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를 합리화하기 위해무리한 논리까지 동원할 필요는 없다. 꼬인 열등감이 없는사람은 자신의 허점을 어설프게 변호하지 않는다. - P83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직접 듣게 된 드라마 대사 같은 질문이 짜릿했다. 이렇게 까다로운 성질머리면 있을 법도 하겠구나 싶지만, 일단은 없다고 답한다. - P87

"전세예요? 아니면 자가?" - P89

어떤 면에서는 흉악한 범죄자보다 타인의 입장을 배려하거나 이해할 의지가 없는 이기주의자에게 더 직접적인 위협을 느낀다. - P94

무라카미 하루키의 Q4 그렇게까지 좋아하는 작품이 아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서가에 꽂힌 3부작 시리즈에서2권이 떡하니 빠져 있다는 사실이 나를 미치게 한다. 책을빌려 갔던 지인과는 한참 전에 연락이 끊겼다. - P98

의도와 상관없이 사람들은 사소한 업보를 주고받는다. - P105

하지만 한편으로 나의 아쉬운 부분을 통해서만 알게 되는 누군가의 다정함도 있다는 생각을 가끔은 한다. - P116

길거리에서 세뱃돈을 나눠 주는 것도 아니고 명절 덕담을 현수막으로 받는 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 P125

이럴 때마다 즐거움에는근육이 있다고 생각한다. 꾸준히 시도하고 단련해야 지속적으로 기회를 모색할 근력이 생긴다. - P136

이 이야기의 교훈은 무엇인가. 우는 진상에게 어메니티하나 더 준다? -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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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인 갈등이나 기타 등등의 번거로운 문제는 싫어하는 감정 자체보다는 싫어하는 감정을 적절히 다루지 못하는 상황 때문에 발생한다. 싫은 게 워낙 많은 사람으로서웬만큼 원만하게 살아가기 위해 다음의 몇 가지만이라도챙겨 보려고 한다. 싫다고 전부 틀린 건 아니라는 걸 인정할만큼의 겸손, 싫어도 부당하게 모욕하지 않는 예의, 그리고싫을 때도 최선을 다해 웃어넘기는 여유. - P15

자기 합리화에 요긴하게 써먹을 근거를 하나 챙겼다. 더 훌륭하고 생산적인 사람들이 마음 챙김이나 요가를 하듯 나는 뒷담화를 한다. - P31

이제부터는 디테일을 좀 더 파고든다. 대다수가 뻔하게 싫어할 만한 대상을 뻔하게 비판하는 건 그다지 흥미롭지 않다. 누군가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미묘한 언짢음에 대해 마주 앉은 두 사람의 경고등이 동시에 켜질 때, 뒷담화는 문득 짜릿해진다. - P35

소소하지만 확실한 싫음에 열렬하게 공감하는 데서부터 아름답고 유치한 우정이 시작된다. - P35

물론 인간관계를 돈독히 하는 데는 솔직함이 필요하겠지만 그게 온갖 찌꺼기를 바닥까지 긁어 보여 줘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무엇보다, 나의최악이 과연 나의 진짜인 걸까? 오히려 최악에 그치지 않기위해 바닥 위에 꾸준히 쌓아 올리는 시도와 노력이 훨씬 흥미로운 누군가의 진짜는 아닐까?뫼청주 - P51

맞는 말의 상당수는 너무 당연해서 굳이 할 필요가 없는 말이기도 하다. 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잘 못하고 있으니까 알아서 잘하라는 이야기에 대단한 통찰은 담겨 있지 않다. 이런 조언은 기분을 망치는 것 외에 딱히 도움은 안 된다. - P73

지적은 할 수 있다. 나의 행동과 발언에 타인이 동의하지않을 가능성을 늘 인정해야 한다. 듣기 불편한 말도 참고들으면서 사는 걸 우리는 사회생활이라고 부른다. 듣고 싶은말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믿으면 누가 봐도 제 나이로 보이는데 자신이 실제보다 훨씬 어려 보인다고 착각하면서 "제가 몇 살로 보이세요?"라고 집요하게 묻는 50대 틱톡 유저로 늙게 된다. 동시에 가능한 한 젊고 즐겁게 살고 싶어 하고, 타인에게 별다른 피해도 주지 않는 누군가를 면전에서함부로 모욕하거나 조롱하지 않는 것 역시 사회생활이다.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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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는 다니엘에게 많은 것을 알려준다. - P289

경선은 안나를 언니라고 부르지 않는다. 아마 나이가 같기때문일 것이다. 언니와 동생이 나이가 같다니 처음에는 쌍둥이인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다. 다니엘이 보기에 경선과 안나는 그냥 서로 공손하지도 않고 깔보지도 않는 사이인 것 같다. 태어나던 해부터 무려 육십오 년이나 친하게 지냈으니 그럴 만도 하다. - P295

