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욕망이 전부 갈망이라고 착각하지 말자. "블루에 대한 사색이 좋은 건, 블루가 다가오기 때문이 아니라 블루가 끌어당기기 때문이다"라고 했던 괴테가 옳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이미 살고 있는 세상에서 살아가기를 갈망하는 데는관심이 없다. 파란색 물건들을 갈망하고 싶지도 않고, "파람blueness"을 갈망하는 것도 질색이다. 무엇보다, 이제는 당신을그리워하는 걸 멈추고 싶다. - P14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내 검지 끝을 보여주는 것. 그 침묵함을. - P15

그 말은 곧: 색이 없어도 상관없다는 뜻.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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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게구름이 토토의 얼굴 같다. 토토가 말한다. - P65

어느덧 밤이 깊었고, 하루 종일 내가 보거나 들었던 모든 것이 하나같이 어제의 것이 되어 버렸다. 낮에는 오랜만에 그와 긴 전화통화를 했더랬다. - P69

-중요한 것만 생각하자. 중요한 것만 생각하자. 중요한 것만을.
이 중요한 것 안에는 서글픔이 끼어들 겨를이 없다. 그리하여 이 중요한 것은 오로지 ‘사랑‘일 것이다. - P71

다시금 나는 명백히 실패한 인생이다. 그것을 알고 있는 것이 내 ‘자유‘다. 나는 죄인이지만 자유인이며 살아간다는 것은 죽어 간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그러니죽어 가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으며 살아가면 된다, 죽을 때까지.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배신을 밥 먹듯이 하는 인간을 믿는 것과 같은 ‘행위‘다. 행복은 간사하다. 행복을 바라지 않으면, 불행하지 않을 수 있다. - P71

그 내용은 이렇다. 첫째, 절대로 보증을 서지 마라. 둘째, 절대로 의형제를 맺지 마라. 셋째, 절대로 몸에 문신을 새기지마라.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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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가끔 그 변호사의 편지를 생각한다. 나는 나를 위한 글을 써 놓고도 남에게 감사의 인사를 받은 사람이다. 가장 이상적인 세상이란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정답도 얻었다. - P54

일본 작가처럼 나도 한국 작가로서 개에 관해 할 말이있다. 내 개와 단둘이 있는 시간은 인간으로서 가장 순수해질 수 있는 시간이다. 나는 토토가 언젠가 한 번은 내게 말을 할 것만 같다. 둘만이 서로를 고요히 보고 있을 때면, 영영 이별하기 전까진, 언젠가 딱 한 번은 토토가 내게 말을걸어올 것만 같다. - P61

시는 고통 속에서도 쓰지만 소설은 고통 속에서는 못쓴다. 소설은 그 고통이 지나간 뒤에 쓰는 것이다. 인간은무언가를 쓴다고 해서 구원받지는 못한다. 기본적으로 쓴다는 것은 그게 아무리 선하고 유익한들 죄를 짓는 일이다. - P63

그들은 컹컹거리며 맞다가 뒤뚱뒤뚱 도망쳤는데, 고시원 공포웹툰은 노란나비가 되어 날아가고 슬라보예 지젝은뒷모습이 하마로 변해 있었다. 아빠는 강하고, 나는 악몽도무찔렀다.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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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괴물 같은 건 없다고 했지만 정말로 있어요."
"정말 그렇지?"
"왜 어른들은 거짓말을 해요?‘
영화 「에일리언2」에서

글쓰기의 목적은 살아남고 이겨내고 일어서는 것이다.
행복해지는 것이다.
-스티븐 킹,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나는 작은 개 한 마리와 명왕성에 단둘이 살고 있다. 여기서 우주천체망원경으로 지구가 보인다. 인간들이 보이고인간이 아닌 것들도 보인다. 언제부터인가 내가 살아가는기분은 이렇다. 정말 그런 거 같기도 한데, 다시 지구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대신 메시지가 있고, 그게 이 책이다.

