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아를 만나러 간다. 서울에서 부산까지는 기차로다섯 시간 반, 한밤중에 타면 새벽녘에 도착하는 셈이다. KTX나 비행기표를 살까 고민하다 결국 무궁화호표를 끊었다. 항아도 부산에 갈 때면 늘 무궁화호를 탔다. 그럴 만한 이유가 몇 가지 있다고 했다. - P101

. 즉시 솟구치는 감정을 온몸으로 보여낼 능력이 곧 시작될 현장에서 아주 중요하기 때문이란다. - P105

천사는 관계에서 태어나.
처음 시놉시스를 보여주던 날 항아는 말했다 - P106

목 이모님은 본인이 옛 영화들만 좋아하는게 아니라고, 좋은 영화들이 오래 남아 옛것이 되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도 그런 거 만들어. - P111

접촉의 모양과 달리 말들의 질감은 꾸준히 험악하다. 이제 여자는 남자의 말을 끊기 시작한다. 그것은 선의 특기다. 대화가 엉키면 말들의 틈새에 가위를집어넣어 한 갈래씩 자르는 것이다. - P121

연극에서 석 씨를 처음 발견한 날 항아는 내게 전화를 걸고서 헐떡이며 말했다. 어떻게든 같이 작업하고 싶어. 나중에는 무작정 무대 뒤로 찾아가 물었더랬다. 독립영화에는 관심 없으세요? 지원 사업에서 떨어지기는 했는데요. 석 씨는 항아의 시놉시스를 읽은 후자신의 명함을 넘겨주었다. 항아는 명함을 이마에 붙이고 내 집 앞으로 찾아와 말했다. 이번 영화는 뭔가가될 거야. 확신이 들어. 뭔가가 느껴져. - P125

항아야, 하나의 역할에 필요한 건 한 사람뿐이야. 다른 사람이 그걸 대신할 수는 없어. - P134

"오는 동안 내내 잤거든요. 꿈꿨는데 형도 나왔어요.
천사 역할이었어요."
"징그러운 소릴 하네." - P137

그러고 보니 기차가 출발지와 목적지를 이어주고 꿈이 현실과 잠을 이어주듯, 영화와 소설을 만드는 일 역시 무언가를 이어주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현실과 상상을, 생활과 희망을, 보여주는 자와 보는 자를, 보기 전과 본 이후를 이어주는 덜컹대는 이음새처럼요. - P141

천사는 경계 따위 상관없이 언제 어디서나 곁에머물며 최선을 다해 ‘나‘를 도와주는 존재일까요. ‘나‘의 꿈을 가로지르며, 항아의 죽음을 오르내리며, 천사는 언제까지고 그들 사이에 남아 있을 수 있는 걸까요.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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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은 말한다 밤하늘에 작은 눈썹이 하나 떠간다 - P74

다시는 새를 호명하지 않겠다 결심했는데 - P75

새들이 내 안에서 목욕한다목련꽃이 내리는 비에 한 잎 두 잎 제 몸을 씻듯내 안도 섬세하게 씻을 수 있다 - P77

제발, 순수한 척, 모르는 척, 흰색인 척 그만해요 - P79

나와 차장님은 아이들 그네를 밀어주면서, 미끄럼틀을 태우면서 많은 이야기를 했다. 요즘은 놀이터에모래가 없네요, 그런 이야기도 하고, 제가 사실 주식으로 천만 원을 잃었는데요, 그런 이야기도 했다. 아니주로 이야기를 하는 쪽은 나였다. 이상하게 차장님의헤벌쭉한 표정을 보고 있으면 그런 말이 잘도 나왔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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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태수 씨가 그런 적이 있었다. 아빠는 죽으면,
장례식은 재미있게 하고 싶어. 그래서 처음에 수진은나에게 그렇게 제안했다. 태수 씨의 영상을 만들자 - P78

"내가 하면 되지, 상주.
"그게 그렇게 되나?"
"요즘 여자들은 다해." - P79

"나는 꼭 훼방 놓고야 마는 사람이잖아." - P81

"공 여사, 자중하시오. 우리의 적은 제도잖아." - P82

예소연 안녕하세요. 요즘 저는 온 힘을 다해 잘 지내고있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진절머리 나게 행불행을 점쳐보며 살지만, 저는 오히려 이런 상태속에서 이상한 동력을 얻는 것 같아요. 회사를그만두었고 그만둔 만큼 물질적으로 쪼들리며살고 있는 동시에 어느 때는 소비력에 충만해서충동구매를 하기도 하고 어느 때는 아무것도 아난 일들로 눈물을 줄줄 흘리기도 합니다. 지난번에는 서울로 오는 버스 안에서 운전석 옆에 틀어진 TV에 나오는 윤석열 대통령을 보며 눈물을흘렸어요.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 P85

. 「사랑과 결함」(『소설 보다: 봄2023) 속고모도 어린 성혜에게 항상 누가 좋으냐고 물어보죠. 그때도 저는 고모가 ‘순정‘이라는 자기 이름을 아이로부터 직접 듣고 싶어서 그런다고 생각했어요. 이름 부르기. 한 사람이 할수 있는 가장 작고 다감한 의지의 일환이라고 생각해요. - P91

그 바람은 이 소설의 힘에 대한 것이기도 한 것 같아요. 이별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이별을 해내가는 시간을 그려내면서 이 소설에 대해 간직한 바람이 있다면 어떤것일까요? - P94

나와 태수 씨는 그때 처음으로 함께 울었다. 하도 오래 발을 담가서 발가락이 팅팅 불어 있었다. 나는 울먹거리며 태수 씨에게 물었다. 태수 씨는 왜 족욕을 안하는 거야? 그러자 태수 씨도 훌쩍이며 대답했다. 아빠는 무좀이 있잖아.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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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은 뿌리를 땅에 고정하고 있기에 스스로 이동할 수 없고몸체를 천천히 움직인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종종 식물이 살아있는 생물이란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로부터 식물과 인간을 둘러싼 많은 문제가 시작되고 만다. - P183

관엽식물로 재배되는 셀로움필로덴드론의 꽃은아름다운 색이나 화려한 형태가 아닌 열을 발산하는방식으로 수분 매개자를 유인한다. - P186

그렇게 유칼립투스는 동물의 먹이가 되지 않았지만 코알라에게만은 예외였다. 유칼립투스의 독성 물질을 분해하는 미생물을 가진 데다 독성이 적은 잎을 선별하는 능력도 있는 코알라는 유칼립투스를 주식으로 먹으며 다른 동물들과 경쟁하지 않고 오스트레일리아 숲에서 널리 번성할 수 있었다. 오랜 기간 독에 적응한 결과다. - P191

식물에서 냄새가 나는 것은 휘발성 유기화합물 때문이다. - P198

우리가 아무리 식물들이 내뿜는 고약한 쓰레기 냄새나 똥 냄새, 시체 썩은 냄새를 싫어한다고 할지라도, 그 식물들은 인간의취향엔 관심이 없다. 인간은 식물의 수분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식물 입장에서는 그저 쓸모없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 P199

지구의 자연현상을 부정하는 생물은 인간뿐이니까.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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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차와 시대착오
전하영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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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삶 곁에 웅크리고 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기지개를 판다 전하영은 그 동선을 예의 주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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