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500권 마법의 책읽기 - 뇌의 기억구조를 이용한 최강 공부법
소노 요시히로 지음, 조미량 옮김 / 물병자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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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치바나 다카시의 <지식의 단련법>에도 이 책에 등장하는 대략적인 내용 파악하며 읽기 (스키밍 리딩)과 유사한 방법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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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에 한번은 고수를 만나라 - 경지에 오른 사람들, 그들이 사는 법
한근태 지음 / 미래의창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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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오랫만에 서점에서 직접 책을 골랐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에서 '책은 서점에 가서 직접 보고 고를 것'이라 했지만 우리는 일명 '바쁜 현대인'이라 슬프게도 실천하기 쉽지 않다. 다행히 근무지인 명동에 영풍문고가 있어 얼마나 행복한지. 숨막히는 도심, 녹색으로 숨쉬는 공간, 그곳이 바로 서점이다. '고수'라는 제목은 눈을 번쩍 뜨이게 한다. 그리고 이 책을 고른 결정적 문장은 다음 두 줄이다.

 

"괜찮은 사람을 만나면 좋은 일이 생기고, 만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을 만나면 인생이 꼬인다. 저 사람이 마음에 드는지를 알아내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관상을 보고, 몇 마디 나누어 보면 대번 견적이 나온다. 특히 여자들은 이 방면에 선수다. 여자들은 눈치가 정말 빠르다. 단박에 알아차린다."  P. 197

 

의외로 많은 분들, 특히 남자들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여자들은 정말 감이 발달했다. 타고나기도 하지만 사회생활하면서 사람을 많이 만나보면 이 부분에서는 여자들이 단연 우세하다는 생각이다. (물론 감이 무척 발달한 남자도 있을 것이다. 흔치 않지만) 선입견은 조심해야 하지만 이 여자들의 감이 정말 잘 맞아떨어지는데는 할 말이 없다. 그런 면에서 주변의 고참 여직원들은 '고수'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리고 많은 회사와 같이 일하며 남자들보다 훨씬 일 잘하는 여성들을 많이 만났다. 솔직히 30대 중후반 이상인 고참 여직원 중 일 잘 못하고 눈치 없는 여성은 없을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남자들이야 일 못해도 죽으나사나 직장을 다녀야 하지만 여자들은 일 좀 하다가 영 소질이 없거나 힘들면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일 잘하는데 육아나 다른 이유로 그만두는 여직원들도 많이 봤다. 이런 점이 무척 안타깝다. 한국은 똑똑한 여성 인력을 잘 활용해야 하는데 아직은 갈 길이 멀다.

 

고수는 어떤 사람들인가. 누구나 고수가 되고 싶어한다. 모든 분야에서 고수들이 가진 공통된 특징은 분명 있다. 고수의 특징은 그 자체로 우리가 사회 생활을 하거나 일상 생활을 하는데 있어 모범이 되는 행동들이다. 분명 이 책에 나온 50가지 고수에 대한 생각은 고수가 되고자 하는 사람에게 좋은 길잡이를 해 줄 것이다. 하지만 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각자 고민을 해야 한다. 쉽게 말하면 고수의 특징에 대해서는 이야기해주지만 더 깊은 통찰은 독자의 몫으로 남는다. 신입사원이나 사회 초년병, 그러니까 백지 상태의 사람들이 보면 좋을 내용이다. 어느 정도 수준에 다다른 사람들은 이 정도 이야기로 만족을 못한다. 더 구체적인 실천 방법이나 더 깊은 통찰을 원할 것이다. 이 책에서 조금 아쉬운 부분이 바로 이 점이다. 그럼에도 고수라는 컨셉이 주는 흥미와 여러 신문이나 책에서 발췌한 내용들은 가볍게 읽을 수 있어서 좋다.

 

< 인상적인 구절 >

P. 11 고수는 어느 분야에나 존재한다. 고수는 어떤 일을 하느냐가 아니라 그 일을 얼마나 비범하게 하느냐로 평가할 수 있다.

P. 17 영감이 떠올라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쓰다 보면 영감이 떠오른다

P. 17 훌륭한 소설가들은 대체로 다작을 했고 맹목적이고 기계적으로 글을 썼다. 감흥이 생겨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다 보면 감흥이 생긴다.

P. 20 살아남기 위해 애를 쓰다 보니 고수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애쓸 필요가 없는 사람은 고수가 될 확률이 적다. 경쟁이 적은 직업이 그러하다.

P. 22 고수는 혼자 힘으로 살아남을 수 있어야 한다. 조직의 힘을 빌리지 않고 자기 능력으로 밥벌이를 할 수 있어야 한다.

P. 23 수술을 많이 한 사람이 고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논문도 마찬가지다. 누가 가장 혁신적인 논문을 썼는지 알려면 관련 분야에서 논문을 많이 쓴 사람을 찾아보면 된다.

