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 : 그래픽 히스토리 Vol.2 - 문명의 기둥 사피엔스 : 그래픽 히스토리 2
다니엘 카사나브 그림, 김명주 옮김, 유발 하라리 원작, 다비드 반데르묄렝 각색 / 김영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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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를 아시나요?" 라고 물었을 때 모른다고 대답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유발 하라리 교수의 『사피엔스』는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이며 2015년 11월 한국에서 출간된 이후로는 인문교양서의 필독서로 자리잡으며 지금까지 각종 매체에서 언급되는 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피엔스』를 읽어보셨나요?" 라고 묻는 질문에는 고개를 젓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정말 유명하고 좋은 내용을 담은 책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어쩐지 두껍고 무거운 벽돌책을 읽기를 결심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책을 읽을 시간이 생기면 더 흥미진진하고 가벼운 책들로 마음이 갔다. 그런데 『사피엔스』가 그래픽 노블로 출간되었다니! 『사피엔스』를 읽어보고는 싶었으나 방대한 분량과 무게감 있는 내용에 겁을 먹어 시도해보고 있지 못하던 나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원작 『사피엔스』는 인지혁명, 농업혁명, 인류의 통합, 과학혁명 이렇게 총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김영사에서 출간된 그래픽 노블 버전의 『사피엔스』는 원작에서의 각 장을 주제로 한 권의 그래픽 노블로 만들어 4권으로 이루어진 그래픽 노블 시리즈를 만들었다. 인지혁명을 주제로 한 1권과 농업 혁명을 주제로 한 2권은 출간되었고 3,4장을 주제로 한 두 권의 그래픽 노블 시리즈는 곧 출간될 예정이다. 이번에 내가 읽어본 책은 원작의 2장에 해당하는 농업혁명을 주제로 한 『사피엔스 : 그래픽 히스토리 Vol.2 문명의 기둥』이다. 유발 하라리가 『사피엔스』를 통해 인류 역사에 대해 제기한 다양한 사유 중 가장 논쟁적인 주제인 농업 혁명은 우리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인류 진화의 역사에 색다른 관점을 제시하며 인류 문명의 눈부신 탄생과 발전의 이면을 보여준다.


『사피엔스』를 그래픽 노블로 읽으며 가장 놀랐던 것은 내가 이 책을 세시간 만에 다 읽었다는 사실이다. 책을 읽던 중 지루하거나 어렵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들지 않았다. 픽션 박사, 유발 하라리, 사라 스와티 교수, 조이, 로체스 형사와 같은 등장인물들이 인류 역사의 이면들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서사구조를 가지고 있어 쉽게 책의 내용에 몰입할 수 있었다. 재치있는 그림과 가독성 있는 말풍선 속의 말들은 계속 나의 손을 다음 페이지로, 다음 페이지로 움직이게 했다. 더불어 『사피엔스』의 문장들이 말풍선 간의 분절된 형태로 담긴 것은 기존 줄글에서는 미처 주목하지 못하고 넘어갈 수 있는 원작의 빛나는 문장들에 대한 주목도를 높였다. 이미 『사피엔스』를 읽은 독자라고 할 지라도 그래픽 노블을 통해 『사피엔스』 를 만나는 일은 유발 하라리 교수의 깊이있고 획기적인 사유를 다시 한 번 음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사피엔스 : 그래픽 히스토리 Vol.2 문명의 기둥』은 미리 언급했다시피 농업혁명을 주제로 하는 책이다. 유발 하라리는 농업혁명이 인간이 밀을 길들인 것이 아니라 밀이 인간을 이용해 전세계적으로 번식을 한 사건으로, 즉 밀이 인간을 길들인 사건으로 바라보았다. 유발 하라리에 따르면 인간은 밀에 길들여지면서 자유와 여유가 존재했던 수렵 채집 생활에서 하루종일 노동을 하며 매일 앞날에 대해 불안해하는 농경사회로 진입해야 했다. 농경사회에 진입한 인간은 이제 불안과 불가분의 관계가 된다. 농사를 지어 수확한 곡식을 통해 사유재산을 가지게 된 인간은 언제 다른 집단에게 재산을 약탈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기후에 따라 한 해 농사가 흉작일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가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앞날에 대한 불안과 걱정은 사피엔스가 문명과 국가를 건설하게 만들었고 그 사회 내에서 차별적인 위계질서가 만들어졌으며 그러한 사회 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종교와 신화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오늘날까지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차별이 만연하며 이는 우리가 합리적이며 절대적이라고 믿는 일종의 허구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유발 하라리는 역설한다. 원래부터 존재했던 진리란 없으며 우리가 진리라고 여기는 것들은 결국 사회 시스템을 유지해야 했던 인간의 발명품에 불과하다는 것이 유발 하라리의 주장이다.


