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양품은 90%가 구조다 - 노력을 성과로 직결시키는 구조의 힘
마쓰이 타다미쓰 지음, 민경욱 옮김 / 푸른숲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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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일하며 고참이 되면 전에 없던 고민이 생긴다. 그것은 회사의 고민이기도 하다. 고객의 컴플레인도 자주 발생한다. 왜 같은 회사인데 투입 인력에 따라 일의 방식이나 결과가 다른지를 물어보면 대답하기 곤란하다. 사원 교육을 강화해야 할까? 신입사원이 봐도 일이 가능한 표준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실제로 추진해 보기도 한다.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겨우 만들지만 활용도가 낮다. 외부 환경은 계속 변한다. 지속적인 업그레이드가 필요하지만 그림의 떡이다. 표준을 만들고 유지하는 일은 작은 회사에서 별도의 인력을 배치해서 해나가기에는 벅찬 일이다. 결국 아무 성과도 없이 다시 제자리다. 이런 일들이 당신의 회사에서도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많은 회사에서 업무 처리는 기존 인력의 기술이나 능력에 기대는 바가 크다. 일 잘하던 사람이 회사를 나가면 기술이나 노하우도 같이 사라진다. 이게 한두 회사 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오늘도 많은 회사들은 비슷한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 이런 문제를 해결한 회사가 있다. 요즘 잘 나간다는 '무인양품'이다.

 

이 책의 키워드는 매뉴얼, 효율적으로 일하기, 노하우의 축적, 쓸데없는 노력 안하기 등이다. 어느 회사에서나 필요성은 알지만 쉽게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회사 다니면서 사람들이 힘들어 하는 상황 중 하나는 쓸데없는 시간 낭비인 줄 잘 알면서도 해야 하는 일이 있나느 사실이다. 예를 들어 보고를 위한 파워포인트를 작성해야 하는데 어떤 때는 몇 일 씩 걸리기도 한다. 외부 회사에 하는 프리젠테이션이라면 어쩔 수 없다하더라도 회사 내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큰 낭비임에 틀림없다. 보여주기식 보고나 일은 사라져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알면서도 실천 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회사 내에 정형화된 '구조'가 없기 때문이다.  '노력이 성과로 이어지는 구조', '경험과 감을 축적하는 구조', '낭비를 철저히 줄이는 구조' 이런 것을 만들 수 있다면 생산성 향상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구조는 당연히 가장 위의 리더들이 만들고 지켜나가야 한다. 그래야 모든 직원들이 따를 수 있다.

 

2001년, 무인양품은 무려 38억엔의 적자를 낸다. 지속적인 성장 곡선을 그리며 승승장구하던 때, 충격적인 액수의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이자 무인양품의 회장인 마쓰이 타다미쓰는 이 시기에 사장으로 취임한다. 원인을 분석해 보니 가장 문제가 된 것은 바로 업무 스킬이나 노하우를 축적하는 구조가 없어서 담당자가 없어지면 다시 처음부터 기술을 구축해야 했다는 사실이다. 이후 '구조'라는 개념을 생각하고 이러한 구조를 지켜 나가기 위한 매장 매뉴얼 <무지그램>과 본사 매뉴얼 <업무기준서>를 정비한다. 일견 생각하면 "매뉴얼을 만들어서 그대로 따라 한다면 창의성이 훼손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무인양품의 목표는 단지 매뉴얼을 따라하는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매뉴얼을 만드는 사람을 키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매뉴얼을 한 번 만들면 그대로 고정이 아니라 한 달에 한 번 업그레이드가 되고 만드는 과정에는 무인양품의 직원들이 적극 참여하고 아이디어를 낸다. 모든 사원의 경험과 지혜를 축적한 결과가 매뉴얼이 된다. 매뉴얼을 만드는 중요한 포인트는 '철저히 구체화'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고 애매하게 써 놓으면 각자 해석하기 때문에 매뉴얼로서의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반발도 많았다. 기존에는 경리부 사원이 제 몫을 하는 데 15년이 걸린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왜냐하면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작업 방식을 직접 말로 가르치는 '구전' 차원에서 업무가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사원들은 "단시간에 배울 수 없다" 고 했지만 제도 시행 결과 2년 동안 모든 일을 배우고 5년만 지나면 제 몫을 하는 경리부원을 양성할 수 있었다. 인사이동시의 업무 인수인계도 매뉴얼, 명문화된 자료가 있으면 쉽게 이루어진다. 매뉴얼을 통해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다. 그러면 잘 만들어진 타사의 매뉴얼을 가져다 쓰면 어떨까? 매뉴얼은 업무를 표준화한 순서집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풍이나 각 팀의 이념까지 결부된 결과라 직접 만드는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이 점은 상당히 의미하는 바가 크다.

