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과 잃음 사이 - P169
. 우리는 수진을따라 이름 바깥의, 우리가 열어보지 않아 비밀에 부쳐진 면면에머무르게 된다. 머무른다는 것은 멈춰 있다는 것과 분명 다르다.끝끝내 어딘가에 이른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 P179
여름에는 장마랄 것도 없이 지나갔는데 10월이 되자 하루건너비가 내리는 날들이 이어졌다. 재원은 우산도 쓰지 않고 횡단보도를 뛰어가는 여자를 눈으로 좇다가 신호가 바뀌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뒤차가 경적을 울렸을 때에야 재원은 천천히 가속페달을 밟았다. 전방을 주시하고 도로를 달리면서도 재원의 시야에는 좀전에 보았던 여자의 잔상이 남아 있었다. - P183
실내는 언제나처럼 고요했다. 이 적막이 낯설던 때가 있었다. - P185
그것이 위안이 되었다. - P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