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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듀 - 경성 제일 끽다점
박서련 지음 / 안온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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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경성을 배경으로 하고있지만 그렇게 먼 얘기로 느껴지지 않았어요. 원대한 꿈을 품지만 실패를 반복하고 동경하는 대상에게 닿을듯 닿지 못하는 주인공 경손에게 이입되었구요. 무엇보다 시대를 재현하는 서련 작가님 실력은 명불허전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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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구하러 온 초보인간 - 낯선 세계를 건너는 초보자 응원 에세이
강이슬 지음 / 김영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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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나는 이 질문이 이해되지 않는다. 잘하면 좋아하게 되는거 아닌가? 잘하는 일은 재미있다. 재미있는 일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나? 학창 시절을 돌아보아도 나는 언제나 잘하는 과목과 좋아하는 과목이 일치했다. 좋아해서 잘한다기 보다는 잘해서 좋아하게 되었고 그래서 더 열심히 하게 되니까 더 잘하게되고 또 더 좋아지고······. 이걸 바꿔 말하면 못하는 일은 하기 싫어진다.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못한다는 걸 인식한 순간 마음처럼 되지 않는 현실에 화가 나고, 어떻게 잘하는 것인지 알지 못해 답답해진다. 이런 순간을 즐기는 사람은 없을 거라 믿는다. 그런데 어떤 일이든 초보 시절은 있기 마련이다. 초보여서 마음과 달리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할 때 우리는 밖에서는 잘 하는 이들에게 지적을 받고 속으로는 스스로를 질책한다. 그런 초보 시절을 보내고 있는 이들을 응원하는 책이 있다. 강이슬 작가의 <미래를 구하러 온 초보인간> 이다.

강이슬 작가는 제6회 카카오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첫 책을 낸 작가이다. 강이슬 작가는 방송 작가이기도 한데, ‘놀라운 토요일', ‘SNL 코리아’, ‘인생술집'과 같은 프로그램의 작가로 일해왔다. 강이슬 작가는 <안 느끼한 산문집>, <새드엔딩은 없다>와 같은 에세이를 펴내며 현대인으로서 겪을 수 있는 여러 마음들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그려낸 바 있다. 삶에서 구겨진 것 같은 순간들을 다리미로 반듯하게 다려주던 강이슬 작가가 이번에는 모든 분야의 초심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돌아왔다.

<미래를 구하러 온 초보인간>은 총 3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에서는 작가가 올챙이 시절을 통과하며 올챙이 적을 기억하지 못하는 개구리들로부터 상처받고 분노했던 경험을 모았다. 물론 모든 장이 분노로 채워져 있는 것은 아니다. 상처받은 올챙이들의 마음을 알아주고 우리가 앞으로 개구리가 된다면 지금의 시절을 잊지 말고 더 좋은 선배가 되자는 작가의 당부도 함께 들어있다. 2장에는 초보자가 되어 낯선 환경에 처한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글들이 모여 있다. 초보자가 되어 전혀 모르는 분야에 진입했을 때 우리는 큰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낯섦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의 외연이 넓어지고 있다는 신호이다. 작가는 자신이 겪었던 낯설고 외로운 순간들을 전하며 낯섦을 견디고 있는 이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3장에서는 기꺼이 올챙이가 되기로 한 사람들에 대한 소소한 칭찬이 담겨 있다. 내가 잘하지 못하는 것을 시도해 보겠다는 마음 만으로도 사실 모든 초보자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초보자들에게는 실력 신장을 위한 조언뿐만 아니라 초보자가 된 용기에 대한 인정이 필요하다.

