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히 드러나는 바는 우리의 내밀한 사막,
우리의 근본적 불안이다. 우리가 감추고자 했던 저깊은 공허함과 연결되어 있다. 만일 누군가가 우릴떠난다면, 어쩌면 그건 우리가 어떤 사람이어서가아니라, 우리가 어떤 사람이 아니어서일지도 모른다. - P47

우릴 떠나기로 한 결정을 심각한 판단실수로 보면서 우린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다. - P49

[] 그녀는 그 사건을 지켜보았고, 그 막막함을,
괘종시계와도 같은 그 정밀함을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만일 그녀가 그녀에게 도래한 그 사건의주역인 것만이 아니라 그 성공의 주역이었다면,
롤은 그보다 더 매혹되지는 않았을 것이다.15 - P51

방금 설명한 것과 같은 가장 잔혹한 상황에서결별은 버려진 사람을 파괴한다. - P54

내가 어떤 가치가 있는가?"라는 본질적불안에 관한 질문에 대한 답을 바로 연인으로부터기다린다. - P56

사랑받지 못하는 것은 그래서 가치 절하라는잔혹한 경험이다. "난 파괴된 게 아니다, 남겨진거다, 쓰레기처럼"이라고 바르트는 말한다. 결별당한여자는 머릿속에서 메아리가 울려 퍼지듯 "완전히비참하다"25고 거듭 느낀다. - P57

습관을 사랑의 독약인 양 낙인찍지만,
사랑의 안무를 유연하게 만드는 건 서로 공유된 것같은 이런 "존재의 습관"이다. 타자가 마치 내 안에녹아든 듯 나의 것이 된다. 서로 뒤섞인 몸은 구분이되지 않는다. - P59

별은 뿌리째 뽑히는 경험이다. 우리가 우리자신의 것으로 유지해왔던 것, 말 그대로 우리 존재에통합되었던 것에서 뿌리째 나와버리는 경험이다. - P61

나의 이름은 울리기를 멈춘다. 내가 그 많은 기쁨과희망으로 발음한 너의 이름은 이제 어떻게 될까? 이젠터지는 웃음소리도, 한숨 소리도 없다. 질문도 없다.
삶은 억양을 잃는다. 삶은 무음이 된다.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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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때의 나와는 다른 사람이 되어 그때의 내가 필요로 했던 한 명의 친구를 만난다. 내가 또 다른 사람이되면 지금의 친구를 잃어버리게 될까. 그런 무서움은 말하지 않는다. 잃어버리면 나는 또 다른 사람이 될 테니까. 그런 일은 항상 일어나는 것이니까. 무서워도 무서워하지 않는다. - P124

여름까지 나는 지옥에 사는 것 같았다. 그간 나를 못살게군 건 단 두 가지뿐이었는데, 그게 하필 내가 끼고 살던 전부였다. 날아간 보증금, 사라진 남자친구.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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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놓는다.
•훌쩍 가까워진 혜수의 손에서 보송한 비누 냄새가났다. - P118

나 어릴 때 주공 아파트 살았다. 그때는 주공 아파트가우리 동네에만 있는 줄 알았어. 옆 동네 애가 주공 아파트 산다고 하면 어? 너도 주공 살아? 그랬지. - P119

혜수 덕분에 뿌듯해진 나는 나를 궁금해하지 않고 떠올리지 않을지도 모르는 진경에게 괜히 우쭐거리고 뽐내고 싶어진다. 진경, 잘 지내니? 나는 너와 다른, 나와 다른 이 사람이 좋다. 그때와 다른 사람인 내가 좋다. - P121

나의 가장연한 부분은 남들에 의해 훼손되지 않는다. 내 입안의 혀를 가장 자주 피 흘리게 하는 것이 입 밖에서 들어온 무언가가 아니라 입속 유난히 뾰족한 송곳니인 것처럼. 나를 다치게 하는 건 나다. 나에게 가장 날카로운 것도 언제나 나 자신.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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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지 끼듯 해안도로를 달리고 있는데 바다 한가운데에 육중한 말이 헤엄치고 있었다 꽃을 물고 건너편으로강가에 앉아서가고 있었다 - P76

내게 이 말은 양방향이다 지구와 가까운 근미래의 슬픔을 뜻하기도 하지만 사랑하는 친구를 따라 수원에 갔다가맨 처음 오래된 성을 본 곳이기도 하다 - P79

벌교처럼 다리를 활짝 벌린 채우리는 꼬막 같은 꼬마를 끌어안았지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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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디로 가버린 건지 궁금한 준 이모에게 - P9

보내준 영상 받았어. 어디 있길래 글자 하나 없이 영상만 보낸거야? 혹시 인터넷도 안 되는 곳만 골라 다니는 거야? 그래도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라. 예전에 말해준 대로 아름답더라. 같이 봤으면 좋았을 텐데. 이 메일도 너무 길게 쓰면 못 갈까 봐 여기서 줄일게. 꼭 다시 연락해줘. - P9

설마 번호를 바꿔가며 또 전화를 해올 줄은 몰랐다. 일주일 뒤,
솔민은 일요일 아침 여덟 시 정각에 울리기 시작한 휴대폰을 노려보았다. 세상에는 왜 이렇게 피곤한 직장인을 괴롭히는 사람이 많은지 생각하다가 잠긴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 P11

[제가 원하는 건 그냥 수녀회를 취재해주시는 것뿐이에요. 순수한 호기심. 궁금함. 수녀회의 일을 속속들이 알고 싶은 마음. 수녀님들의 멋진활동을 알리고 싶은 마음. 미놋으로 하실 필요도 없어요. 멀쩡한 본업이 있으시잖아요.]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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