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슬펐을 때는 언제예요? 부모님이랑 헤어졌을 때 아니에요?" - P218

미역을 다듬듯, 내 삶에서 불편한 부분을 걷어내고 보기 좋은부분만 남도록 다듬어 들려주었다. 진은 내 얘기를 듣다 가끔 눈물을 흘렸다. 때때로 진의 눈물이 당황스러웠다. 대체 어디쯤에서, 무엇 때문에 운 건지 내가 했던 이야기를 되짚어볼 때도 있었다. 내 진짜 삶을 들으면 진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 P218

"그런데 할머니 별명이 ‘요카타 할머니‘라고요. 요카타는 일본어로 다행이다. 라는 뜻이죠? 뭐가 그렇게 다행이셨어요?" - P222

"세상이 달라 보일 거예요.•" - P227

이상하다이렇게 살아 있는 것 - P228

다행이었지. 요카타, 요카타 - P229

일주일 뒤 혼자서 한번 더 갔다. 역사관에 들어가 바다와 염전과 철길의 역사를 읽다가 나는 이곳에 대해 정말 몰랐다는 것을깨달았다. 관광객처럼, 이방인처럼 포구로 들어오는 배와 꽃게동상에 앉아 있는 갈매기를 한참 바라봤다. 할머니 걸음으로는생태습지공원까지 걸어가기 무리이겠지, 생각하면서. 그 공원 근처에 외할머니가 살고 계신다. - P232

이 모든 것들이 뒤섞여 소설이 되었다. - P234

나는 혼자 떠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익숙한 장소에서도 방향을헷갈릴 때가 많은데 혼자 여행을 간다는 건 당연히 길을 잃겠다는 전제에서 시작된다. 이야기를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또 어떤 소설을 쓰게 될지는 모르겠다. 우왕좌왕하다가 목적지가 아니었던 곳에 도착할 테니. 다만 알고 있는 것은 다음에도기꺼이 길을 잃고 싶다는 거다. 쓰지 말걸 후회도 하다가 결국에는 소설을 써서 다행이야, 라고 중얼거리면서. - P235

꿈에 연필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었다. - P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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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사는 이야기를 적었어요. - P5

촛불을 가진 당신, 이리 가까이 오세요. 여기 실금가득한 단어를 좀 보세요. 무언가 태어나려 하고 있어요. - P9

나의 책 읽기는 매번 이런 식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런 생각들을 붙들고 살다 보니 책이든 삶이든페이지가 쉽게 넘어갈 리 없다. - P18

우리 모두가 잔의 외형이나 크기로 인해 차별당하거나 파괴당하지 않도록 서로가 서로의 규모를 존중하면서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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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에 반의 반
천운영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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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운영만의 인장, 맵게 따뜻하고 시리게 뭉클하다 꾹 눌러 앉히는 문진 같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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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었다‘의 자리에는 ‘있었다‘가 있었다.

"아빠, 나 왔어!" 봉안당에 들어설 때면 최대한 명랑하게 인사한다. 그날 밤 꿈에 아빠가 나왔다. "은아, 오늘은아빠가 왔다."최대한이 터질 때 비어져 나오는 것이 있었다. 가마득한 그날을 향해 전속력으로 범람하는 명랑. - P9

유리잔에 들이치는 입자가 있었다. 유리를 뚫고 번쩍솟구치는 것이 있었다. 의욕이 넘치고 있었다. - P15

평생 있을 것이다. 그것들을 열 마음과 여는 손만 있다면 없어도 계속 생각날 것이다. 머릿속에 나타날 것이다.
가슴을 옥죌 것이다. 없음은 있었음을 끊임없이 두드릴것이다. - P16

도망가야 할 때조차 토껴야 만족하는 사람기막힐 때조차 기똥차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속을 터놓는 대신 속俗으로 기어들어 가는 사람이유보다 까닭이 더 선명하게 들리잖아훼방보다 깽판이 더 실감 나잖아 - P27

오늘 밤이 벌써부터 식고 있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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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1987년 이탈리아 총선에서는 포르노 배우가 국회에 진출했다. 맙소사, 1987년은 대체 무슨 시대였을까? 여성이 의회에 진출하는 것 자체가 뉴스이던 시절이다. - P36

철학자 움베르토 에코 Umberto Eco는 치치올리나의 국회의원 당선을 두고 "부도덕함에 대항하는 부도덕함"이라고말했는데, 그보다 더 적절한 표현은 찾기 힘들 것이다. - P40

포유류 두 종의 운명을 바꿔놓은 모래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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