다은이 문자로 알린 대로 공항에는 다은의 남편 혼자 나와있었다. 브랜드 로고가 박힌 여름 점퍼에 크림색 바지 차림이었다. 앞머리에 젤을 발라 이마 양쪽으로 내린 헤어스타일을보니 그가 옆머리를 누르기 위해 다운펌을 한다는 다은의 말이 생각났다. 도착 로비에서 기다리던 그는 장모인 경선이 아니라 다니엘을 부르며 천천히 다가왔다. - P312

경선이 암을 ‘그 자식‘이라고 과격하게 칭할 때는 눈이 커지더니, 오냐오냐 해주면 안 되는 나쁜존재이고 모욕감을 주면 시무룩해서 기운이 빠질 것 같아 그렇게 부른다는 설명에 조금 웃어주기도 한다. - P317

안나는 경선이 자신의 노화를 그처럼 자주 느끼는 것은 그만큼 그것을 원치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뭔가가없기를 바라는 마음이 한사코 그것을 찾아내게 만든다고나 할까. 늙어 보이지 않는 데에 성공했다 한들 그걸 의식했다는 것만으로도 늙음은 존재감을 내뿜는다는 것이다. - P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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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류(柳) 자엔 정말 버들이 있다 - P46

네 시에는 왜 이리 밝은 장면이 많니애인이 손차양하며 활짝 웃을 때 - P47

당신 닮은 것들을 쓰다 내가 되었다 - P49

아기의 어깨는 어른의 양팔에 가려져 있고 편안한 듯 따스하게 감싸져 있다 어떠한 경우든 어른은 아기보다 체구가 크다 사랑은 그런 규모와 골격을 뜻한다 - P55

다리가 없는 꽃들은 단 한 번 걷게 되는데 그건 맑은 그대가 맑은 물을 컵에 담아서 개망초꽃을 한 움큼을 꽂아두었을 때의 일입니다 굴절들이 기적을 일으켰습니다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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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이 신호라도 되듯 안나는 핸드폰 화면을 켜서 가까운중국 음식점을 찾기 시작한다. 다니엘이 호텔 로비 구석에서우산이 여러 개 꽂혀 있는 우산꽂이를 봤다고 말하자 경선이손님들에게 빌려주는 물건일 거라고 대꾸한다. ‘우리의 첫‘게임은 끝나 있다. - P248

안나와 경선은 전 국민이 가난하게 살던 그 시절 텔레비전드라마에 유독 부잣집 이야기가 많았다는 이야기를 나눈다. - P250

매혹은 사라지고 사랑은 개조되며, 삶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용납할 수 없는 사람은 죽음을 찾아간다. 이것은 훗날 찾아보았던 그 영화에 대한 누군가의 평이다. 안나가 작가가 되었다면 이런 문장을 썼을지도 모른다. - P255

"경선 할머니, 안나 할머니! 우리 다 옆집에서 사는 거 어때요? 제가 집을 많이 지어갖고요. 엄마랑 아빠랑 할머니들이랑동네에서 다 같이 사는 거예요." - P266

어머니는 딸이 자신만큼 늙은 모습을 보지 못하지만 딸은어머니가 보지 못한 모습으로 늙었을 때 거기에서 어머니의모습을 본다. 어쩌면 경선도 이 이야기에는 공감할 것이다. 봄빛이 이렇게 환한 날에는 햇볕 아래에 앉아 눈을 감고 웃는 누군가가 뜻밖에도 젊고 예뻐 보이더라는 이야기라면 특히나 좋아할 것 같다. - P269

그리고 다시 시간이 흘러 이제 노인으로 보이기 싫은 시기에 이르렀다. 노인으로 대해지는 게 불만스러운 마음 안에는스스로 동의하지도 않았는데 그토록 긴 시간 동안 세상의 잣대에 맞춰야 했던 데 대한 분함과 심술도 있을 것이다. - P277

P는 몰랐을 것이다. 경선에게는 자신의 삶을 다른 사람의가난과 고독에 견주며 그보다는 낫다는 데에서 살아야 할 이유를 찾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런 태도가 무례를 넘어 사악함이란 걸 깨닫고 울었던 날도 있었다. - P282

이따금 P의 옛 약속이 떠오를 때가 있었다. 어떤 시간은 생활의 때묻은 이력으로 채워진 채 흘러간다. 하지만 같은 시기의 또다른 어떤 시간은 내가 좋아하는 나의 모습 그대로의 세계 안에서 흘러간다. 삶이란 그처럼 의미가 다른 여러 개의 시간이 겹쳐져 흘러가는 게 아닐까. 몸의 일상은 현실의 시간대에서 변해가지만, 언젠가 포착한 적 있었던 꿈과 이상의 시간은 그 나름의 도착지를 향해 다른 길로 가고 있는 게 아닐까.
어쩌면 그것이 인간이 마지막까지 품고 있는 시원이나 본행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 P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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