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목소리이다. 다른 수많은 목소리가 나를 둘러싼다. 그 목소리들은 따뜻하게 데워진 물과 같다. 나는둥둥 떠서 씻긴다. - P91

그 크나큰 슬픔의 권능으로인간의 어리석음을바르게 다스려주소서 - P147

‘살아 있음 그 자체가 아니라 살아 있도록 하는 것에감사하는 삶이시길.. - P147

오랜 기다림이 필요한 일이었다. - P183

는 중이니까. 아래로부터, 아래로부터 밀려오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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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는 언제나 고양이가 있었다. 우리는 그 고양이들과 사이좋게 잘 지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고양이들은 언제나 나의 멋진 친구였다. 형제가 없는 내게 고양이와 책은 가장소중한 친구였다. 툇마루에서 (그 시대의 집에는대개 툇마루가 있었다) 고양이와 함께 햇볕 쬐는걸 무척 좋아했다. 그런데 왜 그 고양이는 해변에 갖다 버려야 했을까? 왜 나는 그 일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을까? 그건-고양이가 우리보다 빨리 집으로 돌아왔다는 사실과 더불어 - 지금도 하나의 수수께끼다. - P16

프랑스의 영화감독 프랑수아 트뤼포의 전기를 읽고, 트뤼포 역시 유소년 시절에 부모와 떨어져(거치적거리는 존재로 거의 방치되어) 다른 집에 맡겨진 경험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트뤼포는 평생 작품을 통해 ‘버려진다‘는 한 모티프를 지속적으로 추구한다. - P34

보병 제20연대가 제일 먼저 난징성을 공략해용맹함을 떨친 때는 그 전해인 1937년 12월이니까, 아버지는 불과 일 년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난징 공략전에 참가하지 않은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 긴장이 풀렸다고 할까, 무거운 짐 하나를 내려놓은 감각이 있었다. - P42

아버지는 그 후에도 오래도록 계속 하이쿠를지었다. - P48

어쨌거나 아버지의 그 회상은, 군도로 인간을 내려치는 잔인한 광경은, 말할 필요도 없이내 어린 마음에 강렬하게 각인되었다. 하나의정경으로, 더 나아가 하나의 의사 체험으로, 달리 말하면, 아버지 마음을 오래 짓누르고 있던것을 - 현대 용어로 하면 트라우마를 - 아들인 내가 부분적으로 계승한 셈이 되리라. 사람의 마음은 그렇게 이어지는 것이고, 또 역사라는 것도 그렇다. 본질은 ‘계승‘이라는 행위 또는 의식속에 있다. 그 내용이 아무리 불쾌하고 외면하고 싶은 것이라 해도, 사람은 그것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역사의 의미가 어디에 있겠는가?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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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이야? 인사해봐!"
서른아홉의 민제가 말했다.
"충격이었죠. 장애인은 다 착한 줄 알았는데…………. 가치관이 다 흔들렸달까."
전혀 착할 것 같지 않은 그 선배는 학내 장애인권운동의 리더 노금호였다. - P151

거리로 나간 제자들에게 대학교수들은 불법시위에 농원되지 말고 당장 학교로 돌아오라고 엄포를 놓았다. 어떤 이들은 떠났고 어떤 이들은 남았다. 남은 이들이 있어 농성은 계속됐다. 삭발하고 점거하고 증언하는 몸이있기 위해선, 그들이 밥 먹고 화장실 가는 걸 지원하는몸도 있어야 했다. - P153

"동물과의 관계에서 모든 사람들은 나치이다. 그 관계는 동물들에게는 영원한 트레블린카(유대인 처형 수용소)이다." - P161

문명인들이 이토록 거칠어진 이유는 지각을 하면 큰일 나기 때문이다.
"우리가 낸 세금으로 먹고사는 주제에 이렇게 남한테피해를 주면 안 되죠! - P169

기록되었으므로 잊히지 않을 것이다. - P186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는 전달자로서 홍은전 작가님이 하는 일에 대한 어떤 은유처럼 느껴집니다.
건네받은 꽃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매개가 되신 거잖아요.
"" - P190

"그날은 실패했고 오늘은 성공했죠. 제가 그걸로 이야기를 만들어 왔으니까."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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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SF와 라이트노벨에서 순수문학까지, 상당히 다양하게써오셨다는 인상이 듭니다. 작가가 되는 데 있어서 특히 영향을 받은 작품이 있을까요? - P124

