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달리기가 싫어 - 달리고 싶지만 달리기 싫은 사람들을 위한 애증의 러닝 가이드
브렌던 레너드 지음, 김효정 옮김 / 좋은생각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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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가 싫다고 말하면서 이토록 선명한 하트라니. 싫다는 말 뒤에 붙은 새빨간 하트가 무척이나 모순적이다. 달리기가 싫다는 저자의 말은 사실일까. 아마 사실이기도, 사실이 아니기도 할 것이다. 저자는 달리기가 싫으면서도 끊임없이 달리고 싶어 하는 애증의 관계에 놓여 있으니까 말이다.

이 책은 러닝 가이드다. 말 그대로 달리기를 싫어하는 사람을 위한 달리기 지침서다. 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 느낀 감정은 당혹스러움이었다. 달리기는커녕 걷는 것조차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러닝 가이드라니. 이 책이 내게 얼마나 흥미로운 이야기가 되어 줄까? 내가 관심을 가질 만한 이야기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가득했다. 그런데 막상 이 책을 읽고 보니 기억해 둘 만한 이야기가 꽤 많아서 내용면에서 나름 만족스럽게 읽은 편이다.

조금 더 잘 달릴 수 있는 비법이나, 달리기 훈련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은 아니다. 러너로서의 마음가짐에 대한 책이다. 여러 마라톤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저자가 함께 달리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며 얻은 깨달음이나 스스로의 경험, 러너와 달리기의 복잡미묘한 관계에 대해 가감 없이 털어놓는다. 달리기에 대한 이야기지만 달리기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며 실생활의 여러 부분에 적용할 수 있는, 내 삶의 일부분을 바꿀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무엇이든 목표가 거창하면 더욱 이루기 힘들어진다. 이미 숱하게 경험해 본 일이다. 굳게 다짐하며 원대하게 계획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며칠 되지 않아 포기하고 마는 것을 말이다. 저자는 커다란 목표보다는 작은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꾸준히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달리기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마라톤에 출전하겠다는 목표보다는 집 앞 공원 한 바퀴라도 가볍게 뛰는 것이 좋다. 꾸준히 꿋꿋하게 지켜나가다 보면 어느새 놀라울 만큼 체력도, 마음도 성장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의 이야기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문장은 꼭 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걷는 것도 달리기이며, 속도를 내는 것보다 멈추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무조건 빨리 달린다고 좋은 게 아니라 천천히 가도 된다는 걸 알려주는 것 같아 위로가 됨과 동시에 정말 마음에 들었던 글이다. 계속 꾸준히 달려나갈 수 있는 힘이 되어 줄 수도 있을 것 같고. 달리기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한 책이었지만, 삶을 살아가는데 방향성을 조금은 잡아줄 수 있는 책일 것 같다. 저자의 달리기에 대한 이야기나 그림으로 설명하는 부분도 나름 재밌었고. 기대 없이 읽은 책이었지만 꽤 즐거웠고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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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9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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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장식가인 서른아홉 살의 폴은 외로움을 짙게 느낀다. 오랜 연인 로제가 있지만 언제나 차갑게 식은 널따란 침대를 바라보며 폴은 고독에 잠식되어 갈 뿐이다. 폴과 로제는 6년을 만난 오랜 연인 사이지만, 로제는 다른 여자와 하룻밤 밀회를 즐기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폴은 로제의 늦은 연락을 기다리며 쓸쓸히 늙어가는 자신의 모습에 비참함을 느끼는 중이고. 두 사람 사이에는 분명 견고한 무언가가 있지만, 그것이 그렇게 애써 지켜여할 만큼 가치가 있는 것은 잘 모르겠다.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묶인 두 사람 사이에는 모순적이고 모호한 감정들이 자리 잡아 정말 사랑이 존재하는 게 맞는지 가끔은 의아스럽기도 하다.

폴은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스물다섯 살의 시몽에게 마음이 끌린다. 시몽은 로제가 주지 않는 열렬한 사랑에 폴에게 바친다. 언제나 그녀를 지켜보고, 그녀를 위해 늦은 밤 도로를 달리며, 그녀의 사랑을 갈구하고, 그녀의 사랑에 환희한다. 폴은 그런 시몽의 마음이 부담스러우면서 그의 관심에 기뻐한다. 그러나 폴은 자주 무기력하고 자주 고뇌에 휩싸여있다. 폴은 시몽의 모습에 모성애를 느끼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에게 답답함을 느낀다. 그리고 전 연인인 로제를 떠올린다.