내가 에세이를 읽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로 동경하는 사람의 삶이 궁금해서 읽는다. 멋있는 사람은 무슨 생각하며 사는지 알고 싶고, 저렇게 멋진 사람도 인간적인(그러니까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기도 하는지 알고 싶다. 내가 에세이를 읽는 두 번째 이유는 내가 직접 말하지 않아도 누가 내 마음좀 대신 알아줬으면 할 때이다. 이상야릇한 기분으로 내가 반복적으로 비슷한 감정을 겪고 있다는 건 알겠는데 그게 말로 잘 표현이 안 될 때가 있다. 그럴 때 나와 비슷한 환경에 처한 것 같은 사람의 에세이를 읽으면 내 상태가 정리되며 좋은 글을 써 준 작가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 <미래를 구하러 온 초보인간>은 후자에 속하는 에세이 이다. 살면서 얼마나 많은 초보자인 순간이 찾아오는가. 그 시기를 큰 수치심 없이 자신을 보듬으며 지나가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강이슬 작가는 자칫하면 큰 실의에 빠질 수 있는 초보자들에게 괜찮으니가 어깨 피라고 말해준다. 일단 강이슬 작가 자체가 누구보다 초보자라는 정체성을 탑재하고 있어 더 와닿는 응원이다.

모든 순간에 프로일 수는 없다. 능숙하지 못한 자신과 사람들을 끊임없이 몰아붙이는 세상이 원망스러울 때 이 책을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주변 사람에게 초보자인 자신을 드러내기 곤란할 때에도 이 책을 펼치면 유용할 듯 하다. 이 책은 공감을 일으키는 동시에 피식피식 웃게 하는 힘이 있다. 슬플 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약간의 농담일 수도 있다. 자조적인 웃음이라도 웃는 행위 자체는 슬픈 상황을 조금은 유쾌하게 만들어준다. 강이슬 작가는 그것을 잘 아는 사람인 것 같다. 힘이 빠지고 때로는 화가 나는 상황을 그리는 글에도 꼭 웃음 포인트가 들어있다. (작가는 초보자들의 난감한 순간을 ‘첫되었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피식거리는 힘 빠지는 웃음도 삶에 도움이 된다는 걸 아는 사람들에게도 이 책을 추천한다. 이 책을 통해 초보자가 얼마나 위대한지를 함께 되새기는 시간을 가져보자.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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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
에리히 프롬 지음, 라이너 풍크 엮음, 장혜경 옮김 / 김영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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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이해>를 읽었을 때에 감탄은 새롭게 출간된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를 읽었을 때에도 마찬가지로 반복되었다. 에리히 프롬은 언제나 사람들이 당연하게 하고 있다고 여기는 것을 다시 들여다보고 말의 의미를 정확하게 정의하며 진정으로 그 말을 실현하며 사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든다. 그녀의 글을 읽다 보면 나는 내가 사랑을 했던 것도 삶을 사랑하며 산다고 생각했던 것도 어떤 부분에 부족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그런 부족함의 원인은 어떤 환경에서 기인했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에리히 프롬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사랑의 이해>에서는 그녀는 사람들이 실은 사랑의 의미를 전혀 다르게 알고 있으며 진정한 의미에서 사랑을 하고 성숙한 인격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에서 에리히 프롬은 역시 삶을 진정으로 사랑한다고 여기는 사람의 의식에 대해 말하며 사람들이 삶을 사랑하지 않고 함부로 여겨 자신의 삶을 어떤 경위로 망치게 되는지를 알려준다. 특히 공감되었던 꼭지는 ‘무력감에 대하여' 부분이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낯선 환경을 힘들어한다. 자신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알지 못하기에 위험에 대비할 수 없는 무방비 상태에 내던져 졌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런 성향이 강하다. 내가 미리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많이 긴장하는 편이고 그래서 불안을 느끼지 않기 위해 본능적으로 낯선 환경을 피하려고 한다.

