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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신
한윤섭 지음, 이로우 그림 / 라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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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나는 아이가 없지만 집안에 아이가 있거나, 어린 자녀를 둔 부모라면 읽어볼 것을 권하기에 딱 알맞은 책인 것 같다. 아이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보다 풍부한 세상을 느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책이라 아이의 성장에도 바람직한 영향을 줄 수 있을 듯하다.

양질의 미디어가 제공되고 원하는 매체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지금 세상은 참 풍요롭고 이롭지만, 그만큼 단점들도 더 두드러지게 보이는 것 같다. 제일 큰 문제가 사고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생각의 제한이라고 생각하는데, 비교적 어린 나이부터 디지털 기기를 접하면서 아이들이 점점 상상하는 법을 잊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도 그럴게 어른인 나 역시도 핸드폰만 붙잡고 있을 때가 점점 많아지는데 어린아이들은 오죽할까.

이 책을 읽으면서 뜨끔했다. 특별한 사건이나 현상들에만 집중했지,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이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굉장히 오랜만에 해본 것 같다. 언제부터인지 나도 생각의 넓이에 선을 그어두고 딱 필요한 것만 생각하며 살아왔던 것 같다.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가며 쓸데없는 생각도 해보고, 주변의 모든 것을 새롭게 바라보는 경험도 해봐야 한다는 것. <이야기의 신> 을 읽으면서 새삼스럽게 느끼는 바가 많다.

아이들이 이 책 속의 소년처럼 다양한 이야기도 만들어보고, 이 세상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가져보며 살았으면 좋겠다. 그 작은 경험들이 모이고 모여서 시간이 많이 지난 후에는 분명 새로운 세계를 열어줄 수 있을 테니까. 짧은 동화지만 감명 깊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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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판교
김쿠만 지음 / 허블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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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인지 과거인지_

알다가도 모를 소설이다. 내가 읽고 있는 이야기의 배경이 미래인지 과거인지. 참 느리고 고리타분한 옛날 세상이구나 싶다가도 눈 깜짝할 사이에 놀라울 정도로 발전한 미래 세상을 마주하게 된다. 미래도 과거도 아닌 세상의 이야기 속에서 한참이나 허우적거렸던 것 같다. 그리움에 묻혀 옛 시대를 회상하다가도, 빠르게 변해버린 미래 세상에 휘둥그레지고, 다시 먼 옛날로 밀려나버리는 것처럼. 나에게는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 조금은 혼란스럽고 낯선 소설이었던 것 같다.

남쪽 바다를 향한 애틋한 그리움_

여덟 편의 소설 중에서 가장 마음에 남았던 작품은 [남쪽 바다의 초밥] 이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적절히 뒤섞인 배경 속에서 옛날, 옛 시대에 대한 깊고 진한 향수가 묻어나서 좋았다. 어딘지도 모를, 멀고 먼 남쪽 바다가 글을 읽는 나조차도 그립고 애틋해질 정도로. 작가의 소설이, 또는 이 작품집이 인간의 마음과 그리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면 [남쪽 바다와 초밥] 이야말로 작가가 전하고 싶은 감정과 마음이 가장 뚜렷하고 넘치게 담긴 단편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개인적인 감상_

위에 언급한 단편처럼 애틋하고 그리워서 좋았던 작품도 있고, 조금은 취향과 거리가 멀구나 싶었던 작품들도 있었다. SF라고는 하지만 레트로가 적당히 버무려진, 과거와 미래와 씨실과 날실처럼 촘촘하게 짜여진 소설은 처음이라 신기한 마음도 컸던 것 같다. 한없이 과거로 떨어져내리는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 끝도 없는 미래로 밀려나는 느낌이기도 하고, 그렇게 방황하다 미래와 과거가 맞닿아버리면 이게 뭘까 싶어 멍해지기도 하는. 명징하게 표현하기가 어려워서 감상을 적어내리는 이 순간에도 두서없는 말을 흩뿌리게 되는. 처음 접하는 김쿠만의 소설은 혼란 속의 그리움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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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보는 세계 - 브릿G 단편 프로젝트
이명희 외 지음 / 황금가지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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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편의 단편소설_

오랜만에 서평단 활동을 하며 읽은 도서. 일상, 공포, SF 등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독특한 발상과 작가 본인들만의 개성이 담긴 단편소설 아홉 편이 차곡차곡 담겨 있는 작품집이다. 그저 SF 소설집인 줄 알았는데, 역사나 탐정 추리 같은 생각지도 못한 장르의 소설들이 꽤 많이 담겨있어서 의외이기도 했고, 신선한 느낌을 받기도 했던 책이다. 특히 인상적으로 남은 작품들도 꽤 있었고.

당신이 보는 세계_

많은 이야기 중에서 표제작인 [당신이 보는 세계] 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책의 첫 장을 열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된 소설이기에 인상적이었던 것도 있지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해서 유독 완성도 있는 작품이라고 느꼈던 것 같다.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간 '전단지 괴담' 사건을 통해 현재 한국 사회에 만연한 갈등과 소통의 부재에 대한 문제를 효과적으로 들춰내고, 그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긍정적인 결말을 맺는다. 먼 미래 시대를 배경으로 사회의 현주소를 짚어냄으로써 심도 있는 고찰을 할 기회를 제공한 작품이라, 가장 맘에 들었던 단편소설로 꼽고 싶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다양한 장르들_

[당신이 보는 세계] 외에도 재밌게 읽은 작품들이 몇 편 더 있다. [신규 기능이 추가된 트위터에 가입하세요]는 주체가 뒤바뀌어버린 인간과 AI 간의 관계성과 인간을 모방하는 AI 알고리즘에서 느껴지는 은근한 공포감이 좋았고, [눈의 셀키]는 아주 먼 옛날, 아주 멀고 신비스러운 나라에서 전해내려오는 설화를 듣는 것처럼 아련하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좋아 마음이 갔다. 꼭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세차게 부는 눈보라에 쌓인 온통 새하얀 마을이 그림이 생생하게 그려져서, 그저 까닭 없이 좋기만 했던 것 같다.

