시 가 볼 것이다) 완전히 새로운 장소에 가는 기분이 들 것이다. 그만큼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 예리한 촉이 중요하다. 이 책은 분명 어렵지 않게 잘 읽히지만 내용은 가볍지 않다. 단순히 먹었다, 놀았다라는 여타 가벼운 도쿄 여행서와는 다르게 시대, 역사, 사회, 문화 등에 대한 다양한 관점으로 도시를 바라본다. 비록 지금 그런 시선을 지니고 있지 않다하더라도 잠시 이 책과 강상중 교수를 통해 빌리면 된다. 사물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은 언제나 필요하다.

 

책의 구성이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각 장마다 소개 장소와 강상중 교수의 사진이 있는데 사진에 설명도 달려있다. 알고보니 원래 잡지 [비일라]에 2년 반에 걸쳐 연재한 내용을 단행본으로 낸 것이었다. 덕분에 마치 그 곳에 간 것 같은 생생함과 마치 강상중 교수와 대화 하는 듯한 느낌이 좋았다. 강상중 교수가 바라는 도쿄의 미래는 "이방인stranger에게 아무렇지 않게 눈짓하며 살짝 끌어안는 듯한 도쿄" 라고 한다. 도쿄는 분명 그런 매력이 있는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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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산책자 - 강상중의 도시 인문 에세이
강상중 지음, 송태욱 옮김 / 사계절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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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는 것보다 그곳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아는 만큼 보이는 도쿄의 현재에 대한 인문학적인 시선. 강상중 교수의 <서울 산책자>도 나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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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걸작선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 문학동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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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와 친해지는 책. 그는 우리 옆집 아저씨와 비슷한 감성일지도 모른다는 의심 한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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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는 힘
강상중 지음, 이경덕 옮김 / 사계절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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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못 느꼈던 것을 두 번째 읽었을 때 느꼈다. 그것은 강상중 교수의 고민의 깊이였다. 막스 베버와 나쓰메 소세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그들이 고민했던 일들에 대한 깊은 동감, 그리고 그런 진지한 고민을 했다는 사실에 대한 존경이 보인다.

 

살벌한 세상과 희망이 보이지 않는 사회. 지금의 일본을 한 가지 색으로 표현하라고 하면 어떤 색깔이 될까요? 나는 희미한 납색밖에 떠오르지 않습니다. P.171

 

구체적으로 일본의 문제에 대해 이 책에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다른 인터뷰 기사를 보면 강상중 교수는 일본의 현재에 대해 거의 절망에 가까운 실망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어떠한가. 한국도 일본을 닮아가고 있지는 않는지 반성하게 된다.

자연의 섭리에 따른 삶, 전통적인 관습 속에서 살아온 이전 세대와는 달리 우리는 정보통신의 발달이라는 파도 위에 있는 듯하다. 차라리 세상이 조금은 더 느리게 변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생길 정도로.

 

나는 정보기술에 능통한 젊은이들 중에서 원숙한 이미지를 가진 사람이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P.66

 

놀이공원에 갔는데 아이 손을 잡은 아빠는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다. 호수에 배를 타러 갔는데 함께 탄 남녀가 각자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도대체 이들은 왜 놀이공원에 가고 호수에 배를 타고 간 것일까. 옆에 있는 아이나 연인을,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을 하나라도 더 눈에 담지 못하고 그들은 사각 박스 안의 무엇을 보고 있었을까.

 

100년 전에 살았던 나츠메 소세키가 고민하던 문제를 우리는 아직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고민을 해야 한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서.

 

나쓰메 소세키는 '도락과 직업'이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개화가 진행될수록, 또는 직업의 성질이 분화될수록 우리는 단편적인 인간이 되고 마는 표한 현상이 일어납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막스 베버가 <프로테스탄트 윤리의 자본주의 정신>에서 "영혼이 없는 전문가, 마음이 없는 향락인"이라고 말한 것과 비슷합니다. P.114

 

고민하는 힘이란 무엇일까. 결국 나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진지한 인간이 되는 것이 아닐까. 고민을 해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더 진지하게 우리의 인생에 대해 고민해보자. 고민하는 힘은 살아가는 힘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 인상적인 대목 >

P.24 다른 말로 하면 근대의 입구에서 발생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았고 백 년 동안 계속 성장해 왔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P.31 나쓰메 소세키는 자아의 문제를 철저하게 파고들어 평생 그것만을 썼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P.42 "나는 죽기 전에 단 한 사람이라도 좋으니 누군가를 믿으면 죽고 싶습니다. 당신이 그 한 사람이 되어 줄 수 있습니까? 바로 그 사람이 되어 줄 수 있습니까? 당신은 뱃속까지 진지합니까?" - 소설 <마음>

P.47 나쓰메 소세키의 경우는 많은 작품에서 돈을 주요한 키워드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다른 작가들과 다른 점입니다.