Q. 『헌치백』에서 "숨 막히는 세상이 되었다"라고 하는 야후 댓글러나 문화인에 대해 인공호흡기를 달고 생활하는 주인공이 던지는 "진짜 숨 막히는 게 뭔지도 모르면서"라는 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 P128

모든 사람이
‘제대로‘ 보이는 세상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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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시설이란 모든 사람이 집단 수용시설에서 나와 ‘개인별’ 주택에서 자립을 위한 서비스를 받으며 자율적으로 살아가는 권리를 말한다. - P79

축산업이라는 거대한 폭력과 학살 위에 도살되는 돼지는 한 해 2,000만 명(命). 훔친 돼지만이 살아남았다. 그의 이름은 새벽이다. (2021.9.12) - P86

- 요즘 삶의 화두는 뭔가요?
최중증 장애인의 탈시설 문제요.
- 죽기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은?
- 장애인 공공일자리 1만 개 쟁취! - P94

당신에게 장애인운동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금호는29 28이렇게 말했다.
"장애인운동은 나 혼자 장애를 극복하지 않아도 된다는 믿음을 주었어요." - P99

"사람 목숨 갖고 장난쳐?"
나는 쫄보라서 소리를 지르진 못하고 조용히 전단지를 돌리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 P101

"그리하여 규식은 보상금 500만 원을 받았고 혜화역엔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었죠. 그때 규식이 보상금 일부를 야학에 후원했고 그 돈으로 이 복사기를 산 거예요."
야학 사람들은 그 복사기가 마치 혜화역 엘리베이터라도 되는 것처럼 늠름하게 두드리면서 말했다. 규식은 이렇게 썼다. - P107

"다만 될 때까지 싸우겠다고 생각했지."
이상하게 정직하고 애틋해서 과연 믿음직스러운 말이었다. - P112

"웃고 계셨어. 시설에 살 땐 표정이 없는 분이었는데."
세상 사람들은 절대로 모르는 희미한 아름다움을 정하는 아주 많이 알 것이다. 그 말을 할 때 정하도 희미하게 웃었다. 그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무엇을감당해야 하는지 잘 아는 얼굴이었다. (2022. 3. 13) - P119

동료들과 함께 이 놀라운 역사를 기록해 《집으로 가는, 길》을 냈다. 탈시설이 ‘일부 장애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주장’이라고 축소하면서 ‘정치권에서 강하게제동을 걸겠다‘고 말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이 책을꼭 읽어주면 좋겠다. 그의 바람과 달리 탈시설 권리는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 명시된 장애인의 보편적 권리이고, 2008년에 이를 비준한 한국 정부는 그것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 P123

"박길연 씨 혼자일 때는 봐줬지만 장애인들이 떼로드나들면 집을 빼줘야 합니다."
하는 수 없이 조그마한 공간이라도 구해보려고 부동산을 찾아 헤매던 길연은 장애인을 향한 노골적 괄시를겪으며 친구들이 살아온 척박한 현실을 배워갔다. - P126

"장애인 교육권 보장을 위해 모금하고 있습니다. 이껌 씹으면 마음 변한 애인도 딱 달라붙어요!"
더러는 술 취한 남자들이 "병신육갑하네" 하면서 지나갔지만 더는 두렵지 않았다고 길연이 말했다. 그 장면을 생각하면 어김없이 조금 울게 된다. 이런 이야기들은번번이 나를 구원한다. 차별받는 누군가의 눈동자가 심장에 박힌 이들이 오늘도 머리를 밀고 밥을 굶고 지하철바닥을 기어간다. 매일 아침 8시, 목이 멘다. (2022. 5. 8) - P129

먹고사는 일이 불법인 그는 존재 자체가범죄였다. 돈을 벌 방법이 없는 사회에서 돈을 벌겠다고나선 장애인은 어떻게 해도 범죄자가 될 수밖에 없다.
‘병신들에게 허락된 노동은 구걸뿐이었다. - P133

"몸무게가 22톤인 향고래가 500킬로그램에 달하는대왕오징어를 먹고 여섯 시간 뒤 1.3톤짜리 알을 낳았다면 이 향고래의 몸무게는 얼마일까?" - P141

"억지로 하시면 절대 안 됩니다. 카라가 싫어하면 곧바로 물러나세요. 그리고 다음 날 다시 시작하는 겁니다.
천천히, 매일, 노력하십시오. 6개월 정도 걸릴 겁니다."
믿을 수 없이 아름답고 비효율적인 주문이었다. -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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