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아내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동시에 느꼈다. 이어그간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이제야그걸 깨닫게 된 자신에, 더는 그 같은 일을 대신해줄 아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현실에 새삼스레 충격을 받았다. - P74
네, 그냥 뭐 괜찮게 살았다는 그런 건 언제쯤 알 수 있나 해서요. - P76
그걸 정하는 사람이 따로 있습니까? - P79
아이, 비가 와서 그런가 다리가 욱신거려 죽겠네요. 오늘도 짐이 있는데 잠깐 태워줄 수 있어요? 날씨가 이래서부탁 좀 할게요. - P91
이 차까지 말썽이구나. 이제 이 차까지. 그는 중얼거렸다. 그리고 한순간 차가 구덩이를 빠져나왔다. 그가 그만두겠다고 결심했을 때, 그가 손을 떼고 차에서 한 걸음 물러났을 때, - P98
그 사람 이름은 박훈식입니다. 박훈식. 그게 그 사람이름입니다. - P103
출근 전, 어머니에게 차분하게 당부를 건네며 그녀는어머니의 얼굴을 가만히 살피곤 했다. 뭐랄까. 어머니의얼굴엔 전에 없던 뭔가가 있었다. 수상한 것, 불길한 것, 조마조마한 것. 발목이 골절되면서 시작된 구체적인 몸의통증이 어머니 내면 깊은 곳의 뭔가를 깨우고 불러낸 것같았다. - P109
애실은 다 기억나지도 않는, 이제 주워담을 수도 없는말들을 생각했다. 그러면서 다시금 말을 간직하는 법을배워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중얼거렸다. 매일 밤, 차갑고딱딱한 마음을 파서 하루치의 말을 묻는 일. 매일 조금씩더 깊이 파고, 오래 파는 행위에 적응하는 일. 말들이 튀어나오거나 새어나오지 않도록 마음을 단단하게 다지는 일, 그러니까 안전하고 평화로운 하루를 영위하는 현명한 사람들이 매일 반복하는 일. 그건 애실이 평생 노력했으나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던, 현서로 인해 잠시 잊었던 일상이었다. - P134
그 메시지에 오타가 났다는 것은 나중에 알았다. 도심해라, 석정된다. 그날, 고심 끝에 그가 보낸 건 뜻을 알 수없는 이상한 단어의 조합이었다. - P200
계란도 좀 줄까? 그걸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고씨는 돌아서려는선희를 불러 세우고 계란 다섯개를 꺼내왔다. 약간 묵직한 느낌이어서 봤더니 멍이 든 것처럼 푸르스름했다. 이거 먹어도 되는 거예요? - P205
묘하게 친숙한, 그래서 단번에 이해할 것 같은 그 뭔가가 무엇인지 그땐 알지 못했다. 그것이 점점 또렷해지는자신의 처지를, 바꿀 수 없는 자신의 태생을 인정하는 데서 오는 일종의 체념에 가까운 감각이라는 것을, 어린 시절 자신이 내내 움켜쥐고 있다가 이곳을 떠날 때 미련 없이 내던져버린 뭔가와 닮아 있다는 것을 안 건 시간이 더흐른 뒤였다. - P211
왜 못 잡아요. 비둘기도 잡고 쥐도 잡고 다 잡아요. 우리 닭들은 저밖에 없어요. 제가 보살펴줘야 해요. -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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