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니 알 수 있었다. 내게 그런 글을 쓰게 만들어서자신의 출판사에서 책을 내게 하려는 요량인 것이다. 아직도 내가 어디에 쓸모가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 P228

사랑할 가치가 없는 것들을 사랑해 주기는 싫은데, 나를 미워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이러는 게 쉬운 게 아니다. 괴로운 진술에는 나의 위선을 고백하는 것만큼이나 용기가 필요하다. 내 인생의 모든 한순간 속에서 내가 끝이 없는 검은 구멍처럼 여겨지는 밤이 지나가면, 대낮은 내게 읽을 수 없지만 버릴 수는 없는 어떤책과 같다. 어제 오늘은 책을 많이 읽는다. - P230

노래에는 우리를 순수하게 하는 묘한주술(呪術)이 깃들어 있다. 뛰어난 글을 쓰고 싶거든 뭐든설명하려 해서는 안 된다. 그냥 그것의 본색을 드러내면 될일이다. ‘노래‘가 바로 이와 같다. - P238

, ‘바오밥나무를 그림 그리는 나 자신‘이라는 노래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 노래의 바람을 타고 어떤 거대한 식물의 작은 씨앗처럼 자신의 가슴속 검은 별에서 벗어나 멀리자신만의 길을 떠나는 것이다. - P240

. 인생이 온통 헛것 같고 사람들이 전부 거짓말하는 시체처럼 느껴질 때 우리는 갈 길을 잃고 시들어 가거나 파괴된다. 이럴 적에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 각자의 수공업이다. ‘영혼의 수공업‘이다. - P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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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카페가 서울과 다른 점은 대부분이 건물의공용 화장실을 쓰는 것이 아니라 카페 내부에 화장실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 P33

분단은 상상으로만 존재했던 메뉴를 당장 먹을수 있는 음식으로 구현해놓은 곳이었다. 커피도 그냥커피가 아니었다. 책 속의 내용이 인용되고 ‘주인공처럼 마셔보세요‘라는 권유도 잊지 않고 쓰여 있었다. 나는 오늘 여기서 한 끼만 먹을 수 있는데, 라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 정도로 궁금한 메뉴들이었다. - P37

일본 편의점이 좋은 또 다른 이유는 내리는 커피뿐만이 아니라 무가당 라테가 보편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여러 브랜드에서 출시되어 골라 살 수 있고, 생각보다 맛도 밋밋하지 않으며, 가격과 양 역시 적당하다. - P47

♡CCC에 앉아 구입한 음반들을 알코올 스왑으로 한 장 한 장 닦는 시간을 좋아한다. 시간의 더께를 털어내고 내 것으로 삼는 나만의의식이다. - P61

서니 데이 서비스를 알고서는 "부드럽게 파도치는 마음을 안고 사는"(<波打법을 배우気持5)고 있다고. 정말 고맙다고 말이다. - P61

우표를 좋아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하나, 세상을담을 수 있어서. 둘, 매우 가볍고 자리 차지를 거의 하지 않아서. 셋, 낭만적인 물건이어서다. 내가 모으는 수집품 중 장점들만 갖춘 물건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어릴 때만큼 맹렬히 모으진 않지만, 그래도 여행을 가면 우표 하나씩은 꼭 사 온다. 도쿄 우표 박물관도 그렇게 알게 됐다. 지도에서 우체국과 우표를 번갈아 검색하다가 우연히 눈에 띈 장소였다. - P102

연필이 옆에 없을 때 내 독서는 불안하다.
밑줄 그을 문장이 없을 때 내 독서는허전하다. 문장 밑에 줄을 그을 때 나는그 글을 쓴 작가와 악수하는 느낌에 빠진다. - P87

여백(margin)에 있는 것들이란 의미에서파생된 마지네일리아는 책의 여백에 남기는표시, 주석, 메모, 삽화, 분류할 수 없는반응의 흔적들을 총칭한다.
-김지승, 마지네일리아의 거주자』, 마티 -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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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서의 카페는 하루 중 어느 때 가도 잔잔히 신이 나고 좋지만 특히나 가슴이 뛰는 건 아침이다. 그곳에 모닝구 셋토(=> ㅏ, Morning Set)라고부르는 조식이 있기 때문이다. - P35

