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차이
알리스 슈바르처 지음, 김재희 옮김 / 이프(if) / 2001년 5월
평점 :
절판


<아주 작은 차이>. 알리스 슈바르처. 이프

 

나는 더 이상 누구 옆에서 대기 상태로 지내고 싶지 않아요. 나도 따로 내 방을 갖고 정말 당신 곁에 와서 자고 싶을 때, 그런 마음을 갖고 당신과 자고 싶어요. 진정으로 서로가 열망할 때 그런 관계가 얼마나 애틋하겠어요? 42p

 

여기에서 문제는 이렇게 작은 차이가 하나의 신념으로 변질되어서 서로를 감금한다는 사실이다. 253p

 

이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여성 존재 자체가 이런 식으로 남성에 의해서만 규정된다면, 이런 관계 속에서 남성은 여성의 감정까지도 장악하게 된다. 29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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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와 여자는 다르다. 신체적으로 그렇다. 이것은 오만가지 방향으로 영향을 미쳐 남자는 이렇고, 여자는 저렇고 식의 생각, 행동, 관습, 문화, 신앙을 만들었다. 안타깝게도 사람들은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겉으로는 다양성과 조화를 설명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것 같다. 그러나 조금 가까이 다가가 그 안을 들여다보면 차별의 근거로 사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중에서 잠자리도 열외는 아니다. 어쩌면 작은 차이가 큰 억압과 차별을 만들어내는 곳이 잠자리이고, 가장 은밀한 곳이기에 사람들(거의 남자들)은 뻔뻔하면서도 당당하게 차이를 이유로 권력을 주장하고 행사하는 곳이 잠자리일 수 있다. 저자는 십 수 명의 여자들을 꼼꼼하게 인터뷰했다. 나누기 힘든 성에 관한 주제를 중심으로 남편, 남자 친구와의 관계가 얼마나 일방적으로 이루어지는지를 섬세하게 이야기한다.

 

책을 읽으면서 40년 전의 서구의 십 여 명 여자들의 이야기가 21 세기 한국에서도 적잖은 공감을 일으킨 이유를 금방 알 수 있었다. 인터뷰들에는 하나 같이 잠자리에서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도구로 사용되는 절망감이 묻어 있었다. 외로움이 싫어서, 가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꾸역꾸역 살아가는 여자들이 많았다. 어떤 경우에는 용기를 내서 남편에게 자신의 스트레스를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관계를 개선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많은 경우 말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성경에는 이런 말이 있다. “남편은 그 아내에 대한 의무를 다하고 아내도 그 남편에게 그렇게 할지라 아내는 자기 몸을 주장하지 못하고 오직 그 남편이 하며 남편도 그와 같이 자기 몸을 주장하지 못하고 오직 그 아내가 하나니생각해보면 이 말은 주로 남자들 편에서 언급되었다. 자신의 욕구를 위해 아내에게 성경을 들이미는 치사함....많은 경우 성경은 읽는 사람의 욕심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쓰이는 경우가 훨씬 많은데 이 구절도 그랬던 것 같다

이 책을 처음 집어 읽었을 때는 성경, 거룩함에 대해서 생각하게 될 줄은 전혀 상상할 수 없었다. 책을 다 읽고 난 뒤엔 바른 관계, 거룩함이 무엇인지 고민해볼 수 있었다. 성 뿐 아니라 남녀사이의 관계, 남녀 관계를 넘어 차이를 갖는 모든 관계들에 대해서 말이다. 나 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아주 작은 차이-, 학벌, 인종 등등를 근거로 너무 많은 사람들을 괴롭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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