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우리가 본 영화에 대해 기문은 이렇게 말했다. 아주 느린 이야기였어. 아닌 게 아니라 영화관을 나올 때만해도 대략 세 시간은 지났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러닝타임이 한 시간 반도 채 되지 않는 영화였다. - P9
할머니는 잠든 게 아니라 눈을 감고 있었다며 간만에 아주 좋은 영화를 본 것 같다고 말했다. - P11
"그래서 네가 장금이를 보자기에 싸매서 가출했지." "걔 우리 집에서 6년이나 살고 죽었어." "많이 힘들었겠네." - P19
그러자 기문의 엄마가 두 손으로 엄마의 양볼을 세게 감싸쥔 채 자기가 보기에는 세상에서 둘도 없는용맹한 아가씨 같다고 기운을 북돋아주었다는 것이다. - P23
"너희 엄마가 우유갑을 자른 다음 펼쳐서 차곡차곡 모았잖아. 김치 자를 때 쓴다고. 도마에 빨간 물 들지 않게. 그말 듣고 우리 엄마도 우유갑을 안 버리고 모으기 시작했던것 같아." - P25
기문은 알기나 할까. 아주 쉽게 배신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의 자식으로 태어나 그 어린 삶을 맡기게 되는 것의의미를. - P36
"같이 해결해야 할 일이 있지 않아?" "우리 사이에 그런 건 애초부터 없었어. 엄마 일은 엄마일이고, 나는 물려받고 싶은 것만 물려받을 거야."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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