P. 25 창조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보고, 듣고, 읽었느냐이다. 지식과 경험의 축적이다. 창조는 축적의 결과물이다. ... 감성을 연마한다는 것은 결국 직감을 단련하는 것이고 직감을 위해서는 경험의 축적이 필요하다. 얼마나 많이 보고, 많이 듣고, 많이 읽었느냐가 관건이다. 지식과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

P. 37 일, 사람, 책을 통해 학습이 이루어진다. 특히, 우리는 지금 자기 눈앞의 일을 통해 배워야 한다. 하수는 쓸데없이 가방끈을 길게 한다. 그리고 학교를 졸업하면 더 이상 학습하지 않으려 한다. .. 고수는 현장을 통해 배운다. 나름의 학습 방법으로 끊임없이 공부한다. 새로운 시대의 문맹은 글자를 못 읽는 사람이 아니라, 공부하기를 중단한 사람 혹은 공부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다.

P. 40 스파크는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경험을 할 때 튄다. 매일 같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편하긴 하지만 머릿속에서 화학반응이 일어나진 않는다.

P. 51 이민 가서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가진 것이 없거나 한국에서 쫄딱 망한 사람들이다. 더 이상 한국에 미련도 없고 비빌 곳도 없는 사람들이다.

P. 77 빈둥거리고 어영부영하고 매일 지각하고 시원찮게 일을 하는 사람에게 기회는 영원히 오지 않는다. 기회는 그런 사람에게 아예 접근할 생각이 없다.

P. 82 스마트폰은 블랙홀이다. 모든 사람들의 시간과 정력을 미친 듯이 빨아들인다. 사람들은 화면을 들여다보느라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카톡으로 시간을 마구 태운다.

P. 87 하수들은 생활이 불규칙하다. 변수가 많다. 일관성이 떨어진다. 쓸데없는 약속이나 이벤트가 많다.

P. 90 명망 있는 집안이 대를 이어 인재를 내는 건 우성유전자나 경제 사회적 기득권 때문만은 아니다. 좋은 습관이 대물림되기 때문이다.

P. 97 인생에서 뭔가 의미 있는 것을 이루려는 사람이라면 필수적으로 디테일에 신경을 기울여야 합니다. 뭔가 비범한 것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집요할 정도로 작은 디테일에 몰두해야 합니다. - 조르지오 아르마니

P. 123 과도하다 싶을 정도의 일을 동시에 처리할 때 일 근육이 생긴고 업무의 생산성이 올라간다.

P. 129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은 사람 행동에 관한 메뉴얼 같은 책이다. 사람을 움직이는 설계도를 엿본 기분이다. 자식을 공부시키려고 감시하고 끊임없이 잔소리를 퍼붓는 부모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P. 136 신 나게 세상을 살고 싶다면 호기심을 살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극이 필요하다. 환경의 변화, 하는 일의 변화,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 여행 등이 자극이 될 수 있다.

P. 142 인생 최대의 비극은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생활하는 것이다. 자기에게 맞지 않는 자리에 오르는 일이다. 그러면 개인도 조직도 불행해진다.

P. 176 새로운 지식을 접했을 때, 좋아하는 책을 발견했을 때, 신문에서 관련 기사를 읽었을 때, 그런 것들을 모아 글을 쓰면서 나만의 생각을 하게 되었을 때, 그게 글이 되었을 때, 글이 모여 책으로 나왔을 때는 정말 행복하다.

P. 177 기업 대상 교육을 많이 하는 나는 직장인들에 대해 늘 측은지심을 갖고 있다. 그들의 표정과 태도를 보면서 "어떻게 저 나이에 저렇게 맛이 갈 수 있을까?"라는 안타까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얼굴을 부면 "불만 가득, 희망 없음"이라고 씌어 있다.

P. 197 괜찮은 사람을 만나면 좋은 일이 생기고, 만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을 만나면 인생이 꼬인다. 저 사람이 마음에 드는지를 알아내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관상을 보고, 몇 마디 나누어 보면 대번 견적이 나온다. 특히 여자들은 이 방면에 선수다. 여자들은 눈치가 정말 빠르다. 단박에 알아차린다.

P. 203 "직관을 따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당신의 가슴 그리고 직관이야말로 당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 스티브 잡스

P. 219 고수들은 어떻게 이렇게 관찰력이 뛰어날까? 뭔가를 갈구하고 호기심이 강하기 때문이다. 아무 생각 없이 사물을 보면 보이는 것만 보인다.

P. 220 박완서 선생의 소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똑같은 일상을 얼마나 세심하게 살피는지, 사람들 심리를 정확하게 그려 낸다. 아마 늘 안테나를 세우고 사물을 보기 때문일 것이다.

P. 235 좋은 기회를 가져다 준 사람 중 17퍼센트만이 친한 사이고 나머지는 가끔 만나거나 거의 만나지 않는 사람이란 것이다. 좋은 일은 강한 인맥보다는 약한 인맥을 통해 일어나고 그 이유는 추천하는 사람도 추천받는 사람도 객관성을 갖게 되기 때문이란 논리다. - 마크 그래노비터, 약한 고리의 힘

P. 237 가깝게 지내되 적당한 거리를 두어라. 끈끈함도 좋지만 느슨함을 유지하라. 인맥 형성에서 잊지 말아야 할 말이다.

P. 254 만나자마자 누군가를 거론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과 안다는 사실을 떠벌리고 관계를 과시한다. 난 그런 사람을 믿지 않는다. 오죽 자랑할 게 없으면 그럴까 하는 측은지심이 생긴다.

