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도카이도로 돌아와보니, 유미는 떠날 준비가 된상태로 우리 말 두 마리의 고삐를 쥐고 있다. 자기 소지품들을 조용히 뒤져 찾아낸 화살은 이제 활과 함께 등에 지고 있다. 영리한 아이다. - P99

그것들도 들어가 번성할 자신들만의 나무를 찾아냈을까?
가끔씩 우리는 확신한다. 아이가 자기 심장 근처에 그것들을 품고 다니고 있으며, 어느 날 으깨버릴 거라고. 그러면우리는 그 고통을 영원히 느끼게 될 거라고. - P101

아이의 여벌 옷을 입혔더라면 그 애는 더 이상 남은 옷이 없었을 것이다. 나는 그 사실을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못했다. 그리고 내일이 지나면 그 애가 얼마나 더 멀리 가게 될지, 얼마나 오랫동안, 그리고 정확히 어디로 가게 될지 나도 히로코도 알지 못했다.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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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자신의 전지전능함을 당당하게 누릴 것인지 아니면 미안해할 것인지, 전면에 내세울 것인지 뒤로 숨을 것인지를 영원히 결정하지 못한다. - P57

피츠제럴드는 매우 실용적인 작가로, 디테일과구체성에 집중하면서 감상성에 빠지지 않고 모호한 아이러니를 선호하며 묘사 장면은 짧고 유쾌하고 정확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인간의 심연을 열어서 보여주는 뮤리얼 스파크의 능력도 갖고 있다. - P63

책이란 곧 이들의 삶이 짧은 삶이고 단죄받은 삶이며 역사적 삽입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만드는 것이다. - P67

방금 전에 진한 향수 냄새를 풍기는 부드러운 팔에 휘감겼던 그의 목은 마치 기름이라도 바른 듯했고, 미지의 여인이 키스한 왼쪽 콧수염 바로 옆볼에는 박하 잎이 닿은 것처럼 가볍고 상쾌하고시원한 전율이 감돌았다. 그곳을 문지르면 문지를수록 그 느낌은 더욱 선명해졌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부풀어 오르는 듯이 낯설고 특별한 감정으로가득 찼다. (...) 그는 별안간 춤을 추고 싶어졌고,
정원으로 뛰쳐나가 큰 소리로 웃고 싶어졌다. - P75

이 이야기에는 우리의 심장을 파고드는 결정적인 문장 두 개가 있다. "그 사건을 이야기하는 데그토록 짧은 시간이 걸렸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날의 입맞춤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밤을 새도 모자랄것 같았기 때문이다." - P77

이야기란 잉여와 실망의 역동적인 조합이다. 이야기가 실망스러운 이유는 반드시 끝나야만 하기때문이고 그러면서도 정말로 끝날 수 없기 때문이다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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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에서는 현재와 과거, 사례와 형식, 자유의지와 결정론, 세속적 확장과 종교적 축소 사이에서 늘 투쟁이 벌어진다. 그래서 ‘작가적 지성authorial omniscience‘의 역할에 대한 논쟁이 복잡한 역사를 갖게 된 것이다. 작가의 시점을 두고 생기는불안은 부분적으로는 신학적인 것이며 신학적 논쟁처럼 미해결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 P57

프리츠는 그 집에 방문했다가 열두 살 소녀 조피폰 퀸을 만난다. 모든 면에서 조피는 지극히 평범한 열두 살 소녀이지만 열정에 사로잡힌 프리츠는 단 십오분 만에 자신은 조피와 결혼할 것이며
"조피는 나의 심장의 심장"이고 "나의 수호천사"라고 결정해버린다. - P62

피츠제럴드는 매우 실용적인 작가로, 디테일과구체성에 집중하면서 감상에 빠지지 않고 모호한 아이러니를 선호하며 묘사 장면은 짧고 유쾌하고 정확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인간의 심연을 열어서 보여주는 뮤리얼 스파크의 능력도 갖고 있다. - P63

소설은 여러 가지 놀라운 재주를 활용하여 우리로 하여금 이 삽입구에 지나지 않은 인간의 삶을자유자재로 확장했다가 축소할 수 있게 한다. - P67

한 인간의 삶은 사건의 집합으로 구성되며, 그중마지막 사건이 전체 의미를 바꿀 수 있다. 마지막사건이 이전 사건보다 더 중요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삶에 포함되어버리면 사건은 시간 순서가 아니라 내적 구조에 따라 재배열되고, 이로써 전체 의미가 달라져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17 - P69

이 이야기에는 우리의 심장을 파고드는 결정적인 문장 두 개가 있다. "그 사건을 이야기하는 데그토록 짧은 시간이 걸렸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날의 입맞춤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밤을 새도 모자랄것 같았기 때문이다." - P77

나의 기억은 언제나 빵이 발효되듯이 부풀어오르는데, 일 분의 순간이 십 분의 몽상으로 피어오르곤 한다. 이주 역시 나름의 어려움을 더한다.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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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찬 바람은 부처의 뼈를 시리게 하고여섯 시각 하늘 풍류는 향로에서 피어나는구나 - P11

향로에 향을 다시 피우고 의연히 도단(團))에 앉아 정신을 가다듬어 염주를 고르며 일천 부처를 염송하였다. 홀연 창밖에서 동자가 부르되, - P17

산파가 축하하며 왈,
"아기 울음소리 크니 작은 낭군이로소이다." - P23

양생이 감탄하여 말하되
‘소거의 밝은 소견과 정다운 뜻은 소생이 미칠 바 아니로소이다" - P33

도사가 웃고 말하되,
"인간 부귀를 그대 면하지 못하리니 어찌 능히 노부를 따라암혈(巖)에 깃들리오? 하물며 나중에 돌아갈 곳이 있으니나의 무리 아니라. 비록 그렇지만 은근한 뜻을 저버리지는 못하리라"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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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그렇게 믿는다면 소설을 어떻게 읽을 수 있겠는가. 나는 왜 그 생각에 반감을 갖는지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본능적으로 우리 부모님의 눈과도 같은 예수의 감시는 거부하면서도 예수의 관찰 능력만은 마음껏 허용하기로 했다. 여자를 보고 음욕을 품은 자마다이미 간음하였다는 주장은 우리를 충격에 빠뜨리는데, 다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 P47

물론 소설은 허구의 세계이기에 소설의 자유발언 허가증은 세상의 허가증보다 획득하기가 더쉬워 보인다. 소설은 수집할 수 없는 데이터에 대한멈추지 않는 실험이다. 내가 소설을 사랑해왔고 지금도 사랑하는 이유는 종교적인 텍스트와 근접하면서도 최종적으로 다르다는 점이었다. 소설에서의진실은 언제나 믿음의 문제이고 그것을 검증하고확인하는 것은 독자에게 달렸다 - P45

소설은 이처럼 세속적 태도를 취함으로써 자신의 등장인물들이 영원히 살기를 바란다. 소설은자기 인물이 언젠가 반드시 죽어야 한다는 사실을이해하지 못한다. - P51

나는 그 추도식에서 죽음이야말로 우리의 삶을 똑바로 직시할 수 있는 무서운 특권을 준다는생각에 사로잡혀버렸다. 장례식이라든가 부고 한줄은 마음 한구석을 불편하게 하는 특권이 머무는 예배당이며 소설이란 그 환대하는 예배의 세속적 버전을 가장 강력한 방식으로 제공하는 문문학 장르였던 것이다.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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