시몽과 로제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한 폴의 감정을 이해하면서도, 갈팡질팡하는 그녀의 모습이 답답하게 느껴졌던 것은 사실이다. 폴에게 있어 로제 의지할 수 있는 연인이자, 고독에 휩싸이게 하는 결정적인 이유다. 로제는 폴을 사랑하면서도 언제나 자신의 자유를 찾아 떠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폴이 그 자리에서 자신을 기다리지 않을 것을 초조해하는 상당히 이기적인 인물로도 보인다. 구속을 싫어하는 자유를 원하지만, 폴을 사랑이라는 명목으로 곁에 두고 싶어 하는 상당히 모순적인 인물이랄까. 반면 시몽은 로제와 다르게 오로지 폴만을 원한다. 폴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두고 자신의 인생마저 돌보지 않는다. 폴에 의해 삶이 결정되고 감정이 널뛰는 사람이 시몽이다. 로제와 시몽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폴의 모습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시몽의 물음은 폴이 잊고 있던 모든 것을 환기시켰다. 자신의 삶에서 놓치고 있던 모든 것들을. '브람스를 좋아했던가' 하고 생각하게 했던 시몽의 물음은 폴에게 자그마한 설렘으로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로제에 대한 사랑이 확실한 것인지 자문하게 될 만큼. 그럼에도 폴이 시몽이 아니라, 폴 자기 자신의 삶이 아니라 로제에게 다시 돌아간 이유는, 현실을 너무 깨달아서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아름다웠던 시몽과의 나날들을 떠올리면 당연히 시몽을 선택했어야 옳지 않았을까 싶지만, 로제에게 돌아가는 게 어쩌면 지독히도 현실적이며 알맞은 결말일지도 모르겠다. 로제에게 돌아감으로써 폴의 끝없는 고독은 계속되겠지만.

폴이 자신의 삶을 사랑하기를 바랐다. 로제가 아니고 시몽이 아닌, 자기 자신의 삶을 아끼고 보듬고 사랑하는 것. 브람스를 좋아하냐는 시몽의 물음이 잊고 살았던 여유와 평안함을 되찾아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했다. 무언가에 매여 전전긍긍하는 폴이 아니라 당당하고 빛나는 삶을 살아갈 것. 하지만 폴은 여전히 로제와 함께할 것을 선택했기에 역시 그 결말이 마음에 들진 않는다. 누구든 쉽게 선택할 수 없었던 폴을 이해하지만 꼭 굳이 그런 선택을 해야만 했는지 다소 답답하기도 하다.

작가는 사랑의 덧없음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사랑으로 엮인 세 남녀의 모습에서 사랑의 덧없음은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기에 작가의 의도대로 잘 반영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가려진 혼란스럽고 모호한 감정들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다. 조금 더 나이가 들어 읽으면 또 다른 느낌을 받게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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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본 살인사건 스코틀랜드 책방
페이지 셸턴 지음, 이수영 옮김 / 나무옆의자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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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초반부터 몰입이 안 된다 싶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소설은 정말 내 취향이 아니다. 중간에 덮을까 말까 여러 번 고민할 만큼. 그래도 결말쯤 가면 이야기가 좀 달라지지 않을까 싶어 끝까지 읽었지만 결말마저 내 마음에 드는 소설은 아니었다.

살인사건이라는 제목 탓에 너무 본격적인 미스터리를 기대했나 보다. 무거운 분위기는 전혀 아니며 상당히 가벼운 주제의 소설이다. 물론 가벼워도 스토리를 잘 풀어낸다면 문제가 될 건 없겠지만, 그렇게 흥미를 자극하는 주제는 아니었던 것 같다. 살인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살인사건의 심각성이나 해결 과정이 두드러져 보이지 않는달까. 살인사건이 아니라 다른 곳에 초점이 맞춰진 느낌이라 미스터리라고 보기엔 상당히 어렵고, 소설이 주제에서 한참 벗어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범인이 드러나는 과정도 너무 허술할 뿐만 아니라 사건이 너무 허무하게 해결된다. 범인이 너무 예상치 못한 인물이라서 놀랄 법도 하지만 범인의 실체가 정말 뜻밖이라 황당함이 조금 더 크게 다가온다.

스코틀랜드의 특이한 언어를 보여주고 싶은 건지는 몰라도 사투리 같은 특유의 번역체가 있는데 그 때문에 몰입이 더 안된다. 주인공인 딜레이니도 사건을 해결한다는 명목하에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는 느낌이 강하고. 사실 따지자면 주인공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사건이지만, 주인공으로 설정된 탓에 너무 과장되게 실마리를 찾아 헤매는 것 같달까. 배려도 없어 보이고 참견이 많아 보이는 그저 오지랖 넓은 사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보여서 주인공에 대한 매력을 거의 못 느낀 것 같다. 캐릭터의 성격도 맘에 드는 편은 아니고. 살인사건 현장에서 발견한 증거를 혼자 몰래 가져와서 추리하거나, 증거를 모으겠다고 물불 안 가리고 마구 돌아다니는 모습이 나로서는 조금 이해가 안 된 부분이다.