P. 257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우리는 성장한다. 어쩔 수 없이 혼자 있는 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혼자 있는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인간 정신의 잣대는 고독을 견디는 힘이다." 키에르케고르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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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에 한번은 고수를 만나라 - 경지에 오른 사람들, 그들이 사는 법
한근태 지음 / 미래의창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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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사회 초년병들이 읽으면 좋을 내용이다. 내가 20대 초반에 이런 고수의 자세를 배웠다면 성공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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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코드 - 재능을 지배하는 세 가지 법칙
대니얼 코일 지음, 윤미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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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개월 전,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왜 이 책이 그리 유명한지 알 수 없었다. 글쓰기를 지도하는 분이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권장하기에 읽었는데 도대체 이 책이 글쓰기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이번에 다시 천천히 읽어보니 조금 감이 잡힌다. 전과는 다르게 무척 흥미롭고 즐겁게 읽었다. 부제대로 이 책은 재능을 지배하는 세 가지 법칙에 대한 이야기다. 재능이라고 해서 선천적으로 타고난 능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주로 후천적인 능력을 의미한다. 심층 연습, 점화, 마스터 코칭라는 화두에 대해 현재 진행중이거나 역사의 현장에서 적절하고 이해를 돕는 수많은 예들을 보여주며 읽는 재미를 선사한다.

 

심층연습은 무조건적인 연습을 의미하지 않는다. 정확한 방법을 시간에 상관없이 연습하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분야의 일을 이 법칙에 대입할 수 있다. 이 책의 좋은 점은 우리가 흔히 재능이라고 말하는 예술이나 스포츠 같은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오늘도 했고 내일도 할 실제 회사 업무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평범한 직장인들에게 재능은 바로 '회사에서 인정받는 능력'에 다름아니다. 탤런트 코드는 우리가 하는 일에도 어김없이 적용될 수 있는 유연하고도 획기적인 방법이다. 책에서도 소개하듯 도요타의 성공에는 기업 버전의 심층 연습이 있었다. 실제 자신이 하는 일과 이 책에서 말하는 심층 연습을 연관시키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연습만으로 완벽해질 수는 없다. 완벽한 연습을 해야 완벽해진다." 는 한마디로 심층 연습을 표현 할 수 있다.

또한 특정 시대, 특정 장소에서 재능의 폭발이 이루어진 이유를 구체적인 근거를 들어 밝힌다. 이런 흥미로운 내용은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저자가 제시하는 주장에 힘을 싣는다. 다니엘 핑크나 말콤 글래드웰 같은 작가들이나 이 책의 저자인 대니얼 코일이 대단한 이유는, 신문이나 책에서 발췌한 내용만 줄줄이 늘어 놓는 국내 일부 저자들의 책과는 다르게 발로 뛰고 생동감 넘치는 인터뷰를 했기 때문이다. 신뢰와 공감이 더 가는 것은 당연지사다.

 

점화 부분에서는 한국 골프 선수의 예가 등장한다. 박세리라는 스무 살짜리 무명 선수가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어떤일이 벌어졌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한국 여자 선수들이 사실상 LPGA 투어를 점령해버린 것이다. 바로 점화의 대표적인 예다. '나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담기 뚜렷한 신호는 중요한 요소다.

무의식에 대한 언급도 눈길을 끈다.

 "뇌 과학 분야의 제2원칙이 있다. 스킬 회로가 발전할수록, 우리는 회로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점점 덜 의식한다. 결국 스킬은 자동화되고, 무의식에 살며시 묻히게 되어 있다. .. 일단 스킬을 습득하면 마치 처음부터 갖고 있었던 것처럼 완전히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많은 창의력 관련 서적에서 무의식의 중요성을 말한다. 결국 무의식 능력도 노력에 의해 얻어지는 것이며, 이런 점에서는 다른 스킬과 다를 것이 없다.

 

탤런트 코드의 세 번째 요소로 마스터 코칭이 등장한다. 글쓰기 선생이 이 책을 보라고 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자신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다 마스터 코칭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훌륭한 코칭도 미엘린 층이 두꺼워진 사람만이 가능하니까. 그리고 더 다행인 것은 글쓰기는 코칭 없이도 가능하다는 말이 나온다.

