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하는 힘
강상중 지음, 이경덕 옮김 / 사계절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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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못 느꼈던 것을 두 번째 읽었을 때 느꼈다. 그것은 강상중 교수의 고민의 깊이였다. 막스 베버와 나쓰메 소세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그들이 고민했던 일들에 대한 깊은 동감, 그리고 그런 진지한 고민을 했다는 사실에 대한 존경이 보인다.

 

살벌한 세상과 희망이 보이지 않는 사회. 지금의 일본을 한 가지 색으로 표현하라고 하면 어떤 색깔이 될까요? 나는 희미한 납색밖에 떠오르지 않습니다. P.171

 

구체적으로 일본의 문제에 대해 이 책에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다른 인터뷰 기사를 보면 강상중 교수는 일본의 현재에 대해 거의 절망에 가까운 실망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어떠한가. 한국도 일본을 닮아가고 있지는 않는지 반성하게 된다.

자연의 섭리에 따른 삶, 전통적인 관습 속에서 살아온 이전 세대와는 달리 우리는 정보통신의 발달이라는 파도 위에 있는 듯하다. 차라리 세상이 조금은 더 느리게 변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생길 정도로.

 

나는 정보기술에 능통한 젊은이들 중에서 원숙한 이미지를 가진 사람이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P.66

 

놀이공원에 갔는데 아이 손을 잡은 아빠는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다. 호수에 배를 타러 갔는데 함께 탄 남녀가 각자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도대체 이들은 왜 놀이공원에 가고 호수에 배를 타고 간 것일까. 옆에 있는 아이나 연인을,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을 하나라도 더 눈에 담지 못하고 그들은 사각 박스 안의 무엇을 보고 있었을까.

 

100년 전에 살았던 나츠메 소세키가 고민하던 문제를 우리는 아직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고민을 해야 한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서.

 

나쓰메 소세키는 '도락과 직업'이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개화가 진행될수록, 또는 직업의 성질이 분화될수록 우리는 단편적인 인간이 되고 마는 표한 현상이 일어납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막스 베버가 <프로테스탄트 윤리의 자본주의 정신>에서 "영혼이 없는 전문가, 마음이 없는 향락인"이라고 말한 것과 비슷합니다. P.114

 

고민하는 힘이란 무엇일까. 결국 나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진지한 인간이 되는 것이 아닐까. 고민을 해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더 진지하게 우리의 인생에 대해 고민해보자. 고민하는 힘은 살아가는 힘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 인상적인 대목 >

P.24 다른 말로 하면 근대의 입구에서 발생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았고 백 년 동안 계속 성장해 왔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P.31 나쓰메 소세키는 자아의 문제를 철저하게 파고들어 평생 그것만을 썼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P.42 "나는 죽기 전에 단 한 사람이라도 좋으니 누군가를 믿으면 죽고 싶습니다. 당신이 그 한 사람이 되어 줄 수 있습니까? 바로 그 사람이 되어 줄 수 있습니까? 당신은 뱃속까지 진지합니까?" - 소설 <마음>

P.47 나쓰메 소세키의 경우는 많은 작품에서 돈을 주요한 키워드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다른 작가들과 다른 점입니다.

P.52 이미 만들어진 시대에 태어난 사람들은 그와 같은 충실한 만족감을 느낄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세상의 모순만 눈에 들어와 그것을 만든 세대에 대해 불만을 가잡니다. 시대를 창조한 사람들이 가진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겠다'는 적극적인 마음이 별로 없습니다.

P.61 나는 아무 주저 없이 "검약은 미덕이다"라고 말할 자신이 없습니다. 나카노 고지시의 <청빈의 사상>이라는 책도 있지만, 오늘날 '청빈'에서 그 어떤 문화가 생기기는 힘듭니다. '가난하다'는 것에 어떤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P.65 '지성'은 '박식한 사람'이나 '정보통'과 엄격하게 구분된다고 생각합니다. '알고 있다' 와 '사고하다'는 다릅니다. '정보' 와 '지성'은 같지 않습니다.

P.66 나는 정보기술에 능통한 젊은이들 중에서 원숙한 이미지를 가진 사람이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P.76 예를 들면 이 무렵 바다에 들아거 모시조개를 잡으면 모래가 적고 살이 통통한 것이 많다든가, 이때쯤 약초를 먹으면 몸에 좋다는 것과 같은 지혜입니다. 이런 자연에서 얻는 지식을 다시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P.84 막스 베버와 나쓰메 소세키의 청춘 시절의 모습을 살펴보면 마초적인 남자였다기보다는 해답이 없는 물음을 던지고 고민하는 '창백한 고뇌'와 같은 것을 느끼게 됩니다.

P.87 본래 청춘은 타자와 미칠 듯이 관계성을 추구하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공공연한 생생함은 적극적으로 피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P.88 그들 가운데에는 아직 이십대인데도 "이미 나이가 많아서"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 말을 들으면서 나의 청춘기와 너무나 달라 깜짝 놀랐습니다.

P.91 청춘은 나이와 관계가 없지 않을까 합니다. 나는 젊을 때무터 고민이 많은 사람이었는데, 중년이 되어서도 그 모습은 변하지 않아서 일이 있을 때마다 걸음을 멈추고 생각에 빠져듭니다.

P.91 나는 청춘 시절부터 '나'에 대한 물음을 계속하며 '결국 해답은 발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때달았습니다. 아니 그보다 '해답을 발견할 수는 없지만 내가 갈 수 있는 곳까지 갈 수밖에 없다'라는 해답을 찾았습니다.

P.105 막스 베버와 나쓰메 소세키는 정신이상을 겪기도 했지만 그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저작을 보고 있노라면 글자 하나하나를 피로 쓴 듯한 고행의 흔적이 느껴집니다. 매우 심원한 것인데 그것을 포기하지 않은 그들의 진지함과 정신력에 감탄할 따름입니다.

P.109 재산이 있고 없음을 떠나서 '일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사람의 마음에 중압감을 안겨 줍니다. 이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아이를 가진 전업주부가 '누구의부인', '누구의 엄마'라고 불리는 것을 싫어하는 것과도 비슷합니다.

P.114 나쓰메 소세키는 '도락과 직업'이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개화가 진행될수록, 또는 직업의 성질이 분화될수록 우리는 단편적인 인간이 되고 마는 표한 현상이 일어납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막스 베버가 <프로테스탄트 윤리의 자본주의 정신>에서 "영혼이 없는 전문가, 마음이 없는 향락인"이라고 말한 것과 비슷합니다.

P.153 내가 나로서 살아가는 의미를 확실할 수 있게 되면 마음이 열립니다. 프랭클이 말한 것과 비슷하지만 자기의 의미를 확신한 사람은 우울증에 걸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고민하는 것은 좋은 것이고, 확실할 때까지 계속 고민하는 것이 좋습니다.

P.171 살벌한 세상과 희망이 보이지 않는 사회. 지금의 일본을 한 가지 색으로 표현하라고 하면 어떤 색깔이 될까요? 나는 희미한 납색밖에 떠오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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