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여기 새우 진짜 많이 준다." - P11

"회사에 무슨 일 있나요?"
그러자 대리가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메일함 아직 못 봤어요?"
"네? 무슨 메일이요?" - P17

그리고 언니가 결혼식에 오지 않을 거라고도, 예상치못했다. - P23

언니, 됐어요. 그냥 밥이나 사요. - P27

"보라고 해놓은 거면서 뭘 그래요."
"그런 거 아닌데요?" 그녀가 입을 삐죽거렸다.
다음 회의 때 곁눈질로 그녀의 노트북을 다시 들여다봤다. 바탕화면은 그대로인데 지유씨의 몸 위에 엑셀파일 하나가, 마치 이불을 덮은 듯 놓여 있었다. - P91

나는 나도 모르게 당황해서 엉뚱하게 화를 냈다.
"아니, 남의 가방을 그렇게 막 열어보는 법이 어딨어요."
"지훈씨, 나랑 자고 싶었어요?"
이렇게 예측 불가능한 여자는 정말이지 처음이었다.
그녀가 말을 이었다.
"솔직히 말해봐요. 나랑 자고 싶었죠?" - P109

하나를 집어 입에 넣었다. 방금 쪄낸 듯, 아직 따뜻했다.
오늘 새벽에 찾았나보네. 나는 달고 쫄깃한 경단을 우물거리면서 생각했다. 빛나 언니는 잘 살 수 있을까. 부디 잘 살 수 있으면 좋겠는데. - P39

"안나."
나는 딱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깜짝 놀라 어깨를 움츠리고 뒤돌아봤다.
"네?" - P51

그 순간 케빈과 내 스마트폰 알림이 거의 동시에 울렸다. 우리는 주머니에서 각자의 스마트폰을 꺼내서 들여다봤다. 케빈과 내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웃었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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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뿌리의 지옥, 파뿌리의 천국
"끝까지 이기적일 것 같은 사람도타인을 위해 파뿌리 하나 정도는 나눠준다네.
그 정도의 양심은 꺼지지 않는 존재가 인간이거든."

가장 중요한 것은 비어 있다 - P40

발톱 깎다가눈물 한 방울너 거기 있었구나, 멍든 새끼발가락 - P67

한밤의 까마귀는 울지만, 우리는 까마귀를 볼 수도 없고그 울음소리를 듣지도 못해. 그러나 우리가 느끼지 못할 뿐,
분명히 한밤의 까마귀는 존재한다네. 그게 운명이야.

마인드를 비워야 영혼이 들어간다 - P26

손잡이 달린 인간, 손잡이가 없는 인간이 컵을 보게. 컵은 컵이고 나는 나지. 달라. 서로 타자야.
그런데 이 컵에 손잡이가 생겨봐. 관계가 생기잖아.
손잡이가 뭔가? 잡으라고 있는 거잖아. 손 내미는 거지.
그러면 손잡이는 컵의 것일까? 나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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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생인 스스로를 긍정하게 된 것은 40대에 접어들고나서부터다. 세월이 지나면서 나의 가장 큰 재능은 성실함과 꾸준함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 P7

공부한 내용이 기억에 남지 않으면 헛되다고 흔히들 생각하지만, 대학 시절의 공부는 잊히는 과정에서 정신에 깊은 자국을 남기고 거기에서졸업 후 이어질 고단한 밥벌이의 나날에 자그마한 위로가될 싹이 움튼다. 그것이 공부의 진정한 쓸모라고 생각한다. - P9

그 학기에 나는 진흙이 조각가에게 몸을 맡기듯, 나자신을 대학에 맡겼다. 나는 내가 다시 만들어지고내 정신이 새로 짜여질 수 있다고 믿었다.
-- 타라 웨스트오버, 김희정 옮김, 『배움의 발견(열린책들에서 - P12

이제 도쿄로 간다. 대학에 들어간다. 유명한 학자를 만날 것이다. 취미와 품성을 갖춘 학생들과 교제하게 될것이다. 도서관에서 연구에 몰두한다. 저술을 한다. 세상 사람들의 갈채를 받는다. 어머니가 기뻐한다.
- 나쓰메소세키, 송태욱 옮김, 『산시로』(현암사)에서 - P17

art: the creation or expression of what is beautiful, esp. invisual form; fine skill or attitude in such expression미술: 아름다운 것의 창조나 표현, 특히 시각적 형태 :이러한 표현에 있어서의 정교한 기술이나 태도. - P19

지방 출신 유학생들은 다 마찬가지였겠지만, 주머니 사정은 항상 빠듯했고 책을 선점해야 사지 않고서도 과제를 작성하고 시험공부를 할 수 있었다. - P25

고분(古墳)의 능선을 사랑한다. 매끄럽고 부드러운 선을 눈으로 쓰다듬고 있노라면 나 자신이 아주 오래된 토기조각처럼, 보잘것없으나 오롯하여 초라하지는 않은 존재가된 기분이 든다. 마침담 너머로 오래된 무덤의 잔등이 슬며시 비져나온 선정릉(宣陵) 인근의 서점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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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 제목을 ‘일상의 소설‘로 정하고 글을 조금 썼는데잘 써지지가 않아서 ‘소설 만세‘로 바꿔봤다. - P9

아무 힘도 없는 문장 한 줄과 허구의 이야기가 나를 지키고보호한다는 환상,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 내 곁에 서서말을 들어주고 종종 대화도 나눈다고 믿는 망상과 어리석음, 이모든 것들이 나는 좋다. - P10

그런 어두운 표정과 목소리로 "그래도 소설이 좋아요."
이렇게 말해도 되는 걸까? 어쨌든. (소설 만세.) - P11

나는 소설을 쓰는 자로서 소설이 비록 허구이지만 그세계에 존재하는 인물과 인물을 둘러싸고 발생한 사건의성질을 디테일하게 잘 다룰 수만 있다면 실재 세계의본질과도 닿는다고 믿는다. - P18

허구의 이야기가 과거와 미래의 어떤 날 어떤 순간의현실이고 실제라는 것이 두렵고 무섭다. 허구를 쓰면이루어지는 걸까? 아니면 어떤 허구라도 이미 현실에존재하는 것일까?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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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하늘이 밝아오자마자 어디선가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달리는 사람들이 해변에 바늘땀 같은 발자국을 남기며 뛰었다. 우리가 입은 패딩이 무색하게, 서퍼들이 보드를 들고 하나둘씩 바다로 들어갔다. - P82

일몰과 일출의 황홀함이 금빛으로 남았다. 유래가 어쨌건 간에 이제 나에게 골드코스트는 일렁이는 태양빛의 금색으로 기억되는 이름이다.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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