"글쓰기 코미디 축구 같은 스킬의 회로는 유연하다. 이러한 스킬을 향상시키려면,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장애물에 대처하기 위해 그때그때 적당한 회로를 골라낼 수 있는 수천 개의 회로가 있어야 한다. 반면 바이올린 연주 골프 체조 피겨스케이팅 같은 스킬의 회로는 일관적이다. 이러한 스킬은 이상적인 동작의 기본적인 요소를 반복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탄탄한 테크닉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골프 스케이트 체조 분야에서 독학한 사람이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하기 어려운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소설가 코미디언 축구 선수는 독학으로도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스승이 있다는 이야기는 못 들어 본 것 같다. 물론 글쓰기도 코칭을 받으면 안 받는 것 보다는 나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그 효과는 미미할지도 모른다. 심층 연습과 점화가 글쓰기에는 더 우선적인 요소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어린 아이를 둔 부모가 읽어보기에 좋은 책이다. 그런데 무척 큰 모순이 있는 것이 많은 책에서 청소년기에 아이들이 무언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흔히 말한다. 그리고 실제 20대 초반까지 내가 무슨일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어린 시절부터 특정 예술이나 스포츠분야에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흔하지 않다. 그런데 심층 연습을 통해 미엘린 층을 두껍게 하는 최적기는 아이러니 하게도 10대 초, 중반이라고 한다. 사회적으로 지나친 조기교육이 문제가 되는 시점에서 조금 당혹스러운 정보다.

 

"뒤늦게 새로운 언어를 배우거나 악기를 배우려고 노력해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알겠지만, 나이 들어서 필수적인 회로를 설계하는 일은 굉장히 힘들고 시간도 훨씬 더 많이 필요하다. 세계적 수준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대개 어릴 때 훈련을 시작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유전자는 나이가 들어도 달라지지 않지만 미엘린층을 두껍게 만드는 능력은 달라진다." P.127

 

" 첫째, 재능은 심층 연습을 필요로 한다. 둘째, 심층 연습은 어마어마한 양의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셋째, 특정한 신호는 막대한 에너지가 분출되도록 방아쇠를 잡아당긴다. .. 성공한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10대 초 중반에 그러한 신호를 받는다. 청소년기는 핵심적인 뇌 발달이 이우어지는 시기로서, 정보처리 과정에서 미엘린을 특히 더 잘 받아들인다." P.167

 

내가 성공을 못한 이유는 10대 초 중반에 아무 생각없이 살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조금은 분명해졌다. 어릴 때 어떤 분야에 대한 훈련을 한다는 것은 아마 아이가 뛰어난 재능을 보이고 스스로 욕심을 많이 내는 경우여야 한다. 즉 극히 자발적이어야 하지 않을까. 부모의 욕심에 의한 과욕은 분명 금물이다. 솔직히 이 부분은 복불복이라는 생각도 드는 것이 무슨 일이든 부모가 억지로 시킨다고 되는 일은 아닐것이다.

 

"동기를 연구하는 심리학자 캐롤 드웩은 세상 모든 부모에게 필요한 충고는 딱 두 가지라고 말한다. 첫째, 아이가 무엇에 끌리는지 관심을 기울여라. 둘재, 아이의 노력을 칭찬해주어라. 드웩 박사의 매력적인 연구가 보여주듯이, 그런 메시지를 보내는 것만으로도 엄청나게 효과적인 수 있다." P.307

 

위의 내용이 조기 영재 교육을 조장하는 내용인 듯 해 내심 불안했는데 마지막에 저자는 산뜻하게 마무리를 하고 있다. 아이의 관심사를 찾아주고 노력을 칭찬하라는 것. 내가 보기에도 이 이상 부모가 해야 할 일은 그리 많지 않다.

 

< 인상깊은 대목 >

P.19 모든 스킬이 똑같은 세포 매커니즘에 의해 향상된다는 생각은 놀라울 뿐 아니라 좀 이상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스킬의 종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구 상의 모든 다양성은 공통된 적응 매커니즘을 바탕으로 한다.

P.31 흔히 힘들이지 않고 수월하게 연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런 건 정말이지 형편없는 학습 방법입니다.

P.32 수백 번 관찰만 하는 것보다 단 몇 초 동안이라도 한 번 제대로 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죠.

P.33 현재 능력보다 살짝 위에 있는 목표를 선택하고, 정확히 목적에 맞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요령이다. 무턱대고 하는 헛수고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목표에 도달하려고 애쓰는 것이 중요하다.

P.33 스위트 스팟을 찾는 것이 관건입니다. 본인의 능력과 도달해야 할 목표 간의 격차가 가장 작은 지점이 있어요. 스위트 스팟을 찾으면 학습 속도가 현저히 빨라지기 시작합니다.

P.41 링크는 제2차세계대전이 발발하기 몇 년 전부터 일본 독일 소련에 트레이너를 팔아도 좋다는 허가를 받았다. 그 결과 전쟁기간 동안 벌어진 수많은 공중전에서, 야무지게 훈련한 양편 조종사들이 막상막하의 실력으로 접전을 펼치는 진풍격이 연출되었다.

P.45 펠레를 비롯하여 내노라하는 브라질 선수는 모두 어릴 때부터 풋살을 했다... 최고가 된 브라질 축구 선수는 모두 평생 수천시간 동안 풋살을 한 사람들이다.

P.47 선수들은 풋살을 통해 심층 연습 구간에 들어가며, 실수를 하고 그 실수를 교정하면서 구체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끊임없이 찾아낸다.

P.55 브론테자매는 미숙한 모방에 엄청난 양의 시간과 노력을 기꺼이 쏟아 부었기 때문에 위대한 작가가 될 수 있었다.