에리히 프롬은 이 책에서 현실을 통제하려는 이런 성향은 실은 삶을 두려워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삶은 그 자체로 예측할 수 없는 것이며 생동하는 것 그 자체인데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모든 것을 자신의 손아귀에 넣으려고 하는 것은 무용하며 삶에 대한 사랑을 막고 그저 예측 불가라는 상황을 두려워하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사실 돌아보았을 때 삶이 완전히 내 예상과 맞아 떨어졌던 적은 거의 없었다. 내가 했던 걱정이 무색하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때도 있었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터질 때도 있었다. 다만 나는 새로운 환경에서 내가 가진 것들을 이용해 최대한 잘 헤쳐나가고 그 과정에서 실수를 한다면 반복하지 말자고 다짐할 수 있을 따름이었다. 하지만 그 숱한 예측의 공허함을 겪고 나서도 나는 내 인생을 통제하려는 경향을 아직도 강하게 가지고 있다. 물론 이런 성격이 내가 맡은 일을 미리 준비하고 대비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삶에 대한 불안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넘어갔을 때 나는 오히려 더 이상 아무것도 준비하거나 열심히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었다. 불안에 모든 감정이 압도되기 때문이다. 에리히 프롬은 나의 이런 모습을 미리 꿰뚫어보기라도 한 것처럼 삶을 통제하려는 성향의 단점을 이 책에 써 놓았다.

