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사는 데 아무 도움도 안 되기 때문에 우리가 먹고사는것 이상의 존재라는 걸 실감시켜 주는 게 사치다, 이를테면 그런 얘긴가? - P270

나는 하진을 안으며 말했다. 참 다른 거 같아. 거의, 전혀 다른거 같아.
뭐가. 아이지금 이런 시간이. 너도, 특별해, 모두. - P271

특별하지 않아도 사랑할 수 있는 게 우리의 능력이야. 위 - P272

나 하고 싶은 걸 할 거야. 내가 잘하고 싶은 걸 잘할 수 있을 때까지, 잘될 때까지. 그걸로 내 시간과 인생을 끝까지 다 써먹을거야. 마지막 한 방울까지 아주 쪽쪽 빨아먹어 줄 거야. - P279

나는 피식 웃었다. 정면 승부 같은 건가? 싱글 몰트 위스키하면 떠오르는, 일반적인 조합이었고 그만큼 남다르기가 쉽지않았다. - P286

두 손 묵직하게 비닐봉지를 들고 차 앞에 섰을 때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 새벽에 대체 무슨 짓인가 싶은 허무감과 자괴감만 들었다. 다이어트 때문에 공복으로 자려다 홧김에 다 먹지도 못할 야식을 시켜 버린 사람처럼. 하지만 그 허무감, 자괴감이 기쁘고 반가운 것도 사실이었다. 이제는 하진에게 가야 하니까, 가서 주고 오면 다 털어 버릴 수 있으니까. - P304

지금 그말, 우리냐 준연이냐 그거야? 하진의 목소리가 차갑게 식었다.
그 말이었지만 인정하고 싶진 않았다. 그게 아니라, 준연의의사를 존중해 줘야 하지 않냔, 그 얘기야. - P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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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어야 할 것은버틸 수 없는 것들의 등에 기대어살기도 한다 - P21

징그럽고다정한 인사 - P19

나에게 도착한 미래가어제 아프다고 전화를 했다 - P14

. 나뭇잎 한장만이라도 당신 쪽으로 나부끼게 해주십시오. - P13

고요에서 한계단 낮은 곳으로 내려가 - P11

또 바람에 쓸쓸히 질 것이라고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이라고 - P40

당신은 무얼 먹고 지내는지궁금합니다이 싱거운 궁금증이 오래 가슴 가장자리를 맴돌았어요 - P46

이제 더는배고프다 말하지 않기로 해요 허기란 얼마나 촌스러운 일인지 - P47

병에게 정중히 병문안이라도 청하고 싶지만무슨 인연으로 날 찾아왔나 찬찬히 살펴보고 싶지만독감예방주사를 맞고 멀쩡하게 겨울이 지나갈 때 - P65

그 마지막 얼었던 꽃씨들만 소란한 꽃을 피운답니다돌아온다는데 꽃이 소란하지 않고 어쩌겠습니까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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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거 뽑는 사람이 데리고 나가기."
할머니가 고사리를 쥔 손을 나에게 내밀었다. 내가 뽑은 줄기가 더 길었다. 할머니는 손에 남은 고사리를 양푼으로 던지더니보리차차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오라질, 갑시다, 똥누러."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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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거 뽑는 사람이 데리고 나가기."
할머니가 고사리를 쥔 손을 나에게 내밀었다. 내가 뽑은 줄기가 더 길었다. 할머니는 손에 남은 고사리를 양푼으로 던지더니보리차차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오라질, 갑시다, 똥누러."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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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지 말고 일단커피부터 한잔해 - P7

환자분. 제가 그때도 말씀드렸잖아요. 환자분한테는지금 빈속에 커피가 제일 안 좋다니까요? 근데 왜 또 드셨어요. - P7

저에게 하루 24시간은요. 아이가 잠들어 있는 시간과아이가 깨어 있는 시간으로 나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예요. 그 둘이 완전히 다른 세계라는 말을 하는 겁니다.
저는요. 아이가 깨기 전에 커피를 마셔야 해요. 엄마로서의 제가, 그러니까 공적인 이명희가 작동하기 전에 사적인 이명희를 위로하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저는요. 아이가 깨기 전에 커피를 마셔야만 해요. 모처럼 신나게 몰입하고 있던 글쓰기를 중단하고 응, 엄마가 얼른 기저귀 갈아 줄게, 노트북 닫고 일어서야 할 저에게 커피 한잔 건네고 싶은 거라고요. - P13

커피를 단숨에 마셨다. 테이블 위에 다시 내려놓은 유리잔이 우유 때문인지 한동안 뿌옇더니 점점 투명해지기시작한다. 조금씩 제 모습 드러내고 있는 유리잔을 바라보며 아마 학교는 여기로 정하게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 P23

삶의 모양이 갑자기 변한 누군가에 대해 제삼자가 꺼낼 수 있는 말이란 그 심정이 어떻겠어요, 정도가 고작이다. 누군가의 인생을 그 지경으로 몰아간 배경을 분석하기 위해 알고 있는 정보를 끌어모으고, 또 다른 누군가가벌받는 것으로 일이 마무리되기를 바라는 정도가 전부일 것이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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