회사 생활에는 인간관계가 빠질 수 없다. 무인양품의 메뉴얼은 사람간의 관계에 대한 내용도 정의하고 있다. 어찌 생각하면 "뭐 그런 것까지"라 할 수 있겠으나 사실 회사에서 상사와 부하나 각 부서간의 문제 등은 대부분 일정한 유형을 가지고 있다. 문제가 생길 때 마다 임기응변이나 각자의 생각대로 처리하는 것 보다는 차라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미리 알고 해결에 적용하는 것이 나을지 모른다. 특히 중요한 것은 관리직에 있는 사람들인데 이들이 하는 일을 매뉴얼화해서 업무를 표준화하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행동을 바꿈으로써 성격이나 사고방식도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며 무인양품이 추구하는 방향이다.​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역시 저자가 "사원들의 야근을 없애기로 결정"했다는 부분이다.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하고 주말에는 업무 스트레스로 일어날 기운조차 없습니다. 그런 회사 생활을 수십 년 이어가다 정년을 맞았을 때 과연 이들에게는 무엇이 남을까요?"

이 말을 듣고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가. 저자는 '6시 30분 캍퇴근'을 철저히 지키게 한다. 물론 야근을 없애기 위해 업무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발상은 전혀 아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필요없는 노력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업무시간에 집중하는 것을 강조한다. 불필요한 일에 들이는 시간과 에너지만 다 제거해도 야근 없이 일을 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야근을 일에 대한 열의의 표현이라고 생각하는 상사가 있다면 우선 그 생각부터 고쳐야 한다는 말은 한국의 많은 상사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다.

일을  오래 하면 사람들 사이의 능력에 있어 개인차가 많이 난다는 것을 알게된다. 일잘하는 사람과 일을 하는데 성과가 안 나오는 사람. 처음에는 이런 개인의 경험이나 노하우, 감이라는 것을 명문화 하고 매뉴얼화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무인양품이 어떤 방식으로 매뉴얼을 만들고 잘 활용하는지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실천이다. 아무리 이런 방법을 안다해도 실천하고 꾸준히 유지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무인양품이 이런 '구조'를 가지고 이를 잘 유지하고 있는 것은 책을 쓴 저자이자 무인양품의 회장인 마쓰이 타다미쓰의 강력한 드라이브가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일본은 무인양품 외에도 이런 매뉴얼과 구조를 만들어 잘 활용하는 회사가 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지나면 이런 방식이 기업의 이익과 발전에 미친 영향이 더욱 가시화될 것이다. 따라해 볼 것인가는 각 기업이 선택할 문제다. 하지만 꽤 해볼 만 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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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양품은 90%가 구조다 - 노력을 성과로 직결시키는 구조의 힘
마쓰이 타다미쓰 지음, 민경욱 옮김 / 푸른숲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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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의 노하우와 감을 매뉴얼로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한번 말들어서 체계를 갖추고 계속 발전시킨다면 효율적이고 발전하는 조직을 만드는 데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중요한 건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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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섬 나오시마 - 아트 프로젝트 예술의 재탄생
후쿠타케 소이치로.안도 다다오 외 지음, 박누리 옮김, 정준모 감수 / 마로니에북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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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는 자극, 흥분, 긴장, 경쟁, 정보, 오락이 있을 뿐 거기에 `인간`이라는 단어는 없다며 비판한다. 물론 나오시마 같은 장소도 필요하다. 인간과 역사와 자연이 존재하니까.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나오시마도 자본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었다. 있는 그대로가 아름다운 섬은 분명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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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세대 그들의 역습이 시작됐다 -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 30대는 어떻게 한국을 바꾸는가
전영수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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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열쇠를 쥐고 있다는 그 말, 가슴을 때린다. 결국 시간이 걸리고 당장 와닿는 해법은 없어보인다. 다음 세대까지 걱정하기에 지금 세대는 제 코가 석자다. 그리고 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 사람들의 인식, 교양이 좀 나아져야하지 않을까. 잘산다고는 하지만 국민의식은 후진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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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톨로지 (반양장) - 창조는 편집이다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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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발전했고 우리는 하루에도 엄청난 양의 정보에 노출된다. 하지만 이로인 해 더 창조적이 되었냐는 물음에 쉽게 예라는 대답은 나오지 않는다. 인풋이 많은데 왜 아웃풋은 더 줄어든 느낌일까. 문제는 정보의 질에도 있지만 받아들이는 우리에게도 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기, 듣기 때문이다. 남들과 똑같은 것을 보지만 다른 경험을 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바로 창의적인 인재다. 정보를 엮어내는 일도 마찬가지다. 비슷하게 저장해도 남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엮어내야 한다. 여기에 입력되는 정보의 질까지 앞에서 말한 것처럼 남들과 다르다면 더 좋을 것이다. 김정운의 '에디톨로지'는 누구나 지식과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이 새롭고 신기한 세상에서 왜 비범과 평범이 존재하고 국가마다 개인마다 차이가 발생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주제에 대해 적절한 시기에 말해주는 느낌이어서 이 책이 무척 반갑다. 모든 문제는 '편집 가능한가'로 수렴된다.

