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아워스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마이클 커닝햄 지음, 정명진 옮김 / 비채 / 201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 읽었다. 영화를 먼저 보고 <댈러웨이 부인>을 다시 읽고, 이어서 읽었는데 어쩌다보니 조금씩 아껴서 읽은 셈이 되었다. 읽는다는 게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을 작정으로 조용히 숨어서 일기를 쓰는 것 같기도 했다. 영화에서는 줄리앤 무어의 역할이었던 로라 브라운의 꼭지들이 특히 그랬다. 소설을 읽고 나면 엄마 읽으시라고 갖다드리는데 아무래도 이책은 그냥 우리집에 둬야겠다.

덧) 표지의 버지니아 울프의 사진(뭔가를 골똘하다기보다 멍하게 생각하는 듯한 옆 얼굴)은 라파엘전파 화가들의 그림 속 여자들의 느낌이다. 특히 존 에버릿 밀레이의 오필리아.
덧덧) 번역에 큰 불만은 없는데 클라리사를 굳이 ‘클러리서’라고 쓴 것은 무슨 고집인지 아주 맘에 안 든다.

“그렇다, 이제 하루를 마무리 할 시간이다, 하고 클러리서는 생각한다. 우리는 파티를 열고, 외국에서 홀로 조용히 살기 위해 가족을 내팽개친다. 그리고 우리 재능과 무조건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 터무니 없는 희망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바꾸지 못할 책을 쓰려고 안간힘을 쓴다. 우리는 삶을 살아내고, 할 일을 하고, 그러고는 잠자리에 든다. 그토록 단순하고 일상적이다. 몇몇 사람은 창밖으로 뛰어내리거나 물에 뛰어들거나 알약을 삼킨다.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은 사고로 죽는다. 우리 중 대부분은, 절대 다수는 어떤 병에 서서히 잡아먹히고, 아주 운이 좋더라도 시간 자체에 잡아먹힌다. 위로할 거라곤 우리 삶이, 그 모든 역경과 기대를 넘어선 우리 삶이 활짝 피어 나 상상했던 모든 것을 한꺼번에 안겨주는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비록 아이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은(어쩌면 아이들까지도) 그런 시간 뒤에는 필연적으로 그보다 더 암울하고 힘든 시간이 따라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가 도시를, 아침을 마음속에 간직하면서 그 무엇보다 바라는 것은, 더 많은 시간들이다.
우리가 그것을 왜 그렇게 사랑하는지는 신만이 알 것이다.”
-pp.327-32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