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본 살인사건 스코틀랜드 책방
페이지 셸턴 지음, 이수영 옮김 / 나무옆의자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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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초반부터 몰입이 안 된다 싶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소설은 정말 내 취향이 아니다. 중간에 덮을까 말까 여러 번 고민할 만큼. 그래도 결말쯤 가면 이야기가 좀 달라지지 않을까 싶어 끝까지 읽었지만 결말마저 내 마음에 드는 소설은 아니었다.

살인사건이라는 제목 탓에 너무 본격적인 미스터리를 기대했나 보다. 무거운 분위기는 전혀 아니며 상당히 가벼운 주제의 소설이다. 물론 가벼워도 스토리를 잘 풀어낸다면 문제가 될 건 없겠지만, 그렇게 흥미를 자극하는 주제는 아니었던 것 같다. 살인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살인사건의 심각성이나 해결 과정이 두드러져 보이지 않는달까. 살인사건이 아니라 다른 곳에 초점이 맞춰진 느낌이라 미스터리라고 보기엔 상당히 어렵고, 소설이 주제에서 한참 벗어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범인이 드러나는 과정도 너무 허술할 뿐만 아니라 사건이 너무 허무하게 해결된다. 범인이 너무 예상치 못한 인물이라서 놀랄 법도 하지만 범인의 실체가 정말 뜻밖이라 황당함이 조금 더 크게 다가온다.

스코틀랜드의 특이한 언어를 보여주고 싶은 건지는 몰라도 사투리 같은 특유의 번역체가 있는데 그 때문에 몰입이 더 안된다. 주인공인 딜레이니도 사건을 해결한다는 명목하에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는 느낌이 강하고. 사실 따지자면 주인공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사건이지만, 주인공으로 설정된 탓에 너무 과장되게 실마리를 찾아 헤매는 것 같달까. 배려도 없어 보이고 참견이 많아 보이는 그저 오지랖 넓은 사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보여서 주인공에 대한 매력을 거의 못 느낀 것 같다. 캐릭터의 성격도 맘에 드는 편은 아니고. 살인사건 현장에서 발견한 증거를 혼자 몰래 가져와서 추리하거나, 증거를 모으겠다고 물불 안 가리고 마구 돌아다니는 모습이 나로서는 조금 이해가 안 된 부분이다.

갑자기 뜬금없는 로맨스가 끼어든다거나, 셰익스피어 2절 초판본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많다거나. 이 소설이 흥미롭지 않았던 부분이 너무 많아서 나열하자면 끝이 없을 것 같다. 살인사건을 해결할 핵심인 초판본이 발견된 과정을 자세히 풀어서 사건 발생 이유에 타당성을 주는 것도 아니고, 그저 수상하다는 말만 끊임없이 되풀이될 뿐 별다른 내용이 뒷받침되지 않는다. 사건이 갑자기 발생하고 갑자기 진행된 느낌이다. 기초 설계가 부족한 것 같기도 하고. 또 범인을 숨기기 위한 장치인지는 모르겠지만 관련이 없는 인물들을 너무 엮어낸 것 같기도 하다.

읽느라 허비했던 시간이 아까울 정도다. 무거운 미스터리를 기대한 탓인지는 몰라도 실망이 너무 크다. 시작부터 결말까지. 딱히 생각하고 싶지 않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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