이 책은 크게 세개의 장으로 나뉘는데 나는 첫번째 장인 '지식과 문화의 에디톨로지' 가 가장 재미있고 관심이 갔으며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노트와 카드의 차이, 연기력이 형편 없는 배우도 영화에 출연할 수 있는 이유 등 재미있는 예시를 많이 들어 에디톨로지에 대해 설명한다. 두번째 장은 '관점과 장소의 에디톨로지'인데 관심이 없어서인지 대충 읽고 지나갔다. 세번재 장은 '마음과 심리학의 에디톨로지'로 김정운 교수의 특기인 심리학이 힘을 발휘한 장이지만 이 장도 역시 관심밖이라 재미있게 읽지는 못했다. 그리고 두번째 세번째 장이 에디톨로지와 어떻게 연관되는지 깜냥이 부족한지 잘 이해가 안된다. 그나마 세번째 장의 "책은 끝까지 읽는 것이 아니다!" 에서 공부는 데이터베이스이며 내 이야기가 가능하려면 사용 가능한 데이터가 풍부해야 한다는 대목은 깊이 공감했다. 구체적인 데이터 관리방법을 알려주는데 이건 여기 쓰면 안 될 것 같다. 책을 사면 읽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서점에서 책을 읽어도 되지만 이런 좋은 정보는 책을 사서 읽었으면 한다. 나도 얼마전부터 김정운 교수가 언급한 방법을 쓰는데 좀 더 공부가 필요해서 사용방법 책도 샀다. 이어령 선생도 이 방법을 쓴다니 감탄했다. 앞으로 데이터 관리는 이 방법을 사용해야 할 것 같다.

다들 김정운 교수를 보고 '중년의 로망'을 산다고 말한다. 하고 싶었던 공부를 일본 교토에서 하고 있는 김정운 교수는 정말 멋져보인다. 이런 행운을 가진 이는 세상에 별로 없긴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한번쯤 우리도 중년의 로망을 꿈꾸어보자. 꿈만 꾸지 말고 실천하면 더 좋고. 앞선 사람의 수십년 노하우를 정가 만팔천원짜리 책에서 얻을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책이 가진 힘, 편집의 힘이 아닐까.

 

< 인상깊은 대목 >

P.008 고진이 글로벌하게 일본을 대표하는 지식인이라면, 마츠오카 세이고는 일본 '내수용' 대표 지식인이다. 지독하게 파는 사람이다. 사실 나의 에디톨로지는 '편집 공학'이라는 그의 개념에서 출발했다.

P.019 창조적 인간은 남들이 지나치는 자극을 확 잡아챈다. 위대한 창조는 그렇게 사소하게 시작된다.

P.023 그러나 삼성은 애플에 비해 여전히 '2프로' 부족하다. 기술 부족이 아니다. 감각의 부족이고 미학의 차이다. 삼성은 그래도 훌률하게 잘 방어한 편이다. 기세등등하던 노키아는 어떻고, 모토로라는 또 어떤가?

P.035 창조적 사고는 이 같은 일상의 당연한 경험들에 대한 '의심'에서 시작된다. 이를 가리켜 러시아 형식주의의 대표적 이론가 시클롭스키는 '낯설게 하기'라고 정의한다. 인간의 가장 창조적 작업인 예술의 목적은 일상의 반복과 익숙함을 낯설게 해 새로운 느낌을 느끼게 만드는 데 있다는 거다.

