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가요."
"송이 씨, 이거 챙겨." - P48

이중일은 조금 고민하다가 이름을 말해주었다. 그러자서송이가 손가락으로 2와 1을 만들며 말했다. 2 중 1이요? - P51

"잎담배에 이것저것 적당히 첨가하면 훨씬 더 근사한뭔가가 돼요. 한번 해보세요." - P55

"정말이지, 서로가 서로에게 길이 들었군요"
"정확한 표현이에요. 역시 이해가 빠르시네요" - P57

"우리는 단박에 알아봤어요. 중일 씨 살기 싫은 거. 나는 그럴 때마다 목숨을 바꾸고싶어. 난 진짜 살고 싶거든." - P61

"왜 자꾸 묻는 말에 묻는 말로 대답을 하세요?"
"환자분은 자꾸 질문만 하시네요?" - P65

진정희와 서송이는 두 대의 담배를 말아 각각 피우고이중일에게 한 모금씩을 나눠 주었다. 이중일은 누운 채로담배를 피우면서 자신이 아주 쓸모없는 존재라는 생각이들었다. 그들은 담배를 다 피운 뒤 손바닥을 탈탈 털었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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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위원회 전체 회의에 참석한 김선호 국방부장관 직무대행이12.3 비상계엄 당시 계엄군이 동원한 실탄이 십팔만여 발이라고 최종 확인.* - P246

어디 멀리 가요?
돌아오는 길이야.
어디에서요?
영국. - P246

왜? 내가 불쌍해?
집에 가서 뭐라도 먹으라고.
이런 상황에 뭘 먹어? 내가 돼지야?
향기가 건넨 꽃을 나는 뱀으로 받았다. - P250

만 내가 다시 도와달라고 말할 수 있을까? 너무 춥다. 오한이 몰려온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피 냄새가 나는 것 같다. 내부 어딘가에 상처가 난 것만 같다. 걸음을 뗄 때마다 발목이 아프다. 견디면서 걷는다. 어서 이 길을 벗어나야 한다. - P258

알아들어?
경찰은 우리 못 잡아.
잡아도 금방 풀려날 거야.
법이 그래.
법이 그렇다고.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잖아? - P264

죽음은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요소가 아니야.
삶은 그 자체로 완전해.
죽음 또한 마찬가지겠지.
그러니까 사랑하는 조은빛, 의미를 찾지 말고 일단 시작해.‘
시 시작해. 다시 시작해. 다시 시작해. 그리고 다시 시작해. - P266

괜찮아.
집인데, 창이 깨졌어.
버텨.
나는 아직.
괜찮아. - P299

때문이정도로 말라버릴 수 있으며, 별다른 목적 없는 인간의 행위로 새끼 낙지처럼 약한 것들이 순식간에 갈가리 찢겨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릴 수도 있다. 기후 위기가 아니더라도 이 세계의 모든 것이 비명도 없이 한순간에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 전조 없는 대재난이 지속되는 중이다. 인간에게든 비인간에게든 안전한 곳은 없다.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문제없는, 하루는 대재난의 시대를 ‘문제없는, 하루‘로 인식하는 우리의 무감각을 비판적으로 환기하는 동시에 ‘문제 없는 하루‘를 꿈꾸는 미래형 소설이다. - P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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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우리가 본 영화에 대해 기문은 이렇게 말했다. 아주 느린 이야기였어. 아닌 게 아니라 영화관을 나올 때만해도 대략 세 시간은 지났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러닝타임이 한 시간 반도 채 되지 않는 영화였다. - P9

할머니는 잠든 게 아니라 눈을 감고 있었다며 간만에 아주 좋은 영화를 본 것 같다고 말했다. - P11

"그래서 네가 장금이를 보자기에 싸매서 가출했지."
"걔 우리 집에서 6년이나 살고 죽었어."
"많이 힘들었겠네." - P19

그러자 기문의 엄마가 두 손으로 엄마의 양볼을 세게 감싸쥔 채 자기가 보기에는 세상에서 둘도 없는용맹한 아가씨 같다고 기운을 북돋아주었다는 것이다. - P23

"너희 엄마가 우유갑을 자른 다음 펼쳐서 차곡차곡 모았잖아. 김치 자를 때 쓴다고. 도마에 빨간 물 들지 않게. 그말 듣고 우리 엄마도 우유갑을 안 버리고 모으기 시작했던것 같아." - P25

