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 벽에 붙인 고리가 시원찮았다. 끈끈이의 접착력이 약해졌는지 수건을 자꾸 떨어뜨리고 자기도 밑으로 고꾸라졌다. - P7

"En qué trabajas?" 당신은 어떤 일을 합니까?
"
Soy periodista de cine. 저는 영화기자입니다. - P9

맡은 일의 종류가 늘어나도 결국 공통키워드는 영화이고,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일은 글쓰기다. - P11

아무튼 다 잘하고 좋은 고리. 가장 센고리. 여기서 십 년이 더 흐른다 해도 어쩌면 그것이 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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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든 꽃을 치운다. 집에 시든 꽃을 두는 게 아니라고배웠다. 엄마는 내게 그런 걸 가르쳤다. - P103

‘무엇을 잃고 있는가?‘ - P104

여자들은 내게 질문의 근원이고 여자인 나는 질문하며산다. 아니 질문을 산다. 질문을 살면 답이 된다는 것을아니까. 답이 된 내 삶이 또 다른 여자의 질문이 되리라는것을 믿으니까. - P106

김혜순 시인은 여성의 시 언어가 ‘이제까지 밖에서 주어졌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반동으로부터 터져 나오는것이며, 여성의 언어는 본래 위반의 언어‘라고 했다. - P108

대부분의 여자들은세 가지 방식으로 저질 농담과 싸웠다. 몰래 울거나, 농담보다 더 강해지거나, 침묵하거나 - P111

그런 것들을 쓰지 않는다면 무엇을 써야 한단 말인가? 나는 엄마가 금을 낸 그 여성의 세계에서 벗어나 내가 살아갈 땅을 찾는 중이다. 나의 땅은 여성명사이고, 나는 그 땅 안에서 쓴다. 내가 틀린 것을, 모르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을. 그런 것들을 쓰지 않는다면 무엇을 써야 한단 말인가? - P115

"낙태라니... 미안하지만, 이런 주제는 진부하게 느껴집니다. 마치 엄마의 책장에서 먼지 쌓인 68년도 책을 꺼내보는 느낌이었어요." - P117

‘5월 혁명‘이라고도 불린다. 프랑스에서 부르주아 혹은 노동자들이 일으켰던 기존의 혁명과는 달리 학생들이 주축이 된 혁명으로, ‘금지하는 것을 금지한다‘라는 구호 아래 기성 체제에 대한 저항과 성적 자기결정권과 표현의 자유를 역설했다. -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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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은 그 어쩔 수 없는 것 때문에 자기 안에 중요한 뭔가를 만들어. 한 번은 반드시 그걸 바깥으로 꺼내야하고" - P23

별거 아닌 것들의 별것을 향한 몸부림. 그 말을 선명하게 기억한다. 별거 아닌 것을 말할 줄 아는 용기도. 엄마의 그 말이 없었다면 나는 아무것도 쓰지 못했을 테니까. - P25

당신의 어쩔 수 없음은 무엇인가? - P26

엄마의 바람과 상관없는진실을 말하자면, 나는 틀 바깥으로 나갈 수 있을 만큼 용기 있지 않았고, 틀 안에서 순응할 만큼 순종적이지도 않않는데 어쩌면 그것이 나의 영원한 모순이 아닐까 싶다. - P29

침묵을 듣는 일은 가벼워야 한다. - P34

제가 원하는 것은 생명이 유동하는 것, 매일매일 변하는 것, 어떤 새로운 것, 습관적인 것인데! 미칠 듯한 순간, 세계와 자아가 합일되는 느낌을 주는 찰나, 충만한가득 찬 순간 등 손에 영원히 안 잡히는 것들이 나의 갈망의 대상입니다.* - P37

여자라는 이유로 서로에게 조심하라며 윽박지르거나, 조심성이 없다고 탓하다가 미안해졌던 많은 일들이 결코 우리의 잘못은 아니었다는 것을. - P43

"눈앞에 보이는 게 끝이 아니라 그 너머에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만 갈망할 수 있는 것 같아. 나는 늘눈앞에 보이는 것 그 앞에서 멈췄던 것 같고." - P47

이 시의 첫 줄에서 말하는 영원히 안녕이란 뜻의 ‘Adieu‘
는 슬픔에 고하는 작별이고, 둘째 줄의 안녕은 ‘Bonjour‘,
눈앞에 있는 슬픔을 맞이하는 인사다. - P53

"오래된 노래야?"
내가 물었고,
"오래된 노래야?"
엄마가 답했다. - P55

한국어가 서툰 그는 ‘오래된‘과 ‘아름다운‘을 헷갈린다. - P59

‘여긴 괜찮으니까 어서 가라고 말하며 남아 있는 사람들. - P62

"새... 러안 사므를 지삭키는 너에게… 맞아?"
그는 내게 편지를 돌려주며 물었고, 나는 그에게 천천히 또박또박 엄마가 쓴 글자를 읽어줬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너에게." - P70

"다 그리고 싶어"
언젠가 엄마가 내게 했던 말이기도 하다. 하얀 캔버스와 사과와 꽃병과 접시 앞에서. - P77

화가가 되지 못했던 엄마가 그린 그림은 사실상 모두연습에 불과했고, 그 연습 끝에 엄마가 완성한 진짜 작품은 연습했던 시간, 엄마의 인생이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있다. 내가 쓰는 글 역시 모두 연습이고, 이 연습 끝에 탄생하게 될 진짜 작품은 좋은 글을 쓰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시간, 나의 인생이라는 것도. - P81