우리가 굳게 믿고 있던 농업혁명과 인간의 역사는 유발 하라리에 의해서 완전히 비틀린 모습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농업혁명이라는 선대 사피엔스의 그릇된 선택에 의해 끝없는 욕망을 추구하게 되었으며 그것을 유지시키는 덧없는 허구를 우리의 신념으로 받아들이며 허구 위에 세워진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개미에 불과한가. 하지만 유발 하라리는 사회가 허구를 통해 유지된다는 것은 객관적 사실일 뿐 선과 악의 가치와는 무관한 개념이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허구는 사회를 유지시키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라는 것 또한 인정한다. 다만 유발 하라리는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기둥이 무엇인지를 살피고 그것이 소수자들을 억압하거나 배제하는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지를 살피며 끝없이 정비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유발 하라리의 통찰은 세계를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시키기 위해 반드시 밟아야 할 준비단계인 것이다. 기계의 작동원리도 모른채 기계를 수리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 『사피엔스』가 더 높은 가독성과 흥미를 챙겨 그래픽 노블로 다시 독자들을 찾아왔다. 『사피엔스』를 아직 읽어보지 못한 사람도, 이미 감명 깊게 읽어본 사람도 색다른 즐거움과 지적 자극을 받을 수 있는 『사피엔스 : 그래픽 히스토리 Vol.2 문명의 기둥』을 읽어본다면 좋겠다. 『사피엔스』 가 이렇게 경쾌할 수 있다는 것을, 경쾌한 와중 유발 하라리의 묵직한 통찰이 이토록 일목요연하게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게 되기를 바란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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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없는 육식의 탄생
체이스 퍼디 지음, 윤동준 옮김 / 김영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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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들어 나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예전에는 멋진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나의 빛나는 모습이 내게 가져다 줄 고양감을 떠올리며 즐거워했다. 하지만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은 단지 멋진 사람이 되고 싶었던 나의 마음과는 조금 다른 결의 생각이었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 계기는 내가 나 자신을 '나쁜 사람' 이라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변명의 여지 없이 내가 다른 이에게 유해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자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졌고 그것이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첫 걸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멋진 사람이 되어 즐거워 할 나 자신만을 떠올리던 나의 열망이 반경을 넓혀 주변 사람도 내가 이 세계에 있음에 의해 즐거울 수 있기를 바라는 형태로 진화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자신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사람이 더 좋은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은 깨달음 이후의 실천이 뒤따를 때 유의미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우선 무해해지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고, 무해해지기 위해 내가 어떤 것에 유해한 존재인지를 조금씩 살펴보기 시작했다. 내가 유해해지는 순간은 숱하게 많았다. 나의 게으름으로 내가 할 일을 다른 사람에게 미루는 사소한 일부터 나의 무신경함으로 마음을 다치는 사람들이 생기는 경우까지 나의 유해함은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순간에 무시로 일어났다. 나는 나의 모든 유해함을 기민하게 알아차리고 반성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최소한 나의 부족한 부분을 인지한 순간에는 나의 나쁨을 받아들이지 못해 되려 분노를 표현하는 시간을 줄이고 겸허하게 내가 가진 '악의'를 인정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사람 간의 관계에서만 유해함이 발생하는 것 또한 물론 아니었다. 내가 배출하는 쓰레기들이 지구를 오염시키고 있었고 내가 편리하게 이용하는 모든 것들에는 지구가 응당한 대가를 치르고 있었다. 육식 또한 그러했다. 내가 고기를 먹기 때문에 죽어야 하는 동물들이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기 힘들 정도로 참혹한 나의 유해함이었다. 내가 육식을 하게 된 것이 명백한 나의 악의는 아닐지라도 내가 동물들에게 해가 되는 존재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고기를 먹는다. 꼭 먹고 싶은 날에는 가족들을 설득해 메뉴를 치킨으로 정하기도 한다. 각종 SNS와 책들에서 고기 소비량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나는 나의 식습관을 고칠만큼의 반성을 하지는 않았다.

