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핑크파워 - 성공의 룰을 다시 써라
클레어 십먼 & 케이티 케이 지음, 이정민 옮김 / 따뜻한손 / 2011년 7월
평점 :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여성을 위한 자기 개발서다. 난 자기 개발서를 많이 보는 편인데 그동안 읽은 여성을 위한 자기 개발서들은 내용이 다양하지 못했다. 남자들과의 차별성을 인식하고 여성 특유의 강점을 극대화 하자 이런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아니면 육아와 직장 생활을 훌륭히 병행하기 위한 방법들에 대한 이야기... 이제 별로 읽을 거리도 없다.
냉정하게 자신을 평가해도 나는 직장맘으로서 초반의 어려움(육아, 회사에서의 포지션, 실력)은 상당히 많이 극복했다. 남자들이나 조직의 생리도 많이 안다. 일도 남자들에게 절대 밀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에 프로젝트를 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었다. 지금 프로젝트의 상사가 내가 직장맘이라는 것을 너무 배려해 주지 않은 것이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의 공개수업에 2시간 정도 다녀 오는 것이나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잠시 다녀오는 것에 대해서도 핀잔을 들어야 했다. 겪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직장맘으로써 이보다 더 힘든 일은 없다. 상사가 너무 밉다.
내가 지금 상사 밑에서 일할만 한 사람도 아니고 상사가 이런 종류의 플젝을 처음 해봐서 경험이 많은 내가 도와주러 오는 형태였는데 이런 말도 안되는 일로 머리 아프게 하다니. 정말 분노가 치밀었다.
그리고 평소에도 일이 없어도 회사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이 불합리하고 쓸데 없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일이 끝나면 퇴근시간에 상관없이 집에 일찍 가서 그 황금 같은 시간을 우리 아이들과 보낸다면 얼마나 멋질까하고 상상하곤 했다. 이런 최근의 내 고민들에 대해 난 답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 참는 것이 최고다, 원래 직장 생활이란 이런것이다, 그래도 난 행복한 편이지 등등. 자기 합리화 수준이다.
그랬는데.. 이 책 <핑크파워>를 펼쳐 든 순간 난 한방 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이미 나 같은 고민을 한 선배님들이 책을 내셨구나 하고 말이다.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줄도 긋고 포스트 잇을 붙이면서 열독했다. 최근에 읽은 책 중 실질적으로 가장 나에게 도움이 되었다.
불필요하게 눈치를 보지 말고 효율적으로 일하고 일과 생활, 육아에 대한 균형을 맞추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직장맘에게는 하루 한시간만 추가적으로 시간이 주어져도 지금보다 2배는 생활에 만족감이 느껴질 것이다.
P.17 우리는 당신이 사무실에서 보내는 시간을 줄임으로써 더 많은 시간을 자신에게 투자하도록 인도할 것이다. 스트레스는 줄이되 수입과 지위는 변함없이 유지하는 비밀도 전수해줄 것이다.
다이엘 핑크의 <새로운 세계가 온다> 에서도 여성성과 남성성을 모두 갖춘 사람이 뛰어나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약간 여성성이 있는 남자, 약간은 남자 같은 여자. 주변에서 볼 수 있지 않은가? 공감이 가는 이야기다. 이 책에서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온다. 여성이 훨씬 정교하고 진화된 뇌를 가졌다는 것이다. 위의 두 이야기는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로 비슷한 점이 있다. 남자들이 한가지 일에 집중해서 좋은 성과를 거두는 것에 탁월할 수 있다. 하지만 시대는 다양성을 원하고 이 흐름에 맞는 존재는 다름아닌 여성이다.
P.56 여성은 자궁 속에 있을 때부터 이미 마니아나 일차원적인 일벌처럼 한 가지 일이나 취미에 중독되지 않게 하는 호르몬의 영향을 받습니다. 종합적으로 볼 때 여성은 남성보다 덜 극단적이죠
- 영국의 저널리스트, 페미니스트 로지 보이콧의 말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들의 인터뷰나 책을 보면 "너무 바빠서 아이와 많은 시간을 못 보낸 것이 미안하고 후회된다" 라는 말이 나온다. 그럼 성공하려만 가정을 포기하는 일명 '가포녀'가 되어야 하는가? 진정 그러한가?
정답은 없다. 오로지 나의 선택만이 존재한다. 일을 대충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완급 조절은 얼마든지 할 수 있고 스스로가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집중하면 된다. 쉽게 말해 무리 하지 않고 행복하게 일과 가정을 둘다 손에 넣을 수 있으며 향후 사회가 추구하는 이상향도 그렇게 흘러 갈 것이다.
이 책 핑크파워는 여성들만을 위한 책이나 주장이 아니다. 남자들도 일만을 위해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인간이고 기본적인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으며 그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인 것이다.
둘째 아이를 낳고 회사에 복귀한 뒤 첫 프로젝트는 일이 많았지만 재미있었다. 난 모유수유를 하고 있었고 1년 이상 먹일 예정이었다. 아침에 출근하면 업무 이외 일체의 다른 일은 하지 않았다. 인터넷은 열어보지도 않았다. 엄청난 집중으로 일을 빨리 처리하고 늦어도 7시에는 퇴근했다. 일 할 시간이 모자라면 집에 와서 젖 먹이고 아이들을 재운 뒤 2~3 시간 씩 일을 하기도 했다. 하루는 고객사 부장님이 나한테 면담을 요청하더니 자기네 회사로 오라고 덕담을 해 주셨다. 외부에서 프로젝트 와서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사람 처음 봤단다. 프로젝트가 끝나고를 하고 나서 실력이 많이 늘었다는 것이 느껴졌다. 자신감도 생겼다.
P.73 새벽 3시에 자기네 집 주방에서 업무를 처리하더라고,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시간 맞춰 일만 제대로 해난대면 말이죠
P.79 여성들은 아이들 학교행사에 가야 하는데 상사할테 찍힐까봐 코트를 그냥 의자에 걸어두고 나왔다는 웃지 못 할 이야기를 많이들 한다. 이런 억압적인 직장 분위기가 아직도 있다는 건 유감스런 일이다. 여성들은 어떻게든 빠져나가려 하고, 그 과정이 힘든 만큼 상사를 미워하게 된다. 차라리 직원들에게 자유를 주고, 그들로부터 미움 대신 존경과 충성을 얻는 것이 피차 더 낫지 않을까
위의 내용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머릿속까지 들여다 보고 쓴 것 같다. 여직원들은 다루는 상사들이여 제발 공부하고 책 좀 보시길..
P.124 일을 많이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자랑스러운것이라고 생각의 틀을 바꾸는 것이다. 옥상위로 올라가, 당신은 무언가 신나는 직업이 필요하고 가족과 자신의 삶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갖겠다고 힘차게 외쳐라.
패러다임의 변화는 시작되었다. 이런 흐름을 못 따라가는 멍청한 상사들이여, 그대들 앞에는 실패만이 가득 할 것이다. 나의 고민을 한방에 날려 준 이 책에게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