P.61 천재들이 시 공간 전체게 균일하게 흩어져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천재는 떼 지어 뭉쳐 있는 경향이 있다. - 데이비드 뱅크스 <천재 과잉의 문제>

P.64 피렌체의 예술가들은 무엇을 했는가? 그들은 어떻게, 또 얼마나 오래 연습했는가? .. 피렌체는 장인 길드라는 강력하 사회현상이 발생한 진원지였다.

P.65 길드는 도제 시스템을 바탕으로 운영되었다. 일곱살가량의 소년들이 5년에서 10년 정도까지 일정 기간 스승과 함께 살며 기술을 배웠다.

P.66 "내가 거장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 안다면, 사람들은 별로 대단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 미켈란젤로

P.67 젊은 시절에 심층 연습 실험실에서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보내는 동안, 정확한 신호를 발사하여 회로를 최적화하고 실수를 교정하고 경쟁하면서 실력을 연마했다.

P.68 뇌에 있는 미엘린은 대략 쉰 살까지 계속 양이 늘어납니다. .. 대개 미엘린층이 두꺼운 사람들이 나라를 통치하거나 소설을 쓰는 등의 복잡한 과제를 더 잘 완수합니다.

P.71 베토벤과 베이브 루스의 위대함은 완벽한 배합 덕분이다. 첫째로 그들은 뛰어난 스킬을 습득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태어났다. 둘째로 운 좋게도 그들은 그러한 스킬을 발전시킬 수 있는 이상적인 환경에서 태어났다.

P.74 고차원적이고 복잡한 스킬에 필요한 신경섬유 수백만 개로 이루어진 회로를 사전 설계한다는 것은 유전자 입장에서 어리석고 비용이 많이 드는 도박이다.

P.75 결과적으로 누구나 필요할 때 원하는 스킬을 습득할 수 있는 선천적인 잠재력을 갖고 태어나므로, 이런 시스템은 유연성과 반응성이 뛰어나며 경제적이라고 할 수 있다.

P.83 스킬은 중요한 요소를 식별한 다음, 그것을 의미 있는 체계로 묶음 처리하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조직화를 가리켜 청킹이란 용어를 사용한다.

P.87 우리는 모방하도록 사전 설계되어 있어요. 좀 이상한 소리로 들릴 겁니다. 하지만 탁월한 수준에 도달한 사람과 똑같은 상황에 자신을 집어넣고, 그 사람이 했던대로 똑같이 시도하면 실력 향상에 엄청난 효과가 있죠

P.91 학생들은 훈련을 시작한 후 3년 동안은 절대로 토너먼트에 출전할 수 업다. 미국 학부모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을 방법이다. 그러나 러시아 학부모는 털끝만큼도 의문을 제기하는 법이 없다.

P.94 어째서 속도를 늦추는 것이 그토록 효과적일까? 미엘린 모델은 두 가지 이유를 제시한다. 첫째, 속도를 늦추면 더 철저히 실수에 집중하게 되므로 매번 신호가 발사될 때마다 더 높은 수준의 정확성을 얻을 수 있다. 미엘린층을 두껍게 만들고 싶다면, 정확성이 생명이다. 둘째, 속도를 늦추면 연습하는 사람은 훨씬 더 중요한 것을 발전시킬 수 있다. 즉, 스킬의 내적인 청사진, 다시 말해 서로 맞물려 있는 스킬 회로들의 형태와 리듬을 효과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된다.

P.96 결국 전문가는 남들과 다르게, 훨씬 더 전략적으로 연습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들에게는 실수를 교정할 수 있는 전략이 있습니다.

P.97 "연습만으로 완벽해질 수는 없다. 완벽한 연습을 해야 완벽해진다.".. 말하기 읽기 생각 상상 등 어떤 일을 하든지 간에 실제로 행동에 옮기고 신경섬유에 신호를 발사하고 실수를 교정하고 회로를 연마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으로 스킬을 습득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P.98 "하루 연습을 빼먹으면 내가 압니다. 이틀 연습을 때먹으면 아내가 압니다. 사흘 연습을 빼먹으면 온 세상이 압니다." -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P.105 "아주 가끔 슈퍼스타급 천재가 나옵니다. 그들의 뇌가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아무도 몰라요. 하지만 확실한 건 아주, 아주 적은 확률이라는 거죠,. 나머지 보통 사람들은 노력하는 수밖에 없어요.

P.108 정말 잘하고 싶다면 못하는 상태를 기꺼이, 심지어 열렬히 받아들어야 한다. 아기의 걸음마가 스킬을 습득하는 비결이다.

P.114 큰 회로를 미엘인으로 감싸려면 엄청난 에너지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떤 일을 미치도록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것을 잘하기 위해 충분히 많이 노력하지 않는다.