갑자기 뜬금없는 로맨스가 끼어든다거나, 셰익스피어 2절 초판본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많다거나. 이 소설이 흥미롭지 않았던 부분이 너무 많아서 나열하자면 끝이 없을 것 같다. 살인사건을 해결할 핵심인 초판본이 발견된 과정을 자세히 풀어서 사건 발생 이유에 타당성을 주는 것도 아니고, 그저 수상하다는 말만 끊임없이 되풀이될 뿐 별다른 내용이 뒷받침되지 않는다. 사건이 갑자기 발생하고 갑자기 진행된 느낌이다. 기초 설계가 부족한 것 같기도 하고. 또 범인을 숨기기 위한 장치인지는 모르겠지만 관련이 없는 인물들을 너무 엮어낸 것 같기도 하다.

읽느라 허비했던 시간이 아까울 정도다. 무거운 미스터리를 기대한 탓인지는 몰라도 실망이 너무 크다. 시작부터 결말까지. 딱히 생각하고 싶지 않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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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식탁
미타 오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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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입한지 한참 된 책인데 오랫동안 묵혀두다가 읽었다. 잔잔한 힐링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 구입했던 책.

회사 동료와 식사하는 게 불편한 회사원 유타카가 공원에서 밥을 먹다가 미노루와 타네 형제를 만나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먹밥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주기 위해 미노루와 타네의 집에 방문하면서 친해지게 되고, 늘 쓸쓸했던 미노루가 사람들과 함께 밥을 먹는 행복을 알게 된다.

특별한 계기나 사건이 있는 것이 아니지만, 밥을 통해 시작되는 인연과 감정이 잔잔하고 평화롭지만 행복하게 그려져서 기분 좋게 읽기 좋은 책이다. 어린 타네의 활발한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외로웠던 유타카가 행복해지는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림도 예쁘고 스토리도 좋아서 만족스럽게 읽었다!

BL인지 모르고 샀던 터라 감정선이 묘하게 흐른다 하긴 했었는데, 뭐 딱히 거부감이 있진 않아서 재밌게 봤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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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
E. M. 리피 지음, 송예슬 옮김 / 달로와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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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이 성장하는 모습을 모처럼 주의 깊게 살폈다. 습관처럼 자기혐오를 해오던 여성이 마침내 활기찬 일상으로 복귀하는 과정이란, 조금은 지루할지 모르지만 그녀의 성장에 뿌듯하기도 하다. 지극히 일상적이라 별다를 것 없어 보이지만, 어쩌면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은 아니기에 특별한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자존감이 낮고 스스로를 미워하던 사람이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좋은 삶을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과정은 언제 봐도 울컥한 느낌을 주는 것 같다.

이야기 속 나탈리의 첫인상은 그렇게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모든 것에 자신 없어하고 스스로를 한심하게 여기는 나탈리가 보기 힘들기도 했다. 모든 일에는 자기혐오가 뒤따르고, 다른 사람의 말을 꼬아서 듣는 그런 나탈리의 모습에 피곤함을 느낀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지루하고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 나탈리는 성장해 있었다. 엄청나게 특별한 사건이 있는 게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탈리는 꾸준히 성장했다. 여행을 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면서 말이다. 일상에서 조금 벗어난 새로운 일들이 그녀를 자신감에 차있게 만들었고, 매력적인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도왔다. 혼자 있는 것을 싫어하던 사람이 혼자서 빛나는 삶을 꾸려갈 수 있게 됐다.

나약하고 우유부단해 보이는 나탈리는 내 생각보다 강인한 사람이었다. 자기 연민에 빠져 허우적대지만, 언제든지 앞으로 나아갈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사람. 눈앞에 보이는 커다란 벽에 부딪혀 우왕좌왕하고 패닉에 빠지기도 하지만, 자신과의 끝없는 대화를 통해 용기를 얻어 끊임없이 나아간다. 나탈리를 한심하게 보던 내 생각이 오만해지는 순간이다. 자신의 마음대로 모든 것을 조종하고 통제할 수 없지만, 스스로의 선택과 의지로서 자유를 찾아갈 수 있다는 것. 이 소설을 통해 위로를 얻고 방법을 배운다.

나탈리라는 여성을 통해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지만, 비단 이 소설을 여성에게만 위로가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비슷한 상처를 갖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위안이 되어 줄 수 있는 소설이다. 나탈리의 성장에 비추어지는 빛이 부러워지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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