그런 상태를 지속하던 와중 『죽음 없는 육식의 탄생』을 읽었다. 우리나라에도 대체육을 활용한 식품들이 꽤 판매되고 있고 비건 식당들도 점차 많이 생겨나는 추세이다. 한마디로 비건과 나는 낯을 익혀 간간히 연락을 하고 지내는 정도의 사이인 것이다. 하지만 『죽음 없는 육식의 탄생』에서 다루는 내용이 사뭇 새로웠던 이유는 대체육 중에서도 세포배양육을 다룬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실리콘 밸리에서 가장 성공적인 푸드테크 산업을 이끌고 있는 스타트업 '저스트'를 중심으로 세포배양육이 만들어지는 원리와 시장에서 배양육이 정상적으로 유통되어 현실적으로 현재 식품 산업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기술한 책이다. 배양육은 간단히 말해 동물을 죽여서 만든 고기가 아닌 연구실에서 동물의 세포를 통해 생산한 고기라고 할 수 있다. 배양육은 콩과 같은 식물로 만든 대체육보다 훨씬 더 우리가 먹던 고기에 근접한 맛과 식감을 가졌다는 점에서 경쟁력을 갖는 상품이다. 하지만 세포배양육은 그만큼 만드는 데 많은 연구와 비용이 들며 기존 식품 산업에 대한 행정적 규제와 비건 식품에 대한 거대 식품 회사들의 견제를 상대해야 하는 어려움 역시 지니고 있는 분야이다.

'저스트'가 배양육을 만들어 유통하기 위해 치르는 분투의 기록을 읽으며 나는 세포배양육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둘러보기에 바빴다. 나에게 전혀 새로운 스타트업, 그리고 배양육의 세계에서 사활을 걸고 일에 몰두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일단 이야기로서 흥미로웠다. 새로운 세계에 감탄하며 책을 읽던 중 나를 멈칫하게 만든 문장이 있다. "자본주의가 동물을 위하도록 해보자."(117p) 이 문장은 '저스트'가 배양육을 만들기로 결정하며 한 말이다. 이 문장에서 내가 파동을 느낀 이유는 불가능해 보이는 변화를 이루어내기 위한 합리적 방식을 모색할 때의 멋짐이 담겨 있기 때문이었다. 이 문장이 함의하는 바는 단순히 윤리적인 이유로서 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들만을 타겟층으로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맛과 건강이라는 즉물적인 이익에 따르는 사람들의 취향에도 부합하는 비건 식품을 만들자는 것일 것이다. 고기를 소비하며 즐거움을 느끼는 문화와 그것을 통해 이익을 꾀하는 거대 기업. 이 시스템은 비건을 명백하게 밀어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고기에서 얻는 즐거움과 자본주의 시스템이 원하는 수익 창출을 만족시키는 비건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의 해답을 배양육으로 내놓은 '저스트'의 모습은 진부한 말이지만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사람들의 반짝거림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앞으로 어떤 모양으로 변화하게 될까. 배양육을 통해 동물의 생존권을 보호하며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생존을 위한 수익 창출을 꾀하는 기업들을 바라보며 나 역시 자극을 받았다. 내가 바라는 바를 위해 변화를 멈추지 않는 모습. 고민을 거듭해 해답에 가까워져 가는 모습을 보며 무해해지고 싶다는 나의 바람을 위해 내가 실천해야 할 실질적인 노력들을 고민해 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나의 식습관 개선에서 대체육이 점점 더 유의미한 해답이 되기를 바라본다. 나의 존재로 다른 이를 희생시키지 않기. 내가 바라는 바와 배양육을 비롯한 비건 식품을 만드는 기업들의 생각이 꽤 비슷해 보인다. 언젠가 나도, 비건 식품을 만드는 기업들도 원하는 이상향에 닿아 있기를 바라며.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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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유지혜 지음 / 김영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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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로 유명한 유지혜 작가의 신작 에세이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가 출간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책은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하고 섬세한 일상의 감각을 놓치지 않고 묘사하는 글이다. 나의 무신경함을 보완해주는 글들은 게으른 내가 느끼지 않고 보내버린 숱한 순간들을 다시 살아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다양한 에세이를 읽어보았지만 유지혜 작가의 이번 에세이는 유독 일상의 아름다운 감각들에 대한 묘사가 잘 되어 있었다. 다채로운 여행의 감각과 사유를 써내려가던 유지혜 작가는 이번 책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에서 코로나로 여행이 불가해진 시국에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삶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유지혜 작가는 세계의 아름다운 곳에서만 삶의 환희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으나 우리는 항상 여행을 꿈꾸고 일상을 탈출하기를 바란다. 멀리 여행을 가는 것이 아니더라도 지금 우리가 매일 반복하는 일상을 접어두고 최대한 오래 비일상의 시간에 머물기를 바란다. 일상의 평화. 일상의 행복. 이런 종류의 말들이 흔하게 떠돌기에 우리는 우리 자신이 그 말들의 뜻을 온전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일상에서 아름다움과 행복을 느끼는 순간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던 유지혜 작가에게 코로나로 인해 평범한 일상을 유지한다는 것은 더욱 큰 절망감으로 다가갔을 것이다. 하지만 이내 유지혜 작가는 자신이 지나쳤던 평범한 날들에 숨어있던 행복을 찾아내기 시작한다. 영원히 지속될 것으로 생각되어 지겹고 싫었던 우리의 매일매일이 유지혜 작가의 시선을 통해 매일 매일 찾아오기에 더욱 감사한, 영원히 지속될 행복의 약속처럼 다가온다.