고독이라면 모를까, 외로움은 우리를 자기만의 방이 아닌 타인의 방문 앞으로 데려다놓을 뿐이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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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건넌방에서 시작됐다. 작은 창으로 손바닥만한 세상이 보이던 방, 그 방에 스물세 살의 여자와 아기가있었다. - P7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출산을 죄책감이라고 했다. 출산은 아기를 놓아버리는 것이며, 태어난 생명의 첫표명은 고통이라고. 실제로 출산 후 여자가 느꼈던 감정은 행복이나 충만함이 아닌 두려움과 불안이었다. - P7

‘있었다‘로 시작해서 ‘살았어‘로 끝나는 이야기들. - P8

"이야기로 나아가기"
내가 여자에게서 들었던 말이다. - P10

나는 엄마의 이야기로부터 ‘있다‘의 세계를 향한 믿음을 키웠고, 그것은 내 글쓰기의 토대가 됐다. - P12

나의 셰에라자드, 엄마의 이야기는 창조에 가까웠다.
이야기 속에서 엄마는 발견했고, 떠났고, 만들었다. - P12

그렇다면 하찮은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 - P20

"사람이 참 하찮은 것에 매달려 살아" - P23

"여자들은 어쩔 수 없지."
그런가? - P23

"여자들은 그 어쩔 수 없는 것 때문에 자기 안에 중요한 뭔가를 만들어. 한 번은 반드시 그걸 바깥으로 꺼내야하고"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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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당신이 이런 처지라면, 새집을 재생과 희망의 공간으로 꾸미기위해서 무슨 일을 할까? 여전히 가난하고 아프고 슬픈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그는 한 가지 방법을 떠올린다. "교란되고 망가진 땅에서도 새 생명이 자랄 수 있다는 믿음"을 품기 위해서, 새집에 정원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비싼 모종이나 씨앗을 살 돈은 없다. 그가 활용할 수 있는 땅은 예전에 석공장이 있던 터여서 돌투성이이고, 식물이쉽게 자랄 만한 땅이 못 된다. 그래서 그는 야생의 정원을 만들기로 한다. 야생화와 잡초의 정원, 약초의 정원을 만들기로 한다. - P9

야생화와 잡초의 정원, 약초의 정원을 만들기로 한다. - P9

아이에게는 충분히 비옥한 토양일 수 있음을 믿게 된다. "꽃을 피우는 구근이 하나 있다면 썩어버리는 구근도 하나 있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므로, 우리는 "그냥 심는 것 그리고 그것이 자라리라고 믿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여기게 된다. 야생의 정원에서는 정말로 언제든 무언가는 자라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곳에서는 아무것도 자랄 리 없다고 지레 절망하고 슬퍼할 때에도. 이것이 들풀의 구원이다. - P10

"아니." 나는 말한다. 그것은 다른 삶의 유적이다. 솔직히 이제는 이물건 중 무엇도 필요하지 않다. 사랑하는 사람을 붙들어둘 수도 없는 마당에, 물건은 뭣 하러 붙들고 있겠는가? - P20

* 요정들이 아이를 바꿔치기하지 못하게 막으려면데이지 꽃을 엮어서 아이의 목에 걸어주라 - P23

이것이 우리가 사는 미래다. 내가 상상한 미래는 이렇지 않았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어차피 상상대로 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 P25

우리에게 재건할 기회를 준 이 집에 고맙다. 이 집은 과거가 없다. 그점이 마음에 든다. 나는 유령을 원하지 않는다. 유령이라면 이미 충분히데리고 있고, 그들의 목소리가 너무 시끄럽다. 이 집은 침묵한다. 그래서 숨이 트인다. 폐산업용지에 들어선 단지의 집들은 모두 똑같이 생겼다. 벽은 모두 회색이고, 빈방은 모두 흰 목련색이고, 빈 풀밭이 마당으로 딸려 있다. 내가 기대했던 집과는 다르지만, 그래도 나는 이곳이 필요하다. - P29

옛사람들은 폭풍우, 화재, 마법으로부터 집을 보호하기 위해서 벽에 하우스릭을 길렀다. 학명 ‘셈페르비붐‘은 ‘늘 살아 있다‘는 뜻이다. 어린 순과 잎은 먹을 수 있고 오이와 맛이 비슷하다. 항염증 효과가 있어 약초학에서 화상, 덴곳, 궤양, 대상포진, 결막염, 기타 피부 및 눈 질환에 찜질제로 널리 쓰인다.
하우스릭은 돌이 많은 땅, 벽, 지붕, 부서진 건물에서 잘 자란다. - P31

이런 곳에서 아들과 나는 우리만의 마법 정원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나는 정원사가 아니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정원사의 모습에는 맞지 않는다. 나는 제때에 심지 않고, 심어야 할 곳에 심지 않는다. 무엇을심어야 하고 무엇을 심지 말아야 하는지 모른다. 그저 호기심과 우연에이끌려서 되는 대로 가꿀 뿐이지만, 내게는 여기 교란되고 망가진 땅에서도 새 생명이 자랄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 P32

이 순간은 우리가 벌써 그리워하는 순간, 순수한 기쁨의 순간이다. 우리는 이 순간을 영원히 잡아둘 수 있다고, 우리가 어떤 안정된 상태에 도달했다고 생각하지만, 세상의 모든 것처럼 이 순간도 지나갈 것이다. - P39

지금은 새벽 세시, 언니가 죽었다… - P40

나는 기다림을 생각한다. 말해진 것들과 결코 말해지지 않은 것들을생각하고, 이 기억에 소리가 없다는 사실을 생각한다. - P45

*중지를 검지 위에 얹어서 손가락으로 십자가 모양을 만드는 동작은 행운을 비는 뜻인데,
누군가 몰래 이 동작을 하며 말할 때는 지금 하는 말이 거짓말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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