에리히 프롬은 언제나 인간의 다양한 측면을 날카롭게 지적하며 삶의 다방면에서 삶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어떤 특성을 보이는지, 또한 삶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를 말한다. 그녀의 글이 공허하지 않은 이유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보이는 현실적인 특성들을 예로 들며 구체적인 변화를 촉구하기 때문이다. 그녀의 글은 언제나 구체적이며 정확하다. 삶이 마냥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면 이번 책인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가 더욱 반가울 것이다. 완전히 행복하거나 아름답지 않음에도 삶을 사랑하는 법에 대해 논하는 이 책은 삶을 미화하지 않으면서도 우리가 삶을 소중히 대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정성들여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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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여행하는 초보자를 위한 안내서
마이크 둘리 지음, 권경희 옮김 / 김영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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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새롭게 알게 된 단어는 ‘익스트림 클로즈업 숏’ 이다. 이 단어는 인물이나 사물을 극단적으로 확대해서 보여주는 촬영 기법을 뜻한다. 슬픈 영화나 드라마에서 툭 치면 눈물이 주르륵 흐를 것만 같은 주인공의 글썽이는 눈이 화면 가득 찼던 장면을 생각하면 쉽다. 그런 장면들을 설명할 때 ‘익스트림 클로즈업 숏’으로 찍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익스트림 클로즈업 숏은 화면의 인물이나 사물의 국소 부위를 확대하여 강렬한 감정이나 의미심장한 복선을 시청자에게 전달하기위해 활용된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모든 장면이 익스트림 클로즈업 숏으로 이루어진다면 어떨까? 관객들은 너무 자세하고 미세한 것들만이 몇 시간 내내 보이는 통에 영화가 도대체 어떤 내용인지는 알 수 없게 될 것이다. 자세한 것이 지나칠 때 우리는 아무것도 알 수 없게 된다. 삶에 어려운 문제가 닥쳤을 때도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점점 더 깊이 문제의 원인을 파고든다. 카메라를 줌인하며 사물을 당겨 보듯이 우리의 머릿속 영상은 익스트림 클로즈업 숏 기법으로 촬영한 장면들로 가득 차게 된다. 그런 상태가 계속되면 “지금 내가 뭐 하고 있나…….” 싶은 순간이 찾아오며 온몸에 힘이 쭉 빠진다. 세부적인 것들에 집중하다 보면 깊이 있게 알 수 있는 대신 원래 알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 잊고 다른 영 틀린 방향의 정보만을 수집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길을 잃었을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처음으로 돌아가 더 큰 상위 목적을 기억해 내는 것이 필요하다. 정신없는 나날이 계속될수록 원래 하려고 했던 것을 이해하고 다시 맥락을 잡아야 한다. <우주를 여행하는 초보자를 위한 안내서>는 많은 은이들이 열광했던 책 <시크릿>에 영감을 준 저자 마이크 둘리가 삶의 맥락을 잡아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우주를 여행하는 초보자를 위한 안내서>는 저자 마이크 둘리가 쉰 살이 넘어 얻게 된 딸에게 전하고 싶은 짧은 편지들을 엮은 책이다. 아버지로서 딸에게 전하는 편지이기에 책에 담긴 잠언들은 따뜻한 동시에 솔직하다. 마이크 둘리는 딸이 지나칠 수많은 시간을 이미 지나쳐 와 본 선배의 입장에서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한 조언을 건넨다. <우주를 여행하는 초보자를 위한 안내서>는 아버지가 딸에게 보내는 짧은 편지를 엮은 글이기에 순서와 상관없이 어디를 펼쳐도 유익한 조언을 읽을 수 있다. 또한 삶에서 느낄 수 있는 행복과 더불어 그 행복을 성취하기 위해 짊어져야 하는 책임까지도 분명히 밝혀 기록되어 있다. 마이크 둘리는 슬픔을 위로하는 방식으로 독자를 응원하지 않는다. 분명히 성취 가능한 행복과 행복을 얻는 성숙한 인간이 되는 과정에서 져야 할 책임을 말한다. 그는 삶은 가치 있다는 확신으로 독자에게 다가간다. 삶을 연민하지 않고 긍정하는 태도야말로 막 길을 나서거나 길을 나섰으나 잠시 길을 잃은 이들에게 필요한 모습 것이다. 지구에 사는 우리는 지구를 보지 못한다. 우리가 지구를 보는 방법은 지구 밖에 있는 인공위성의 힘을 빌려 지구의 사진을 보는 것이다. 어쩌면 삶의 난관을 헤쳐 나가는 방법도 같을지 모른다. 해결책은 문제 상황 속에 있는 우리보다 이미 그것을 지나쳐 온 사람에게 있다. 행복한 삶에 대해 고민하는 중이라면 잠시 마이크 둘리의 말에 기대보는 것은 어떨까?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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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 - 시베리아 숲의 호랑이, 꼬리와 나눈 생명과 우정의 이야기
박수용 지음 / 김영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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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은 강아지 한 마리를 키우고 있고 이름은 봉순이다. 정확히 얼마 동안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나는 한참동안 봉순이와 친해지지 않았다. 내가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았고 나의 동의 없이 아빠가 지인으로부터 데려온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봉순이가 우리 집에서 지내기 시작한 이후 나는 이런 상황에 대한 항의로써 봉순이와 거리를 두었다. 하지만 동시에 정말 강아지가 무서웠기에 봉순이와 친하게 지내지 못한 것이기도 했다. 나는 봉순이와 지내기 시작한 이후 한동안 내 방에서 거의 나가지 않았고 방에서 나갈 때에는 다른 가족들이 봉순이를 안아 올려 강아지가 내게 달려들지 않도록 했다. 강아지에 대한 나의 경계심이 그토록 높았음에도 시간이 지나자 나는 봉순이가 차츰 귀여워지기 시작했고 지금은 여느 강아지 주인들처럼 봉순이와 잘 지내고 있다.