이번 책에는 유지혜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들이 글 사이사이에 첨부되어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사진들이 누가봐도 아름다운 풍경이나 감상을 담은 사진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사진들은 정말 '평범하다'. 누구나 매일 매일 겪어봤음직한 일들이 마치 특별한 일처럼 사진에 담겨 책 속에 첨부되어 있다. 일상을 찍은 사진이지만 특별히 감성적으로 찍은 사진이라는 느낌은 전혀 없다. 일상을 살아가다가 정말 그 순간을 기억하고 싶어 급하게 한 컷 찍은 느낌의 사진들이다. 페디큐어를 한 발이라든가 자신이 카페에서 마신 차, 당장이라도 길거리에 나가면 볼 수 있는 건물의 사진들이 책 속에 심상하게 담겨 있다. 나는 그것이 좋았다. 마치 유지혜 작가의 일기장을 보는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이 사진들이 특별히 행복해 보였다면 오히려 나는 몰입하지 못했을 것이다. 단정하고 섬세한 문체로 기록한 그녀의 일상에 대한 사유, 그리고 평범하디 평범한 사진들은 설득력 있게 유지혜 작가의 삶의 방식을 스스로에게도 적용해 보자고 말하는 듯 하다. 책을 읽는 순간은 유지혜 작가의 삶에 잠시 초대된 것이지만 책을 덮고 난 후에도 그녀가 가진 삶에 대한 시선, 좋은 것들을 놓치지 않고 느낄 줄 아는 부지런함들은 내 안에 남아 나를 조금 더 좋은 곳으로 이끄는 것을 느꼈다. 나에게 가시적인 변화는 없을지라도 삶을 느끼는 새로운 감각을 이 책을 통해 획득할 수 있으며 그것은 매일을 살아가는 내게 깊은 충만감을 느끼게 했다.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그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나는 다른 사람에 대한 미움 뿐만이 아니라 나 자신을 미워하지 않고 보낸 날이 하루도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유지혜 작가는 말한다. 미움, 슬픔, 절망과 같은 모든 감정들도 다 사랑이라고. 그 모든 것들이 사랑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말한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내가 통과하는 희노애락의 감정의 순환고리들은 사실 무언가를 열렬하게 사랑하고 바라지 않는다면 굳이 겪지 않아도 좋은 감정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유지혜 작가는 우리의 삶에서 일어나는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일들, 그리고 우리의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지리멸렬한 감정의 순환들을 '사랑'으로 치환해서 볼 줄 아는 사람이다. 나 역시 그녀의 치환 작업을 함께 하고 싶다. 사실 우리는 모두, 계속, 사랑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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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아시아 박지웅의 이기는 게임을 하라 영앤리치: 새로운 부를 꿈꾸는 사람들
박지웅 지음, 신기주 인터뷰어 / 김영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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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아시아 박지웅의 이기는 게임을 하라>를 읽기 전까지는 사업, 창업, 경제 관련 책은 읽어보지 않았다. 경제, 경영은 나의 관심분야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어려워서 읽지 못하겠다" 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최근에 이렇게 몰입해서 읽은 책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스피디하게 읽어냈다. 기본적으로 문답식으로 편집되어 있고 질문 부분에 하이라이트 표시가 되어 있기 때문에 답변을 알고 싶은 질문들을 찾아서 바로 자신이 얻고 싶은 정보를 얻기에도 용이하다.

