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하려는 마음 (양장)
에드윈 슈나이드먼 지음, 서청희.안병은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9년 12월
평점 :
품절


자살하려는 마음. 에드윈 슈나이드먼. 한울

<우리는 모두 자살 사별자입니다>라는 책이 있다. 그만큼 대부분 사람이 주변에 자살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로 인한 영향을 받는다는 뜻이다. 교회에서도 심심치 않게 자살 소식이 들린다. 전에는 쉬쉬하는 경향이 많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정신과 치료도 흠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차 줄면서 자살에 대한 인식도 바뀌는 것으로 보인다. 내가 지나온 교회들만 생각해봐도 자살하면 지옥에 간다고 가르치는 예는 없었다.

자살이 그만큼 많다면, 자살 시도는 그보다 훨씬 많다. 목회현장에서도 자살은 무시할 수 있는 주제가 아니다. 중증의 우울감을 호소하는 분들을 보면 기도로 돕지만, 동시에 전문적인 상담이나 치료를 권한다. 물론 교회가 자살과 관련하여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평상시에 서로의 마음을 터놓으면서 말씀을 읽고 함께 기도하고, 일상을 편안하게 나눌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일일 것이다. 몇 권의 우울, 자살관련 책들을 보면서 이러한 공동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는 에드윈 슈나이드먼이다. 현대 자살학의 아버지라고 불린다는데, 무엇보다 자살을 철학이나 종교가 아닌 심리학의 영역에서 판단하고 치료해야 할 것을 주장했다. 심리부검, 정신통과 같은 개념을 제시했고, 자살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전구증상을 드러낸다는 것과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죽고 싶은 마음과 도움을 받고 싶은 마음을 함께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저자는 연구업적뿐 아니라, 자살예방센터를 세우고, 많은 자살관련 치료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면서 실천적으로도 인정을 받는다.

<자살하려는 마음>은 이러한 저자의 대표작인데, 세 사람(에릴, 베아트리체, 카스트로)의 긴 사례를 바탕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전구증상, 양가감정등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의 주장은 책의 첫 번째와 마지막 챕터에 잘 정리되어 분명하게 제시된다.

“거의 모든 자살은 고통으로 인하여 일어난다. 이러한 정신통은 좌절된 심리적 욕구에서 기인한다. 이러한 고통으로 자살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게 필요한 질문은 어디가 아픈지를 묻고, 어떻게 도울지를 묻는 것이다. 자살할 생각으로 이미 마음이 가득찬 사람에게 자살의 치명적인 면을 이야기하는 것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얼마나 아픈지, 왜 그렇게 아픈지를 물으며 자살에 관한 생각을 짚어보도록 도울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그 사람의 마음이 쉽게 흥분하지 않도록 하는데 효과가 있다.” 23p

“자살하려는 마음으로 반응하게 하는 심리적 토양, 그것은 유아기에 형성된 성격의 가장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가설을 지지하는 너무나 많은 사례가 있다. 불행이란 자신이 깨닫지 못한 채 아동기에 상실했던 기쁨을 반영한다.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생각, 행동은 성인기의 갑작스러운 상실보다는 주로 아동기의 특별한 기쁨의 상실과 관련이 있다...우리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인생을 헤쳐나갈 수 없다. 그러나 유아기 이후의 삶은 대부분 스스로 감당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최고의 치료를 받을지라도 환자의 역할이 전체 치료 과정의 성공에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단언해도 틀리지 않는다. 그런데 그런 환자의 역할은 치료를 스스로 하지 말라는 부분에 있다. 우리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의 큰 부분은 필요할 때 적절한 전문적 지원을 받는 것이다.” 252-253pp

이 책에는 저자의 핵심 주장 외에도 자살하는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열 가지 공통점이라든지, 24가지 심리치료 기제에 대한 내용들도 간단하게나마 사례와 엮어 소개하고 있다. 자살을 심리적인 측면에서 다뤄야 한다고 주장한 저자의 핵심 주장이 몇 가지 사례들과 연결하여 쉽게 소개되고 있는 것이 이 책의 큰 장점이다.

자살 관련 또 다른 고전인 뒤르켐의 <자살론>은 자살의 사회학적인 측면을 부각시켰다. 반면 이 책과 저자는 개인의 심리를 꼼꼼하게 들여다봐야 할 것을 주장한다. 어느 한쪽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한 것은 우리 사회의 어떤 측면이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지, 내 옆에 있는 이웃이 얼마나 아프길래 죽음까지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려면 관심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누군가를 우울증 환자로, 자살시도자로 쉽게 낙인찍거나 함부로 판단하는 것은 금물이겠지만,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아픈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는 정도는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자살이 정신적인 고통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구체적인 사례들과 엮어서 설명하고 주장하는 <자살하려는 마음>, 추천한다. 단 책값이 비싼 것은 감안해야 한다^^

#에드윈슈나이드먼 #자살하려는마음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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