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주의자 마리아 - 그때는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시작된다
안정혜 지음 / IVP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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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주의자 마리아. 안정혜. IVP.

복음주의 기독교 출판사에서 ‘비혼주의‘를 긍정적으로 다뤘다. 이러한 사실 자체부터 논란거리가 된다. 사실 내가 이 책을 읽지 않고 책장에 모셔놓다가 급히 읽은 이유이기도 했다. 어떤 분이 모 교단 서평란에 이 책을 읽고 서평이라고 써놓은 글에는 선교단체 비난, 선교단체 대표 비난, 교회 파괴 공작, 젠더이데올로기 등의 표현을 쓰면서 잔뜩 혈기를 부려 놓았다. 물론 글 막바지에 책의 지적을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는 한줄 감상이 포함되어 있기는 했다. 그 글을 다읽고서는 서평을 쓰신분이 진짜 반성을 하자는건지 신뢰가 가질 않았다. 문제는 이러한 태도가 대다수의 교회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강단을 대부분 차지하는 보수 교단들의 5-60대 남성 목회자들에게서 너무나 흔하게 볼 수 있는 그런 반응들이다. 교회에서 페미니즘이라니! 비혼주의라니!

책을 펴서 최대한 천천히 읽어보려고 애를 썼다. 도대체 어떤 내용이기에 그분은 교회 파괴공작, 선교단체의 변질 등의 표현을 써가며 화를 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책의 내용은 최대한 출판사의 스탠스 답게 나왔다. 제목이야 조금 래디컬하게 들릴 수 있으나 내용을 보니 그렇지 않았다. 여성 비하로 보일수 있는 성경의 구절들, 특히 바울의 말들을 최대한 정경의 시각 내에서, 당시 역사적 배경 아래에서 해석한 것들을 인용한다. (보수교단) 목사님들 잘 말해주지 않을 뿐 충분히 보수적인 해석들이었다.

그렇다면 만화안에 있는 사건들이 사실을 왜곡했나? 아니면 침소봉대하여 교회 혹은 남성 목회자들을 싸잡아 비난했나? 책에는 몇 가지 사건들이 나온다. 젊은시절 청소년 사역을 하다가 제자를 성폭행했지만 그것을 감추고 제 2, 제 3의 피해자를 만들어낸 목사, 그것을 비호하고 감추려는 기성교회의 목회자들, 이런 분위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청년....끔찍한 이야기들이 연속적으로 나온다. 안타깝지만 다 들어본 이야기들이다. 한번도 아니고 두번도 아니고 세번도 아니고 많이 들어본 이야기들이다. 그것도 아주 가까이서 말이다. 한 친구는 청년시절 피해를 입었는데 교회를 떠나야 했고 한 목사님은 교회 안에서 성추행 당한 청년의 편을 들어주다 징계를 당해야 했고, 근처 교회에서는 실제로 그루밍 성폭행을 당한 청년이 억울함을 견디다 못해 생을 끝낸 일이 있었다. 비슷한 내용이 책에 나오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한방울 뚝 떨어지더라. 뉴스에서 보고 들은 유명한 사람들 이야기까지 합치면 너무 많다. 너무 많아.

책 제목에 비혼주의자라고 달아놓았으니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하면 이해나 하겠는데 성경 해석이나 책이 다루는 내용들이나 이상할것이 없었다. 그런데 그분은 왜 그렇게 화를 내는건가? 나는 이러한 반응들 때문에라도 이러한 책들이 앞으로 더욱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 책은 한두가지 면에서 조금은 인위적이고 마치 교과서 같이 딱딱하다. 다행히 만화라는 형식으로 그런 단점을 어느정도 상쇄한다. 어쨌든, 이 정도의 내용에 펄펄뛰는 사람들이 다수 나오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책의 내용처럼 교회 안에 남성의 폭력으로 신음하는 여성들이 너무 많은데 회개해야 할 죄라고 지적되는 경우가 너무 적다. 오히려 쉬쉬하고 넘어가다 이차가해를 넘어 두번째, 세번째 희생자를 만들어내는 일들이 너무 많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내용을 부담없이 접할수 있도록 더 많은 비슷한 책들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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