P.52 이미 만들어진 시대에 태어난 사람들은 그와 같은 충실한 만족감을 느낄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세상의 모순만 눈에 들어와 그것을 만든 세대에 대해 불만을 가잡니다. 시대를 창조한 사람들이 가진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겠다'는 적극적인 마음이 별로 없습니다.

P.61 나는 아무 주저 없이 "검약은 미덕이다"라고 말할 자신이 없습니다. 나카노 고지시의 <청빈의 사상>이라는 책도 있지만, 오늘날 '청빈'에서 그 어떤 문화가 생기기는 힘듭니다. '가난하다'는 것에 어떤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P.65 '지성'은 '박식한 사람'이나 '정보통'과 엄격하게 구분된다고 생각합니다. '알고 있다' 와 '사고하다'는 다릅니다. '정보' 와 '지성'은 같지 않습니다.

P.66 나는 정보기술에 능통한 젊은이들 중에서 원숙한 이미지를 가진 사람이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P.76 예를 들면 이 무렵 바다에 들아거 모시조개를 잡으면 모래가 적고 살이 통통한 것이 많다든가, 이때쯤 약초를 먹으면 몸에 좋다는 것과 같은 지혜입니다. 이런 자연에서 얻는 지식을 다시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P.84 막스 베버와 나쓰메 소세키의 청춘 시절의 모습을 살펴보면 마초적인 남자였다기보다는 해답이 없는 물음을 던지고 고민하는 '창백한 고뇌'와 같은 것을 느끼게 됩니다.

P.87 본래 청춘은 타자와 미칠 듯이 관계성을 추구하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공공연한 생생함은 적극적으로 피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P.88 그들 가운데에는 아직 이십대인데도 "이미 나이가 많아서"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 말을 들으면서 나의 청춘기와 너무나 달라 깜짝 놀랐습니다.

P.91 청춘은 나이와 관계가 없지 않을까 합니다. 나는 젊을 때무터 고민이 많은 사람이었는데, 중년이 되어서도 그 모습은 변하지 않아서 일이 있을 때마다 걸음을 멈추고 생각에 빠져듭니다.

P.91 나는 청춘 시절부터 '나'에 대한 물음을 계속하며 '결국 해답은 발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때달았습니다. 아니 그보다 '해답을 발견할 수는 없지만 내가 갈 수 있는 곳까지 갈 수밖에 없다'라는 해답을 찾았습니다.

P.105 막스 베버와 나쓰메 소세키는 정신이상을 겪기도 했지만 그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저작을 보고 있노라면 글자 하나하나를 피로 쓴 듯한 고행의 흔적이 느껴집니다. 매우 심원한 것인데 그것을 포기하지 않은 그들의 진지함과 정신력에 감탄할 따름입니다.

P.109 재산이 있고 없음을 떠나서 '일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사람의 마음에 중압감을 안겨 줍니다. 이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아이를 가진 전업주부가 '누구의부인', '누구의 엄마'라고 불리는 것을 싫어하는 것과도 비슷합니다.

P.114 나쓰메 소세키는 '도락과 직업'이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개화가 진행될수록, 또는 직업의 성질이 분화될수록 우리는 단편적인 인간이 되고 마는 표한 현상이 일어납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막스 베버가 <프로테스탄트 윤리의 자본주의 정신>에서 "영혼이 없는 전문가, 마음이 없는 향락인"이라고 말한 것과 비슷합니다.

P.153 내가 나로서 살아가는 의미를 확실할 수 있게 되면 마음이 열립니다. 프랭클이 말한 것과 비슷하지만 자기의 의미를 확신한 사람은 우울증에 걸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고민하는 것은 좋은 것이고, 확실할 때까지 계속 고민하는 것이 좋습니다.

P.171 살벌한 세상과 희망이 보이지 않는 사회. 지금의 일본을 한 가지 색으로 표현하라고 하면 어떤 색깔이 될까요? 나는 희미한 납색밖에 떠오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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