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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싼다 - 런치의 앗코짱 ㅣ 앗코짱 시리즈 1
유즈키 아사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태풍 콩레이가 남부지방으로 온다고 난리인 통에 내게 찾아와 준 책 <나는 매일 직장 상사의 도시락을 싼다>. 제목만 보고 '진짜
나쁜 상사다 직원을 어쩜 저렇게 시간 외로까지 이용해 먹는건가. 무슨 대학원인가.' 하는 생각이 모락모락 들었던 책. 일본 소설이라 그런지 일본
드라마 읽는 것 처럼 눈에 선명하게 주인공들이 하는 것이 보인 책이다. 일러스트가 정말 이뻐서 그런걸까. 나 너무 미치코(부하직원)의 입장에서
앗코짱(상사)을 나쁘게 봤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오히려 앗코짱에게도 감정이 몰입되는 나를 발견. 나도 이렇게 멋진 앗코짱을 만났다면
인생이 바뀌었을텐데. 아쉽다 아쉬워.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요새 트렌드인 직장이면 꼭 회사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쪽을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너무 우물안 개구리처럼 생각했다는 것을 안건 덤이고.
"무엇 때문에 이런 일을 하는 걸까?
실연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아,
솔직히
되도록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데. 용기 내어 '노'라고 말했더라면 좋았을걸.(p.29)"
책의 주인공 미치코가 앗코짱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혼잣말을 중얼중얼했더랬다.
"알아요? 혼자 식사하는 것보다 누군가와 함께 먹어야 더 오래산대요."
(p.102)
혼자 먹는 것보다 같이 먹으면 더 천천히 먹을 수 있어서 그렇다고."먹는 것은 살아가는
것이니까요."라는 대사도 진짜 좋았다.
"분명 또 만날 수 있다. 우리는..."
(p.127)
앗코짱을 보고 미치코가 하는 이야기. 1권의 이야기가 종결되었을 때 미치코가 혼자 되네이는 대사인데 나도
저 말을 누군가에게 하고 싶었다. 나 혼자 생각인가. 그렇다면 마음을
접고.
"잘 쓰려고 하지 않아도 돼.
자신의 말로 쓰면 되는
거야."
(p.171)
번외편이었는지 갑자기 등장한 다른 이야기의 주인공 노유리씨가 고등학교 때 선생님께 독후감을 다시 쓴다고
하니까 선생님이 하는 말이었다. 뭔가 작가가 책 읽는 독자 중에 나처럼 글을 쓰고 싶은 사람에게 해주는 말 같았다.
"저 포기만은 빨라요. 아니라고 생각하면 바로 떠나서 다음
방법을 생각한다!일일이 좌절하지 않는다! 몸을 움츠리고 멈춰있는 동안에도 무언가는 할 수 있을지 모르잖아요.(p.211)"
또 다른 이야기에 나온 여주인공 레미. 회사에서는 엄청난 형편없는 사원이었지만 옥상에 맥주집을 오픈해서
의외로 성공한다. 그 레미가 하는 말인데 공감된다.
이 책은 일단 직장생활에 찌든 사람들. 그리고 일본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다. 정말 편하게 읽을 수 있고 무엇보다도 책이 예뻐서 마치 만화를 읽는 느낌으로 편히 볼 수 있다. 읽으면서 인생 대사를
만나는건 덤이다. 이 책이 앗코짱 시리즈 1편이라 2편인 <3시의 앗코짱>을 기다려야겠다. 어서 번역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