P.118 뇌 과학 분야의 제2원칙이 있다. 스킬 회로가 발전할수록, 우리는 회로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점점 덜 의식한다. 결국 스킬은 자동화되고, 무의식에 살며시 묻히게 되어 있다. .. 일단 스킬을 습득하면 마치 처음부터 갖고 있었던 것처럼 완전히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P.127 우리가 중국에 간다면, 미엘린은 북경어 동사 활용에 도움이 되는 신경섬유를 감쌀 것이다. 미엘린은 우리가 누구든지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가 하는 일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P.127 뒤늦게 새로운 언어를 배우거나 악기를 배우려고 노력해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알겠지만, 나이 들어서 필수적인 회로를 설계하는 일은 굉장히 힘들고 시간도 훨씬 더 많이 필요하다. 세계적 수준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대개 어릴 때 훈련을 시작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유전자는 나이가 들어도 달라지지 않지만 미엘린층을 두껍게 만드는 능력은 달라진다.

P.135 <전문적인 지식과 행위에 대한 케임브리지 안내서>는 성경에 버금가는 방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핵심 전제는 통계에 의존한다. 분야를 막록하고 누구든지 1만 시간 도안 꾸준히 연습하면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P.135 '계획적인 연습' 이란 테크닉을 연마하면서 끊임없이 비판적인 피드백을 적용하고 집중적으로 약점을 보강하는 데 주력하는 방식의 연습니다.

P.137 마이클 하우 박사는 <천재에 대한 해명>에서, 모차르트가 여섯 살 생일 때까지 스승인 아버지와 함께 음악을 공부한 시간은 대략 3500시간이었다고 추정한다. 이는 모차르트의 음악적인 기억력이 인상적이긴 하지만, 다른 사람도 도달할 수 있는 스킬의 영역에 속함을 암시한다.

P.161 다 쓰러져 가는 낡아빠진 인큐베이터의 상태와 그곳에서 배출되는 번듯한 인재들 사이에 무슨 연결 고리가 있는 것 같았다. .. 사람들은 편안하고 쾌적한 환경에 있으면, 자연스럽게 노력을 중단합니다.

P.163 의식은 1초에 40개의 정보밖에 처리하지 못하는 반면, 무의식은 1초에 1100만 개의 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불균형을 고려할 때, 정신적인 활동을 무의식에 위임하는 것이 효율적일 뿐 아니라 심지어 필수적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P.166 심리학자인 키스 시몬턴은 <천재의 기원>에서 부모를 잃는 경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런 불운한 사건은 성공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부딪히는 수많은 장애물과 좌절감을 극복할 수 있을 만큼 강인한 인격이 형성되도록 자양분을 공급한다."

P.167 첫째, 재능은 심층 연습을 필요로 한다. 둘째, 심층 연습은 어마어마한 양의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셋째, 특정한 신호는 막대한 에너지가 분출되도록 방아쇠를 잡아당긴다. .. 성공한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10대 초 중반에 그러한 신호를 받는다. 청소년기는 핵심적인 뇌 발달이 이우어지는 시기로서, 정보처리 과정에서 미엘린을 특히 더 잘 받아들인다.

P.215 디테일을 강조하는 것이 실제로 학업 성적을 향상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규칙은 학생들이 꼼꼼함과 정확성을 연습할 수 있게 하는 수단이니까요. 이런 걸 경험해본 적이 있는 아이들은 많지 않죠

P.220 지나치게 힘이 들어간 악수, 열정적으로 동의하는 끄덕거림, 극잔적으로 예절 바른 태도 등이 그런 느낌을 주었다. 분명 다소 어색한 모습이었지만, 새로운 페르소나를 얻으려고 성실히 노력하고 있는 사람의 진실한 마음이 느껴졌다.

P.254 마스터 코치는 오랜 세월 동안 학생을 가르치면서 미엘린층이 두툼하게 쌓인 티칭 회로를 갖게 된다. 그것은 학생의 현재 위치와 앞으로 가야 할 지점을 파악하기 위해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전문 지식과 전략 및 경험, 그리고 노력한 본능이 뒤섞인 신비로운 혼합체다.

P.277 글쓰기 코미디 축구 같은 스킬의 회로는 유연하다. 이러한 스킬을 향상시키려면,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장애물에 대처하기 위해 그때그때 적당한 회로를 골라낼 수 있는 수천 개의 회로가 있어야 한다. 반면 바이올린 연주 골프 체조 피겨스케이팅 같은 스킬의 회로는 일관적이다. 이러한 스킬은 이상적인 동작의 기본적인 요소를 반복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탄탄한 테크닉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골프 스케이트 체조 분야에서 독학한 사람이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하기 어려운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소설가 코미디언 축구 선수는 독학으로도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

P.289 그는 돈과 경계심과 온통 알 수 없는 것들로 가득 찬 세계에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에게 다가가 교감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리고 그런 능력을 이용해 아직까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어쩌면 본인조차 모르고 있는 재능을 소유한 사람을 발굴해낼 수 있다.

P.298 불행 중 다행으로, 자연스럽게 미엘린이 급증하는 현상은 30대에 끝나지만 전반적인 미엘린의 양은 50대까지 꾸준히 증가한다.

P.303 핀란드에서 교사의 사회적 지위는 의사나 변호사와 동등하다. 보수도 동등한 수준이다. 모든 초등학교 고사가 교육학 석사 학위 소지자이면, 학교는 마치 티칭 병원처럼 운영된다.