개인적인 감상_

책과 담을 쌓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책을 가까이하지 못하고 지내는 일상들이었는데 오랜만에 이런 소설들을 읽을 수 있는 시간들이 행복하고 따뜻했다. 참 마음에 들어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이야기들도, 기억 속에 묻어두었다 문득 꺼내어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들도 있었다. 우리 사회를 떠올리며 돌아보고 반성하게 되는 이야기도 있었고, 그저 즐기기만 해도 만족스러웠던 이야기도 있었다. 다양한 시대를 배경으로, 다양한 주제를 활용하여,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만들고 전달하고 느끼게 할 수 있구나 싶어 새삼스럽게 새롭고 신기했던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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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봄날에 다시 만나면 - 나는 죽음을 돌보는 수행자입니다
능행 지음 / 김영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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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행스님이 호스피스 병원을 운영하면서 지켜보았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죽음의 문턱 앞에 다다른 이들이 삶을 찬찬히 돌아보는 모습과, 삶을 정리하고 죽음으로 나아가는 과정 속에서 느끼는 성찰, 다양한 모양을 한 감정들을 잔잔한 문장 속에 녹여냈다. 소중한 사람과 마지막 이별을 준비하는 가족들의 모습이나, 미움이나 증오로 응어리져 채 풀지 못한 마음들을 죽음이 다가오는 시간 동안 함께하면서 조금씩 녹여내는 과정도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단순히 삶과 죽음으로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순환의 과정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위로가 됐다.

죽음에 대한 책을 읽는 순간 동안이라도 생과 멸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자 노력하는 편이다. 죽음을 어떻게 준비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책을 많이 읽었었는데, 능행스님의 책은 앞서 읽었던 책들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돌이켜보면 그동안 생과 멸을 연속형으로 바라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삶이 있고, 그 끝을 마무리하는 것은 죽음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었는데, 불교에서는 죽음을 또 다른 삶으로 가는 여정으로 보는 시선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죽음 이후 다음 생을 시작할 수 있도록 마음을 다해 사람들의 죽음의 여정을 돕는 스님의 모습도 무척이나 인상적이었고.

편안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좋았다.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의 이야기는 가지각색이었는데, 물론 그 마지막 모습들이 모두 아름답거나 평온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다만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한 평생 이고 살아온 삶을 어떻게 내려놓아야 할지, 죽음이라는 새로운 여정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그 방법들을 조금이나마 배운 것 같기도 하다. 상실의 아픔보다는 다음 생에 다시 만날 거라는 희망. 따뜻한 봄날 같은 희망이 담긴 책이라 좋았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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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골드 마음 사진관 메리골드 시리즈
윤정은 지음 / 북로망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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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인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를 읽어보지 않아서 상세한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세탁소의 주인이 떠나면서 마음 세탁소는 운영을 하지 않고, 대신 '해인'이 마음 사진관을 꾸려가는 이야기인 듯했다. 이끌리듯 사진관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마음이 담긴 사진을 찍어 건네는 마음 사진관. 미처 깨닫지 못한 행복한 순간들을 담아내어 보여주는 사진관에서 다시 삶을 살아낼 희망을, 타인을 사랑하는 방법을, 스스로를 위하는 마음을 찾아가는 듯해서 마음이 따뜻해졌던 작품이다.

총 네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환상처럼 마냥 아름답기만 한 이야기가 아니라 좋았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어쩌면 고통스럽고 우울할지도 모를 이야기들이라 좋았다. 앞에 놓인 암울함만 보느라 수많은 행복을 놓치고 살아올 때가 있는데, 이 소설은 그런 작은 순간들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책이 아닐까 싶다. 요즘 들어 무기력하고 신날 것 없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이 책에서 위로를 받아버렸다. 비극적으로 느껴지는 삶에도 순간순간의 기쁨은 있고, 마음을 데워주는 행복은 늘 가까이 있음을. 그러니 깊은 어둠 대신 어두운 하늘 속 예쁘게 피어나는 불꽃놀이의 아름다움을 볼 것을.

요즘 비슷한 류의 힐링 소설들이 쏟아지고 있고, 그중에서 딱히 좋다고 느낀 작품들이 많지 않았는데 이 책은 개인적으로 무척 재밌게 읽었다. 무엇보다 현실에 맞닿아 있는 이야기라 공감이 된 부분도 많았고, 읽는 내내 정말 힐링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메리골드의 꽃말은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인데 운명처럼 메리골드를 찾은 사람들이 마음 사진관을 만나고 자신의 삶을, 감정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을 얻어 가는 모습에서 뭉클한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정말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을 맞을 수 있기를 응원하는 마음도 생기고.

이 책을 읽으면서 큰 울림을 받았던 건, 우리의 일상에는 충분히 빛나는 행복이 놓여있다는 것이다. 삶이라는 긴 여정에서 커다란 행복만을 바라고 나아가느라 힘들고 지칠 때가 많았는데, 생각보다 나는 자주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살아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앞으로는 내 감정을 조금 더 세심하고 들여다보고, 소소한 희망과 기쁨으로 미래를 살아가야지. 아, 마음 사진관의 이야기를 보다 보니 마음 세탁소의 이야기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세탁소 주인인 '지은'과 '해인' 사이엔 어떤 추억이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읽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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