"그럼 일본 가면 뭐 먹어?" - P31

시차는 없지만 한국보다 반 발짝 먼저 오는 계저 소에 머물고 있으면 알 수 없는 낯섦에 설렌다. - P15

잠시, 완벽에 가까운 단절 - P13

카페를 열 공간도 돈도 없지만, 내게는 빛이 잘 드는 창가와 취향으로 꾸민 월넛 테이블과 예쁜 찻잔은 있으니까. 그곳에 앉아 식빵 반쪽을크게 한입 베어 문다. - P39

그렇다면 결론은 일본은 마트와 편의점, 빵집에서 파는 식빵의 퀄리티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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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 닿는 대로, 나만의 리듬으로 - P5

도쿄에서 새길 수 있었던 감정, 도쿄여서 나만의 리듬으로 걸을 수 있었던 시간들. 여행에서 돌아오면 대체로 화려하고 멋진 기억보다 별것 아닌 순간들이 마음에 남았다. 우연히 발견한 카페에 앉아 또 다른 우연을이어가는 상상. 그렇게 마음 한편에 쌓인 기억들이 책이 되었다. 이 책이 당신과 나를 이어주는 또 하나의우연이기를. - P7

모든 것들로부터 스위치를 내리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나라는 사람이 그러지 못할 것임을 잘 알기에더 간절히 원했다. 죽고 싶다거나 영영 사라지고 싶다는 것과는 분명하게 다른, 아주 잠시 완벽에 가까운 단절을. - P13

도쿄에 그렇게 자주 드나들면서 맥주도 스시도라멘도 다 못 먹으면 도대체 뭘 먹느냐는 말을 자주듣는다. 사실 내가 봐도 그렇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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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자동차 운전을 배울 때만 해도 나를 비롯해 주변에 내비게이션을 쓰는 사람이 없었다. 이 이야기를 하면어린이들은 놀라서 "그럼 운전을 못했어요?" 하고 묻는다. - P228

언어가 진짜로 있는 것처럼, 지역도 진짜로 있다. 우리 자신이 구체적인 존재이듯이 우리가 밟고 선 땅도, 마을도 구체적이다. ‘시, 도, 군‘ 같은 행정 구역만이 아니라 지역의 특징을 꼼꼼히 살피는 것은 그래서다. - P231

어린이들은 쉬는 시간에도 쉬지 못한다. 노느라 쉴 틈이없는 것이다. 나도 어렸을 때는 ‘쉬는 시간‘과 ‘노는 시간‘을동의어로 썼던 것 같다. 독서교실 쉬는 시간, 교실은 갑자기놀이터가 된다. - P233

나는 이겨서 웃고 어린이들은 속아서 웃는다. 누구는 엄마가 머리를 초록색으로 염색했다고 하고, 누구는 자기도보았는데 잘 어울리시더라고 한다. 누가 외계인 언어를 할줄 안다며 "뿌릅빠삐쁘룹코"라고 하면 질세라 "앗띨우꾸삐빠랍" "뽀짜빠짜앗따리" 같은 말이 튀어나온다. 나는 차마대꾸를 못 하고 폭소를 터뜨리며 항복을 선언한다. 그러고책상 앞에 앉으면 우리가 한통속이 된 것 같다. 무슨 일을 은밀히 공모해서 도모할 만한 자인지 알아내는 데 웃음만 한게 없다. - P235

앙리 베르그송은 웃음의 사회적 기능에 주목하면서 웃음에 "일종의 공범 의식 같은 것이 숨어 있다"라고 말한다.
혼자서는 이만큼 웃을 수 없다. "긴장과 유연성, 이것이 바로 삶이 내거는 상호 보완적인 두 힘"이라고도 한다. - P237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어요."
첫 문장을 읽자마자 어린이들의 추리가 시작된다.
"그림?"
"소리?" - P244

출구를 나서서 나는 깜짝 놀랐다. 끝이 한눈에 들어오지않을 만큼 참가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조용할까? 무대에서 말하는 사람의 말을 들으려고. 쌀 한 톨도 흘리지 않으려는 모양새로, 사람들은 남의 말을 귀담아듣고있었다. 광화문에서처럼 온갖 깃발이 휘날렸다. 문득 앞으로 어린이들은 다양한 깃발이 소리치는 세상에서 살겠구나싶어 마음 한구석에 불빛이 켜졌다. 어떤 미래는 벌써 와 있었다. - P251

"어린이 주려고 가져오셨을 텐데......"
‘애들‘이 아니라 ‘어린이‘라고 하셔서 좋았다.
"어린이한테 관심 있는 어른한테도 드려요."
그러고는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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