P.304 핵심은 사람이죠. 핀란드 교욱의 수준이 높은 이유는 핀란드 교사의 수준이 높기 때문입니다. 뛰어난 학생들 상당수가 교사가 되고 싶어 해요.

P.307 동기를 연구하는 심리학자 캐롤 드웩은 세상 모든 부모에게 필요한 충고는 딱 두 가지라고 말한다. 첫째, 아이가 무엇에 끌리는지 관심을 기울여라. 둘재, 아이의 노력을 칭찬해주어라. 드웩 박사의 매력적인 연구가 보여주듯이, 그런 메시지를 보내는 것만으로도 엄청나게 효과적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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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13-10-15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익하게 잘 읽었습니다~

블루버드 2013-10-15 10:14   좋아요 0 | URL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다, 그림이다 - 동서양 미술의 완전한 만남
손철주.이주은 지음 / 이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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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어려운 취미다. 막연히 그림 보는 것이 좋기는 하지만 흰 것은 바탕이요, 색 있으면 그림이라. 동양화를 보면 더 사무치게 느껴지는 이 무지함. 사 놓고 안 읽은 그림 관련 책도 꽤 있다. <서양미술사>,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이런 책들을 사 놓고 안 읽었다. 다른 책의 저자들이 '좋은 책'이다 하여 욕심을 내서 샀는데, 도통 손이 안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림에 대한 열망보다 그림에 대해 아는 척 하고 싶은 마음이 앞선 것은 아닌가 조금 찔리기도 하다. 역시 마음의 준비가 덜 된 탓이다. 역시 나는 미술하고는 거리가 있어, 그림은 무슨이라고 투덜대며 지쳐갈 무렵 우연히 이 책이 손에 들어왔다.

 

먼저 형식이 마음에 든다. 동양 미술과 서양 미술에 조예가 깊은 두 저자가 대화를 하듯 주제를 놓고 풀어나가는 방식이 신선하다. 그냥 미술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지루할테지만 간간히 두 저자에 신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니 귀가 쫑긋해진다. 사람 냄새가 나는 미술책이라고나 할까. 우리와 그림을 이어주는 두 사람에게 독자는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다. 도대체 어떤 분들이기에라고 하며.

어린 시절 달력에 그려진 신윤복 그림이 기억난다. 비록 집에 그림 한장 액자로 걸려있지 않았지만 액자에 걸려야 그림인가? 달력에 그려져 충실하고 친절하게 오늘이 몇 일인지도 날짜와 요일도 보여주며 안방 한 켠을 멋지게 장식하던 우리 그림. 요즘도 우리네의 해학과 정서가 담긴 이런 달력이 나오는지 무척 궁금하고 가능하면 구해서 걸어 놓고 싶다. 주로 은행에서 이런 달력을 주는 듯 한데... 하다못해 잡지에서라도 오려서 집에 그림을 붙여 둘 일이다. 그리고 이제는 그냥 그림 좋다에서 한 발자국 나가고 싶었는데 이 책이 그 견인차 역할을 해줄 것 같다.

 

그림이 아름답기만 하면 장식품이겠지. 많은 사연과 시대상과 생각할 거리를 전해준다. 인생에 대해 우리네의 삶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그림들. 아름다운 그림과 멋진 해설이 어우러져 있다. 좀 더 여유가 생기면 그림 감상하기 강좌도 듣고 싶다. 그림 한 장에서 이렇게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할 수 있다니.

조선 초상화의 우수성에 대해서 알게된 것도 큰 기쁨이다. 아무리 서양 것이 판을 치는 세상이라 해도 역시 우리는 자랑할 만한 역사와 문화를 가졌다는 자부심. 그림을 통해서 이런 기분을 느끼다니, 역시 그림에 대한 책을 읽기 잘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프레첼에 '작은 보상'이라는 의미가 있고 역사가 제법 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책에 나온 프레첼 그림을 보여주니 아이들이 좋아한다. 이렇게라도 해서 어릴 때부터 명화 감상시켜야지. 두 작가의 필력도 좋아서 글 자체도 무척 훌륭하다. 이렇게 좋은 책을 이 가을에 만나게 된 것은 행운이다. 기존의 딱딱한 형식에서 벗어나 즐겁고 유쾌하게 동서양을 넘나든 그림 여행을 시켜주는 책이다. 앞으로도 이런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 나 같은 미술에 대한 지식이 일천하고 감상 수준 높지 않은 사람도 그림을 즐길 수 있도록.