P.043 오늘날의 지식인은 정보와 정보의 관계를 '잘 엮어내는 사람'이다. 천재는 정보와 정보의 관계를 '남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엮어내는 사람'이다.

P.069 심리학은 인간의 마음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는 신념의 결과다. 그래서 심리학과에 들어가면 통계학과 자연과학적 실험방법론을 필수로 배워야 한다.

P.071 그(김용옥 교수)에게는 동양고전이라는 해석의 근거가 무한하다. 고전을 다룰 줄 하는 이는 기본적으로 한 자락 깔고 들어가는 거다.

P.072 실용적으로만 생각해도 한자는 필수다. 영어는 유치원 때부터 배우면서 왜 한자는 필수로 배우지 않는 것일까? 한반도의 문화사적 이해가 배제된 어설픈 민족주의는 정말 위험하다. 한국 사람이 동양고전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은 정말 큰 비극이다.

P.087 남의 이론을 많이, 그리고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편집할 수 있는 카드를 많이 만들기 위해서다. '실력이 있다'는 것은 편집할 수 있는 자료가 많다는 뜻이다.

P.090 독일 학생들의 카드 편집과 같은 주체적 지식을 편집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꼭 엄청난 이론이 아니어도 아무 상관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관해 포스팅하고, 비슷한 관심을 가진 이들과 지식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한 블로거들의 세상이 열린 것이다. '재미 공통체(다음)' 에서  '지식 공통체(네이버)' 로의 이동이다.

P.095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수천 년간 지탱해온 권력적 지식 구조는 그 기초부터 흔들리기 시작한다. 트리식 분류에 따른 계층적 지식과는 전혀 다른 지식 체계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지식이다. '날아다니는 생각'을 마우스와 터치로 잡아내는 하이퍼텟스트의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지식 체계가 출현한 것이다.

P.102 단순한 검색이나 서핑과 구별되는 발견 과정을 '데이터마이닝'이라고 부른다. 요즘 요란한 '빅 데이터'에 관한 논의는 바로 이 데이터마이닝에 관한 것이다. 사방에 상상도 못할 정도로 축적된 디지털 데이터들을 어떻게든 연결시켜 의미 있는 해석 방법을 찾아내려는 시도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데이터들의 상관관계를 찾아내는 '빅데이터 큐레이터'라는 새로운 직업이 미래의 유망 직종으로 점쳐지기도 한다.

P.103 검색과 발견을 통한 지식의 '에디톨로지'가 미래의 지식권력을 결정한다. 계층적 지식과 네트워크적 지식의 편집 가능성이 지식의 효용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애플이 구글을 이기기 어렵다는 예언은 바로 이 편집 가능성 때문이다. 단지 스티브잡스가 죽어서가 아니다. 잡스가 고집한 애플 생태계의 폐쇄적인 구조로는 데이터의 축적과 편집 가능성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P.251 백화점에 들어서는 순간 고객은 '책상마다 조직도가 깔려 있는 관청의 최고 책임자'처럼 백화점이라는 소비 공간의 권력자가 되는 것이다.

P.275 사회적 경력 학력을 제외하고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참 챙복한 사람이다. 학력 경력 없이도 자신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상당히 깊은 자기성찰이 있어야 가능한 이야기다. 명함을 내보이지 않고 자신을 얼마나 자세하게, 그리고 흥미롭게 서술할 수 있는가가 진정한 성공의 기준이다.

P.282 빌 게이츠는 자신의 이야기를 듣는 이들이 스스로 의미를 편집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다. 일방적으로 완성된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재미없는 거다. 상호작용이 불가능한 내러티브는 진리를 강요할 뿐, 일리의 해석학이 빠져 있다. 반면 스티브 잡스의 내러티브는 상호작용적이다. 편집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P.370 글 쓸 아이디어가 부족할 때면 이런저런 검색 놀이로 시간을 보낸다.... 내 에버노트에는 현재 수천 개의 노트가 저장되어 있다. 이어령 선생과 대화하다 보니, 선생의 에버노트에는 1만 4,000개의 노트가 저장되어 있단다. 팔십 노인의 데이터베이스다. 정말 많이 부끄러웠다.

P.371 아주 조심스러운 조언으로 책을 끝내려 한다. 정말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다. 자신의 생각을 풍요롭게 편집하려면 무엇보다도 언어가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오십 넘어 새롭게 일본어를 배우는 이유이기도 하다. 고작 영어 자료 하나 소화하는 것만으로는 한참 부족하다. 그 정도는 누구나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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