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남는 것은 없다. 천년만년을 견뎠다면, 그다음천년만년 안에는 반드시 사라진다. 하지만 아직은 사라지지 않고자 하는 것들이 있다. 어떤 이의 인생도 그러하고 우리의 인생 또한 그러할지 모른다. 우리가 그러한 뜻을 가지고 있다면 우리에게는 그러한 권리가 있다고 믿고 싶다. 그래야 사랑도 우정도 문학도 있기 때문이다. - P201

문학도 사람의 일이다. 아직 살아 있는사람의 일이다. 죽고 나서의 일은 시체들에게 물어보라. 흙먼지에게 물어보라. 재에게 가서 물어보라. 예술도 사람의일이다. 의지가 사라지지 않을 권리를 만든다. - P202

When this marine dies he will go to heaven be-cause he has wasted his youth in hell. - P204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의 가장 큰 괴로움이 무엇인지를 안다는 뜻이다. - P209

누구라도 상처를 안 입고 살아갈 순 없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상처들로 아름다운 무늬를 만든다. "문인은 세상의적(enemy)이다."라고 주장했던 것은 보들레르였으니, 이 책은 그 증거이자, ‘세상의 적들의 경전(經典)‘이다. - P212

평소에 일기를 쓰지 않아요. 일기는 거짓말을 하게 되더라고. 대신 시를 씁니다. 그러면 그 시를 쓰던 당시의 제인생 풍경이 고스란히 그 시 안에 입력되죠. 저만 알아볼 수있는 암호처럼요. 그리고 시 쓰는 작업이 다른 장르 작업들에 기본 메모가 되기도 하고 에너지 공급원이 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시를 쓴다는 건 멋있는 일입니다. -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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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희는 지갑에 있던 다섯장의 지폐 중에 구김이 가장적은 것을 골라 아이에게 건넸다. - P234

병원에 허리 수술하러 가셨대.
수술하러요? 그럼 언제 오는데요?
못 오실 수도 있다고 그러던데?
누가요?
그 집 며느리가. - P233

아, 그걸 가져온 게 너구나. 그럼 나한테 줘. 할머니 오시면 내가 전해줄게, 아님 내가 먹어도 되고, - P233

어르신이 이걸 샀던 거구나. 얼마니?
열개 만원이요. 모르는 사람들은 비싸다고 할 때도 있는데요. 이건 그냥 계란하곤 차원이 다른 거예요. - P233

청란이 한알에 천원. 먹어보면 진짜 하나도 안 비쌈. - P235

평범하다는 것은 평면적이라는 말과는 다르다. 오히려우리의 일상은 백만가지의 평범함이라고 할까, 역설적인듯하지만 저마다의 사연과 표정을 지니고 있어 어느 하나같다고 할 수 없는 평범함들이 어울리면서 이루어진다.
작가의 일이란 젠더, 노인, 일자리, 주거 같은 키워드에 의해 추상적으로 뭉개진 대상에 생생한 얼굴과 삶의 사연들을 부여하는 것이며, 그래서 저 평범함이라는 것이 얼마나 풍부한 양태로 이루어진 것인가를 드러내는 것이다. - P238

「달걀의 온기」에 등장하는 위의 구절은 언어가 어떤 방식으로 누군가를 쓰다듬고 보듬는지를 보여준다. 이름조차 몰랐던 한 아이를 돕기 위해 얼떨결에 꺼낸 칭찬은 발화자인 선희의 마음에 쌓였던 그늘을 밀어내고 환하게 만든다. 상대를 향한 말이 자기를 되비추는 말이 되어 다시돌아온다는 것, 촉각의 언어가 갖는 이러한 방향성에서어떤 희망을 읽어낼 수는 없을까. - P248

그게 다가 아니었다.
러닝화는 쿠션이 있어서 발바닥에 힘주는 게 어려워요.
바닥이 납작한 신발을 신으시면 도움이 될 거예요. - P43

이런 일련의 일을 통해 그녀는 친절과 선의가 완성되는 데에는 두가지 조건이 있음을 배웠다.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친절과 선의는 있는 그대로 주고 있는 그대로 받을 수 있는 두 사람 사이에서만 유효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오염되고 변질되고 공중분해 되면서 자신 혹은 상대를다치게 만드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므로 그것들은 누구나 쉽게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들은 취약하고 위험하고 다루기 까다로운 것이었다. - P45