아무튼 나는 동물에게 큰 애정이 있는 사람은 아니다. 나도 이런 내 특성이 썩 자랑스럽지는 않다.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어쩐지 자기 자신 이외의 생명체에게 조금의 애정도 없는 냉혈한처럼 보이거나 자기와 조금이라도 다른 것에는 경기를 일으키는 예민하고 까칠한 사람처럼 보일 것 같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이기심이 있고 약간 까탈스러운 성격인 것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디 가서 동물 안좋아한다고 말할 때마다 몰래 찔려하는 편이다. 그런 내가 이번 김영사 서포터즈 미션 도서로 박수용 작가의 <꼬리>를 선택했다. 시베리아 호랑이와의 우정을 다룬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호랑이보다는 저자인 박수용 다큐멘터리스트에게 끌려서였다. 오랜 기간 자연 다큐멘터리를 찍으며 자연에 대한 전문성과 애정을 다져온 그가 과연 어떤 시각으로 시베리아 호랑이를 바라보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그런 나의 생각은 크게 틀리지 않았다. 나는 <꼬리>를 읽으며 과연 ‘자연을 내면을 기록’한다는 작가 소개가 틀리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자연에게 내면이 있는 줄은 몰랐는데, 정말 있었고 아주 감동적이었다.

<꼬리>는 다큐멘터리 감독이었던 박수용 작가가 라조 자연보호구역에서 시베리아 호랑이 보호 활동을 펼치던 중 라조 자연보호구역의 1인자인 시베리아 호랑이 ‘꼬리’와의 1년간의 일을 기록한 논픽션이다. 저자가 시베리아 호랑이의 흔적을 따라 보호구역 내에 있는 호랑이의 개체수를 파악하고 호랑이들의 서식 지역과 특성, 나이 등을 가늠하며 시베리아 호랑이를 연구한다. 시베리아 호랑이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섭렵해 나가는 과정에서 저자는 시베리아 호랑이들이 처한 상황과 그 안에서 호랑이가 느낄 삶이 환희와 슬픔을 알게 된다. 나는 왜인지 말을 할 수 있는 사람만 마음을 가졌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다만 사람은 말이 많을 뿐 태어나고 죽는 모든 생명체에게 마음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호랑이들도 살아가면서 기쁨과 슬픔을 느끼는 존재라는 것을 ‘꼬리’의 발자국 따라가는 박수용 작가를 따라 함께 걸으며 알게 되었다.

<꼬리>의 주인공인 ‘꼬리’는 1인자로서의 위엄을 가지고 있었지만 공포스럽지 않았고 늙고 약해져가는 생명체의 애환을 담고 있었다. 나는 책을 읽은지 얼마 되지 않아 ‘꼬리’의 약해져가는 몸과 정신에 함께 슬픔을 느꼈다. <꼬리>의 53쪽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생명을 먹어야만 살 수 있는 생명은 존재 자체가 부조리다.” 나는 이 구절에 ‘꼬리’는, 호랑이는, 그러니까 생명은 나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생명을 먹어야만 살 수 있는 존재. 다른 생명을 해치면서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는 동물. 우리는 무엇 때문에 아등바등 살려고 노력하는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고 그 이유를 아직 알아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분명히 부조리한 존재인 우리들의 삶에 좋은 순간이 있다면 이렇듯 서로에 대한 이해가 이루어지는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삶의 부조리를 강하게 느낄 때마다 나는 아마 ‘꼬리’를 떠올릴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살아가는 의미를 다시 한 번 정의하려 노력할 것이다.

<꼬리>를 통해 맹수로만 알고 있던 호랑이의 강함과 약함이 공존하는 삶을 보았다. 더 이상 내게 호랑이는 전래 동화나 동물원에서 등장하는 납작한 존재가 아닌 생존을 위해 성취와 실패를 반복하고 결국 삶의 끝자락에서 슬픔을 느끼는 생명체로 느낀다. 그리고 그 모습은 나와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살면서 뭔가가 될 수 있을까, 나는 나를 어떤 존재로 설명할 수 있을까. 종종 이런 생각을 하고 있고 지금도 떠올리면 울적해지는 문장들이다. 여전히 답은 모르겠다. 하지만 ‘꼬리’도 이런 불안과 막막함을 느꼈을 것 같다. 삶이란 원래 그토록 다양한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걸까. 그럼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걸까. 나는 ‘꼬리’에게 여러 번 물어봐야 할 것 같고 물음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때마다 이 책을 다시 펼칠 것 같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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