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랑 인사할래요?"
개를 쓰다듬는 손은 아주 작았고 손길은 섬세하지 못했다. 개는그 손길이 익숙한 듯 아이의 손에 몸을 맡겼다.
"이름이 토리야?"
"네, 털이 밤색이고 여기 이렇게 뒤통수가 밤톨 같아서요. 토리야, 이 언니는 오늘 말할 수 없는 안 좋은 일이 있어서 울고 있는언니야. 언니는 이름이 뭐예요?" - P280

그런 식으로 사전에는 인간의 온갖 차별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겨 있었다. 애초에 사전이라는 것이 인간 행위의 다수 항으로 만든 것이니까 당연했다. 인간적이라는 말은 그런 것이다. - P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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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동혁 씨는 요즘 어떨 때 기뻐요? 난그런 순간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몇 년 전, 행복하지 않아도되니 불행하지 않게 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그 기도가몇 년 만에 이루어진 것 같다. - P60

이기적인 것과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은 다르다. 나는이기적인 사람이지만 스스로를 사랑하라는 얘기를 종종듣는다. - P53

나의 슬픔은 병실이 비좁아서가 아니다. 나의 병실이 당신이있는 곳까지 닿지 않기 때문이다. 우린 미안하고 그리워하다끝이 날 것만 같다. - P37

아버지께서 주신 첫 만년필의 제품명은 ‘EXPERT’다.
‘전문가‘란 뜻이다. 이 만년필로 등단을 했고, 시집을냈다. 하지만 여전히 익숙해지지도 쉬워지지도 않는 일을하고 있다. 아버지는 삼십 년 넘게 한 분야에서 일하셨다.
누구보다 그 일에 전문가가 되실 무렵 아버지는 직장을그만두셨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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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에 돼지 한 놈을 잡아 햄, 소시지, 베이컨, 파테 따위를 만들지.
그럼 1년 내내 편안하거든. 돼지들이야 안 그렇겠지만.
파테: 잘게 썬 고기를 양념하여 파이 껍질로 싸서 구운 요리. - P67

신사 숙녀 여러분, 장엄한 일몰 광경이 진행되는 동안휴대 전화의 벨 소리를 줄여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 P72

난 기분 좋아. 하지만 당신도 좋은지알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거 같아. 물어보면 당신이야 물론좋다고 하겠지. 하지만 그게 진심인지 알 수 없으니,
나로선 그다지 썩 좋은 기분은 아냐.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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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서 돌아보면 할머니, 언제 울었냐는 듯 빤히 바라본다. 우울하게 목소리로 보충 설명하는 해준. - P117

서래 죽음보다 감옥을 더 무서워하는데?

서래 눈을 들여다보다 못 견디고 감아 버리는 해준. 운동화로 갈아 신은 해준의 발을 내려다보는 서래. 잠시 후 마음 단단히 먹고 눈 뜨는 해준. - P133

아내 옆에 나란히 앉은 해준. 바닥에 엄청난 양의 석류를 쌓아 놓고 손질하는 부부, 서툰 정안, 능숙한 해준.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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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편견이 있죠. 철학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서양철학은 이원론이죠. 이성과 비이성의 대립이라면, 동양은일원론이란 말이에요. 정신이 무너지면 전체가 무너진다고 보죠. 나의 정신을 약물이 컨트롤한다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예요. 정신을 약물이 완전히 컨트롤하는 게 아니고, 약물을 먹으면서관리를 하겠다는 의지에 따른 선택이에요. 신체 관리를 위해서 밥을 먹고 운동을 하죠. 정신질환도 마찬가지죠. - P145

소설에도 "가족이 그나마 굶지 않고 사는 것은 순전히 어머니와 딸들 덕분이었는데, 그런데도 집안을 이끌어갈 사람은 아들이라고 하니 황당했다"는 문장이 나온다. - P127

"글의 톤을 많이 고민했어요. 내가 뭐라고 인생은 이런 것이다.
이런 말 못 해요. 나도 그렇게 못 사는 사람이고, 결국에 제가 찾은길은 진짜 솔직하게 쓰자, 느낀 감정, 있었던 일들, 결국 개인이 바뀌어야 하지만 그게 또 다는 아니에요. 지향은 당연히 구조의 변화죠. 근데 이 구조가 변하기 위해서 개인이 문제의식을 가져야죠. 구조의 변화를 기다리는 것도 저는 좀 수동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생활 속의 불편함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야 이 사회가 바뀌잖아요." - P87

"그 아가씨를 파란 담요를 덮어서 끌고 나왔는데 그때 전 세계 기자들이 다 왔어. (생존자가 캄캄한 데 있다가 나와서 빛을 보면 안 되니까 얼굴 사진을 찍지 말라고 내가 말했는데, 기억이 생생한 게 한방송사 기자가 담요를 벗겨서 사진을 찍었어. 아가씨가 손을 발발발 떨더라고. 저 죽일 놈들. 제가 땅을 치고 눈물을 흘렸어요. 그 이후로 사진 찍는 사람은 다 거짓말한다고 생각해. 내 마음에 원한을샀어. 그 구조된 사람이 이틀 후 죽었어."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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