그는 의외라는 듯 그렇게 물으며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작은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마흔다섯, 여섯. 느슨하게어림잡아도 쉰은 절대 넘지 않을 것 같아 보이는 그의 얼굴은 탄탄한 몸에 비해 약간은 밋밋하다는 인상을 주었는데, 그건 어리숙함이나 의기소침함과는 달랐다. 그는 피로해 보였고, 쓸쓸해 보였고, 얼마간 외로워 보이기까지했다. 아니, 그런 것들이 튀어나오지 않도록 붙잡고 있는데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실은 그것이 자신의 감정임을, 그러니까 그런 감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음을 그녀가 깨달은 건 시간이 더 지난 후였다. - P49

그럼에도 그녀는 여자의 과거를, 미래를, 인생을 현재의 형편 안에 가둬두지않았다. 자신이 그런 것처럼 여자에게도 지금보다 더 환한 시간들이 있었고, 또 있을지도 모른다고 믿었다. 그건그녀가 타인에 대한 예의를 잃지 않는 방식 중 하나였다. - P55

아니요. 오늘은 엽서 말고 할 이야기가 있어요. - P63

혹시, 혹시라도 다른 어떤 마음이 있었던 건 아니죠?
아, 오해하진 마세요. 제 말은 조금이라도 그런 마음이 있으셨다면, 그런 거라면.
그가 용기를 내어 고개를 들고 그녀의 눈을 보았다. 그리고 그녀가 어떤 가능성을 베어내듯 말했다.
아니요, 그럴 리가요. 그럴 리가 없죠. - P65

우리가 지금과 같은 삶을 살게 된 건 사소한 용기가 부족했기 때문이에요. 그걸 알아야 해요.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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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가 ‘경제적으로) 성공한 인생‘만이 가치 있는 인생이라고 생각할까 봐 조마조마하다. 어린이들은 나중에 어떤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으면 지금부터 그렇게 살기 때문이다. - P53

"내가 잠시 이곳에 살았기 때문에 한 사람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핼러윈마다 이태원 참사를 떠올리며 우리는 슬퍼할 것이다. 그리고 즐거운 날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울 것이고, 놀 것이다. 그렇게 친구와 친구의 친구 명복을 빌 것이다. 아무도 우리 감정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 P65

"너를 잘 몰랐는데 친구가 되었지."
이렇게 먼저 친구가 되고 그다음에 서로를 알아 가는 것이 어린이의 우정이다. - P70

그런데 ‘보이지 않는‘ 마음을 ‘보는‘ 그림책에 담다 보니,
어떤 그림책에서는 주제가 연기처럼 흩어져 버린다. 마음의다채로움을 표현하는 색채와 형태가 지나치게 모호하거나,
어린이의 자기 긍정을 격려하기 위해 마치 ‘내 마음‘이 제일중요한 것처럼 무책임하게 묘사된 그림책들을 볼 때면 ‘누구를 위한 그림책인가?‘ 하는 회의가 들기도 한다.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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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아이를 낳은 지 얼마 안 된 친구가 내게 이런 말을 한적이 있다. - P41

내가 독립된 ‘나‘인 것은 당연하지만, 또 좋은 것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상황과 감정도 있게마련이다. ‘나‘는 소중하고 특별한 존재이지만, 그렇다고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 P39

어린이는 냉정한 독자다. 작가가 누구인지, 얼마나 유명한 책인지보다 ‘재미있는지‘를 훨씬 중요하게 여긴다. 또한어린이는 관대한 독자다. 무엇이든 장점이라고 여겨지는 부분이 있기만 하면 그 책에 대해 좋게 말한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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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다시 치르는 선거에 여우 제라르가 새로운 후보로 등장한다. 과연 이번 선거는 어떻게 될까? 독서교실 어린이들의 의견은 둘로 나뉘었다.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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