책을 읽기 시작할 때에는 박지웅 대표를 알지도 못했고 저자 소개를 읽으면서도 시리즈 제목에 어울리는 '영앤리치'한 사람, 인간적인 면모가 잘 느껴지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박지웅 대표가 선택해 온 삶을 알게 된 이후 나는 박지웅 대표가 여전히 나와는 정반대 성향의 사람이지만 열등감, 조바심과 같은 감정과 무관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히려 박지웅 대표는 과학고에 입학하고 치대에 가는 목표를 실현하지 못해본 자기 나름의 '실패의 경험'을 가지고 있었으며 포항공대에 입학한 이후에는 과학고를 졸업한 친구들 사이에서 성적을 내지 못하는 것에 대해 뼈저린 열등감을 느꼈었다. 하지만 박지웅 대표는 실패를 하거나 열등감을 느낀 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자신이 실패하지 않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를 찾기 위해 직업군 리스트를 만들고 자신이 하지 못하겠는 것을 지워갔다. 그리고 후보군으로 올라온 직업들을 간접적으로나마 알아보고 경험해보며 밴처캐피탈리스트가 되기를 꿈꾼다. 박지웅 대표는 스톤브릿지캐피탈에 입사해 밴처캐피탈리스트로서 성공하지만 그 자리에 안주하지 않았다. 더욱 성장하고 싶었던 박지웅 대표는 자신이 직접 창업의 세계로 뛰어들어 패스트랙아시아를 설립한다. 회사를 설립한 이후 실패를 거듭하지만 그 실패를 정면으로 통과하며 박지웅 자신만의 돌파구와 사업 방식을 터득해 패스트트랙아시아, 패스트캠퍼스, 패스트파이브 세 개의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지금에 이르렀다.(패스트캠퍼스와 패스트파이브는 현재 업계 1위이다.)

이 책은 인터뷰어 신기주의 질문에 박지웅 대표가 답변을 하는 방식의 인터뷰집이다. 박지웅 대표가 대학을 선택하고 이후 밴처캐피탈리스트가 되기까지, 그리고 다시 창업을 해서 겪은 어려움과 성공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조직을 다루는 방식에 대한 박지웅 대표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는 책이다. 박지웅 대표의 인생사를 순서대로 훑기 때문에 책을 따라 읽다보면 쉽게 박지웅 대표의 인생을 그리며 몰입하며 읽을 수 있다. 단순한 경제 경영 팁을 알려주는 정보성 책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인터뷰 형식으로 되어 있었기에 호흡이 길지 않은 글들의 모아져 있었고, 경제나 경영에 대한 전문 지식보다는 박지웅 대표가 삶이나 사업을 하며 고수해온 어떤 태도나 방법같은 것들을 이야기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제, 경영 분야에 문외한인 나도 공감하거나 배워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실제 창업을 하며 사업을 하고 있는 분들은 물론이고 사업에 관심이 없더라도 인생항로를 설정하고 자신의 선택을 밀어부쳐야 하는 모든 사람에게 이 책은 좋은 조언이 되어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책을 읽으며 "나같은 사람은 창업을 하기에는 한없이 약한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내가 이루고자 하는 꿈을 위해 어떤 마음으로 노력을 해야 하는지, 일하며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 설정에서 어떤 관계를 지향해야 하는지, 나의 인생 경로를 설정하기 위해 고민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와 같은 인사이트를 얻게 되었다. 또한 평소에 문학을 많이 읽는 나의 경우 문학작품에서 쓰이는 것과 다른 언어로 박지웅 대표의 생각을 전달받게 되어 더욱 새롭고 좋았다.

