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이 뭐라고 대답하기 전에 내가 소리쳤다.
막 시작하는 단졘데 지금 그런 말이 왜 필요해?
경애도 슬그머니 들어와 말을 보탰다. - P24

나한테 지금 필요한 게 그런 인맥 맺는 거랑은 거리가 좀 있으니까. 굳이 연락을 안 한 게 아니라 먼저 내 할일을 하나하나 해나가야 해서 그런 거야. - P25

무슨 관계든 끊어. 우리가 어떻게든 관계를 끊고 살아.
o......
그때 나는 ‘사슴벌레‘가 불어로는 얼마나 아름다운 발음일까 생각했던 것 같다. - P27

어떻게든 미안하지가 않다는 말은 미안할 방법이 없다는, 돌이킬 도리가 없다는 말일 수도 있다. 우리가 지나온 행로 속에 존재했던 불가해한 구멍, 그 뼈아픈 결락에 대한 무지와 무력감의 표현일 수도 있다. - P37

뭐해? 채운이 물었다.
그냥 있어. 너는?
반희의 물음에 채운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기분 안 좋아?
요즘 항상 기분이 별로야. - P45

엄마, 나 사랑하지?
반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말이 나오지 않았다. - P77

아무것도 아니야, 채운아.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었어. - P79

세상 뭐 다 이렇게 슬픈 얘기야, 젠장. 채운이 맥주를 벌컥 마시고 말했다. 나는 원래 생겨먹은 데서 얼마나 많이 바뀌었을까.
반희는 뭐라고 대답할 수 없었다. - P73

참, 별게 다. 지금 우리가 가는 데는 예전에 내가 촬영지 헌팅다니다 알게 된 집인데 말이 펜션이지 진짜 절간이 따로 없어.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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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인생은 3천 엔을 어떻게 쓰는지에 달려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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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즈음 고민이 많았다. 기자라는 직업 자체에도 회의가 들었고, 소설을 쓸 시간이 없는 것도 불만이었다. - P225

그렇게 전업 작가가 됐다. 그럭저럭 성공했다고 할 수도을 것 같다. 회사를 그만둔 덕분이었다. 그러나 "제가 문학을 향•열정을 버릴 수 없어 용기 있게......"라고는 차마 말할 수 없다. "짜증나는 직장생활 함께 때려치우고 꿈을 좇자 하는 얘기도 마찬가지. 그러면 결론이 뭐냐. 교훈이 뭐냐. 나도 잘 모르겠다. 어쩌면 그 ‘모르겠다‘가 교훈인지도 모르겠다. - P225

‘참신한 아이디어가 있다‘며 같이 일하자는 문자메시지를 종종받는다. 출판사, 벤처기업, 시민 단체, 동네 서점, 작가 단체. 또는 청년 모임 등 주체는 다양하다. 대개 "직접 뵙고 설명드리고싶습니다"로 끝나는 내용이다. - P227

목줄과 입마개를 둘러싸고 말들이 많다. 어떤 경우든 사람이개보다 우선이고, 사람을 생각하면 목줄도 입마개도 강제하는게 옳은데, 나는 그게 개들에게 참 미안하다. 우리 문명, 적어도우리 도시는 아직 개들을 제대로 맞이할 준비가 안 됐나보다. -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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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나는 시가 뭔지 몰라도, 아니 시가 뭔지 몰라서 그것을 쓴다. 몰라서 좋은 일이다. - P121

사춘기가 찾아왔을 때, 나를 찍어누르던 말은 "그것도 몰라?"였다. 몰라도 된다고 했던 사람들이 그것도 모르냐고윽박질렀다.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했던 사람들이 급히 방향을 틀어 세상 물정을 모른다고 조롱하기도 했다. - P120

슬프고, 멀고, 오래되고, 아래에 있어 보이지 않고, 차갑고,
소외된,
그런 곳에서 허수경은 시를 썼습니다. - P113

오늘 발견한 단어는 ‘새봄‘이다. 수경 누나는 봄이라고말한 뒤, 꼭 새봄임을 덧붙이곤 했다. 나중에야 알았다. - P115

아홉 살 때였다. 친구와 가족 이야기를 하다가 우연히 친구의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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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와의 만남이나 강연 행사를 마치고 나서 말하는 모습이 부드러워서 놀랐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글로만 접했을 때에는 아주 차갑고 냉소적인 사람인 줄 알았다는 거다. 그럴 때면 나는
"여기서 보여주는 모습은 연기이고, 글이 진짜 제 얼굴"이라고웃으며 대답한다. 진담인데 다들 농담으로 받아들이신다. - P150

이것이 기만인가? 위선인가? 나는 예의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타인의 존중과 지지를 간절하게 바란다. 그것을 얻지 못할 때, 경멸어린 시선이나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언행을 당할 때, 사람은 깊이 상처 받는다. - P181

‘다음 세상이 없으므로 역사는 끝났다‘는 명제는 틀렸다. 하지만 문장을 조금 고쳐 적으면 여전히 유효할 것 같다. 다음 세상을 구체적으로 그리지 못할 때 역사는 끝난다고. 한국사회는어떤가. - P191

‘미세 좌절‘의시대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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