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성 부력에서는 무중력 상태처럼 자유롭지. 아빠는 도담이가 중성 부력에서처럼 평온하고 자유롭게 살면 좋겠다." - P17

"별로 슬프거나 하진 않아. 애초에 없었으니까 그립지도고. 그저 남들은 모두 알고 있는 세상 사는 매뉴얼 같은 걸나만 모르는 건 아닌가 싶은 기분이야" - P30

녹이 슨 철제 표지판에는 빨간 손 모양으로 금지 표시가그려져 있었고 계곡 주변에는 노란 금지선이 설치돼 있었다.
그런데도 계곡을 드나드는 사람 중 그 문구에 주목하는 사람은 없었다. 해솔은 선 위를 성큼 넘어갔고 희진과 도담은 선아래로 몸을 숙여 들어갔다. - P35

며칠간은 어른들의 경고로 마을에서 수영하는 아이들이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진평의 사람들은 외부에서오는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는 것을 두려워했다. 며칠 후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사람들은 물에 들어갈 것이다. - P41

"나 가끔 아빠가 죽는 꿈꾼다." - P49

정미가 도담의 볼을 쓰다듬었다. 도담은 창석의 어설픈 잔소리는 듣고 싶지 않았다. 엄마가 자기가 할 몫을 아빠에게조금씩 시키는 것 같아서 싫었다. 엄마의 잔소리가 영원히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정미가 약하게 콜록대며 기침을했다.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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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소리가 안에서만 들려서, 사람들이 의아해하더라고." - P258

"문주야, 나는 그런 게 싫다."
"뭐가?"
"자꾸 바뀌는 거. 그래서 남몰래 맞춰가야 하는 거. 적응하려고 존나게 허덕이는 거." - P262

"나는 지금이 좋아."
그러자 근정은 지나치는 간판들을 유심히 둘러보며 담백하게 대답했다.
"그럼 네가 지금 가진 게 뭐가 있는지 잘 생각해봐." - P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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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사교적인 상황들이 그렇죠. 저의 최초의 세계, 지배받는 세계를 어떤 관점에서 보면 그 자체로 부정하는 세계, 지배당하지 않는 사람들의 세계를 마해야 하는 상황들이요 - P81

«각자 타고난 운이 있는 거지"라고 어느 정도 가볍게 말하는 것과, 그것을 프랑스어 수업 시간에 체험하는 것은 전혀 달라요. 왜 이런 것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자문하게 되죠. - P79

MP.: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은 어떻게 갖게 됐나요? - P73

저는 글을 쓰는 여자가 아니라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 P69

저는 어떤 것에도 영향을 받지 않은, 받은 적이 없는존재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없죠. 그런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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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짊어질 수 없는 역할에서 해방되기 위해서는 때로는감정의 폭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의자 놀이를 가족적 메타포만큼이나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메타포로도 읽을 수 있다. - P147

"나는 안정적이고 흔들리지 않는 곳, 범할 수 없는 곳,
손대지 않았으며 거의 손댈 수 없는 곳, 깊게 뿌리내린 변함없는 곳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준거점이자 출발점, 근원이 되어 줄 장소들이. - P149

나의 고향, 내 가족의 요람, 내가 태어났을지도 모르는집, 내가 자라나는 것을 보았을지도 모르는(내가 태어난날 아버지가 심었을지도 모르는) 나무, 온전한 추억들로채워져 있는 내 어린 시절의 다락방・・・・・・ - P149

알파벳E 없이 책 한 권을 쓰는 것이 가능하다면, 부재 투성이의 구멍난 삶이라 해도 그것을 살아 내는 것 역시 가능하다. 모국어에서 가장 필요한 글자 E 없이 책 한 권을 쓰는 것이 가능하다면, 가장 사랑하는 사람 없이도 인생을 전부 살아낼 수 있다. 그 부재가 우리의 문법을 바꾸고 어휘에 그늘을 드리운다 해도 우리는계속해서 실존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 것이다. -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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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도와줄까? 나 이래봬도 편집자 출신이야."
잠시 말이 없던 엄마가 대답했다.
"내가 할 수 있어. 내가 할 거야." - P134

쉴새없이 캣콜링을 하는 길거리의 남자들을 매일같이 감내해야 하는 극동아시아 여성 유학생에게 이 도시의 문화예술을 학생 할인가로 소비하는 행위는 향유라기보다는 투쟁에 가깝다고 말이다. - P138

"수민아, 한국은 닭이 참 작고 이쁘다." - P139

수민은 하루하루가 신나는 모험으로 이루어진 듯한 선배의 메일을 받을 때면 자신이 어떤 종류의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고 느꼈다. 그건 성장과는 무관한 감각으로, 수민은언젠가 국어사전을 보다가 딱 떨어지는 단어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오래 묵은 이끼를 뜻한다는 ‘구태‘였다. - P142

Tume manques.
보고 싶어 - P144

수민은 정우 선배가 편지 끝자락에 적어넣은 문장을 속삭이듯 발음해보았다. 직역하면 ‘나에게 네가 없어‘라는 뜻으로, ‘manquer‘라는 동사 안에는 ‘결핍‘이라는 의미가 들어 있다. 그러니까 그리움에는 반드시 결핍이 수반되는 것이다. 네가 내 곁에 없어서, 혹은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 내가 없어서. - P144

그의 척추를 따라 길게 이어진 흉터를 매만질 때마다 그결함이 마치 자신이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틈처럼 느껴진다던 선배는 일 년 전, 남자친구와 시민연대계약을 맺었다. - P149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면서 오라는 거야. 그럼 자기가노랫소리를 듣고 마중나오겠대. 완전 미친 사람인 줄 알았잖아." - P154

용도를 알기 어려운 구덩이 주위로 물이 고인 듯 햇빛이내려앉아 있었다. 수찬은 요즘 자주 구덩이에 시선이 머문다고 했다. 자신이 도려낸 나무의 자리를 바라보면서 이유없이 불쑥불쑥 치솟는 분노를 그 속에 던져 넣는 상상을 한다고 덧붙이면서. 그러면 화가 조금 가시는 것 같다고 말하던, 시선을 살짝 낮춘 수찬의 옆얼굴이 그날 수민이 숲에서본 가장 인상적인 것이었다.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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