기문은 알기나 할까. 아주 쉽게 배신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의 자식으로 태어나 그 어린 삶을 맡기게 되는 것의의미를. - P36

"같이 해결해야 할 일이 있지 않아?"
"우리 사이에 그런 건 애초부터 없었어. 엄마 일은 엄마일이고, 나는 물려받고 싶은 것만 물려받을 거야."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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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에든버러에서 모르는 사람이 죽었다.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항공편을 검색했다. 핀란드의 헬싱키 반타공항에서 환승해 에든버러로 가는 경로가 가장 빨랐다. 인천공항에 도착해 수화물을 부치며 티켓을 받았다. 2024년 11월 30일 오전 열한시 오십오분 비행기였다. 검색대를 통과한 뒤 탑승을 기다리며 챗지피티에게 물었다. - P235

당신과 당신의 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충분히 슬퍼하되, 우리가 곁에 있다는 걸 기억해주세요. - P236

나는 그를 보내고 싶지 않아.
신이 그를 보호할 거야.
그리고 그도 신을 보호하겠지. - P239

천재 과학자 리처드 파인먼은 인류 멸망을 앞두고 남길 단한 문장으로 ‘세상 모든 것은 원자로 되어 있다‘를 선택했다고한다. 나는 그 문장이 좋다. 나는 원자의 합일 뿐이고 죽으면 흩어진다. 향기는 흩어졌다. - P240

도움이 되지 못해 미안해. 하지만 여기서 너를 보고 있을게. - P241

많은 말을 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문법을 지키지 않고단어만 나열해도 뜻이 통한다. 빈틈은 표정이나 손짓으로 채울수 있다. 나를 무뚝뚝하거나 퉁명스러운 사람으로 오해하면 어쩌나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다양한 언어와 국적과 성별이 뒤섞인환승터미널에서 나는 모국어가 다르다는 사실 때문에 자유롭다. -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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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지가 붙거나 틀에 박히는 것을 거부하고, 내 마음과눈을 활짝 열고, 모험과 변화를 계속할 것이다. 문제는 자신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방해받지 않고, 나 자신의 참된 차원을 발견하는 것이다."
- 버지니아 울프, 어느 작가의 일기79 - P65

"여성들은 아이들의 요구, 아이들의 몸, 그들의 아름다움, 그들에게 주어져야 하는 보살핌, 그들 각자가 필요로 하는 사랑에 압도되며, 그로 인해 죽는다."82 - P67

나는 언제부터 내 목소리를 잃었을까? 아마도 수년에 걸쳐 조금씩 희미해진 것 같다. 웃음, 고함, 시끄럽고 직설적인 말들은 나의 음성 레퍼토리에서 사라졌다. 나는 현명해진 걸까? 아니면 체념한 걸까? 나는 누군가가 내 말허리를 자르고, 내 "입에 못을 박고", 나 대신 말하고, 나에게 삶의 의미를 설명하는 것에 지쳐 버렸다. 내 입을 막은 보이지 않는 손은 누구의 것일까? 내 손이다. - P71

불손한 사람들은 제도를 동요시키고, 풍속을 뒤흔들며, 굳게 닫혀 있던 옷장 안에 신선한 공기를 불어으려 한다. 그들은 틈새로 끼어들고, 여백에 글을 쓰고, 틀 바깥으로 빠져나온다. 규칙을 벗어나고, 경계선을 넘나들고, 땅에 그어진표시들을 비웃으며 하늘을 향해 눈을 돌린다. - P76

그러나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는 것은 침입이기도 하다. 그것은 단순히 떠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무언가를 부수는 일이며, 단순히 도망치거나 탈주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를 향한 틈을 만들어 열어젖히고 그로부터 빛이 새어 들어오게 하는 것이다. - P80

"시장의 끝자락에 도서관 문이 있었어요. 어느 날 추위에 떨다가 그곳에 들어가 책 한 권을 집어 들었는데 그것이 습관이 된것이죠. (...) 하루는 책을 가져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결국 회비를 내고 대출카드를 발급받은 후 책을 잔뜩 들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어요. 자, 이게 바로 무단 침입이라는 것입니다." 106 - P82

"그 경우 우수한 성적은 승리가 아닌 놀라운 일시적 행운처럼, 일종의 비정상처럼 받아들여지죠. 아무튼 자신이 속해 있지 않은 세계에 있는 거니까요." - P85

왜냐하면 모조품 같은삶을 산다는 느낌이야말로 새로운 필요에 대한 감각, 실존과 맺는 다른 관계에 대한 감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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