 

< 인상깊은 대목 >

p.66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인들은 편지를 쓸 때 상징적인 의미를 담은 꽃이나 풀을 말려 편지지에 붙이곤 했는데요. 편지를 제대로 읽기 위해서라도 집집마다 꽃말사전 하나쯤은 기본으로 있어야 했다고 합니다.

p.67 그림 속에서 과일을 팔거나 과일바구니를 안고 있는 사람은 농염한 성적 유혹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p.94 예부터 이런 포즈를 일컬어 '백안간타세상인'이라 했습니다. '시답잖은 눈빛으로 세상 사람들을 본다'는 뜻입니다.

p.96 한때의 성공과 성취가 평생의 안락을 보전해주는 것이 아니듯 기나긴 좌절과 쇠락일망정 깨어있는 정신에 좀먹을 일은 없습니다.

p.105 눈을 잘 보세요. 놀랍게다, 시선이 엇나가는 사시입니다. 결점이랄수도 있는데 덮어주질 않았어요. 번암이 화가에게 몇 푼 쥐어줄 위인도 아니지만 뒷돈 받았다고 못난이를 잘난 이로 바꿔줄 이명기도 아니었겠지요. 한마디로, 찧고 까부는 붓질이 우리 초상화에는 없습니다.

p.106 조선 초상화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습니다. 허접한 국수주의가 아니라 검증해본 미술사가들이 자부하는 바입니다. 초상화가는 '한 올 한 가닥조차 다르면 결코 그 사람이라 할 수 없다'는 모토를 내세웁니다.

p.108 단원이 글씨 오른쪽에 호리병 모양의 도장을 찍었는데, '빙심'이라 새겨져있습니다. '한 조각 얼음 같은 마음 옥병에 들어있다네'라는 시구에서 따온 말인 즉, 세상이 어떻든 누가 뭐라 하든 단단하고 맑은 심지는 변치 않는다는 뜻이랍니다.

p.119 <자기만의 방>(1929)은 "여성과 소설"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던 버지니아의 강연을 정리한 저서인데, 그 책에서 그녀는 형이상학적인 언술대신, "여자가 소설을 쓰려면 연간 500파운드의 소득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지요"라고 딱 잘라 말합니다. 영혼이 자유로워질 수 있는 돈과, 아이나 남편이 시야를 가리지 않는 독립된 방이 있어야 누구라도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것이지요.

p.141 자기 보존적이면서 성애적인 것이 합해진 삶에의 본능을 에로스라고 하고, 자기 파괴적이면서 궁극적인 소멸로 치닫는 충동을 타나토스라고 합니다.

p.144 "이제 모든 게 쉬워졌군. 이렇게 쉬운 건지 왜 몰랐을까." 헤밍웨이가 쓴 저 유명한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대사이지요.

p.153 행복은 바랄 바를 바라는 겁니다. 바라되 분수껏 바라면 행복은 자기 마음의 작용이라 언제든 얻을 수 있지요.

p.162 열심히 일한 사람에게 주는 선물, 프레첼이 고리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게 보이네요. 프레첼의 어원은 '작은 보상'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여기 놓은 이 빵들은 빵집 남자가 거든 뿌듯한 대가겠지요.

p.165 더 부러운 것은 부인 스스로 행복하다는 확신이 있다는 점이예요. 찌든 가난으로 엄마 혼자 고생한다는 생각에 아버지를 미워했던 큰 아들에게 부인은 "엄마는 부자로 살려고 결혼한 게 아니야. 행복하게 살려고 결혼했지" 하고 말했다지요.

p.199 진사는 비싸서 포도나 모란꽃 문양 등이 있는 도자기 일부에 살짝 칠하고 마는데 이 연적은 된통 다 발랐습니다. 그래서 귀티가 납니다.

p.101 취미는 재미삼아 하는 짓입니다. 그러니 남들이 콩팔칠팔할 수 없지요. 오죽하면 우리 속담에 '동냥자루도 제 맛에 찬다'고 할까요. 개살구도 맛들일 탓입니다. '악취미'란 말도 있듯이 취향은 천차만별입니다.

p.204 국어학자 이희승 선생이 산문에 쓰기를 '취미나 멋은 군것질에 지나지 않는다.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다'고 했어요. 좀 뜨악한 말인데, 아마 취미와 멋이 지나친 것을 경계하려 했겠죠. 취미가 편향된 쪽으로 굳어버린 것을 두고 '기벽'이라 하지요.

p.206 청년은 열정 때문에 취미를 바꾸고 노년은 습관 때문에 취미를 간직한다지요. 나이 들수록 취미가 완강해집니다.

p.215 "악보가 왜 이리 허술해요?"하고 여쭈어보니, "이건 연주자의 좋은 취향에 의존하는 곡이에요. 느낌으로 연주하라고 그렇게만 제시한 거예요"

p.231 메뚜기는 한철이고 열흘 붉은 꽃도 없습니다.

p.237 그 시절에 돈 후안을 만난다는 건, 그의 희생 제물로 바쳐진 것이 아니라 일종의 통과의례라는 거예요. 심장에 시커면 피멍이 드는 비싼 대가를 치룬 덕분에 얻게 된 깨달음이라고 할까요.

p.242 '얼마나 따분한가, 멈춰서는 것, 끝대는 것, 닳지 않고 녹스는 것, 사용하지 않아 빛을 내지 못하는 것은." - 테니슨

p.249 이 그림의 모델은 화가의 가족이라고 하네요. 신한평은 이남일녀를 두었는데, 신윤복이 장남이었죠. 그렇다면? 저 찔찔 우는 아이가 신윤복 아닙니까. 지금 우리는 한 천재화가의 숨기고픈 신상을 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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