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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구하러 온 초보인간 - 낯선 세계를 건너는 초보자 응원 에세이
강이슬 지음 / 김영사 / 2022년 1월
평점 :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나는 이 질문이 이해되지 않는다. 잘하면 좋아하게 되는거 아닌가? 잘하는 일은 재미있다. 재미있는 일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나? 학창 시절을 돌아보아도 나는 언제나 잘하는 과목과 좋아하는 과목이 일치했다. 좋아해서 잘한다기 보다는 잘해서 좋아하게 되었고 그래서 더 열심히 하게 되니까 더 잘하게되고 또 더 좋아지고······. 이걸 바꿔 말하면 못하는 일은 하기 싫어진다.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못한다는 걸 인식한 순간 마음처럼 되지 않는 현실에 화가 나고, 어떻게 잘하는 것인지 알지 못해 답답해진다. 이런 순간을 즐기는 사람은 없을 거라 믿는다. 그런데 어떤 일이든 초보 시절은 있기 마련이다. 초보여서 마음과 달리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할 때 우리는 밖에서는 잘 하는 이들에게 지적을 받고 속으로는 스스로를 질책한다. 그런 초보 시절을 보내고 있는 이들을 응원하는 책이 있다. 강이슬 작가의 <미래를 구하러 온 초보인간> 이다.
강이슬 작가는 제6회 카카오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첫 책을 낸 작가이다. 강이슬 작가는 방송 작가이기도 한데, ‘놀라운 토요일', ‘SNL 코리아’, ‘인생술집'과 같은 프로그램의 작가로 일해왔다. 강이슬 작가는 <안 느끼한 산문집>, <새드엔딩은 없다>와 같은 에세이를 펴내며 현대인으로서 겪을 수 있는 여러 마음들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그려낸 바 있다. 삶에서 구겨진 것 같은 순간들을 다리미로 반듯하게 다려주던 강이슬 작가가 이번에는 모든 분야의 초심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돌아왔다.
<미래를 구하러 온 초보인간>은 총 3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에서는 작가가 올챙이 시절을 통과하며 올챙이 적을 기억하지 못하는 개구리들로부터 상처받고 분노했던 경험을 모았다. 물론 모든 장이 분노로 채워져 있는 것은 아니다. 상처받은 올챙이들의 마음을 알아주고 우리가 앞으로 개구리가 된다면 지금의 시절을 잊지 말고 더 좋은 선배가 되자는 작가의 당부도 함께 들어있다. 2장에는 초보자가 되어 낯선 환경에 처한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글들이 모여 있다. 초보자가 되어 전혀 모르는 분야에 진입했을 때 우리는 큰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낯섦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의 외연이 넓어지고 있다는 신호이다. 작가는 자신이 겪었던 낯설고 외로운 순간들을 전하며 낯섦을 견디고 있는 이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3장에서는 기꺼이 올챙이가 되기로 한 사람들에 대한 소소한 칭찬이 담겨 있다. 내가 잘하지 못하는 것을 시도해 보겠다는 마음 만으로도 사실 모든 초보자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초보자들에게는 실력 신장을 위한 조언뿐만 아니라 초보자가 된 용기에 대한 인정이 필요하다.
내가 에세이를 읽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로 동경하는 사람의 삶이 궁금해서 읽는다. 멋있는 사람은 무슨 생각하며 사는지 알고 싶고, 저렇게 멋진 사람도 인간적인(그러니까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기도 하는지 알고 싶다. 내가 에세이를 읽는 두 번째 이유는 내가 직접 말하지 않아도 누가 내 마음좀 대신 알아줬으면 할 때이다. 이상야릇한 기분으로 내가 반복적으로 비슷한 감정을 겪고 있다는 건 알겠는데 그게 말로 잘 표현이 안 될 때가 있다. 그럴 때 나와 비슷한 환경에 처한 것 같은 사람의 에세이를 읽으면 내 상태가 정리되며 좋은 글을 써 준 작가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 <미래를 구하러 온 초보인간>은 후자에 속하는 에세이 이다. 살면서 얼마나 많은 초보자인 순간이 찾아오는가. 그 시기를 큰 수치심 없이 자신을 보듬으며 지나가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강이슬 작가는 자칫하면 큰 실의에 빠질 수 있는 초보자들에게 괜찮으니가 어깨 피라고 말해준다. 일단 강이슬 작가 자체가 누구보다 초보자라는 정체성을 탑재하고 있어 더 와닿는 응원이다.
모든 순간에 프로일 수는 없다. 능숙하지 못한 자신과 사람들을 끊임없이 몰아붙이는 세상이 원망스러울 때 이 책을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주변 사람에게 초보자인 자신을 드러내기 곤란할 때에도 이 책을 펼치면 유용할 듯 하다. 이 책은 공감을 일으키는 동시에 피식피식 웃게 하는 힘이 있다. 슬플 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약간의 농담일 수도 있다. 자조적인 웃음이라도 웃는 행위 자체는 슬픈 상황을 조금은 유쾌하게 만들어준다. 강이슬 작가는 그것을 잘 아는 사람인 것 같다. 힘이 빠지고 때로는 화가 나는 상황을 그리는 글에도 꼭 웃음 포인트가 들어있다. (작가는 초보자들의 난감한 순간을 ‘첫되었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피식거리는 힘 빠지는 웃음도 삶에 도움이 된다는 걸 아는 사람들에게도 이 책을 추천한다. 이 책을 통해 초보자가 얼마나 위대한지를 함께 되새기는 시간을 가져보자.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