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와 평화가 입맞출 때까지 (양장) IVP 모던 클래식스 3
니콜라스 월터스토프 지음, 홍병룡 옮김 / IVP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정의와 평화가 입 맞출 때까지>. 니콜라스 월터스토프. IVP

 

니콜라스 월터스토프의 <정의와 평화가 입맞출 때까지>IVP 모던 클래식 시리즈 중에서 세 번째 책이다. 복음주의 진영에서 <기독교 사회참여>의 고전이라 알려져 있는 이 책은 시편의 매력적인 한 구절을 제목으로 쓰고 있을 뿐 아니라 흑인 아이와 백인 아이가 웃으며 서로를 안고 있는 사진으로 표지를 디자인했다. 모던클래식에 들어갈 정도의 책이라는 점, 그리고 제목과 멋있는 디자인, 그리고 평판.... 많은 점들이 책을 집어 읽고 싶게끔 만들었다.

 

이 책은 저자가 1981년 네덜란드의 자유대학에서 열린 카이퍼 연속 강좌를 했던 내용들을 다듬어 출판한 것으로, 개혁주의 전통에 기독교인들의 사회 참여적 성격이 있다는 것을 열정적으로 강변한다.

 

1장은 개혁주의 노선에는 초기부터 세계 형성적 기독교의 면을 강조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서 세계 형성적이란 신자들이 내세 지향적인 신앙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성경을 근거로 세속 사회에 적극 참여하고, 개혁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을 말한다. 2장은 근대 사회가 폭력을 행사하여 얻은 자유위에 세워져 있고, 지금도 일부 권력자들이 합법적인 폭력과 억압을 통해 대다수의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밝힌다.

 

3장은 저자가 이 책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이라 할 수 있는데, 하나님의 창조를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는 현실 세계를 변혁하고자 개혁신학과 해방신학의 통합적 관점을 제시한다. 저자가 말하는 더욱 큰 관점이란 다름 아닌 샬롬의 관점으로서 모든 사람들이 모든 관계 안에서 자신의 권리를 추구하되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관점으로 현실을 볼 때 너무나 큰 문제들을 직면할 수밖에 없는데, 저자는 4장에서 6장까지를 통해 불평등을 심각하게 보여주는 빈곤의 문제’, 세계를 극한의 대립으로 치닫게 하는 민족주의의 문제’, 절대 다수의 시민들을 아름다움에서 격리시켜버린 도시의 문제를 다룬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7장과 8장에서 예배와 학문의 주제를 통해 지금까지 개신교 진영의 예배와 학문이 교회, 성도들을 사회로부터 분리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것을 반성한다. 이어서 담대한 도전을 하는데, 선포 중심의 예배를 좀 더 카톨릭화 해야 한다는 것과 실천 지향적인 학문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주장에는 중요한 이유가 있는데, 그것은 현재의 선포 중심의 예배가 성례전적인 면을 많이 잃어버리면서 하나님을 섬기는 기쁨소망마저 앗아가 버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성경과 이웃을 향하여 귀를 기울이지 않은 학문들은 교회가 스스로의 모습을 보지 못하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샬롬의 왕이신 예수님의 말씀으로부터 격리시킨 결과를 만들고 말았다.

 

책에 대한 칭찬이 워낙 대단했고, 앞서 말한 것처럼 제목과 표지가 매력적이라 잔뜩 기대를 하고 봤으나, 기대만큼 만족스럽진 않았다. 몇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저자의 주장이 최근 성서학자들을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는 하나님 나라의 신학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자주 읽고 접한 주제이다 보니 그리 새롭게 다가오지 않았다. 그리고 두 번째는 기독교 철학자로서 빈곤과 민족주의, 도시의 문제가 중심부와 주변부의 관계, 즉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에 있다는 분석을 잘 했지만 다른 사회학 책들이 보여주는 치밀한 분석이나 구체적인 예들을 다양하게 제시하진 않았다. 물론 저자는 처음부터 책에 대해서 구체적인 내용들을 다루지 않겠다고 말을 했지만, 굵직한 문제들을 조금은 지루하게 전개했다.

그러나 이 책이 30년도 전에 출간이 되었으나 여전히 급진적(개신교 진영에서 보기에 그렇다는 것이다)으로 다가오는 내용들이 있었는데, 그것은 예배와 학문에 대한 저자의 일갈이었다. 선포 중심의 예배, 실천에서 동떨어진 학문 추구가 초래하는 결과는 생각보다 끔찍한데, 역설적으로 공허한 메시지를 양산하게 했고, 결국 공적인 예배와 삶 전반에 기쁨과 소망을 약화시켜 영적인 힘을 상실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너무나 동의가 되고, 공감이 되는 부분이었다. 말씀을 강조하지만 오히려 자기주장만 가득한 설교가 얼마나 많고, 성찬을 비롯한 여러 성례전적 요소들을 대거 축소시키며 사라진 기쁨과 소망을 찬양과 기도(라고 적었지만 노래와 자기 암시에 가깝다)로 메꾸면서 이웃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종교 행위만 남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요소는 저자가 명문화하진 않았지만 모두 목회자 중심의 목회, 신학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한다. 자신의 틀에 갇혀 성도들에게 그 틀을 강요하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까지 차단하는 경우를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다.

 

조금은 딱딱하고 지루했지만, 저자는 개혁신학의 범주 안에서 신앙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정확하게 지적하고,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비전을 전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의 주장은 마음을 움직인다. (나와 같이) 개혁신학의 범주에 있으면서 다른 신학과 신앙에 대해 접할 기회가 거의 없거나 적었던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고, 특히나 개혁 신학에 대해서 자부심이 강한 사람이 읽어보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도 예쁘고, 내용도 묵직한 만큼 집에 한 권쯤은 있어도 좋은 책,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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