스스로 해이해지고 무기력해진다고 느낄 때마다 자기계발서를 찾아 읽는 편이다. 하지만 자기 계발서라는 것을 전면화한 책보다 확실한 성공 사례를 가진 사람의 말을 들을 수 있는 이 책이 나에게 더 커다란 자극이 되어 주었다. 휴학을 하고 난 뒤 조금 인생이 루즈해지고 있다고 느끼는 요즘 이 책을 만나서 다행이다. 나와는 전혀 다른 분야, 성향을 가진, 아마도 앞으로 내가 살아갈 인생과도 거리가 있는 길을 앞서간 본 어른의 말은 내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단지 다르기만 했다면 박지웅 대표의 말이 내 마음에 남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말은 직접 자신의 인생에 닥친 난관들을 통과해서 얻은 '진짜 신념' 이며 그의 인생에서 실제로 실천되고 있는 살아있는 말이기 때문에 박지웅 대표가 가진 다름이 나에게 신선함이자 즐거운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었던 것 같다. 건강한 자극을 받고 싶은 모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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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변론 - 미래 세대와 자연의 권리를 위하여
강금실 지음 / 김영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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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와 인류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걱정어린 말들을 많이 듣고 있는 요즘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것에 비해 생활을 하며 기후 위기를 실감하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었다. 더불어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기후 변화 문제에 깊이 있게 관여하고 사유하기 이전에 눈 앞에 보이는 사회적인 이슈들, 혹은 생활을 하며 발생하는 크고 작은 일들에 관심을 빼앗기기 일쑤였다. 요컨대 나의 문제는 기후 위기를 실감하고 그것에 깊이 공감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었다. 


강금실의 <지구를 위한 변론>은 앞서 말한 나의 갈증을 어느정도 해소해주는 책이다. 전 법무부장관인 강금실이 환경에 관한 책을 펴내다니 의아했지만 책을 읽어보니 강금실 작가님은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생태학 관련 분야에 천착해 지속적인 연구와 활동들을 주도하신 분이었다. 저자는 오랜 기간 법조인으로 활동하고 정치권에도 몸을 담은 경력을 살려 <지구를 위한 변론>은 환경 문제를 환경 분야에 국한해서 설명하지 않는다. 이 책은 비교적 비가시적인 성격이 강한 환경문제를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역사, 눈 앞에 보이는 사회적 현실과 연관지어 설명한다. 이 과정을 통해 독자들은 기후 위기가 발생한 사회문화적 맥락을 이해하게 된다. 더불어 앞으로 우리가 환경을 지키기 위해 나아가야 할 길이 단순히 지구의 건강과 인류의 생존에 관련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인류가 근대 이후로 지켜왔던 세계관 자체를 교체하는 일임을 깨달을 수 있다. 기후 위기가 단순히 환경 분야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는 우리 세대가 당면한 문제인 기후 변화 문제에 대한 입체적인 이해가 발생하며 기후 위기 문제의 묵직한 무게감을 실감할 수 있게 한다. 


환경 문제의 현주소를 알리는 것에 더불어 <지구를 위한 변론>은 기후변화 이슈에 대한 가장 최첨단의 소식을 전달하며 앞으로의 대안을 전달한다. 기후 위기 이슈에 대처한 그간의 성과들과 전환을 위한 전략들을 이 책에서 소개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의 특장점 중 하나는 기후 변화 이슈를 국내 저자의 좋은 글을 통해 접해볼 수 있다는 점이다. 해외의 저명한 저자들의 책들이 독자들에게 훌륭한 인사이트를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 저자의 문체로 한국 독자들을 최우선으로 하여 쓰여진 글은 여러 전문 용어들이 난무하는 환경 이슈 관련 글을 읽기 한결 수월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강금실의 <지구를 위한 변론>은 기후 변화 이슈를 가장 와닿게 설명하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환경 이슈를 바라보고, 그간의 기후 변화 이슈에 대한 국제적인 움직임들을 정리하고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설명하는 이 책은 기후 변화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한 번쯤 읽어볼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기후 변화를 막아야 하는 진정한 이유에 대해 알고 싶은 독자, 기후 변화 이슈를 일목 요연하게 정리한 글을 읽고 싶은 독자들에게 <지구를 위한 변론>을 추천한다. 


*이 서평은 김영서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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