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우리를 사해주려무나네 영혼이 남긴 수육 한 점이여 - P91

별빛의 퉁퉁 부은 발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아직도 걷고 있는 이 세계의 많은 발들을 생각합니다 - P95

잘 지내시길,
이 세계의 모든 섬에서고독에게 악수를 청한잊혀갈손이여별의 창백한 빛이여 - P107

그건 물음일까 답일까영원 빙벽을 무너뜨리는 인간의 자동차미세먼지 필터아하! 그 더러운 손수건, 그건 호흡일까 - P123

별들이 많다고 쓰다가 이생에 다시 만날 사람들의숫자가 자꾸 줄어들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더러 만나보지도 못했던 유령들도 있어서 누군가 영혼의 물을 따라주자 나는 그걸 눈물이라고 부를 수도 있었네 - P109

기쁨은 흐릿하게 오고슬픔은 명랑하게 온다 - P14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초보 노인입니다
김순옥 지음 / 민음사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권남희 쟉가를 연상케 하는 솔직하고 유머러스한 일상의 기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풀 뽑으시나 봐요. 이렇게 더운데." - P130

"나 밥 해 먹기 싫어서 오는 거야. 이젠 못 해 먹겠더라고." - P136

은퇴 후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나는 한두 벌의 옷과 신발로 각 계절을 잘 살아냈다. 초상집에 가는 데 필요한 검정색 옷이 여름용, 겨울용 한 벌씩 있으면 충분했다. 더 이상필요한 것이 없었을 뿐 아니라 있는 것도 버거웠다. - P143

이런저런 생각에 남편의 말을 흘려 듣던 나는 너그러워지기로 했다. 내일 일도 모르고 살아온 인생인데 몇 년 후에대한 약속이 뭐 그리 어려울까 싶어서.
"그래요. 한 10년 있다가 다시 옵시다. 둘 다 살아 있으 - P145

나의 부모 세대가 쉰이면 흔연히 노인의 삶을 받아들였던 것과 달리 나는 환갑을 넘기고도 스스로 노인이란 사실을 남을 통해 알아 가고 있다. 가르쳐 주지 않으면 스스로 알아 가기 어려운 세대인가 보다. 우리는. - P168

"당신이 머리카락 빠지는 것에 신경 쓰는 것만큼 나도주름이 신경 쓰여." - P189

우리는 모두 은퇴한 이후의 삶을 살고 있었고, 그 삶 또한 만만치 않음을 알고 있었다. 대개는 한두 가지의 질병에시달리고, 간간이 찾아오는 우울과 불면에 힘든 하루를 보내며, 직장을 은퇴하고 아이들이 독립한 후 내 존재의 의미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가끔씩 절망하기도 하다가 또 스스로 위로해 가며 살아가고 있었다. - P195

"노노 양보야. 우리끼리 양보하고 살아야지, 젊은 애들한테는 기대를 말아야 해."
중노인이 뭐라고 하든 지하철 안의 사람들은 아무반응도 관심도 없었다. 이런 일을 수시로 보고 겪는 모양인 듯,
그저 온전히 핸드폰의 세계였다. - P201

모호하고 우울하며 화가 난 듯했던 감정이 붕어빵으로해결되었다는 것은 일기에 기록할 만한 것이었다. 그래서오늘의 일기 말미에 적었다.
‘우울할 땐 따끈한 붕어빵을 네 개 이상 먹기‘ - P210

A와 B의 은퇴를 축하하는 의미로 조촐한 파티를 갖고자 하니 지진이나 전쟁이 없는 한 다 참석하시오.
1. 시간: 돌아오는 토요일2. 장소: C가 정할 것임3. 드레스 코드: 풀 메이크업에 세미정장 이상(작업복출입 금지)4. 참가비: 두 사람을 뺀 나머지만 부담 - P225

남편의 생각은 고마웠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왜냐하면여행의 일정을 계획하고 숙소와 교통편을 예약하고 운전하는 일들이 모두 내 몫이었기에. - P232

"집이 더 재밌어."
겨우 힘을 끌어 모아 내 귀에다 들릴락말락 한 음성으로 넣어 준 이모의 진심이었다. 이모의 딸들 얘기에 따르면요양원이 너무 좋아 집에는 가기 싫다고 하셨던 이모였다. - P23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바다가 보이는 남해의 작은 요양소, 한 노인이 고리버들로 만든 안락의자에 앉아 흐린 눈으로 수평선을 보고 있다. 먼바다에서 파도가 치고 요트가 지나간 자리에 흰 거품이 인다. 정지비행하는 물새들이 허공에 떠 있다. - P111

오래전에 사랑했던 여인에 대해 말해야겠어. - P119

다른 이유가 있나요. 다른 사람들과 같은 이유지요. 이제모요는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되었으니 나도 더 이상 사람을 기다리며 살면 안 될 것 같습니다. - P133

이제 모요에 올일이 없겠네. 그 사람도 더이상 사람을기다릴 필요가 없겠네. - P134

왼쪽 창문에서 들어온 햇살이 오른쪽 창문을 뚫고 나갔다. 버스가 길고 가는 빛줄기에 꿰뚫린 것 같았다. 평소 같았으면 커튼으로 창문을 막았을 텐데 내버려뒀다. - P145

"죄송합니다. 한 번만 더 쉬었다 가죠.‘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P149

"자기가 미워서 스스로 죽는 사람도 있어요."
그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중얼거렸다.
"그러면 안 되지." - P15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어떤 감동이나 교훈은 없을지도 모르지만, 부엌에서 끼니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 자책과 후회의 굴레에서 빠져나와 일상으로 되돌아오는 여정을 담담하게 봐주시기 바랍니다.
저의 재생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P15

느릿하고 나태하지만, 쓸데없이 부지런하고 바쁜 저의 아침입니다. - P1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