이 책의 절반 정도는 죽음이 내게 가까이 와 있던 시절에 쓴 것들이다. 만약 이 책에 뛰어난 점이 있다면 바로 그때문일 것이다. 사랑에 대해 질문한다는 것은 인생과 죽음에 대해 질문한다는 것이며, 신에 대해 질문하는 것은 사랑에 대해 질문하는 나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 P12

그리고 그날 그 저녁, 나는 죽음을 보았다. 진통제로 절은 어머니의 육신은 소시지에 마구 난도질을 해 놓은 듯했다. 나는 그 무수한 흉터들의 내력을 낱낱이 알고 있었다. - P19

결국 죽음에 대한 고찰은 그 어떤 세상의 이야기보다 소중하다는 믿음 때문이다. 고작 사람이란 타인에게상처를 주는 아둔하고 잔인한 짐승들이지만, 타인의 상처를함께 나누면서 치유받는 용한 존재이기도 하니까. 나는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타인을 위로하고 싶었다. 스스로를 치유하면서 타인 역시 스스로를 치유하게 되길 기도했다. 꼭 일기가 아니더라도, 모든 글이란 어떤 의미로든 자기고백의성격을 지니게 마련이다. - P29

- 모더니즘 그거 사람 골병들게 만든다. 포스트모더니즘으로 살아, 포스트모더니즘으로 - P33

. 뜻 깊은 책 한 권을 가진다는 것은 한 그루영원히 자라는 영혼의 나무를 가진다는 뜻이다. 내가 책을쓰는 사람이 된 것은 아마도 외로움이 많아서였을 거라고나는 늘 생각해 왔다. 책을 쓰는 일은 외로움과 정면으로 부딪히는 일이고, 기실 그것이 외로움을 소화하는 최선의 태도이자 방법론인 것이다. - P37

착한 척하는 인간들의 돼먹지 않은 기도들이 역겨워 하나님은 이 지긋지긋한 지구에서 아예 저 먼 별나라로 이주해 버리셨다. 우리가 밤하늘을 올려다보았을 적에 알 수 없이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 P45

자신과 똑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을 홀로 멀리서나마 알게 된다는 건, 기쁨 이전에 충만한 위로를 준다. 그게 책의힘이겠지. 글의 힘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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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키는 뛰어난 외야수였다. - P120

"누나가 날 참 사랑했지."
그 말을 듣고 나는 울어버리고 말았다. 그애가 그 사실을 알아줬기 때문이라든지, 보상을 받은 기분이라든지, 그런 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내가 그 시절로부터 너무 멀리 와버렸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야구를 사랑해.‘ 그 문장을 매일 적고 또노려보기, 그것이 야구를 사랑하기에 정말 괜찮은 방식이었나. - P119

나는 작은 공을 노려보았다. 작은 공은 손의 온기 때문에 더 작아지고 있었고, 내리쬐는 햇빛이 작은 공의 어떤부분을 환하게 표백시키는 것처럼 보였다. 오래오래 바라볼수록작은 공은 더 희어 보였고 나는 오래오래 바라보았다. 그것이 희고 빛나는 새로 오해되고, 이윽고 낯익은 그 손을 마주하게 될 때까지. - P122

꿈속은 컴컴한 오렌지밭, 흑백 영상에서도 여전히 자신의 색을보여주고자 하는 크기가 크고 당도가 높은 멋쟁이 오렌지. 사사키는 한 팔을 편 채 걷기 시작한다. 자기 손이 오렌지 나무들을 아무렇게나 건드리게 둔 채로 허기질 때까지. - P124

"데이트해?"
남자애가 히데오에게 물었다. 만약 그 순간 히데오가 나에게눈길을 줬다면, 그 눈길 속에 아주 작은 질문이라도 들어 있었다면 나는 어떻게든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을 것이다. - P149

마침내 환한 빛이 어둑한 소극장 가득 번쩍여서 저절로 눈이감겼을 때, 눈꺼풀 안쪽에 박힌 빛의 파편이 망막을 파고들었을때, 나는 머리 위로 커다랗게 동그라미를 그려 보였다. 그리고 환한빛 속에서 히데오를 만났는데, 그 사람은 히데오가 아닌 히데오, 언젠가 히데오가 내게 말해준 또다른 히데오였다. -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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